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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경 위에 구축된 배제와 공존의 기억!
접경지대는 어떻게 존재해 왔는가?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경계, 사람들은 흔히 국경을 배타적인 모서리로 인식한다.
주권과 영토, 국민을 보존할 방패로서의 측면에 집중한 것이다.
고전적인 국경론처럼, 때로는 나라 간 경계가 고정불변하고 신성하며 초역사적인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경계지대의 사람들은 협력 공간을 형성하고 혼종화된 정체성을 발판 삼아 공존해 왔다.
접경지대를 통해 게르만족과 교류한 고대 로마, ‘급류 너머’ 오지를 약동시킨 우크라이나의 코자크인들, 다양한 사람과 지식이 모여 칸트 철학의 토대가 된 쾨니히스베르크 항구.
이처럼 경계는 낙후된 주변부를 넘어 다종다양한 문화와 체제가 공명하는 문화적 접촉지대, 즉 ‘접경지대(Borderland)’로 자리했다.
저자는 접경성이 곧 힘이자 창조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국경 개념에 민족문화의 단일성과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갈등 과장’이 자행되었다고 지적한다.
일국사적인 기억 정책과 함께 접경지대 사건들을 더욱 배타적으로 왜곡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국경의 궤적 속에 역사가 겹겹이 쌓인 도시들을 찾아간다.
서유럽, 북유럽과 동유럽, 지중해, 나아가 유럽의 식민 시대까지, 시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얽힌 역사’는, 독자들을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관계의 역사로 이끌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서유럽
1장 _로마 제국과 게르만족의 국경 전쟁, 토이토부르크 숲
2장 _유럽의 심장, 아헨
3장 _유럽의 길목, 브뤼셀
4장 _사라진 국경 왕국, 로타링기아
5장 _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크?
6장 _프랑스와 독일 민족주의 발상지, 라인강
7장 _공유 국경, 콘스탄츠 호수
2부|중부와 동부 유럽
8장 _서독과 동독의 국경위원회
9장 _중심과 주변의 이중주, 베를린
10장 _영원한 변경, 오스트리아
11장 _독일과 폴란드의 피 흘리는 국경선, 오드라-니사강
12장 _이주민들이 만든 국경 마을, 체코 주데텐란트의 브로우모프
13장 _유럽의 국경 검문소, 헝가리
14장 _영원한 국경, 우크라이나
3부|북유럽과 발트해
15장 _초경계적 디아스포라, 발트해
16장 _이주와 복수의 도시, 칼리닌그라드
17장 _기억 전쟁, 노브고로드
18장 _공존의 도시, 에스토니아 탈린
19장 _국경 투표의 비극, 슐레스비히-홀슈타인
4부|지중해의 항구도시
20장 _망명객·예술가·커피의 항구도시, 트리에스테
21장 _끝나지 않는 기억 전쟁, 리예카/피우메
22장 _중세의 항구도시, 팔레르모
23장 _십자군 왕국의 항구도시 아크레
5부|유럽이 만든 세계의 국경들
24장 _설탕섬의 눈물, 아이티와 도미니카
25장 _그레이트 게임의 희생양, 아프가니스탄의 듀랜드 라인
26장 _영국의 출구 전략, 인도와 파키스탄의 래드클리프 국경선
27장 _중동의 화약고, 사이크스-피코 경계선
28장 _유럽의 전리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저자 소개
저 : 차용구
서양사 전공자로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서양의 접경을 연구하는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의 단장을 역임했고,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독일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 연구소·한스자이델 재단·그라이프스발트대학 발트해 연구소·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아시아 연구소·일본 홋카이도대학 슬라브 유라시아 연구센터·튀르키예 히타이트대학 이슬람 신학대학·유엔 사회개발 연구소 등 ...
책 속으로
경계 짓기가 인류의 보편적인 행위이기는 하지만, 유독 16세기 이후 근대 유럽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지도에 경쟁적으로 경계선을 그었다.
‘원시사회’에 살고 있던 비서구인들을 ‘보호구역’에 가두어야만, 서구 물질문명의 안전보장 시스템을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대의 목적론적인 지적 담론이 되었다.
자본도 동전의 양면과 같이 국가와 공모해서 경계를 구획하고 구분했다.
서구 자본주의는 해외 시장 개척을 추진하면서 비서구의 영토를 식민지화했고, 이렇게 서구 근대성과 식민주의는 한 몸에 여러 동물이 뭉쳐 있는 그리스 신화의 키메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키메라가 내뿜는 불처럼, 서구의 문명 담론은 비서구 사회를 야만으로 규정하고 이른바 인류의 보편적 발전과 세계 문명화라는 명목하에 무자비하게 정복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로마 제국과 게르만족은 배타적인 대립 관계라기보다 상호 의존적인 관계였다.
로마 제국은 오래전부터 국경 인근의 게르만족들과 외교·군사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교역도 활발하게 했다.
리메스(limes)로 불리는 로마의 방어 시설들은 국경 너머의 현지인들 간에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진행되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마 제국의 라인강-다뉴브강 경계선은 문명과 야만이 마주치는 문명 단층선이 아니라 선택적이지만 통과가 가능한 투과막(透過膜)과 같았다.
로마는 국경 외부의 게르만 부족들과 보호-피보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른바 보호국들과 우호적인 외교와 군사 전략을 구사했다.
--- 「제1장|로마 제국과 게르만족의 국경 전쟁, 토이토부르크 숲」 중에서
코자크라는 말 자체가 자유를 의미했을 정도로 이들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일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초경계적 전사 집단이었다.
제정러시아 시대에는 돈(Don)강 유역의 코자크 기마대가 시베리아와 극동의 연해주까지 러시아 영토 팽창의 전위부대로 활동하기도 했다.
1860년대 이후에는 수십 명의 코자크들이 두만강을 넘어 함경북도 지역까지 와서 교역을 요구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평원의 초원길을 돌아다니던 코자크들 중 일부가 16세기 후반부터 우크라이나 드네프르강 연안의 자포로지예라는 변경지대에 정주했다.
--- 「14장|영원한 국경, 우크라이나」 중에서
이베리아반도 출신의 무슬림 순례자였던 이븐 주바이르(Ibn Jubayr)는 1184년 10월에 메카 순례를 마치고 아크레 항구에서 제노바 소유의 선박을 타고서 50명의 다른 무슬림 순례객들과 함께 귀향했다.
제노바와 베네치아가 지중해 수송을 독점하던 상황이라 마지못해 그리스도교인들과 같은 배에 탈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목격했던 아크레 주변의 상황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상인과 순례자들의 안전은 보장되었고 무슬림들의 그리스도교 개종을 우려할 정도로 두 종교 집단의 관계는 무척 긴밀했다고 한다.
이븐 주바이르는 무엇보다도 현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능수능란한 아랍어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중 언어 사용은 항구도시와 같은 접경지대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 「23장|십자군 왕국의 항구도시 아크레」 중에서
이 과정에서 약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고향 땅에서 쫓겨났고, 새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이들이 살던 집과 마을을 차지했다.
팔레스타인 영토의 78%가 유대인들에게 넘어갔다.
밸푸어 선언에 명시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비유대인 공동체의 시민권과 종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결국 시온주의자들뿐 아니라 영국인들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는 폭동으로 이어졌다.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유대인과 무슬림들의 공존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 「28장|유럽의 전리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상호 의존과 관용, 협력으로 상생하는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접경지대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된 로마 제국은 이민족들과 긴밀히 얽혀 있었다.
리메스(limes)라 불리는 방어 시설에서는 게르만족과의 교류가 이루어졌고, 국경은 문명과 야만의 경계가 아니라 통과 가능한 투과막으로 존재했다.
독일의 영웅인 아르미니우스는 그러한 사이 공간에 살았던, 그래서 라틴어와 게르만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했던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접경지대 역시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공간이다.
동유럽 일대를 넘나들던 다종족적 집단,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이룬 코자크인들은 폴란드와 러시아 변경에서 헤트만을 형성하고 드네프르강 너머에 있던 오지를 역동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발트해 연안 쾨니히스베르크 항구는 수많은 사람과 지식이 만나는 접경지대가 되었다.
자신이 태어난 쾨니히스베르크를 평생 떠나지 않았던 칸트도 다양한 인종과 부류의 사람을 만나며 ‘세계지(Weltkenntnis)’를 형성했다.
유럽 문화의 경계에 위치한 팔레르모와 아크레에서는 무슬림들이 유럽인과 공존했고, 시칠리아의 노르만 궁전에 초대되어 ‘궁정 사라센인들(palace Saracens)’로서 자리 잡았다.
영토의 덫에서 벗어나 초국가적·초영토적 기억 속으로
오늘날 유럽은 EU의 출범과 함께 초국경적 통합을 이루었다.
솅겐 조약에 따라 개방된 국경은 과거 이상으로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를 보장한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를 포함한 비서구 사회는 서구 열강이 임시적이고 자의적으로 그은 분계선으로 인해 지금껏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산다.
식민주의 시대가 끝난 후에도 ‘제국주의가 만든 국경’이라는 유산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했다.
세계 곳곳이 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초국가적인 감염병 코로나19가 국경을 넘나들었다.
자국만 고려한 정책은 더 큰 혼란을 유발하며 이웃 나라와 함께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자연이 새삼 일깨운 것이다.
그 결과 군사적 요새나 정치적 장벽이 아닌 교량으로서 국경을 인식하는 경향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제 국경에 대한 초국가·초영토적인 기억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강제적으로 구축한 ‘세계화의 폭력’이 국경 안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국경은 가변적인 사회적 산물이다.
그런 만큼 ‘고정적 선’이라는 1차원적 시각에서 벗어난 다의적이고 다중적인 국경경관(borderscape)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 있는 국경을 근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독자들을 경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접경지대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인도해 줄 것이다.
책의 구성
『유럽의 국경사』는 총 5부 2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서는 서유럽, 중부와 동부 유럽, 북유럽과 발트해, 지중해의 항구도시, 유럽이 만든 세계의 국경들을 중심으로 경계의 역사를 펼쳐나간다.
1부 ‘서유럽’에서는 로마 제국과 게르만족 사이의 토이토부르크 숲과 관련된 ‘얽힌 역사’를 시작으로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헨과 유럽의 길목인 브뤼셀을 다룬다.
이어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실용적인 노선을 걷다 사라진 왕국 로타링기아, 알자스의 중심지 스트라스부르/스트라스부르크,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민족주의 발상지인 라인강, 마지막으로 공유 국경으로 자리 잡은 콘스탄츠 호수를 조망한다.
2부 ‘중부와 동부 유럽’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구성되어 온 국경선에 주목한다.
분단된 독일의 국경위원회, 중심부와 주변부의 면모를 모두 지녔던 베를린, 영원한 변경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에 이어 독일과 폴란드를 가로지르는 오드라-니사강, 이주민들이 세운 체코 주데텐란트의 국경 마을 브로우모프, 유럽의 검문소 헝가리, 영원한 국경이자 코자크인의 땅인 우크라이나를 다룬다.
3부 ‘북유럽과 발트해’에서는 발트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른 대양과 비교해 얼핏 ‘갇힌 바다’로 보일 수 있지만, 발트해는 수많은 땅과 민족을 아우른 ‘유럽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3부에서는 초경계적 디아스포라인 발트해를 시작으로 칸트의 고향이자 이주의 도시, 칼리닌그라드를 들여다보고, 노브고로드에 얽힌 기억 전쟁을 다루며 공존의 도시가 된 에스토니아 탈린, 국경 투표가 이뤄졌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을 조명한다.
4부 ‘지중해의 항구도시’에서는 망명객과 예술가, 커피의 항구도시인 트리에스테를 살펴본 후 기습 점령과 기억 전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리예카/피우메, 노르만족과 유대인, 무슬림이 공존했던 팔레르모, 십자군 왕국의 항구인 아크레를 소개한다.
지중해를 매개로 한 광범위한 조우 속에서, 이처럼 항구도시는 ‘사이 공간’으로 기능하며 나름의 질서와 교류 문화를 형성해 갔다.
5부 ‘유럽이 만든 세계의 국경들’에서는 제국주의 시대 유럽이 만든 세계의 국경선을 다룬다.
악순환에 빠진 아이티와 도미니카의 갈등, 그레이트 게임의 희생양으로 그어진 아프가니스탄 듀랜드 라인, 인도와 파키스탄을 나눈 래드클리프 국경선에 이어 중동의 화약고가 된 사이크스-피코 경계선,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사를 탐구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0644906>
'54.서양사의 이해 (독서요약) > 4.유럽역사문화 (동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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