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심리학 연구 (독서)/1.심리학이론
청년 루터 (2025) - 불안한 영혼의 정신분석
동방박사님
2025. 4. 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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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45년 이후 서구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권의 책 가운데 하나” - 〈더 타임스〉
불안으로 들끓는 청년 루터의 내면을 해부하는 정신분석 혁명가 에릭 에릭슨의 기념비적 저작
1505년 천둥 벼락이 내리치던 어느 날, 공포에 휩싸여 극심한 불안에 떨던 스물한 살의 학생 루터는 그 자리에서 수도사가 되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그리고 불과 10여 년 만에 기독교 세계를 뿌리째 뒤흔든 거대한 반역자,
자기 시대의 가장 뛰어난 웅변가, 무서운 카리스마를 지닌 영적 지도자가 되었다.
『청년 루터』는 20세기 위대한 정신분석가 에릭 에릭슨이 청년 마르틴 루터가 겪은 격렬한 내면적 갈등을 예리하게 분석한 ‘심리 전기’다.
에릭슨은 이 책에서 심리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구축해, 성경 강해와 『탁상담화』 같은 루터가 남긴 방대한 문헌을 조사하고 루터에 관한 가톨릭·개신교·정신의학·사회학 분야의 해석들을 가로질러,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불러온 예외적 정신을 조명한다.
아버지에 대한 순종적이고도 반역적인 오이디푸스적 관계에서 시작해 과잉 순응으로 치달은 자기 처벌적인 수도원 생활, 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극렬한 불안 발작, 교황청이라는 대타자와 벌인 목숨을 건 대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루터의 정신이 분출하는 결정적 장면들을 포착하여, 근대의 문을 연 역사적 인물의 심리적 초상을 순도 높은 통찰의 언어로 그려낸다.
목차
머리말
1장 청년 루터와 정체성 위기
2장 성가대석의 불안 발작
3장 지상의 아버지와 하늘의 아버지
4장 창조적 정신의 자기거부
5장 순종과 반역의 역설
6장 내면의 혁명 ― 죄의식에서 믿음으로
7장 분노하는 영적 지배자
8장 비범성과 신경증
저자 소개
저 : 에릭 에릭슨 (Erik H. Erikson)
독일 출신 미국 심리학자, 정신분석가. 인간 발달 이론과 정체성 위기 개념을 정립했다.
생부가 누구인지 모른 채 덴마크 출신 유대인 어머니와 독일 출신 유대인 새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유대인과 다른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깊이 고민했다.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예술가를 꿈꾸며 유럽 각지를 떠돌다 1927년부터 6년간 빈의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안나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 훈련을 받았다. 나...
역 : 노승영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한다. 《향모를 땋으며》,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 《시간과 물에 대하여》, 《나무의 노래》, 《새의 감각》, 《숲에서 우주를...
책 속으로
내가 보기에 루터의 고유한 창조성은 프로이트가 ‘아버지 콤플렉스’와 벌인 결연한 투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세 후기의 선구적 사례였다. …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각자의 시대가 요구하는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은 단호함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물질적·과학적 팽창의 시대에 인간 양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 p.10~11
한때 루터는 갈등 증후군을 겪는 꽤 위태로운 청년이었던 듯하다.
루터는 영적 해법을 찾아냈는데, 때마침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에서 치료 역량을 지닌 윗사람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었다.
루터의 해법은 서구 기독교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적·정신적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
이런 우연한 상황은 만일 매우 특수한 개인적 재능 발휘와 맞물리면 역사적인 ‘위대함’을 만들어낸다.
--- p.20
청년 루터의 동시대인 중 세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루터는 20대 초반이나 중반 어느 날 에르푸르트 수도원 성가대석에서 갑자기 귀신 들린 사람처럼 날뛰며 헛소리를 하다가 바닥에 고꾸라져 “Ich bin’s nit! Ich bin’s nit!(그건 내가 아니야!)” 아니면 “Non sum! Non sum!(나는 아니야!)”이라고 황소처럼 울부짖었다. …
‘말 못 하게 하는 귀신이 들린 사람을 그리스도가 치유하시다’가 낭독될 때였다.
--- p.37
성가대석에서 일어난 발작 이야기가 애초에 내 눈길을 끈 것은, “나는 아니야!”라는 루터의 말에서 발작이 매우 심각한 정체성 위기의 일부임이 드러난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이 위기 속에서 젊은 수도사는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귀신 들린 것도, 병든 것도, 죄가 많은 것도 아니라고) 항변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자신이 무엇인지 혹은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치려는 데 있었을 것이다.
--- p.60
루터의 발작에는 성 바울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뿐 아니라 성인을 지향한 많은 사람들이 겪은 것과 같은 ‘종교적 엄습’의 몇몇 표지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총체적 계시의 목록에는 압도적인 깨달음의 광명과 느닷없는 통찰이 언제나 포함된다.
하지만 성가대석에서 일어난 발작에서는 부분적 의식 상실, 운동 협응 상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터져 나오는 외침 같은 총체적 계시의 징후적 측면, 즉 더 병리적이고 방어적인 측면만 나타날 뿐이다.
--- p.62
프로이트와 다윈을 비롯한 위대한 인물들이 가장 결정적인 업적을 이룬 것은 인생의 방향을 바꾼 뒤였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특별한 창조성에 이르는 돌파구의 시기에 신경증적 개입을 겪었다. …
위대한 인물은 아픔이나 실패, 광기를 자초해야 한다.
그래야 기성 세계가 자신을 짓이길지, 자신이 이 세계의 낡은 토대를 허물고 새 토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지 시험할 수 있다.
--- p.74~75
루터의 아버지는 모범적 시민이었지만 집에서는 양면성을 거침없이 내보였다.
자신의 기질을 최대로 발휘한 것은 자녀들에게서 그 기질을 없애려 시도할 때였다.
아버지가 자신을 처벌할 때 과연 독단과 악의가 아니라 사랑과 정의에 이끌리는지 마르틴이 의심한 원인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 초기의 의심이 훗날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어찌나 거세게 투사되었던지 마르틴의 수도원 스승들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를 미워하지 않으신다네. 그대가 하느님을 미워하는 것이지.”
--- p.96
자신의 강압적 우월을 애먼 곳에 써먹은 아버지, 자신의 도덕적 우위를 정당화하지 못하면서도 남들에게 도덕적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수법을 구사한 아버지,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는 아버지, 이런 아버지를 맞닥뜨렸을 때 마르틴은 어떻게 무력해지지 않으면서 복종하고, 무력화하지 않으면서 반항할 작정이었을까?
--- p.110
루터의 아버지는 아들의 성직자로서의 새출발을 한스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최종적으로 탈출하는 것으로 여겨 악담을, 그것도 그 자리에서 퍼부었다.
“하느님, 저것이 유령의 미혹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 마르틴은 유아기 투쟁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순종을 놓고 벌인 투쟁이었을 뿐 아니라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놓고 벌인 투쟁이기도 했다.
--- p.245~246
루터는 이렇게 말했다. “시편에서 ‘주님의 정의로 나를 건지소서’를 처음 읽고 노래했을 때 저는 겁에 질렸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하느님의 정의’가 가혹한 심판을 뜻한다는 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저를 가혹하게 심판함으로써 저를 구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저는 영원히 죄에 빠져 살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영문을 알게 되었고 ‘주님의 정의’란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정의라는 공짜 선물로 ‘우리를 의롭다 하심’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p.344~345
질투심 어린 야심을 품은 아버지에 의해 마르틴이 영아기 신뢰 단계에서, ‘엄마의 치마폭을’ 일찌감치 벗어났다는 해석은 타당하다.
아버지는 마르틴을 여성으로부터 조숙하게 독립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성실하고 듬직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키우려 애썼다.
아버지는 목표를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마르틴은 아버지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격렬한 의심을 품게 되었고, 자신의 조숙한 양심과 실제 내적 상태 사이의 지속적 간극을 평생 부끄러워했으며, 유아기 신뢰를 느끼던 상황에 깊은 향수를 느꼈다.
그의 신학적 해결책은 모든 의심 이전에 존재하는 믿음으로 돌아가는 영적 복귀와 더불어 세속 법의 칼을 불가피하게 휘둘러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복종이었는데, 이것은 그의 개인적 타협 필요성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 p.364
이 책에서 나는 한때 겁에 질린 아이였던 루터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예수 탄생의 중심 의미를 되찾았는지 서술했으며, 프로이트가 자기관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인간이 유년기의 사랑과 분노에 얽매여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어떻게 인간 갈등을 잠재적으로 더 안전한 통제하에 두었는지 내비쳤다.
이렇듯 루터와 프로이트 둘 다 “아동이 중심에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두 사람은 자기관찰 기법을 다듬어 고립된 인간이 자신의 개별적 환자성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 p.434~435
출판사 리뷰
악령에 시달리던 영혼은 어떻게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정신이 되었나?
에릭슨은 인간이 중대한 인생의 전환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정체성 위기’를 겪는다는 심리적 사실을 발견해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 책은 이 정체성 위기 이론을 메스로 삼아 청년기 루터의 삶을 해부한다.
내면의 격렬한 충동을 억누르며 부모의 뜻을 따르던 루터는 아버지의 소망을 거슬러 수도사가 된 뒤로 청년기 내내 극심한 죄의식과 혹독한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에릭슨은 루터가 폭발시킨 종교적 창조성의 밑바닥에서 이러한 신경증적 고통을 포착해 분석하고, 가톨릭에 맞선 루터의 신학적 투쟁을 비범한 청년이 그때까지 지녀 온 정체성을 벗고 새로운 자아로 재탄생하는 정신의 싸움으로 해석한다.
또 루터의 투쟁에서 동시대 르네상스인들의 인간중심주의를 발견하고, 프로이트와 다윈이 보여준 사상적 독창성의 선례를 찾아낸다.
더 나아가 루터의 불안과 분열 속에서 20세기 정치적 재앙을 불러온 아돌프 히틀러의 심리적 원형을 끄집어낸다.
이 책은 중세와 근대가 엇갈리는 이념의 격변기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정체성의 의미와 종교성의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인간 루터에 대한 이해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의 해석 지평을 넓힌 기념비적 저작이다.
혁명가이자 반혁명가였던 ‘문제적 인간’ 루터
“루터는 기독교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환자다.” ― 키르케고르“우리는 루터와 종교개혁에 모든 것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 괴테
중세 로마 가톨릭의 권위에 맞서 16세기 종교개혁을 이끈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유럽 정신사의 지형을 뒤흔들어 근대 문명의 시작을 알린 위대한 혁명가이자 사상가다.
동시에 루터는 농민과 유대인을 향한 잔혹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앞장선 반혁명가이며, 종교적 권위에 저항하면서도 세속적 권위에 복종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루터를 둘러싼 평가는 첨예하게 엇갈려 왔다.
“자유로운 근대 세계의 개척자”(헤겔),
“로마의 폭정을 무너뜨린 헤라클레스”(울리히 츠빙글리),
“자본주의 정신을 낳은 혁신가”(막스 베버)로 추앙받는가 하면,
“악마의 제자”(토머스 모어),
“르네상스를 망친 자”(니체),
“나치의 반유대주의의 원조”(카를 야스퍼스)라는 날선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