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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
* 전미도서상, 애니스필드울프상, 마크린턴상 수상 *
백인-흑인 중심의 이분법적 역사관을 넘어
선주민을 미국사의 주역으로 복원한 야심찬 시도
그동안 미국사는 황무지에 정부를 세운 청교도나 서부를 개척한 백인 정착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왔다.
최근 들어 미국 역사학계가 흑인이 겪은 노예제의 역사를 국가 형성의 핵심으로 조명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아메리카의 원래 주인이었던 선주민은 여전히 미국사 서술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서부 쇼쇼니 티모악 부족 출신인 네드 블랙호크 예일대 교수는 이처럼 흑백 이분법과 백인 정착민 영웅 서사에만 치중해온 기존의 관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선주민의 시각에서 미국사를 완전히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 책은 유럽이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선주민 부족과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이주민들 사이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사를 새롭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15세기 에스파냐 식민지 경영부터 20세기 선주민 자결권 투쟁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의 극심한 폭력과 강제 이주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주권과 존엄을 지켜낸 선주민의 위대한 생존기를 되살려낸다.
이 거대하고 새로운 역사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미국을 보다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목차
서론: 새로운 미국사를 위해
1부 인디언들과 제국들
1장 미국의 기원: 인디언과 에스파냐 제국의 국경 지대
2장 북동부 선주민과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부상
3장 폭력의 예측 불가능성: 이로쿼이아와 뉴프랑스
4장 선주민의 오대호 세계: 대륙의 심장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5장 정착민의 봉기: 미국혁명의 토착적 기원
6장 식민주의와 헌법: 연방 인디언 정책의 기원
2부 주권 확보 투쟁
7장 쇄도하는 정착민 식민주의: 공화국 초기의 민주주의와 선주민에 대한 강탈
8장 대외 정책의 형성: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 그리고 국경 지대와 ‘먼로 선언’의 기원
9장 붕괴와 전면전: 선주민의 서부와 미국내전
10장 탈취당한 어린이와 조약지: 거류구역 시대의 법과 연방 권력
11장 20세기의 여명과 선주민의 석양: 선주민 활동가와 인디언 소멸 신화
12장 종결 정책에서 자결권까지: 냉전과 미국 선주민의 주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네드 블랙호크 (Ned Blackhawk)
네바다주 서부 쇼쇼니의 티모악 부족 출신 역사학자로, 현재 예일대학교 교수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도시 선주민’으로 성장해 맥길대학교, UCLA, 워싱턴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으며, 1999년부터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9년 예일대학교에 부임했다. 이후 ‘예일대학교 선주민 연구 모임(Yale Group for the Study of Native America)’을 이끌며 미국 선주민 역사...
역 : 최재인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19세기 후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사 전공으로 젠더, 인종, 계급 등의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서양 여성들, 근대를 달리다》(2011), 《서양사강좌》(2016), 《평화를 만든 사람들》(2017), 《다민족 다인종 국가의 역사인식》(2009), 《여성의 삶과 문화》(2019) 등이 있다. 《유럽의 ...
책 속으로
최근 학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은 노예제 역사가 미국의 형성 과정에서 핵심이었다고 보지만, 미국 선주민을 비슷한 시각에서 보는 학자는 거의 없다.
다인종 개념보다는 [인종을 흑인과 백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구시대적 개념이 과거사 연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연구에서 노예제는 미국 사상과 정반대되는 것들을 대표한다.
유수의 학자들은 노예제를 미국의 원죄이자 미국의 기초가 된 제도로 본다.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어느 미국 역사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창세기에 자유와 노예제는 미국의 아벨과 카인이 되었다.
” 하지만 원래부터 살던 관리자가 가꾸지 않은 미국의 에덴동산을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에서 추방된 선주민은 자신들이 포함된 역사가 서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미국을 낳은 것은 선주민의 고향 동산이었기 때문이다.
--- 「서론」 중에서
1492년에 선주민 약 7500만 명이 살던 아메리카는 에스파냐 식민주의자들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후 여러 세대에 걸쳐 에스파냐와 인디언의 관계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에스파냐는 아메리카 전역에 폭력과 질병과 학살을 불러왔지만, 몇백 년이 지나자 선주민과 이주민을 하나로 묶은, 협상을 통해 구축된 권력 관계에 기대게 되었다.
--- 「1장 미국의 기원」 중에서
1600년에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선주민 구역에서 선주민 15만 명이 살았지만, 100년이 지나자 남은 인구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구의 90퍼센트가 유럽인이 가져온 질병, 유럽인 정착이 가져온 압박, 전쟁, 노예화로 소멸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쫓겨나는 경험을 했고, 곧이어 식민지 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동자 신분이 되었다.
에스파냐 제국에서 그랬듯이, 인디언은 북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인종적 차별을 받는 노동력이 되었다.
--- 「2장 북동부 선주민과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부상」 중에서
발견이라는 환상은 역사에서 더 중요한 통찰을 놓치게 만들곤 했다.
유럽인의 사고방식은 역사 서술을 지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그런 서술은 선주민뿐만 아니라 유럽인 식민 정착지에서 유래한 변동까지 가려버렸다.
사실 유럽인 정착지에서 유래한 변동들 탓에 치명적 변화가 퍼져나갔다.
1609년 7월, 샹플랭이 총독으로 취임한 첫해에 그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수백 명의 몽타녜인과 알곤킨 동맹군이 모호크와 싸우기 위해 모였다.
모호크인은 갈대로 짠 갑옷을 입고, 호수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 공격은 초기 미국사의 다른 어떤 순간 못지않게 17세기를 경과하는 동안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 예견케 한다. 이 전투는 전쟁의 성격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이 전쟁의 여파는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 「3장 폭력의 예측 불가능성」 중에서
수많은 형태로 존재했던 일상적 관계가 프랑스인과 선주민을 하나로 묶어주면서 18세기 내륙의 풍경이 형성되었다.
여기에는 무역과 장사, 정치적 중재와 분쟁 해결, 종교적 개종과 종교적 통합주의, 혼인이나 친족 관계 형성을 통한 결합, 군사적 갈등과 동맹이 포함되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었다. 선주민과 비선주민 모두가 의존, 의무, 충성의 그물망으로 얽혀 있었다.
--- 「4장 선주민의 오대호 세계」 중에서
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 쓴 대로, 영국 왕실은 “무자비한 인디언 야만인”이 “우리 변경의 주민”을 공격하도록 부추겼다.
제퍼슨이 시사한 바에 따르면, 그런 선주민은 오직 하나의 법칙, 요컨대 전쟁을 통한 지배만을 알았다.
그들은 또한 18세기 초 분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우리 북부와 남서부 변경의 모든 정착민을 절멸시키기로 결의했다.
” 이렇게 해서 멀리 있는 폭군의 대행인 또는 대리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선주민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와 함께 식민자와 본국의 영국인 동포 사이를 갈라놓는 더 큰 이데올로기적 변화가 생겼다.
내륙에서 인디언들과 무역, 외교, 정치적 관계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영국의 정책으로 인해 식민자들의 혁명 투쟁이 더 공고해졌다.
한마디로 인디언을 향한 식민자들의 분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야심을 더 불타오르게 했다.
--- 「5장 정착민의 봉기」 중에서
내륙의 식민지화는 선주민의 일상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미국의 정치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선주민의 추방과 미국의 국가 형성이 얽혀서 진행되는 과정은 미국혁명 이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면서 초기 공화국의 토대를 놓았다.
1783년에는 불분명했지만, 선주민(그리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연방정부의 궁극적인 권한과 권위, 주권이 미국헌법에 새겨지게 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부분적으로는 내륙 영토 및 선주민 네이션과 연관된, 해결될 수 없는 갈등들로 인해 연합헌장에 기초한 미국 최초의 정부를 폐기하고 새로운 입헌정부를 채택한다.
이는 내륙에 대한 권력을 중앙집권화하려는 투쟁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뒤로 식민주의 정책이 확대되었다.
--- 「6장 식민주의와 헌법」 중에서
이렇듯 정착민 식민주의가 쇄도함으로써, 공화국 초기에 상호 연관된 세 가지 인종적 변환, 즉 국가가 승인한 선주민의 퇴출, 백인 남성 입헌 민주주의의 확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예 제도의 확대가 동력을 얻었다.
이 세 가지 현상은 독립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서로 연관된 상태로 등장했다.
연방정부가 내륙 토지를 취득할 권한이 커지자 연방정부의 권력이 이런 식의 새로운 인종적 구분을 뒷받침했다.
--- 「7장 쇄도하는 정착민 식민주의」 중에서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미국 공화국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런 폭력과 식민지화로 선주민 사회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다.
미국이 태평양 연안의 영토들을 발견하고 획득하자 미국 지도자들은 이 멀리 떨어진 땅과 이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가의 주권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 「8장 대외 정책의 형성」 중에서
내전을 북부와 남부 사이의 분쟁으로만 보면 이 정착민 혁명과 그 혁명에 수반된 폭력을 놓치게 된다.
이런 폭력이 변화를 불러왔다.
이 시대를 “노예제” 대 “자유”의 분쟁으로 규정하는 시각도 인디언의 소유권 박탈, 추방, 심지어 대량 학살을 일으킨 수많은 미국의 군사 행동을 삭제해버린다.
이런 관점은 노예제 폐지가 미국의 자유를 성취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찬양할 수만은 없는 좀더 복잡한 과거를 은폐한다.
--- 「9장 붕괴와 전면전」 중에서
관료들은 인디언의 토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였는데, 선주민을 몰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프랫의 유명한 말처럼, 목표는 “인디언을 죽이고, 인간을 구하는 것”이었다.
프랫은 “인종으로 존재하는 인디언은 모두 죽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109 도스, 거류구역의 관리, 사회개혁가 들은 프랫의 이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이들 중 다수가 문화 말살 정책을 인도적 방식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주민이 열등하다고 믿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지도자들과는 반대 입장이었다.
루스벨트는 1886년에 뉴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죽은 인디언만 훌륭한 인디언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 명 중 아홉 명은 그렇다고 믿는다.
” 그리고 그는 “열 번째의 경우에 대해서는 너무 자세히 캐묻고 싶지 않다”라고 마무리했다.
--- 「10장 탈취당한 어린이와 조약지」 중에서
익숙하면서도 망각된 인디언이라는 현상은 선주민이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현대 미국의 이념적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이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새 세대 선주민 지도자들이 19세기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근간이 되는 신화에 도전한 이 들은 기숙학교와 미국 대학에서 교육받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대륙 곳곳에서 배출되었으며, 국가와 미국 자체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독특한 문화적 관습과 친족 네트워크, 역사에 대한 다른 인식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 선주민 지도자들은 미국 사회에서 선주민을 대상으로 형성되던 사고방식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 「11장 20세기의 여명과 선주민의 석양」 중에서
20년 만에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 1953년, 연방의회는 ‘콜리어 시대’[콜리어가 인디언사무국 국장으로 있던 1933~1945년을 말함]에 실시했던 선주민 네이션의 자치와 문화적 자율성을 위한 노력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의회는 선주민에 대한 연방정부의 의무를 “종결”하는, ‘종결(termination)’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연방정부와 선주민 네이션들 사이에 맺어진 수백 년간의 관계를 끝내고 조약 의무와 신탁 원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런 형태의 정치적 동화 정책이 향후 20년간 연방정부의 인디언 정책으로 자리잡는다.
--- 「12장 종결 정책에서 자결권까지」 중에서
출판사 리뷰
***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
*** 2023 전미도서상 / 2024 애니스필드울프상 / 2024 마크린턴 역사상 수상 ***
*** 『퍼블리셔스 위클리』 / 『뉴요커』 / 『에스콰이어』 올해의 책 ***
백인-흑인 중심의 이분법적 역사관을 넘어
선주민을 미국사의 주역으로 복원한 야심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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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 역사학계가 흑인이 겪은 노예제의 역사를 국가 형성의 핵심으로 조명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아메리카의 원래 주인이었던 선주민은 여전히 미국사 서술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서부 쇼쇼니 티모악 부족 출신인 네드 블랙호크 예일대 교수는 이처럼 흑백 이분법과 백인 정착민 영웅 서사에만 치중해온 기존의 관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선주민의 시각에서 미국사를 완전히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 책은 유럽이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선주민 부족과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이주민들 사이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사를 새롭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15세기 에스파냐 식민지 경영부터 20세기 선주민 자결권 투쟁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의 극심한 폭력과 강제 이주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주권과 존엄을 지켜낸 선주민의 위대한 생존기를 되살려낸다.
거대하고 새로운 역사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미국을 보다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선주민의 땅과 노동력 위에 세워진
북아메리카와 미국의 역사
선주민들을 어엿한 역사의 주체로 보게 되면, 유럽 제국들이 진출하던 초기 식민지 시대부터 북아메리카와 미국의 역사는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 열강이 일방적으로 유린한 빈 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주민과 유럽인이 끊임없이 세력을 겨루고 상호작용하는 다극적 세계였다.
에스파냐의 초기 정복은 무자비한 살육과 질병을 불러왔으나, 선주민들은 1680년 ‘푸에블로 반란’ 등을 통해 제국을 상대로 끈질기게 자치권과 주권을 지켜나갔다.
북동부와 오대호 연안으로 진출한 뉴프랑스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곤킨이나 이로쿼이는 모피 무역과 외교 네트워크를 주도하며 북아메리카 내륙에서 세력 균형을 도모하는 능동적 주체로 활약했다.
이 시기 선주민은 제국의 팽창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수동적 희생자가 아니라, 아메리카의 새로운 지형을 함께 빚어낸 역사의 주역이었다.
이 시기에 주목되는 것은 흑인 노예제 이전에 광범위한 ‘선주민 노예제’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북아메리카에서 인종적 낙인이 찍혀 강제노동에 동원된 첫 번째 집단은 ‘인디언’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아메리카 전역에서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선주민이 노예로 전락해 거래되었으며, 1715년 이전 찰스턴 항구에서는 서아프리카에서 수입된 흑인 노예보다 노예로 수출된 선주민의 수가 훨씬 많았다.
요컨대 백인 정착민들이 선주민의 영토를 강탈하고 이들을 인신매매하여 축적한 부를 통해 그들의 정착이 본격화되었고, 미국 노예제가 확립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선주민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백인-흑인 중심의 이분법적인 역사 서술을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간다.
선주민 영토를 노리는 정착민들의 끝없는 탐욕
찬란한 신화로 포장된 미국독립혁명의 이면
이 책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부분은 미국의 건국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흔히 미국혁명은 영국 의회가 북아메리카 정착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세금을 부과한 것에 저항해 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 등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고 서술되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선주민의 존재가 미국독립혁명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음을 사료로 생생하게 입증한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혁명이 시작된 것은 항구도시가 아니라 서부 변방이었다.
당시 상당 규모의 유럽계 정착민은 도시가 들어섰던 동부가 아니라 선주민 영토였던 서부로 들어가, 선주민의 땅을 소유하려 했다.
그러나 그곳을 관할하고 있던 당시 영국 식민정부는 정착민들이 애팔래치아 산맥 서부로 진출하여 선주민 네이션들과 자주 부딪치는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정착민과 영국 식민정부 사이에서 갈등이 쌓이고 격해지면서 혁명이 터져나왔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즉, 독립혁명은 내륙 선주민의 영토를 노리던 백인 정착민들의 탐욕, 그리고 선주민을 향한 극심한 공포와 인종적 분노가 그곳의 치안을 책임지던 영국 왕실과의 마찰로 이어진 결과였다.
선주민과 평화를 유지하고 무역을 지속하려 했던 영국 당국에 백인 정착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이 고조되었고, 이는 곧 그들을 독립이라는 대의로 결집시켰다.
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 명시한 “무자비한 인디언 야만인”이라는 표현이 증명하듯, 찬란한 건국 신화의 이면에는 선주민의 땅을 강탈하고자 했던 정착민들의 야욕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내전에서부터 종결 정책까지
국가적 폭력에 맞선 선주민의 끈질긴 저항
선주민을 향한 미국의 식민주의적 팽창과 폭력은 19세기 미국내전(남북전쟁)과 20세기를 거치며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억압으로 진화했다.
19세기 내전 시기에 이르러 서부로 쇄도하는 정착민 식민주의는 국가 주도의 폭력과 결합하여 전면전과 대량 학살로 비화했다.
저자는 이 시기를 단순히 ‘노예제’ 대 ‘자유’의 이념 대결로만 규정하면, 연방군이 자행한 서부 선주민 토지 강탈과 끔찍한 종족 청소의 역사가 철저히 은폐된다고 지적한다.
동부에서 남북이 내전을 벌이던 바로 그 시기, 서부에서는 콜로라도의 샌드크리크 학살, 나바호인을 강제 이주시킨 ‘롱워크(Long Walk)’, 다코타 전쟁 등 미 연방군과 자원 민병대에 의한 무차별적인 선주민 몰살 작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내전은 연방을 지키기 위한 미국 내부의 전쟁인 동시에, 서부의 선주민을 국가에 강제로 복속시키고 대륙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잔혹한 제국주의 정복 전쟁이었다.
무력 정복이 일단락된 이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쳐 선주민을 향한 억압은 동화정책과 법률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연방정부는 선주민 어린이들을 가족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기숙학교에 수용하는 가혹한 동화 정책을 통해 선주민의 고유문화를 뿌리 뽑으려 했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는 부족의 주권 자체를 소멸시키고 선주민들을 도시 빈민으로 내모는 ‘종결 정책(Termination)’과 강제 이주 및 입양 프로젝트까지 강행했다.
그러나 선주민들은 이런 절멸의 위기 속에서도 줄기차게 저항했다.
1960년대 앨커트래즈섬 점거로 대변되는 ‘레드파워’ 운동과 끈질긴 법적 투쟁을 전개하며, 그들은 스스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1970년대 자결권 시대를 열어젖혔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복원해낸 500년 미국사
마침내 선주민을 합당한 자리에 올려놓다
이 책은 ‘선주민 출신’ 역사학자가 선주민의 입장에서 미국사를 다시 썼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랫동안 미국사는 백인 승리자들의 전유물이었으며, 그 안에서 선주민은 타자의 시선에 갇힌 관찰 대상이나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서부 쇼쇼니족 티모악 부족의 일원인 네드 블랙호크 예일대 교수는 이 같은 백인 관찰자의 오만한 시선을 단호히 걷어냈다.
그는 오랜 세월 강요된 침묵을 깨고, 깊은 상처를 간직한 선주민 당사자의 목소리와 엄정한 학자적 양심을 결합해 500년에 걸친 장구한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지워진 역사를 되찾고 선주민을 미국 역사의 주체로 우뚝 세운 이 치열한 연구는, 기존 역사학계의 굳어진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2023년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제국주의적 팽창 논리 앞에서도 고유의 정체성과 주권을 끝내 지켜낸 선주민들의 투쟁기는, 결코 먼 나라의 과거사로만 그치지 않는다.
무자비한 토지 강탈, 강제 이주, 기숙학교를 통한 문화 말살 등은 강대국이 자행해온 폭력의 보편적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의 화려한 건국 신화에 가려진 폭력과 선주민 배제의 민낯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숱한 희생 위에 세워진 현대 국가의 기원을 입체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나아가 독자들에게 오늘날 복잡다단한 미국과 세계를 꿰뚫어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704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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