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여행박사 (독서)/4.일본여행

교토의 방식 (2025)

동방박사님 2025. 5. 3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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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발견! 거리 곳곳에 숨은 교토 도시 이야기

“여행자는 몰라서 안 보이고 토박이는 당연해서 지나치는 풍경들이 있다.

 사실은 그렇게 작은 풍경과 요소가 모여 ‘도시’나 ‘문화’처럼 거대하고 모호한 개념이 된다. 

교토는 역사적인 도시라 곳곳에 단서가 더 많다. 저자는 바로 그 단서를 찾아내고 정리해서 우리에게 교토만의 방식과 일본 문화의 특이점을 보여 준다.

 교토에 처음 갈 사람과 백 번 가 본 사람 모두에게 쓸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박찬용(에디터, 칼럼니스트)

교토는 다양한 얼굴을 한 도시이지만, 그 안에 큰 줄기로 흐르는 교토만의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을 발견하면 교토를 여행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워진다.

 이 책은 지리학자인 저자가 일 년간 교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일종의 교토 안내서다. 

도시가 보여 주는 작은 신호와 표시를 놓치지 않고 다양하고 재미있게 교토를 알아 가는 방법을 들려준다.

목차
서문

1장 교토의 방식

새해맞이(창문에 뽁뽁이를 붙이면서…….) | 교토의 방식 | 자전거 주차위반 | 조금 느리더라도 | 두 시인도 오리를 보았을까 [도시샤대학 윤동주, 정지용 시비] | 3월의 눈 [긴카쿠지(금각사)] | 쪼그리고 앉아 이끼를 돌본다 [긴카쿠지(은각사)]

2장 오래된 도시의 기능성과 예술성

거리의 관찰자 | 대문의 기초로 깐 돌들이 예사롭지 않다 | 도시형 전통 주택, 마치야 | 마치야의 언어 | 도시와 골목길 | 가게의 얼굴, 노렌 | 작은 것이라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 | 발견! 이케즈이시 | 조용하고 정갈한 마을에서 [샤케초]

3장 정원에 관한 아주 일반적인, 약간의 개인적인 설명

관음의 지혜를 얻을 때까지 [지센 정원] | 돌의 의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가레산스이 정원] | 차를 마시기 전에 [로지 정원] | 매일 쓸고 닦는 청소의 산물 | 가쓰라리큐 방문기! [가쓰라리큐] | 20세기 정원 [도후쿠지]

4장 일상과 축제 사이

아오이 잎을 머리에 쓰고 [아오이마쓰리] | 그래도 여름에 가야 한다면 [기온마쓰리] | 좋은 자리를 차지할 요량으로 서둘러 [지다이마쓰리] | 축제는 도시를 닮는다

5장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교토에서도 즐기는 방법

야구를 멀리하면 오래 살 것 같으나 [고시엔] | 맥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 아이스크림에 청주를 [후시미] | 따뜻한 원두를 가슴에 품고

6장 계절을 기억하는 교토

걷던 길을 잠시 멈추고 | 납량상이 조립되면 여름이 온다 | 7월의 사사카자리 | 붉게 타오르다


저자 소개
저 : 정치영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교토대학교 초빙학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지리학”인 역사지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과거의 경관이나 지리적 상황을 복원하고, 각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여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지역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 속으로
매일 오가면서도 무심히 지나치다가 거의 한 달 만에 학교 화단에서 발견한 작은 돌(?)이 있다. 

198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후쿠이 겐이치(福井謙一) 교수의 수상 기념비다. 

그는 프런티어 분자 궤도 이론을 발표하여 아시아 최초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교수를 비롯하여 학부 졸업생을 기준으로 교토대학은 지금까지 모두 여덟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수상자도 부러운 일이지만, 나는 이런 소박한 규모와 방식으로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일이 더 부러웠다.
--- p.16 , 「교토의 방식」 중에서

지금 보면 조잡하고 생뚱맞은 건물이 많지만, 당시 일본인들이 생각한 서양의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거리의 활기를 보여 주는 기념물이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은 나에게 간판건축은 좋은 구경감이었다. 

최근에는 간판건축도 많이 사라지고 있어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다.
--- p.77, 「마치야의 언어」 중에서

로지 정원에 가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로지몬이다. 

로지몬은 나무로 작게 만들며 띠로 지붕을 이어 검박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과하면 도비이시가 다실까지 손님을 이끄는데, 이 돌들은 빗물이나 흙에 의해 옷과 신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고 보행에도 도움을 준다. 

도비이시를 직선으로 놓은 경우는 드물고, 보행자의 시선과 보폭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적당하게 좌우로 리듬감을 주어 배치한다. 

돌을 배치하는 형태는 물론, 돌의 재질, 모양, 색채에도 변화를 주어, 돌을 깔 때 심미적인 면도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 p.128, 「차를 마시기 전에(로지 정원)」 중에서

투어가 시작되자마자, 미유키미치(御幸道)라고 부르는 직선으로 뻗은 길을 만났다. 

평평한 지면에 ‘아라레코보시(霰こぼし)’라는 수법으로, 즉 ‘싸라기눈을 뿌려 놓은’ 것처럼 돌을 깐 길이다. 교토의 가모가와(賀茂川)에서 가져왔다는 청흑색 자갈이 44미터에 걸쳐 놓여 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라레코보시 수법으로 돌을 깔려면 사방 50센티미터를 늘어놓는 데에 장인 한 사람이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 p.158, 「가쓰라리큐 방문기!(가쓰라리큐)」 중에서

한국은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고유한 지역성을 담은 전통 행사가 거의 사라지고 말았고,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창조(?)한 비슷비슷한 성격의 축제가 지역 주민과는 별로 관계없이 열린다. 

이에 비해 일본에는 동네마다 전통적인 행사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 지역 공동체의 힘이 세고,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며, 이웃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우리와 일본의 이러한 차이와 이를 낳은 요인을 비교하여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을 찾아야 한다.
--- p.199, 「그래도 여름에 가야한다면(기온마쓰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도시

어디까지가 유적이고 어디까지가 현대 생활일까? 

교토에서는 과거와 현대를 구분하기가 유달리 어렵다. 

도시 전체가 옛것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다. 교토를 거니는 일은 그래서 유적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으로 교토는 언제나 이곳저곳을 새롭게 가꾸는 데 끊임없이 열중하고, 유쾌할 정도로 상업적이며, 북적북적한 흥이 넘친다.

 오래된 문화를 지키는 일과 새로운 것에 항상 열려 있는 자세, 이러한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거였던가?

“전통문화와 예술을 보존하면서도 수도인 도쿄보다 근대화에 빨리 착수한 혁신성을 지닌 도시가 교토다. 

교토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즉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는 정신을 정말 잘 실천한다.” - ‘서문’에서

남이 치켜세워 주는 데 익숙한 점잔 빼는 멋쟁이처럼 교토의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도시 곳곳에서 눈썰미 좋은 여행자에게 발견되기를 숨죽여 기다린다. 

사전 지식 없이 가면 이 이야기의 단서를 허무하게 지나치고 말 공산이 크다. 

지리학자 정치영은 일 년간 교토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교토를 여행하려는 이들이 알면 좋을 만한 소재를 골라 차분히 들려준다.

 여행자가 무심코 지나칠 거리 곳곳에서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방식을 발견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 도시 외양에 숨은 인문적 발견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케즈이시’를 아시나요?

교토 거리에는 ‘이케즈이시’라는 돌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보기에는 참 별나고 보잘것없는 무릎 정도 오는 크기의 멋없는 돌이지만, 이웃과의 대립이나 분쟁을 되도록 피하려는 교토 사람의 유별난 기질을 잘 보여 주는 거리의 상징물이다. 

더욱 유별난 점은 효율성이나 미관과는 전혀 관계없는 듯한 이 돌을 교토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없애지 않는다는 점이다

. 바위 모양 그대로 거리에 툭툭 놓인 돌을 보면 네모반듯한 빌딩이 들어선 거리에서 21세기까지 용케 살아남았구나 싶다. 도시형 전통 주택인 ‘마치야’ 역시 교토에 유독 많이 남아 있다. 

교토 사람들은 낡고 오래된 전통 주택을 헐지 않고 카페나 음식점, 명품 매장으로도 사용한다. 

이렇게 오래된 것들이 여전히 기능성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교토가 변화하는 방식인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 신사를 짓고 정원을 만들었듯이, 지금 교토에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작은 신사와 자기 집 정원을 살피고 가꾼다. 저자는 교토의 정원이 아름다운 이유로 다름 아닌 매일매일의 ‘청소’를 꼽는다. 

교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계가 이토록 변해버릴 때까지도 이 오래된 신사의 정원을 사계절 내내 정성스레 쓸고 닦고 청소하기 때문이며, 이는 집 앞 정원을 가꾸고 들여다보는 일상생활과도 닿아 있다. 

나무로 된 작은 싸리비를 들고 이끼 밭에 떨어진 낙엽을 세심하게 골라내는 모습은 교토의 정원 문화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교토에 이미 가본 독자라면 스치듯 지나갔던 교토의 단단한 풍경들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수수하고 인간적이었던 풍경은 바쁜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더 선연하게 떠오른다.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교토 이야기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1장 ‘교토의 방식’은 느리게 흘러가는 도시 일상과 소박하게 기념하는 교토의 방식에 관해 들려준다. 

 

2장 ‘오래된 도시의 기능성과 예술성’에서는 오래됐으나 여전히 기능성을 발휘하는 교토의 생활 양식에 대해 말한다. 

전통 주택 마치야, 개성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 내걸은 문패, 가게의 얼굴이 되는 노렌, 반짝거리는 빌딩 사이에서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표지석 등이 그 주인공이다.

3장 ‘정원에 관한 아주 일반적인, 약간의 개인적인 설명’에서는 일본의 정교한 미의식을 볼 수 있는 정원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행자의 보폭을 고려해 돌을 절묘한 형태로 땅에 박아 만든 도비이시와 시키이시,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물그릇인 쓰쿠바이는 정원마다 전부 다 다르게 생겼다. 

이러한 요소를 찾아보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정원 감상은 배로 즐거워진다.

 

4장 ‘일상과 축제 사이’에서는 도시를 닮은 축제의 현장을 그대로 옮겼다.

교토 사람들이 전통 축제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5장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교토에서도 즐기는 방법’에서는 고교야구 문화를 비롯해 술, 커피 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교토라는 배경 위에서 말해 본다. 

6장 「계절을 기억하는 교토」에서는 계절마다 전통적인 풍물시를 향유하는 교토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일벌레로 알려진 일본인들이 계절의 소소한 기쁨을 즐기는 데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실린 375장의 사진은 전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책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를 생생한 장면으로 뒷받침한다. 사진과 사진 설명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흐른다.

교토 아다지오

이 책의 묘미는 여행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넓히고 도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 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교토가 아닌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책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 ‘서문’에서

교토는 무엇 하나 쉽게 바뀌지 않지만, 너무도 빠르게 과거를 지우는 도시도 있다. 

변해야 좋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 중 어느 하나의 당위를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란 어렵다. 

다만 교토의 아다지오를 경험해 봄으로써 우리는 우리만의 적정한 삶의 방식, 그 속도를 천천히 찾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교토는 삶을 이렇게 연주하는구나, 정도를 느끼며 즐거운 여행 준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708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