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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권노갑의 이름으로 한국 현대 정치사를 다시 읽다
권노갑은 역사의 전면에 서기보다 그 전면이 흔들리지 않도록 곁을 지켜온 인물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혹독한 정치적 격랑을 견디며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은 한 개인의 정치 이력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이 책에 모인 다양한 증언들은 권력을 앞세우지 않았던 참모의 태도, 계산보다 신의를 택했던 선택, 그리고 분열의 시대 속에서도 통합을 향해 나아가려 했던 정치적 신념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117명의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집단 증언록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총리와 장관, 동지와 후배, 경쟁자와 벗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한 이름 앞에서 다시 만난다.
민주주의의 분기점마다 곁에서 시대를 지탱해온 한 정치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 정치사의 굴곡과 기억을 함께 되짚는다.
이 책은 한 인물을 기리는 헌사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자리에서 같은 시간을 건너온 이들의 기억이 모여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다시 그려낸다.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정치란 무엇이며, 한 인간의 품격은 어디에서 완성되는가.
목차
프롤로그 5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
이희호_우리 부부가 늘 감사해온 이름, 권노갑 20 / 권양숙_사람과 신의를 중심에 둔 정치를 행동으로 증명해온 분 22 / 문재인_선당후사의 표상 권노갑 24 / 김원기_실세였으나 권력이 아니었던 사람 28 / 임채정_나이를 잊은 도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30 / 김형오_제2선에 머물렀으나 시대를 꿰뚫은 사람 33 / 정세균_인재를 키운 정치, 권노갑의 길 35 / 문희상_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37 / 박병석_순명(順命) 권노갑 선배 39 / 우원식_순명 너머의 단심 41 / 이수성_분노하지 않는 정치의 품격 45 / 김부겸_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넉넉하고 큰 느티나무 47 / 김민석_권노갑 고문의 백년 삶에 부쳐 50 / 한광옥_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한 사람 52 / 한화갑_사람을 품은 권노갑 형님 55 / 김무성_김대중 대통령님의 주춧돌 57 / 박지원_ ‘김대중의 권노갑’, 그 이름으로 충분하다 59 / 정동영_‘정풍(整風)’의 칼날을 ‘순명(順命)’으로 품어낸 거인, 권노갑 62 / 송영길_우리 시대 정치사의 보통명사 권노갑 71 / 정청래_우연처럼 시작된 필연의 동행 78 / 조국_ 버팀목의 정신을 잇다 82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
김상근_위대한 이름 곁의 또 다른 이름 92 / 고도원_신(信)의 면류관, 믿음으로 남은 사람 96 / 김덕룡_민주주의를 함께 건너온 동반자 106 / 김방림_여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는 마음이 넓은 큰오빠 111 / 김성재_ 정직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직 한길로 살아오신 분 116 / 김성호_김대중 정신의 영원한 등대지기 126김옥두_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분 130 / 김재기_마지막까지 민주주의를 책임지려는 사람 133 / 김종구_충성의 연대기 135 / 김창혁_권노갑, 열전의 시간 137 / 김태랑_형님 계셔 동교동 사람으로 남아 141 / 남궁진_민주화 견인의 공헌자 146 / 박광태_권노갑 고문님은 인생에 성공한 사람이다 148 / 박석무_DJ의 비서실장이자 만인의 형님 154 / 박주선_한 시대의 품격을 남긴 충신 158 / 배기선_ 든든한 울타리이자 중심을 지키는 폴대 162 / 서청원_따스한 봄날의 가슴을 가진 분 165 / 설훈_한길로 지켜낸 충정의 정치 168 / 신중식_한국 야당 정치의 산증인이자 역사 175 / 심재권_광주의 시간, 권노갑이라는 이름 177 / 양승현_순명, 주연 같은 2인자의 길 181 / 양영두_대한민국 민주역사에 크게 기록되길 소망하며! 183 / 유경현 큰 자리보다 큰일에 몸 바친 대인(大人)의 삶 188 / 유인학_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큰어른 192 / 윤영찬_민주주의의 시금석을 지켜낸 사람 196 / 이석형_충성과 의리, 불굴의 정신과 열정 202 / 이종찬_한 시대를 살아온 세계인 206 / 장성원_ 학(鶴) 같은 정계 원로 211 / 주승용_품는 정치, 권노갑의 리더십 214
3부 권노갑의 일과 삶
정대철_김대중의 사상을 살아낸 정치인, 권노갑 224 / 김경수_위대한 지도자의 정치적 동반자 228 / 김관영_도전하는 삶 231 / 김동연_순명으로 운명을 뒷받침한 영혼의 동반자 233 / 김동철_리더를 도와 참된 리더로 만드는 최고의 참모 236 / 김영록_살아 있는 김대중 정신, 영원한 큰형님 241 / 김정길_신의와 헌신의 대서사가 안겨주는 커다란 울림 244 / 김홍국_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250 / 김현종_“여러분, 제가 권노갑입니다” 252 / 김홍국_역경을 지나, 긍정과 열정으로 서 있는 사람 257 / 노관규_차가운 수사실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기개 260 / 박영선_모스크바의 겨울, 권노갑을 만나다 263 / 박용진_김대중이라는 거목과 권노갑이라는 버팀목 272 / 박찬대_민주당을 지켜온 어른의 품격, 그 든든한 버팀목 276 / 박찬수_ 공부·절제·용서와 화해로 남은 정치인 279 / 백학순_넉넉한 품, 김대중 철학을 품다 282 / 성장현_영원한 정치 스승 284 / 소강석_사군자 같은 삶을 담은 기록이여 영원하여라 287 / 송석구_중용을 지키는 노자 같은 자유인 290 / 신영균_국리민복을 향한 변함없는 동행 292 / 안희정_황무지를 숲으로 만든 사람 294 / 양부남_신념의 깊이를 가르쳐준 어른 296 / 유준상_영원한 동반자, 권노갑 고문님께 드리는 헌사 299 / 윤공희_빅토리노 보지 않고도 믿은 사람 301 / 윤원중_정파를 넘은 품격 303 / 윤창환_한 걸음 뒤에서 역사를 떠받치다 307 / 이계성_겨울 참나무 거목의 아우라 314 / 이광래_인간 권노갑과 함께했던 마음의 기록 317 / 이부영_ 민주주의의 상수(常數), 권노갑 321 / 이성헌_멈추지 않고 배우며 나아가는 사람 323 / 이영성_형제처럼, 분신처럼 325 / 이정민_버팀목의 삶을 선택한 사람 327 / 정성호_정치의 품격을 가르쳐준 참 스승 330 / 조수진_스승의 곁을 지킨 순명 335 / 조한규_일본 연수의 막전막후 337 / 천정배_인정이 넘치는 김대중 정신의 화신 343 / 황정미_회한에 머물지 않는 정치인 346 / 황주홍_긍정과 낙관의 불사조 348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
박우수_자유인 권노갑 360 / 김명진_닮고 싶은 멘토이자 나의 동급생 364 / 김태철_대학원생 권노갑 367 / 맹찬형 공부하고 품는 정치인 373 / 박정운_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길을 묻는다 375 / 신계륜_마음을 비운 아름다운 삶 377 / 신장용_그는 아직도 봄을 걷는다 379 / 어윤대_아직도 ‘앞으로’를 말하는 사람 385 / 엄영수_권노갑 고문의 건강 비결 388 / 여상규_다정다감하고 품격 있는 큰어른 395 / 윤신근_개에게서 배운 정치의 마음 398 / 이연택_후배들이 본받는 참 어른 401 / 이윤석_비단결 같은 사람 403 / 이윤지_시를 사랑하는 따뜻한 어른 410 / 이헌재_정관자득의 내공 415 / 이훈평_62년 지기가 밝히는 인간 권노갑 417 / 장석일_영국신사 권노갑 고문 420 / 장화경_언론을 존중한 사람, 권노갑 424 / 정균환_인생의 장타를 날리는 사람 426 / 정은지_T. S. 엘리엇의 시를 외우는 공부길 위의 현자(賢者) 429 / 정은성_두려움 없는 도전 435 / 주영진_현역으로 남은 정치의 어른 438 / 천슬미_역사를 들려주던 어른 443 / 최경원_영원한 스승, 고독한 구도자(求道者), 권노갑 446 / 최경주_노갑열전(魯甲列傳) 448 / 한인권_절제로 다져진 품격 450 / 한상진_권노갑 박사학위 논문에 거는 기대 453 / 허경만_김대중 총재의 그림자 권노갑 464 / 홍준호 배움을 멈추지 않는 정치인 466
부록
김대중 총재 ‘총격 해프닝’ 수행 의원들 먼저 피신했다 470 / 이슈 대담: 지역감정은 없앨 수 있다 ① 474 / 뫼로 가라는 까닭은 487 / 권노갑(權魯甲) 연보 492
책 속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권노갑 고문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아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나는 권노갑 고문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권노갑 고문과 일생을 함께한 것이 행복합니다. (이희호,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부인)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걸어온 이들과 평생의 기억을 모은 이 평전이, 권노갑 이사장님 개인의 발자취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의 본령과 역사의 현장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기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권양숙,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노갑 고문의 삶은 한 개인의 정치 이력을 넘어, 민주주의를 쟁취해온 한 시대의 기록이다.
이제는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을 주는, 민주당과 민주 진영의 큰어른으로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 「프롤로그」 중에서
권노갑 고문께서는 본인의 인생 역정을 순명(順命)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 안에 있는 단심(丹心)을 봅니다.
사람들은 권 고문의 명성과 영향력만을 기억할 뿐, 58세 되는 해에야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김대중의 복심이었기에, 때로는 공격받고 물러서야 했던 순간 또한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운명처럼 만나서 한평생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행복이자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삶이 아니라, 뜨거운 마음, 변하지 않는 진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우원식 편)」 중에서
나는 형님과 정치할 때 많은 것을 상의했다. 때로는 대통령님의 성공을 위해서 형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있다.
대통령님께서 떠나시고, 세 명의 진보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형님은 현실 정치에 있는 내가 가장 깊게 상의할 수 있는 멘토였다.
이제 형님은 나의 롤모델이다. 형님 뒤만 따르면 나의 인생도 성공하고 평가받을 것이다.
DJ께서 자신의 저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평생 공부하며 생각하며 살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 나도 형님을 늘 배우고 살 것이다.
형님의 반만이라도 닮으면 나도 성공한 인생으로 남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말이다.
---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박지원 편)」 중에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권노갑 상임고문의 인생 또한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 인생은 민주주의 발전과 늘 함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임을 몸소 실천해 오셨던 권노갑 상임고문님은 한 그루의 멋진 소나무처럼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을 든든히 지켜주고 계십니다.
---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정청래 편)」 중에서
권노갑에게 김대중은 함께 견딘 현실이었습니다.
복수 보통명사 김상근에게 김대중은 시대가 요구했던 가치의 이름이었습니다.
권노갑 평전은 한 측근의 충성이나 권력 내부의 비화를 기록하는 작업이어서는 안 됩니다.
한 정치인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치가인 인간 권노갑의 진실이 우리 가슴에 오래 남는 평전이었으면 합니다.
---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김상근 편)」 중에서
1997년 15대 대선 직전, 권노갑과 동교동계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DJ가 당선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1960년대 초부터 오직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인생을 바친 권노갑의 위대한 결단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선언 이후 역사에 기록될 권노갑의 백의종군 선언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최측근이 자발적으로 권력을 내려놓은 사례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김성호 편)」 중에서
아키노 대통령(필리핀 공항에서 마르코스에게 살해당한 아키노 의원의 부인)이 대통령 되기 위해 한참 정치를 할 때 김대중 선생께서 필리핀에 가신 적이 있다.
어느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는데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때 필리핀의 치안 상태가 그러했다.
그러자 모두 식당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기고 난리가 났다.
그때 권노갑 고문이 벌떡 일어나 김대중 선생을 뒤에 두고 앞을 노려보며 총알이 날아오면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함께 있던 몇몇 사람이 일어나서 행동을 같이 했다.
거의 본능적으로 일어났다고 들었다.
---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설훈 편)」 중에서
내가 아직 중앙정보부에 재직했던 70년대 김대중 선생은 엄격한 감시하에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국내 정치 공작의 명수 김영광 판기실장 사무실에 들리면 현황판에 동교동 조직표가 붙어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한문으로 권노갑(權魯甲) 석자가 유난히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권노갑은 1961년 김대중 선생이 인제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여 겨우 당선될 때부터 김대중 맨이 되었다.
당시 청년 정치인 김대중은 1954년, 1959년, 1960년 세 번 낙선하여 빈털털이 신세였다.
경제적으로도 파산 상태인데다가 부인마저 세상을 떠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때에 권노갑은 목포여고 영어교사직을 사직하고 최악 상태인 김대중 후보를 도와 당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무엇하나?
의원 둥록조차 못하고 5·16 군사정변으로 국회가 해산되어 주군 김대중은 다시 낭인이 되었다.
하지만 권노갑은 여전히 청년 김대중 의원의 비서로 활동했다.
권노갑 비서는 명의만 남은 김대중 의원의 오른팔이요, 제일 가까운 복심이 된 것이다.
---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이종찬 편)」 중에서
지금도 내가 정치적 조언을 구하고, 힘들 때 의지하는 분이 바로 권노갑 형님이다.
그만큼 신뢰가 깊고, 관계가 오래되었다. 그래서 나는 권노갑 고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고, 정치적으로도 존경하는 사람이다.
권노갑이라는 이름은 한 정치인의 이름을 넘어선다.
그것은 김대중의 사상이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어떻게 이어지고,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증언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렇게 남긴다.
--- 「3부 ‘권노갑의 일과 삶’(정대철 편)」 중에서
권노갑 고문을 만난 것은 모스크바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크렘린 궁 앞 호텔 일식당에서 나를 만난 고문님은 너무나 반갑게 테이블로 다가오셨다.
당시 모스크바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은 북한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권노갑 고문은 “김대중 총재께서 최초로 동구권 헝가리를 방문하시고 계시는데, 귀국길에 소련을 방문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그 일을 추진하러 소련에 힘들게 입국했다”고 말씀하셨다.
--- 「3부 ‘권노갑의 일과 삶’(박영선 편)」 중에서
그 기꺼운 선택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독하고 고결했던 장면은 따로 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생명과도 같았던 전남 목포 지역구를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에게 내준 일이다. 정치인에게 지역구란 단순한 기반이 아니다.
그것은 세월의 땀과 지지자들의 신뢰가 응축된 정체성 그 자체다.
그러나 그는 미련도 계산도 없이 자신을 비웠다.
주군과 그 가족을 위한 길이라면, 자신의 터전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권력을 좇는 이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단.
그러나 그에게 정치란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 ‘내려놓음’이야말로 그가 보여준 신의의 정점이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역사와 대의를 떠받치는 사람. 권노갑, 그는 바로 그런 참모였다.
--- 「3부 ‘권노갑의 일과 삶’(윤창환 편)」 중에서
“경기북부에서 김대중 정신을 이어 갈 민주당 정치인은 문희상, 김병호, 그리고 정성호다.
” 말씀을 마치실 때면, 내게는 꼭 이렇게 덧붙이셨다. “정 의원, 잘해야 한다.
” 나는 대학 시절부터 인권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키우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왔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떠오르는 나라’가 내 정치의 방향이 되었다.
고문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그 한마디는, 바로 그 정신을 이 땅의 민생과 민주주의가 맞닿아 있는 정치 현장에서 실천하라는 뜻이었고, 나에게는 격려이자 당부였으며,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사명으로 마음 깊이 새겨졌다.
--- 「3부 ‘권노갑의 일과 삶’(정성호 편)」 중에서
지금도 또렷한 눈으로 종이사전을 들춰보는 그의 시선은 지적인 열락(悅樂)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받아든 어린아이의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색깔을 달리하며 꼼꼼하게 기록해 놓은 그의 공부 노트는 발견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가 가끔 후회하는 일은 좀 더 일찍 지적 방랑의 길에 접어들지 못했음이다.
그의 역사에 관한 관심은 지대한데, 이것은 단지 정치인의 역사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유산에 대한 탐구로 자신의 마음의 영토를 넓히고, 현실의 한계를 더욱 또렷하게 인식하겠다는 그의 탐구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마음이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그는 진정 부유한 사람이다.
---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박우수 편)」 중에서
이제 권 고문은 영문학도로서도 자기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그는 케네디(John F Kennedy) 자서전을 문학 텍스트로 연구하여 영문학 석사를 취득한 후 학문적 역량을 확인하더니 더 큰 도전에 나섰다.
박사학위 논문은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 연설문들을 수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훗날 그의 묘비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와 ‘권노갑’ 사이에 ‘영문학 박사’가 들어있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김태철 편)」 중에서
“둘째 절대 남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인생길 많은 정치적 부침을 보아온 나로서는 그 말에 절대 공감한다.
일반인 같으면 너무나 분하고 수치스러움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 될 때에도 그는 언제나 초연함을 잃지 않았다.
권 고문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정치 후배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서 앞장서서 그를 모함하고 공격할 때에도 결코 의연함을 잃지 않고, 본인이 모시는 주군을 위해서 희생양을 자처하였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말할 수 없이 힘들었을 텐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다.
지금 100세를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뵙기를 원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림자만 보아도 영광스럽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이윤석 편)」 중에서
고문님은 지금도 매일 영자신문을 읽으시면서 영어 공부를 하십니다.
문장을 다시 읽고, 단어를 정리하는 그 반복된 공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강인한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의 큰 뜻을 따라 희생하시고 다시 또 노년에 이르러 다른 이들이 편리함에 쉽게 취할 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상을 관리하면서 공부하시는 모습은 하루하루의 시간을 자신이 소망하는 길을 따라 성실하게 지켜내는 표본으로 조용한 울림을 줍니다.
공부란 어느 특정한 젊은 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이어지는 길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는 권노갑 고문님에게서 평생을 학자로 공부하며 살아가는 저 또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정은귀 편)」 중에서
‘정치 이후 권노갑’이 이렇게 어떤 분야에 매진하고 진심일 수 있는 건 건강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가 영어 못지않게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진심인 건 잘 알려져 있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그가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고 심신을 갈고 닦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경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라(愛己愛他).” 그 말씀을 실천하는 이가 권노갑 고문이 아닐까 싶다.
---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홍준호 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 사람을 넘어 한 시대를 기록하다
117인의 기억으로 다시 쓰는 민주주의의 시간
‘김대중의 영원한 비서실장’ 권노갑, 대표적인 정계원로인 그는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대중재단 이사장,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이사장을 맡아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올해 96세가 되는 그를 위해,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장, 국무총리, 장관, 정치적 동지와 후배, 경쟁자와 벗에 이르기까지 117명의 인물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권노갑 百人 평전』은 존경받는 한 사람의 원로 정치인을 기리는 책이지만, 결국 한국 현대 정치사를 기록한 책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기억하며, 한 사람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정치의 굴곡과 민주주의의 여정을 다시 불러낸다.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에서는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장, 국무총리와 당대표 등 시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권노갑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기억 속 권노갑은 직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비서실장이었지만 비서에 머물지 않았고,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시간을 건너온 이들의 증언 속에서 권노갑은 직함을 넘어 민주주의의 시간을 떠받쳐온 이름으로 다시 새겨진다.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분열과 연대가 교차하던 시대의 결을 펼쳐 보인다.
유신의 억압과 민주화의 열망, 정권교체와 정치적 화해의 시간 속에서 권노갑이 붙들었던 것은 권력이 아니라 ‘옳다고 믿은 방향’이었다.
독재와 탄압을 견디며 민주주의를 향해 걸어온 이들의 기억 속에서 권노갑은 한 정치인을 넘어 한 시대의 태도로 읽힌다.
3부 ‘권노갑의 일과 삶’은 정치가 직업이기 이전에 삶의 태도였던 시간을 보여준다.
민주화를 위해 견뎌야 했던 고난의 세월, 정권교체를 향해 이어졌던 집요한 준비, 그리고 권력의 문턱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결단까지.
계산보다 신의를 앞세우고, 승리보다 책임을 택했던 순간들이 모여 권노갑이라는 이름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남긴다.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은 정치 이후의 권노갑을 비춘다.
팔순이 넘어 다시 교실로 돌아간 만학도, 가르치기보다 배우기를 택한 자유인.
공부는 그에게 성취가 아니라 자유였고, 배움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내일을 여는 힘이었다.
백세를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질문하며 배우는 그의 모습은 정치인의 삶을 넘어 한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각 부의 도입에는 권노갑 인생의 주요한 순간을 보여주는 자료 사진이 실려 있다.
김대중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함께했던 권노갑의 화양연화 시절부터 96세의 나이에도 정계 원로의 역할을 다하는 권노갑의 삶의 행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당시 정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사와 대담, 권노갑의 삶을 정리한 연보가 실려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3대 국회 초선 시절 권노갑 의원과 노무현 의원이 지역감정과 정치 구조의 문제를 놓고 나눈 대담이다.
두 정치인이 바라본 한국 정치의 고민과 현실 인식을 생생한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정치의 현장을 기록한 취재수첩 기사들이 함께 실려 있어 민주화 시대 정치 현장의 긴장과 사건들을 전한다.
평전의 서술을 넘어 실제 대화와 현장 기록을 통해 당대 정치의 공기와 맥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록에 실린 기사와 대담, 권노갑 연보는 권노갑이라는 인물과 그가 지나온 시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료가 된다.
『권노갑 百人 평전』은 한 인물을 기리는 헌사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민주주의를 함께 건너온 사람들의 기억이 모여 완성된 집단 기록이다.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정치의 본령은 무엇인가.
그리고 한 인간의 품격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121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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