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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자는 어떻게 예술이 되고 역사가 되었는가
중국 고대부터 청대 후기까지 그 형태미의 오랜 역사를 읽다
초창기 갑골문과 금문에서 왕희지를 거쳐 해서의 성립으로,
나아가 안진경, 황정견, 축윤명, 등석여의 붓끝에서 꽃을 피운
예술적 형상화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시각 예술을 선도한 서예의 세계
살아 움직이는 형상의 역사, 3천 년의 무늬를 읽다
한자는 형음의形音義 즉 모양, 소리, 뜻이라는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주로 모양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자 역사의 이야기다.
한자의 모양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의 학문 분류로는 고문자학과 서예론에 속한다. 고문자학은 오래전 한자가 형성되던 시기의 자료를 판독·연구하는 학문으로, 상대商代·주대周代의 갑골문과 금문, 그리고 진한秦漢 이전의 간독簡牘 문자를 다루는데,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이상, 가깝게 따져도 2천 년쯤 전의 일이다.
모든 초창기가 그러하듯 한자도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며 변동성과 유동성이 컸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인 고문자학은 엄밀한 고증의 세계이며 다루기에 지나치게 까다롭다.
고문자학의 성과를 원용하여 한자를 해설한 책들이 대체로 초보적이고 간단한 언급에 그치는 까닭이다.
성공적 성과를 보인 책조차도 한자 성립기 이후 모양의 변화까지 다루는 일은 거의 없다.
한편 서예는 생생한 예술의 세계이다.
서예의 경우 고문자학과 달리 과거 역사 속 글씨가 곧바로 창작의 준거가 되곤 한다. 지금 붓을 쥔 창작자의 입장이 중요한 반면, 옛 작품이 서 있던 당대 문화사의 흐름은 종종 잊힌다.
이 책은 고문자학의 학문적 성과를 받아들여 한자 초창기의 역사적 배경을 충실히 밝히는 한편, 한나라, 위진, 당나라를 거치며 자리잡고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붓글씨의 역사, 즉 서예라는 미적 성취의 세계 또한 실제 작품의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이를 통해 문자의 초창기부터 발전기, 그리고 원숙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후기까지, 한자의 역사를 통틀어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고문자학과 서예사라는 두 분야의 거대한 성과를 저자 나름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소화한 후, 이를 다시 개성적으로 서술해 낸 드문 성취이다.
목차
서문
제1부 한자, 어디에서 왔는가
-한자의 탄생
제1장 한자의 탄생, 동아시아 문명의 여명
春춘 봄, 시작의 어려움
神신 청동 그릇의 무늬, 신을 말하다
求구 재앙을 점치려 신의 뜻을 구하다
達달 한자, 어렵고 또 어렵도다
제2장 한자, 세상 밖으로 나가 불어나다
鼎정 세발솥, 문명을 담은 그릇
字자 글자, 불어나다
夷이 분열의 시대, 다양성의 폭발
帝제 황제의 문자 통일-그림에서 추상으로
제3장 한자는 한나라 글자다
漢한 한, 중국을 대표하는 이름
經경 생각의 기준
今금 옛 기준을 오늘로 불러오다
碑비 돌 위에 새긴 영원의 소망, 한나라 예서
제4장 한자, 엄격함에서 벗어나 춤을 추다
三삼 셋, 많음, 분열
簡간 생략과 단순의 위대함
玄현 물의 사상, 도가
龍용 용과 뱀이 붓끝을 다투다-초서의 세계
제2부 한자의 모양,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표준의 성립과 획의 발견
제1장 당 제국과 해서의 성립
石석 돌의 문자, 북조 석각
羲희 획의 시작과 끝, 왕희지
唐당 제2의 거대 제국, 한자의 제1차 완결
제2장 획의 발견
無무 붓과 칼-저수량의 우아한 글씨
眞진 안진경, 진정의 형상
書서 쓴다는 것-손과정 〈서보〉와 회소 〈자서첩〉의 세계
제3장 획의 발전
文문 송대의 문예부흥
賦부 소동파가 펼쳐낸 유한 속 무한 세계
意의 황정견, 획을 환골탈태시키다
제3부 한자, 어떻게 발전해갔는가
-한자 문명의 발전과 형태의 분화
제1장 원명대元明代의 한자 ‐ 전통적 획의 해체와 명조체의 성립
雅아 그들의 우아한 사정-조맹부, 안평대군,
그리고 문징명의 경우
逸일 명나라 초서, 내달려 넘쳐흐르다
版판 명대의 출판문화와 명조체의 탄생
俗속 문文의 세속화와 전통적 획의 종말
제2장 청대淸代의 한자 ‐ 옛 한자의 권토중래, 전각과 전서의 시대
印인 인장, 작은 돌에 새긴 오래된 창의
篆전 등석여와 전서篆書 혁명
제3장 한자 세계의 확장
東동 동쪽으로 온 한자
和화 일본의 한자 사정
譯역 동과 서, 한자로 만나다
未濟미제 끝없는 길, 한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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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윤성훈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서울대학교에서 「미수 허목 고문 서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자의 모험』, 공저서로 『옛편지 낱말사전』 『함벽당간찰 : 편지를 통해 살펴보는 조선 후기 사족들의 생활상』 공역서로 『윤이후의 지암일기』 등이 있다.
논문으로 「〈고매누자대년설〉을 통해 본 미수 허목 고문 서예 창작의 양상 및 의의」 「다산 정약용 행초서의 특징 - 〈하피첩〉의 사례」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결국 ‘봄 춘’이란 글자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준屯이다. ‘준’은 ‘봄 춘’이란 글자의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준’과 ‘춘’이라는 음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꿈틀거릴 준蠢 자에 ‘봄 춘’ 자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준’은 단순히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기호의 차원을 넘어 의미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41
문자文字는 문文과 자字 두 글자가 합쳐져 이루어진 단어다.
‘문’은 본래 문신文身을 가리켰다.
갑골문과 금문의 ‘문’ 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람 가슴에 문양을 그려 넣은 모습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문신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다섯 가지 기본 형벌(五刑) 중에 포함되어 있어 문신한 사람은 곧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 보다.
월越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했으며, 묘족苗族 등 중국 남부의 소수민족 사이에서도 문신은 흔한 풍속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 p.105
초서의 어려움은 이중적이다. 초서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초서가 해서의 흘림체라는 것이다.
즉 해서가 구성이 복잡하고 획이 직선적이라 쓰기 어려우니까 그것을 조금 흘린 것이 행서行書고, 행서를 다시 더 간략하게 쓴 것이 초서草書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실상은 오히려 완전히 반대다. 초서는 해서보다 훨씬 앞서 출현한 서체다.
예서의 필기체인 초서는 한나라 때 이미 등장했고, 행서는 거의 동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위진남북조 때 성행했지만, 해서는 위진남북조 때부터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하여 당나라 때 완성된 글씨체다.
--- p.270
기나긴 한자의 역사를 통틀어 안진경만큼 강렬한 개성을 가진 글씨를 쓴 이도 드물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진경이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 글자를 선보인 서자書者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길고 긴 ‘참(眞=真)’의 여정을 톺아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성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비개성, 즉 표준의 정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몰개성의 이 세계 밖, 즉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 온 요소도 필요하다.
표준을 곱씹어 소화하는 일도 물론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하이브리드와 옹고집의 절묘한 동거에서 온다.
그리고 그 동거는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대목에서 역사가 개입한다.
--- p.385
필획의 발전이 극치에 다다른 당唐은 곧 서書의 시대였다.
그러나 한자의 이상은 더 높은 경지의 문文을 소망했다.
북송은 바야흐로 문치文治의 시대.
강력한 힘과 높은 교양을 모두 손에 쥔 황제를 중심으로, 고대의 이상 정치에 대한 열망과 문치의 실행자로서 자부심을 지닌 수많은 사대부들이 현세에 문文의 이상을 이루고자 힘을 합쳤다.
그리하여 그들이 이룩한 송사대서와 송판의 문화는 유구한 한자의 역사 속에서 우뚝하고 문채 나는 주봉을 형성하여 송체라는 영원의 이미지를 후대에 남겨주었다.
--- p.471
위진남북조의 뒤를 이은 당나라의 과제는 이제 신운을 일회적 현현이 아닌 법法으로 만들어 누구나 재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초당初唐의 세 마스터(삼대가三大家) 구양순, 우세남, 저수량의 글씨는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글씨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의 글씨가 우뚝한 황극皇極(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지극히 바른 법도)이 되어 해서楷書의 영원한 표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구양순의 칼날 같이 엄정한 획, 그리고 저수량의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획을 보면, ‘저 경지를 어찌 따라잡을 수 있을까’라는 탄식과 함께 ‘과연 누구나 추앙하는 이상이 될 만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p.510
팔대산인의 조형 의지는 매우 일관되고 끈질기다.
그 덕택에 전통적 획은 그 조형미의 편린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불타 없어질 수 있었다.
스스로 피워올린 겁화의 잿더미 위에서 팔대산인은 자신만의 새까맣고 무표정한 획들을 우리에게 무심히 보여주고 있다.
--- p.676
예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던 옛 인장 창작자들은 낡은 풍화의 맛을 주기 위해 일부러 테두리에 생채기를 내곤 했다. 인장의 테두리는 성글고 부실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이 또렷하지 못한 경계선 안에 견고한 예술의 성이 솟아 있다.
테두리 바깥의 서화는 창조의 파도가 넘실대는 당장의 예술 세계이다.
그에 반해 테두리 안쪽의 인면印面은 한 발짝 떨어진 독자적 우주이다.
그 공간은 과거의 글씨체로부터 날아온 몇백, 몇천 년 전의 붉은 빛으로 빛난다.
공간의 크기는 왜소하나 그곳에 담긴 세계는 따로 광대하다.
--- p.688
첫째 글자인 ‘만萬’과 둘째 글자인 ‘록綠’을 보자.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글자의 오른쪽 아래에서 ‘ㄹ’ 모양으로 굽은 획이다.
우선 ‘만’의 해당 획을 보면, 가로로 길게 호를 그리며 진행하던 획은 그 기세 그대로 크게 굽으며 아래로 향한다. … ‘록’의 해당 획은 ‘만’과 달리 시작 부분은 매우 짧고 마지막에 길게 빼는 것이 훨씬 길지만, 두 번의 방향 전환 방식은 ‘만’의 그것과 같다.
‘만’과 ‘록’의 이 획은 모두 전체적으로 전서라기보다 예서의 획에 가깝다.
즉 등석여는 전서에 예서를 쓰는 방식을 녹여낸 것이다.
--- p.751
출판사 리뷰
한자의 모양이 걸어온 길, 그 획의 역사
한자의 모양은 계속 변해왔다. 〈조전비曹全碑〉 등 후한 말에 집중적으로 세워진 비석들에 쓰인 예서隸書, 왕희지가 쓴 활달하고도 전아한 행초서行草書, 당나라 초기의 구양순이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에 쓴 근엄한 해서楷書, 당나라 중기 안진경의 진솔하고 힘이 넘치는 글씨, 북송의 소동파가 유배지에서 남긴 〈황주한식시권黃州寒食詩卷〉의 음울하고 다면적인 글씨, 명나라 축윤명의 자유분방한 초서草書, 서예와 전각篆刻에 침잠해 은거했던 청나라 정경丁敬의 예스러우면서도 파격적인 도장 글씨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서예가들이 남긴 글씨들은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지니고 있다.
이 글씨들에는 한편으로는 한 시대의 정신이, 다른 한편으로는 한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다룬 내용 가운데 특히, 안진경의 글씨를 다룬 ‘진眞’, 손과정과 회소 등의 초서를 다룬 ‘서書’에 해당하는 당나라 중기부터 시작하여 송, 원, 명을 거쳐 청대淸代의 전각과 전서를 다룬 ‘인印’과 ‘전篆’에 이르는 장들은 본격적인 서예사 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깊이 있는 서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자의 역사에서 첫손에 꼽아야 할 집대성은 당나라 초기 해서이다.
해서는 왕희지의 행초서로 대표되는 남조의 붓글씨와,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북조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새김 글씨 전통의 변증법적 종합이다.
모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자의 역사는 초당 해서를 기준으로 시대 구분을 할 수 있다.
해서 이후 한자의 모양은 한 시대의 산물이라기보다 개인적·예술적 창조의 결과물이 되었다.
해서 이후의 훌륭한 글씨들은 모두 위대한 예술 정신의 창조물이다.
갖가지 모양을 지닌 수많은 글자를 갖춘 한자는 보기에 참으로 다채롭다.
그러한 형태미의 진주를 품은 바다를 탐험하려는 모험가들의 서예는 동아시아에서 시각 예술을 선도하는 문화의 정화精華가 되었다.
이러한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의 서예라는 찬란한 미적 성취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은 서예가가 서 있었던 시대적 배경을 조망한 후, 실제 서예 작품을 자세히 톺아보며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한자의 모양이라는 거대한 문화사적 흐름을 독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869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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