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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트럼프가 파괴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원형
핵폭탄, 그리고 섹스혁명과 미디어 혁명이 만들어낸 현대 미국
“일부 사회비평가들은 전반적으로 순응적인 태도와 끝없는 소비욕구를 보이는 ‘침묵하는 세대’를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또 이들은 중산층의 생활수준이 마치 현상 유지에 대한 맹목적 순응의 대가로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시대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시기였다.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반체제 운동을 가능하게 할 혁신적인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이 알게 모르게 지나치게 물질적인 것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 서문 중에서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의 이미지는 늘 양가적이었다.
한편에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계인들의 이상향으로 여겨지던 초강대국이 있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미국은 언제나 지향해야 할 목적지이자 모델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와 팝 음악, 청바지와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문화는 우리에게 희망과 풍요의 약속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냉전의 갈등속에서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모습이 외신면을 통해 잊혀질 만하면 등장하곤 했다. 베트남 전쟁, 이란과 남미의 쿠데타 등 미국의 개입이 초래한 세계 곳곳의 분란들은 우리가 동경하던 이미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미국은 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미국은 단순한 일면적 대국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정치와 이상주의가 충돌하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제국이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등장하여 미국을, 그리고 세계를 다시 고립주의의 터널로 끌고 들어가기 전까지, 미국은 언제나 국제주의의 전면에 서서 책임을 떠안았던 나라였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1950년대 현대 미국의 탄생〉(The Fifties)은 바로 그 양가적이었던 미국의 기원을 탐사하는 책이다. 20세기의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도 처음부터 자신들의 위상을 자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질서는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그 막대한 비용과 책임을 선뜻 떠안으려 하지 않았다.
많은 미국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했고, 정치권 역시 세계의 경찰 노릇을 맡아야 한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갈등과 망설임, 시행착오와 실험이 뒤엉킨 가운데 미국은 서서히 세계질서를 이끄는 리더로 변모해 갔다.
이런 변모가 단순히 외교정책이나 군사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핼버스탬이 이 책에서 보여주듯, 전환은 사회 전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대군인들이 돌아오자 급속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교외에 새로운 타운들이 들어서고, 자가용 자동차와 텔레비전이 보편화되면서 풍요로운 소비문화가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그 와중에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쳤고, 흑인 민권 운동의 싹이 텄으며, 기업 문화의 혁신이 이뤄졌다.
전후 미국의 총체적 변화가 맞물리며 현대 미국을 만들어낸 것이다.
핼버스탬은 바로 이 1950년대를 통해,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이 만들었던 공화국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총화가 된 ‘제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정치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일상과 대중문화, 기업과 노동에서 인종 문제와 냉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삶 전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사회사적 서술에 가깝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핼버스탬은 한국전쟁부터 맥도널드의 탄생,엘비스프레슬리의 등장부터 CIA의 비밀 공작까지, 1950년대를 구성한 무수한 조각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개인의 욕망과 문화,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미국적 정체성을 형성해 갔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으며, 핼버스탬 특유의 생생한 인물 묘사와 세밀한 장면 연출은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제가 급성장한 1950년대 미국에서는 현재까지에 이르는 소비사회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한편, 그 번영의 이면에는 냉전, 핵무기, 인종차별, 여성차별, 60년대에 표면화된 성 억압 등의 문제가 숨어 있었다.
핼버스탬은 50년대 미국 사회의 빛과 어둠을 드러낸다.
저자는 시대의 조감도를 그려냄에 있어서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파고드는 미시적 관점에서 묘사하려고 하며, 복잡한 이야기를 엮어 당시의 미국의 모습을 드러낸다.
맥아더, 트루먼, 매카시, 리처드 닉슨, 오펜하이머, ‘수소폭탄의 아버지’ 텔러 등 서로에 대한 증오와 원한을 품고 있는 정치, 군사, 과학의 대표자들이 마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또한 자동차, 주택, 할인점, 맥도날드, 모텔 등 대량 생산 시대에서 대량 소비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상품을 살펴보면서 업계 주요 인사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특히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디자이너 할리 얼(Hurley Earle)에 주목하는데, 기능보다는 미학적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 끊임없이 소비자의 욕구를 만들어내는 그의 방식은 소비사회의 원형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들려주는 증언이 여러 각도에서 인용되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호의적으로 묘사되는 사람들이 다른 데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이로 묘사되기도 한다.
어쨌든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장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치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텔레비전의 부상은 여러 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는데,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감독 엘리아 카잔, 배우 말론 브란도가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겹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숨겨진 섹스에 관한 혁신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 되었던 성적 조건을 폭로한 킨제이 박사의 이야기, 그리고 경구 피임약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사회가 발전하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가운데, 그런 사회 안에서 불만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이후 60년대에 폭발할 반(反)문화 흐름을 준비하게 된다.
미국의 1950년대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세계 정치와 사회의 균열, 냉전의 유산, 기술과 자본이 만들어내는 삶의 변화는 바로 그 시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이라는 양면성과 그 토대를 이루는 시대적 역동성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차
서문 _007
제1부
제1장 루스벨트가 없는 시대: 미국 정치, 전환점에 서다 _015
제2장 핵무기의 딜레마: 트루먼과 오펜하이머의 대립 _040
제3장 조지프 매카시와 반역의 시대 _084
제4장 한국전쟁Ⅰ: 아무도 원하지 않은 전쟁 _105
제5장 한국전쟁Ⅱ: 맥아더의 승리와 오만 _127
제6장 수소폭탄의 아버지들: 에드워드 텔러와 스탠 울람 _141
제7장 한국전쟁Ⅲ: 중공군의 개입과 전환점에 선 전쟁 _162
제8장 대량소비의 마법사 할리 얼: 디자인이 이끈 GM 혁명 _185
제9장 교외의 탄생: 윌리엄 레빗이 일으킨 주택 건설 혁명 _206
제10장 할인점의 개척자 유진 퍼카우프의 성공 신화 _224
제11장 패스트푸드의 혁신가들: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 _240
제12장 미국식 모텔 체인의 개척자 케몬스 윌슨과 홀리데이 인의 탄생 _267
제13장 이제부터는 텔레비전 시대: 미디어의 격변기가 시작되다 _277
제14장 텔레비전이 바꾼 정치: 케포버 청문회와 새로운 정치의 시작 _290
제15장 “아이 러브 루시”, 텔레비전이 바꾼 일상과 연예계 _301
제16장 1952년 대선의 주역들: 맥아더의 퇴장과 아이젠하워의 등장 _313
제17장 텔레비전 정치 광고가 바꿔낸 1952년 대선의 모습들 _346
제18장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대의 개막과 매카시즘의 종말 _374
제19장 아웃사이더들의 만남: 윌리엄스, 카잔, 브란도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_390
제20장 킨제이 보고서: 성의 혁명이 시작되다 _418
제21장 피임약 개발의 선구자들: 생어, 맥코믹, 핀커스의 혁명적 여정 _433
제22장 비트 세대의 탄생과 반문화 운동의 선구자들 _453
제2부
제23장 흙수저 출신 부통령 닉슨의 고독한 권력 _477
제24장 냉전 시대의 두 얼굴: 오펜하이머의 몰락과 수소폭탄 시대의 개막 _506
제25장 CIA가 주도한 첫 번째 쿠데타: 1953년 이란 작전 _549
제26장 냉전 시대 비밀 공작의 모델이 된 과테말라 쿠데타와 CIA _566
제27장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인도차이나 정책 _594
제28장 브라운 판결과 인종 분리 정책의 종식을 향한 첫걸음 _628
제29장 에멧 틸 살해 사건, 민권 운동에 횃불을 붙이다 _656
제30장 목화 채집기의 발명과 흑인 대이주의 가속화 _676
제31장 1950년대의 반항아들과 청년문화의 탄생: 브란도, 딘, 프레슬리 _696
제32장 에드 콜의 엔진혁명: V8이 열어준 마력의 시대 _748
제33장 웨스팅하우스와 말보로가 일으킨 광고 혁명 _762
제34장 1950년대 텔레비전 시트콤이 그린 이상적인 미국 가정 _782
제35장 C. 라이트 밀스, 전후 미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다 _801
제3부
제36장 버스 보이콧 사건과 마틴 루터 킹의 등장 _829
제37장 금기를 깨다: 먼로의 누드에서 시작된 〈플레이보이〉 신화 _867
제38장 소설 〈페이튼 플레이스〉가 그려낸 선구적 여성상 _889
제39장 1950년대 교외의 숨겨진 불행, 페미니즘 운동의 토대가 되다 _905
제40장 피임약의 탄생 _923
제41장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와 우주 경쟁 시대의 서막 _935
제42장 자만이 초래한 위기: GM이 버린 혁신의 길 _969
제43장 텔레비전 퀴즈쇼가 만든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 _989
제44장 흑인 문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다 _1025
제45장 저무는 아이젠하워 시대: U-2 사건과 흐루시초프 _1072
제46장 혁명과 변화의 시대: 카스트로와 케네디가 상상한 세상 _1096
인터뷰 명단 _1127
참고문헌목록 _1128
찾아보기 _1138
저자 후기 _1146
역자의 말 _1149
저자 소개
저 : 데이비드 핼버스탬 (David Halberstam)
1934년 4월 10일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 예술대학을 1955년에 졸업했다.
대학시절, 하버드 크림슨이라는 학보 편집자로 활동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미시시피의 작은 일간지 기자로 일하다가 「내쉬빌 테네시안」에서 'the American Civil Rights Movement' 기사를 연재하였다.
1960년대 중반에 「뉴욕 타임스」 재직하면서 'Civil Rights Movement'를 연재하였고, 베트남...
책 속으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 프랭클린 D.루스벨트의 그림자는 여전했다. [‥·] 루스벨트는 완벽한 현대 정치가였고, 민주주의와 현대적 매스컴을 최초로 접목한 인물이었다.
라디오를 마치 자신만의 도구처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그의 능력은 수백만의 가난한 미국인들, 새로운 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공감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루스벨트는 유일한 대통령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식 정치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 「제1장, 〈루스벨트가 없는 시대〉」 중에서
황량하고 거친 땅에서 벌어진, 아무도 원하지 않은 전쟁이었다.
거기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 정치인들은, 불과 수개월 전에 거긴 전략상 가치가 거의 없으며 우리의 방어권 밖이라고 선언했던 이들과 같은 인물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지성들을 모아놓고 이 저주받을 전쟁을 치르기 위한 최악의 장소를 고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만장일치로 한반도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딘 애치슨은 작가 조셉 굴든(Joseph Goulden)에게 이렇게 말했다.
--- 「제4장, 〈한국전쟁i〉」 중에서
맥아더의 미 상하합동회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당파에 따라 나뉘는 듯 보였다.
미주리주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유이 쇼트는 “우리는 육신을 입은 하느님의 모습을 봤다.
” 하버트 후버 전대통령은 맥아더를 “성 바오로의 환생이자 동방에서 온 위대한 육군 대장”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트루먼의 반응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빌어먹을 헛소리일 뿐입니다.”
--- 「제7장 「한국전쟁ⅲ〉」 중에서
맥도날드 형제는 미국인의 삶에서 중요한,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이동하고 있었고, 직장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출퇴근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시간적 여유가 없이 항상 쫓기는 듯 보였다.
미국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옛날 방식의 개인 서비스는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
고객들은 신속하게 식사하길 원했다.
--- 「제11장, 〈패스트푸드의 혁신가들〉」 중에서
케포버 청문회는 태생적으로 폭발적인 드라마를 담고 있었다.
생중계되는 흑백 화면의 한 쪽에는 딱 봐도 악당처럼 보이지만 말투와 태도에서는 자신들이 지하세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선량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범죄에 관한 질문을 해대는 케포버와 그의 수석 변호사 루돌프 할리(Rudolph Halley)가 있었다. 에스테스 케포버는 남부 출신의 배우 지미 스튜어트(Jimmy Stewart)처럼, 정부의 부패에 지쳐 스스로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고독한 시민 정치인처럼 보였다.
--- 「제14장, 〈텔레비전이 바꾼 정치〉」 중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단순한 한 편의 연극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었다.
통속적인 성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미국 사회와 문화 생활에서 하나의 강력하고도 새로운 흐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블랑슈의 점잖은 빅토리아 풍의 허세가 스탠리의 원초적인 성적 매력에 의해 잔인하게 고역당한다는 줄거리조차 상징적으로 보였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매일 밤 관객들이 눈에 띄게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극장을 떠났다.
블량슈의 비극적인 파멸에 놀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어쩌면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에서 막 변모하기 시작한 폭력적인 변화의 일면을 엿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 「제19장, 〈아웃사이더들의 만남〉」 중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사람들 중에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 거주하던 대학교수 한 명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Kinsey)였다.
1950년 브로드웨이에서 이 연극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의 두 선구적인 저작 중 첫 번째 저서인 〈남성의 성적 행동〉을 출판해 놓고 있었다.
이 책은 흔히 ‘킨제이 보고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 킨제이는 자신과 윌리엄스가 방법은 다르지만 매우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즉각 알아챘다
. 그것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성적 자아를 숨기기 위해 사용했던 가면을 벗겨내는 일이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킨제이는 사회가 믿고 싶어 하는 미국인의 성행위와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성적 관행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는 한편으로는 흥미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 「제20장, 〈킨제이 보고서〉」 중에서
그들은 도시의 흑인 문화에도 매료되었으며, 그들이 쓰는 표현들을 가져다 썼다. ‘dig’(이해하다), ‘cool’(멋진), ‘man’(친구), ‘split’(떠나다)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백인 밥스터, 즉 재즈 애호가로 여겼다.
그들은 흑인이 어떤 면에서는 더 자유롭고, 보수적인 미국사회의 제약에 덜 구속받는다고 믿었으며, 흑인의 이러한 상태를 모방하고자 했다.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전설로 여겨지는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새로운 사운드를 비롯하여 당시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은 거의 비트 사회로 들어서는 입장권과도 같았다.
--- 「제22장, 〈비트 세대의 탄생과 반문화 운동의 선구자들〉」 중에서
1953년 7월 19일, 커밋 루스벨트는 비밀 작전을 지휘하기 위해 베이루트에서 바그다드로 직접 차를 몰고 갔다.
그는 당시 제임스 록리지라는 가명을 사용했는데, 이는 그가 사용하던 여러 가명 중 하나였다.
그는 오랫동안 기대해 왔던 대모험의 시작을 앞두고 흥분된 상태였다.
그는 1909년 자신의 아버지가 할아버지 테디 루스벨트와 함께 동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때 썼던 글을 떠올렸다
. “위대한 모험이었고, 온 세상이 젊었다!. 나는 당시 아버지가 느꼈을 것과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다마스크스로 가는 산길을 오르면서 나는 신경이 곤두서고 기운이 솟구쳤다.”
--- 「제25, 〈CIA가 주도한 첫 번째 쿠데타〉」 중에서
이 세계의 핵심 인물들, 즉 CIA와 정부 내 다른 비밀 부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던 핵심 실세들은 곧 그들만의 문화와 관습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대외 정책을 논의하는 공개 토론 석상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신문이나 의회의 토론 석상에 등장하는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의 진짜 주역들이었다.
그들은 유쾌하고 상냥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필요할 경우 왕과 총리, 군부 독재의 장군을 만들거나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항상 그들 손에 있었다.
--- 「제26장, 〈냉전 시대 비밀 공작의 모델이 된 과테말라 쿠데타와 CIA」 중에서
과거에도 백인들은 흑인 재즈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은 일부 엘리트층에 한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중들이 정서적으로,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기존 질서가 도전받고 있었고,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 「제31장, 〈1950년대의 반항아들과 청년문화의 탄생〉」 중에서
”관광객들에게는 이런 마을들이 엽서처럼 평화로워 보이죠.
하지만 엽서 그림 밑으로 들어가 보면, 발로 돌을 뒤집었을 때처럼 온갖 이상한 것들이 기어 나옵니다.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죠.
비밀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외부인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 거죠.“
--- 「제38장, 〈소설〈페이튼 플레이스〉가 그려낸 선구적 여성상〉」 중에서
“이 나라는 국방에 예산을 너무 적게 써서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이나 너무 많이 쓴 탓에 숨막혀 죽을 수도 있습니다.”
--- 「제41장,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와 우주 경쟁 시대의 서막〉」 중에서
딘 애치슨은 토론을 보며 두 후보 누구에게도 감명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의 눈에 두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과 광고 회사의 도움을 받아 모든 이슈에 대해 철저하게 계산된 입장을 취하는 차갑고 기계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는 해리 트루먼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봤을 때, 이번 선거에는 인간다운 후보가 없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어딘가 비인간적인 기술자들 같습니다.
둘 다 영리한 참모들에 둘러싸여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누구도 그것들을 하나의 인간적 신념이나 비전으로 통합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들이 지나치게 계산적입니다.…
이 둘은… 정말이지 저를 지겹게 만드는군요.”
--- 「제46장, 〈혁명과 변화의 시대〉」 중에서
출판사 리뷰
1993년의 시점에서 59세를 맞이한 이 책의 저자, 핼버스탬은 그의 성장기였던 50년대를 현대 미국을 만든 연대였다고 기록한다. 핼버스탬은 우리 식으로는 하버드대 51학번이었다.
그가 말하는 ‘현대’미국은 90년대의 미국이다.
50년대 미국은 핵개발 경쟁이 가속화한 미소냉전이 격화한 시기였다.
또한 피임약의 개발로 섹스혁명의 단초가 마련되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섹스로 인한 임신 공포가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가전의 발명으로 여성이 가사에서 해방된 단초가 되듯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가능하게 된 것은 50년대 서서히 이루어진 이들 도구의 발명 덕분이었다.
텔레비전의 등장은 미국의 대중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은 미디어의 혁명이었다.
라디오스타들은 텔레비전의 등장에 맞춰 변신하지 못하면 도태되었다.
대통령 등 주요한 선출직 공직자들 역시 TV 토론에 능해야 표를 얻을 수 있었다.
라디오 시대 루즈벨트식의 노변정담은 사라지고 케네디와 같은 이미지 연출에 능한 정치인들의 시대가 되었다.
또 포드자동차식의 조립식 공정을 거친 상품들이 산업을 바꿔놓았다.
50년대에 맥도널드 햄버거의 등장으로 미국의 외식문화는 프랜차이즈 1천점을 넘어서며 패스트푸드로 음식문화가 바뀌었다. 홀리데이인이 등장해 표준화된 서비스의 호텔 체인이 들어섰다.
유진 퍼카우프는 대형할인점으로 유통산업을 전변시켰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뜻하지 않은 개입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기기 위한 전쟁’을 비긴(begin)했다.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의 승리 이후 트루먼의 뜻과 반하는 오만한 작전으로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다.
뜻밖에도 마마보이였던 그의 진면목은 한국 전쟁 이후 미국으로 귀국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씁쓸하고도 쓸쓸한 퇴장’을 하면서 아이젠하워에게 전쟁영웅의 자리를 내주었다.
저자 핼버스탬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실책을 케네디정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기록해 풀리처상을 수상했다.
영국의 〈가디언〉이 그의 부고기사에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고 다작작가였다고 평가했다.
59세의 핼버스탬은 1990년 현대 미국을 분석하면서 그 기원을 자신이 20대의 수습기자시절을 보냈던 1950년대에서 찾았다. 한국에서 지금 은퇴를 앞둔 86세대 기자들은 우리의 2020년대를 만든 연대를 어디에서 찾을까?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이자 산업화시대였던 70년대? 민주화가 본격화된 80년대?
넷문화가 태동하고 본격 자본주의 대중문화가 만발한 90년대?
한번쯤 지금 현재의 기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방법일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언론인·정치학자·사회학자·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참고서처럼 활용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7098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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