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선시대사 이해 (독서>책소개)/4.조선역사문화

조선 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동방박사님 2022. 2. 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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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포도청: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경찰 기관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흔히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하며 고문을 하거나 곤장을 쳐대는 곳으로만 인식된 포도청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조선 시대의 포도청은 도둑 잡기는 물론 전국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폭넓은 역할을 했다. 임금을 호위하는가 하면, 불법 벌목을 단속하는 삼림경찰, 화재에 대비하는 소방경찰, 공정 거래와 물가를 관리하는 경찰도 있었다.

『조선 경찰』은 포도청의 세세한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범죄 수사, 풍속 교정, 임금 호위, 암행어사 활동 등 ‘조선경찰’의 광범위한 활약상과 조선시대 민중의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을 살펴본다. 우리는 포도청의 역할과 조선경찰이 한 일들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백성이 저지른 범죄나 권력자의 횡포 등 포도청에 밀려든 온갖 사건, 사고가 곧 당대 삶의 진짜 면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경찰과 민중의 관계도 생각해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목차

제1장 조선 최대의 포도청 습격사건

1. 목수들의 집단 난동 15
2. 포도청 습격사건의 종말 21

제2장 조선의 경찰기관
1. 왕조의 뿌리 39
2. 죄인을 잡아 가두는 직수기관 47
3. 비직수 기관 58
4. 지방 기관 68

제3장 포도청
1. 한성부의 치안 87
2. 포도청의 설치와 변천 91
3. 순라제도 109
4. 풍속 교정 121
5. 기찰 및 신문 133
6. 형벌 147

제4장 도적과 포도청
1. 조선의 범죄 165
2. 포도 및 장도 167
3. 조선의 3대 도적 175
4. 조선의 신종 범죄 186
5. 형률의 개혁 193

제5장 왕권과 포도청
1. 왕권 강화책 205
2. 금제 216
3. 포도청 등록 227
4. 조선 말기의 포졸 238

제6장 경무청
1. 한말의 신경찰제도 277
2. 경무청 283
3. 경부 289
4. 경위원과 경무청 291
5. 경시청과 경찰권 상실 297

제7장 빼앗긴 경찰권
1. 원악 포졸 305
2. 권력기관과의 알력 312
3. 백성의 저항 319
4. 역대 포도대장과 경무사 328

참고문헌 337

저자 소개 

저 : 허남오 (許南吾)
 
1949년 출생. 진주중·진주고를 거쳐 동아대 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찍이 행정고 등고시에 합격하여 영암·진주·서울 동부경 찰서장, 대통령비서관을 거쳐 서울·부산·충 북병무청장을 지냈다. 한국국제대학교 총장을 거쳐 영산대학교 석좌교수로도 있었다. 지은 책으로 『환경의 법이념을 찾아서』, 『진주성 용사 일기』, 『우리 역사 삼십육계』, 『한국경찰제도사』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너희가 포도청을 어찌 아느냐. 이놈들!” 포도대장의 목소리는 분기탱천했다. 5월 17일 새벽, 안개가 횃불을 삼키며 뜰을 휘감고 있다. 대청에는 대장이 좌정하고, 좌·우포청의 종사관이 나앉고, 서원, 군관들이 울긋불긋한 제복을 입고 앉아 있다.
“저놈부터 당장 물고를 내라!”
그의 회초리는 탁경순을 가리켰다. 가장 오래 근무한 행수 군관 홍석무가 천천히 그리고 위엄 있게 입을 뗐다.
--- p.21

… 이리하여 30대의 목수 탁경순은 목이 잘려 효수되었다. 그때 도망간 개성 목수 등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포도대장 둘은 다른 일로 해서 그 해 9월에 먼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이해는 해운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한 해이기도 한데, 이 포도청 습격 사건의 전말을 보아도 한 왕조에 드리우는 황혼 빛을 읽을 수 있다.
--- p.36

기찰에는 변언이라는 수사 은어를 사용했다. 밤이 되면 포교가 포졸에게 암호를 지시하고 각 동리의 으슥한 곳에 잠복시켰다. 포교를 민간에서는 나그네라고 불렀는데, 이 나그네는 포졸에게 암호를 주었다. 잡을 사람이 김가면 개비쇠, 이가면 화초쇠다. 박가는 등걸쇠, 조가는 쌕쌕이쇠다.
--- p.137

그러다가 범인을 발견하여 “파리” 하고 소리를 지르면 잠복해 있던 포졸 6명이 나오고, “참새” 하면 데리고온 포졸 전부가 나와서 범인을 포위하고 체포한다. 포교들이 쇠털을 댄 소리 안 나는 신을 신고 다니는 것처럼, 이번에는 도적들이 똑같은 쇠털을 붙인 미투리를 신고 도둑질을 하러 다니다가, 진짜 포교가 뒤를 밟고 있는 것을 알면 이 도둑은 동료에게 “소리개 떴다. 병아리 숨어라” 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 p.137
 

출판사 리뷰

사회의 건전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 경찰
조선경찰을 살펴보면 지금 사회가 보인다


조선은 유교 중심의 문반 위주로 나라를 경영한 결과, 경찰권은 표면상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면적으로는 그 바탕 위에 왕권과 신권이 양립되어 왔다. 조선경찰은 국가와 사회의 안위를 지켜 왕위를 보전했다. 우리는 포도청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조선이 어떻게 유교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며,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는지 알 수 있다. 포도청은 글자 그대로 ‘도적을 잡는’ 곳이었지만, 도적만 잡은 것이 아니었다.

포도청에 속한 조선경찰은 백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임금을 비롯한 권력 기관과도 직접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백성 위에 군림한 면도 없지 않았다. 사욕을 채우고,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각종 가면극에 포졸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조롱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철종 때는 목수들이 포도청을 습격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렇듯 경찰을 매개로 한 시대를 바라보면 당시의 삶을 역동적으로 알 수 있는 동시에, 오늘의 경찰을 살아 있는 역사에 기초해 보게 된다. 한 사회 속에서 그 역할과 의미는 시대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경찰의 기능이 올바르게 돌아가지 않을 때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권력은 미움을 받아 쇠잔한다. 즉, 경찰의 이미지는 그 사회의 건전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2020년은 특별한 해다. 경찰청이 수사와 정보 그리고 국내 안보까지 도맡는, ‘포도청’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책 『조선경찰』을 통해 조선 사회의 부침을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경찰과 국민의 관계는 얼마나 건강한지 명확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