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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2024)

동방박사님 2024. 8. 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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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작품으로 『동물 탐구』,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동물 생성에 대하여』 등이 전해지는데, 이 세 작품을 아리스토텔레스 생물학에 관련된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동물 탐구』에서 이루어진 사실 수집을 바탕으로 “동물 각각이 그러한 상태인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그 탐구에서 말한 것과는 분리해 그 자체로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몸의 기능을 밝히고, 동물과 그것들이 어울려야 하는 필연성을 보이며, 동일 기관이라도 동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강의 노트로 사용된 논고들의 모음인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저작 중 하나로 ‘동물학’에 대한 일반적 입문서다. 제1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으로, 관찰된 연구의 축적이랄 수 있는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속 나머지 세 권과는 별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 권마다 다루는 주제가 전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연속성의 부족은 제1권이 ‘다섯 개의 개별 논문’(강의 논고로 다섯 개의 ‘장’으로 표시됨)을 모아 놓은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목차

일러두기ㆍ6

옮긴이 해제_‘여기에도 신들이 있소이다’ㆍ15
생명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의 탐구와 ‘아름답고 고귀한’ 동물 세계로의 초대ㆍ15
아리스토텔레스는 ‘진화론자’인가?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었을까?ㆍ21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저작과 그 순서에 대하여ㆍ27

생물학과 연관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에 대하여ㆍ29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에서
생물에 대한 관심과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ㆍ32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의 내용과 분석ㆍ38

제2~4권의 구성과 내용ㆍ44

제2~4권의 설명 방식ㆍ48
1. 형상인과 관련된 설명 49
2. 질료인과 관련된 설명 51
3. 목적인과 관련된 설명 54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설명 방식ㆍ60

제1권

제1장 자연과학의 방법론: 동물학 연구에서 필요한 기본 원리들ㆍ69
1. 학적 인식과 교양의 관계 │ 2. 동물 연구에서 어떤 설명이 탐구되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에 관련된 몇 가지 논점과 논의 순서 │ 3. 발생에서의 원인들에 대한 논의 │ 4. 운동인에 대한 본질 규정과 목적의 우선성 │ 5. 자연에서의 필연과 조건적 필연 │ 6. 생성에 대한 존재의 우선성 │ 7. 질료와 형상 │ 8. 자연학에서의 혼 │ 9. 지성은 자연학의 대상이 아님 │ 10. 목적과 필연이라는 원인 │ 11. 선행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와 데모크리토스에 대한 비판 │ 12. 적절한 설명의 예

제2장 2분할법의 문제점 (1)ㆍ101
1. 최종의 것 이외의 차이 특성이 불필요해진다는 문제 │ 2. 자연적인 유의 그룹이 분리된다는 문제 │ 3. 뜨거움과 차가움의 의미

제3장 2분할법의 문제점 (2)와 바람직한 분할 방법ㆍ104
1. 결여로 분할하는 것의 문제점 │ 2. 차이 특성의 수와 최하위 종의 수 │ 3. 적절하게 분할하는 방법

제4장 동물 연구의 설명 방식ㆍ113
1. 유를 구성하는 기준, 초과 정도에서의 차이와 유비에 따른 차이 │ 2. 종과 유

제5장 동물 연구의 권고와 그 과제ㆍ117
1. 동물 연구의 의의 │ 2. 동물 연구의 기본 원칙

제2권

제1장 세 종류의 결합, 힘의 결합, 동질 부분과 비동질 부분ㆍ127
1.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결합의 세 가지 종류 │ 2. 동질 부분과 비동질 부분의 구별 │ 3. 감각 수용체는 동질 부분이고, 도구적 부분은 비동질 부분인 원인 │ 4. 심장과 내장

제2장 힘, 열과 냉ㆍ135
1. 동질 부분과 힘 │ 2. 피의 다양성 │ 3. 열과 냉 │ 4. ‘더 뜨겁다’, ‘뜨겁다’의 다의성

제3장 힘, 건과 습(고형과 액상)ㆍ144
1. ‘말랐다’와 ‘습하다’의 다의성 │ 2. 피와 영양물

제4장 동질 부분: 피와 그 성분ㆍ150
1. 섬유소 │ 2. 피와 동물 성격 │ 3. 혈청

제5장 동질 부분: 지방ㆍ154
1. 연지방과 경지방 │ 2. 지방 과잉의 영향

제6장 동질 부분: 골수ㆍ157

제7장 동질 부분: 뇌ㆍ160
1. 골수와 뇌와의 관계 │ 2. 뇌의 냉각 기능 │ 3. 사람의 뇌

제8장 동질 부분: 살ㆍ166
1. 살과 감각 │ 2. 살을 보조하는 골격 및 그와 유사한 것

제9장 동질 부분: 뼈ㆍ170
1. 뼈의 구성 │ 2. 뼈의 목적 │ 3. 동물에 따른 뼈의 차이 │ 4. 뼈와 유사한 부분

제10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머리ㆍ177
1. 몸의 전반적 구조 │ 2. 사람의 직립 │ 3. 머리의 여러 부분

제1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귀ㆍ185

제1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청각의 구멍밖에 없는 동물ㆍ186

제1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눈꺼풀ㆍ188
1. 눈꺼풀의 목적 │ 2. 새의 순막 │ 3. 어류, 곤충류, 갑각류의 눈꺼풀

제1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속눈썹ㆍ193
1. 속눈썹의 목적 │ 2. 갈기, 꼬리털 │ 3. 사람 머리에 털이 많은 이유

제15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눈썹과 속눈썹ㆍ196
1. 눈썹과 속눈썹의 목적 │ 2. 속눈썹이 나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16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코와 입술ㆍ198
1. 코 만들기 │ 2. 코끼리 코의 특이한 기능 │ 3. 새의 코에 비유적인 부분 │ 4. 입술

제17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혀ㆍ204
1. 혀의 목적(미각과 음성) │ 2. 동물에 따른 혀의 차이

제3권

제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이빨ㆍ211
1. 이빨의 목적 │ 2. 각 동물에 대한 자연의 부분 할당 방법 │ 3. 물고기의 이빨 │ 4. 입의 작용 │ 5. 부리

제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뿔ㆍ218
1. 뿔의 목적 │ 2. 뿔이 생기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목ㆍ225
1. 후두와 식도의 목적 │ 2. 후두와 기관 만들기 │ 3. 후두개의 목적과 그것을 가진 동물 질료적 요인 │ 4. 후두와 숨통의 위치

제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심장ㆍ231
1. 내장에 대하여 │ 2. 심장이 있는 이유 │ 3. 심장이 혈관의 시원일 것 │ 4. 심장이 운동이나 감각의 시원일 것 │ 4. 심장과 간장 │ 5. 심장의 구성

제5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혈관ㆍ242
1. 혈관의 시원이 하나이고 몸 전체에 둘러쳐져 있는 이유 │ 2. 땀의 형성 │ 3. 대혈관과 아오르테의 교차

제6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폐ㆍ248
1. 폐 및 아가미의 목적(냉각 기능) │ 2. 동물에 따른 폐의 차이

제7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간과 비장ㆍ252
1. 내장의 쌍을 이루는 경향 │ 2. 간과 비장은 쌍을 이룸 │ 3. 비장의 필요성

제8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방광ㆍ257
1. 폐가 있는 동물에게 방광이 있는 이유 │ 2. 거북이의 방광

제9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콩팥(신장)ㆍ259
1. 콩팥이 없는 동물 │ 2. 콩팥 만들기와 목적 │ 3. 콩팥이 지방질인 이유

제10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횡격막ㆍ264
1. 횡격막의 목적 │ 2. 횡격막이 생겨야 하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1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내장의 막ㆍ269

제1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동물에 따른 내장의 차이ㆍ270

제1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내장과 살의 차이ㆍ272

제1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위와 장ㆍ273
1. 위의 목적 │ 2. 동물에 따른 차이가 생기는 원인 │ 3. 겹위 │ 4. 모이주머니(소낭) │ 5. 물고기의 소화기관 │ 6. 개와 돼지의 장의 차이. │ 7. 장(腸)

제15장 겹위 동물의 위에 있는 퓨에티아(응유효소)ㆍ282

제4권

제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뱀, 물고기, 거북이의 내장이나 위장ㆍ285

제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담낭ㆍ287
1. 동물에 따른 담낭(담즙)의 차이 │ 2. 담즙이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님 │ 3. 간장과 담낭(담즙)의 관계

제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막ㆍ292

제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장간막ㆍ294

제5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체내의 여러 부분ㆍ296
1. 무혈동물에 내장이 없을 것 │ 2. 연체동물[두족류]의 입 │ 3. 유절동물[곤충류]의 입 │ 4. 각피동물[조개류]의 소화기관 │ 5. 연체동물의 몸 만들기 │ 6. 껍데기(각피)동물의 몸 만들기 │ 7. 성게, 멍게, 홍어, 말미잘, 불가사리의 특이한 점 │ 8. 심장과 유비적인 부분 │ 9. 곤충류의 소화기관

제6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곤충류의 외적 부분ㆍ314
1. 곤충류의 발 │ 2. 날개와 바늘

제7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껍데기(각피)동물의 외적 부분ㆍ319

제8장 무혈동물의 비동질적인 부분: 연각동물의 외적 부분ㆍ321
1. 연각동물의 집게 │ 2. 꼬리 │ 3. 다리 │ 4. 아가미 같은 부분

제9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연체동물의 외적 부분ㆍ325
1. 연체동물 소화기관의 특이한 점 │ 2. 다리 │ 3. 오징어의 두 개의 긴 다리 │ 4. 빨판 │ 5. 지느러미

제10장 태생 유혈동물의 외적 부분ㆍ331
1. 목 │ 2. 인간 이외의 동물은 ‘난쟁이’일 것 │ 3. 손 │ 4. 흉부 │ 5. 유방 │ 6. 배설 부분 │ 7. 엉덩이와 꼬리 │ 8. 다리

제11장 난생 유혈동물의 외적 부분ㆍ351
1. 난생의 유혈동물의 머리 부분 │ 2. 흉부 │ 3. 카멜레온의 특이한 점

제12장 새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ㆍ357
1. 새의 날개 │ 2. 머리의 여러 부분 │ 3. 목 │ 4. 부리 │ 5. 날개 │ 6. 발과 다리

제13장 물고기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ㆍ367
1. 물고기의 지느러미 │ 2. 아가미 │ 3. 입 │ 4. 고래류의 분출공 │ 5. 고래류, 바다표범, 박쥐가 다른 동물류의 특징을 겸비한 것

제14장 타조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날개와 발굽)ㆍ376

참고문헌ㆍ377
찾아보기ㆍ386
 

저자 소개

저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322))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위인이다. 1998년 저명한 현대 철학자들이 뽑은 “서양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의 목적”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년에 북부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의 스타게이로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니코마코스는 왕의 주치의였다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릴 때 죽었다. ...

역 : 김재홍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 고전철학을 전공해 1994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론에서의 변증술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고중세 철학 합동 프로그램’에서 철학 연구를 한 후, 가톨릭대 인간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있다. ...

 
 

책 속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청강생들에게 신성한 화덕에 대한 어린 시절의 혐오감을 극복하도록 격려한다. 또한 그는 더 경이로운 동물, 그리고 궁극적으로 신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별을 포함하여 자연의 다른 것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놀라운 것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더 비천한 동물을 고찰하는 것에 대한 어린애와 같은 혐오감을 극복하도록 자신의 청강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물론 ‘놀라운 것’은 전체 자연계에 골고루 스며들어 있고, 기술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아름다움’(to kalon)에 대응되는 ‘목적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청강생들에게 특정 종류의 동물에 대한 혐오감을 버리고, 자신이 내놓고 있는 동물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와 설명에 마음을 열도록 권고하고 있는 셈이다.
--- p.20

1879년 2월 12일로 기록된 어떤 편지에는, 어떤 사람(J. A. Crawley)이 다윈에게 헬라스 원문으로 된 아리스토텔레스 생물학에 관해 무언가를 물어본 것으로 보인다. 다윈은 이렇게 답장을 보낸다. “어떤 정보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나는 한때 알고 있던 얼마 안 되는 헬라스어조차 잊어버렸습니다.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또한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을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발췌본을 통해 본 바로, 나는 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위대한 관찰자(생물학자)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위대한 관찰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 p.24

아리스토텔레스에 앞선 철학자들 중에도 생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탐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조직적인 동물 연구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동물에 관한 연구를 천문학 등의 다른 연구와 함께 하나의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서 이론적인 탐구의 가치가 있음을 선언한 후, 사실 수집을 먼저 한 다음 원인 탐구로 나아가는 프로그램에 기초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우선 『동물 탐구』에서 동물 신체의 여러 부분의 다름과 같음, 생활방식, 활동, 성격의 다름과 같음 등 갖가지 사실을 수집해 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계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동물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민간 분류법을 거부하고 ‘유’(類)나 ‘종’(種) 개념을 끌어들여 비교적 중립적인 관점에서 동물을 분류하기 위한 개념을 설정하여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한 다음, 동물의 다양성 속에서 일정한 질서를 찾아내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 p.36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을 유혈동물과 무혈동물로 나누는데, 그 차이는 “그것들의 본질적인 실체를 규정하는 설명식[로고스] 안에 포함된다”(제4권 제5장 678a34)라는 점으로부터 설명된다. 예를 들어 물고기가 발 대신에 지느러미를 갖는 것은 그 “본질적인 실체의 설명 규정에 대응하는 의미에서의 그 자연 본성”이 “헤엄치는 것”(제4권 제13장 695b18-19)이라는 점에서 설명된다. 지느러미는 동물이 헤엄칠 수 있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제4권 제13장 695b17-26, “새들의 경우에는 새의 본질적 실체에는 비행 능력이 포함된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제4권 제12장 693b2-13 참조). 나아가 “자연은 불필요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695b19)는 기본 원칙도 확인된다.
--- p.49

그러나 모든 곳에서 우리가 ‘이것이 저것을 위해서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운동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면,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어떠한 목적이 있음을 밝히는 명백한 경우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그런 것이 존재하며, 바로 그것이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임은 분명하다. 즉 각각의 정액에서 생긴 것이 우연히 생긴 것은 아니며, 특정한 이것이 특정한 그것으로부터 생기는 것이지 임의의 정액이 임의의 몸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액은 그것으로부터 생기는 것의 시원이자 산출자인 것이다. 그 이유는 정액에서 생기는 그것들은 자연에 의한 것이고, 확실히 정액에서 자연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액은 뭔가 특정한 종의 동물의 정액이며, 그 무엇이 정액보다 앞선다. 왜냐하면 정액이 발생 과정인 데 반해, 목적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들 양자보다 더 먼저 있는 것은 정액이 그것으로부터 유래한 바로 그것이다. 그 정액은 이중적인 의미로 있는데, 하나는 ‘정액이 무엇에서 유래하고 있는가 하는 경우의 그 무엇’의 정액이며, 다른 하나는 ‘정액이 무엇이 되는가 하는 경우의 그 무엇’의 정액이다.
--- p.95

출판사 리뷰

‘생명 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
동물 세계의 아름다움을 말하다

“자연은 결코 무엇 하나
헛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dia to m?den mat?n poiein t?n phusin m?de periergon
(제3권 제1장 661b24-25)

플라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다!
“아름다움은 어렵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일화’(단편 22A9)를 소개하면서 동물 세계의 아름다움, 동물 탐구에 대한 고찰의 ‘고귀함’이나 필요성, 그리고 그 고찰이 ‘존중받을 만한 고찰’임을 선언한다. 이는 플라톤의 이른바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는 선언이다. 즉 ‘아름다움’과 ‘진리’는 이데아의 세계뿐 아니라 현실의 감각 세계에도 존재한다. 그래서 플라톤이 상투적으로 말하는 바와 달리 “아름다움은 어렵지 않다”(ouk chalepa ta kala)는 것이다.

위대한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의 말처럼, 우리는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두 번 놀라게 된다. 한 번은 엄청난 자료의 축적에, 또 한 번은 그 축적된 자료의 오류에. 다윈은 자연의 관찰을 통해 ‘선택’, ‘적응’과 같은 개념을 생각해 내고, ‘자연선택 메커니즘’으로 자연을 설명하면서 ‘진화론’을 주창했다. 그의 생물학적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생존경쟁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남기고, 같은 종의 개체들도 제각각 다른 형질을 지니며,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다른 개체에 비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또 그 형질 중 일부가 그 자손에게 전달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다윈의 차이

누군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진화론자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긍정적인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 따라 ‘활동실현상태’(에네르게이아) 입장에서 보면, 가장 완전한 상태로 그 목적을 실현한 동물의 현재 상태는 완벽해야 한다. ‘생존 투쟁’과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은 더 이상 진화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었을까? 고전 교육을 받은 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오글(Ogle, 1827~1912)은 다윈이 죽기 몇 달 전에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1882년)를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했고, 출간된 책을 다윈에게 보냈다. 『종의 기원』 초판이 나온 해는 1859년인데, 실제로 다윈은 여러 글에서 오글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며, 그와 서신을 교환하면서 생물학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았다. 편지에서 다윈은 고대와 현대의 귀중한 생물학적?의학적 정보의 출처로서 오글을 언급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 철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깊이 있게 연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다윈의 평가는 이렇다. “린네와 퀴비에는 비록 방식은 매우 다르지만 나의 두 신이었고, 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그들은 단순한 학생에 불과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따르면, 동물의 부분(기관)은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며, 그 부분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존재한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다윈주의 이론에서 동물의 부분들에 대해 이와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게 만든다. 자연선택에 의한 것일 때, 유기체의 부분들은 생존을 가능하게 했거나 또는 생존의 이점을 제공했기 때문에, 있는 형태(형상)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 간의 차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이 잘 적응하고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점을 자연의 기본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윈은 그것을 ‘잘 적응함’(well-adaptedness)이 확립되고 유지되는 메카니즘인 자연선택으로 본다는 점이다. 다윈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어느 정도의 목적론적 사고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만큼 강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아리스토텔레스는 ‘진화’(다윈도 이 말을 초기에는 피하고, 후기에 접어들어 쓰기 시작했다)라는 개념을 상상해 본 적도 없을 것이고, 또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종’들은 그 자체로 완결되어 모든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한 상태이기에, 더 이상 진화의 과정에 들어설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종들은 ‘닫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린네와 퀴비에는 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단순한 학생에 불과했다”


전해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집의 25% 이상이 생물학 분야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생물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다만 ‘자연에 대한 일반적 연구’라고 했을 뿐이다. 여기에는 식물과 동물을 포함하여 혼의 능력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작품으로 『동물 탐구』,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동물 생성에 대하여』 등이 전해지는데, 이 세 작품을 아리스토텔레스 생물학에 관련된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강의 노트로 사용된 논고들의 모음인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저작 중 하나로 ‘동물학’에 대한 일반적 입문서다. 제1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으로, 관찰된 연구의 축적이랄 수 있는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속 나머지 세 권과는 별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 권마다 다루는 주제가 전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연속성의 부족은 제1권이 ‘다섯 개의 개별 논문’(강의 논고로 다섯 개의 ‘장’으로 표시됨)을 모아 놓은 것임을 보여 준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동물 탐구』에서 이루어진 사실 수집을 바탕으로 “동물 각각이 그러한 상태인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그 탐구에서 말한 것과는 분리해 그 자체로 고찰”(제2권 제1장 646a10-11)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몸의 기능을 밝히고, 동물과 그것들이 어울려야 하는 필연성을 보이며, 동일 기관이라도 동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전체의 서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제1권은 일련의 동물에 관련된 저작의 맨 처음에 놓이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로 제2권 첫머리에서 “동물 각각이 어떤 부분으로, 그리고 얼마만큼의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에 대한 탐구’ 속에서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놓았다”라고 말함으로써, 마치 앞으로 진행할 논의가 『동물 탐구』에 직접 이어지는 논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제2권 이후에는 제1권을 직접 참조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학 저작에서도 제1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제1권은 제2권 이후와는 독립적으로, 아마 맨 나중에 쓰인 논고로 추정된다.

목적론적 원리 그 자체가 지닌
‘존재론적 힘’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몸의 각 부분의 기능(작용)을 설명함과 동시에 각각의 부분이 존재하는 필연성이나 동물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필연성을 목적론적 방식으로 설명한다. ‘동물의 부분들’의 차이에 대한 논의에서 그는 각 동물에게 고유한 몸 상태, 생활 형태, 생활 환경 등에 비추어 그 차이에 적합하게 되어 목적에 맞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목적론’은 주로 동물의 부분들이 그 동물의 자연 본성(phusis)에 얼마나 적합한지, 또 동물 몸의 구성이 얼마나 각 동물의 생존이나 유익함이라는 목적에 적합한지를 밝힌다.

“자연은 결코 무엇 하나 헛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주 언급하는 이와 유사한 구호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자연은 헛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목적론적 원리는 동물의 발생에 참여하는 동안 동물의 형상적 본성(또는 혼)의 지향적 행동에 대한 일반화를 구성한다. 그 원칙은 동물과 그 부분들을 생성할 때, 형상적 본성은 항상 더 좋거나 최선의 것을 행하거나, 혹은 결코 헛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칙은 가능한 한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형상적 본성의 행동에 대한 인과적인 특성화인 셈이다. 이러한 형상적 본성에 기인하는 다양한 종류의 행위들은 동물과 그 부분들의 만듦에서 전형적으로 획득되는 다양한 종류의 인과관계 작동을 반영한다. 요컨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목적론적 원리는 자연의 목적론을 상기시키기 위한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목적론적 원리들 자체가 ‘존재론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