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자본.경제.기업. (책소개)/4.경제사

음식 경제사 - 음식이 만든 인류역사

동방박사님 2022. 12. 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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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밥 한 공기, 빵 한 조각에 깃든 역사

역사의 최전선에서 인류 경제를 이끌어온 11가지 음식 이야기. 쌀과 밀 같은 곡식부터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를 거쳐 GMO까지 세계사와 경제에 중요 요소가 되어 인류사를 견인해온 음식을 다룬다. 인간의 역사는 음식을 확보하려는 투쟁의 역사, 음식을 주고받으며 이룬 교류의 역사였다. 인류 역사는 음식을 따라 움직였다. 경제사는 밀, 쌀, 옥수수, 보리 같은 곡식을 재배하던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멸치, 청어, 후추, 설탕은 칼로리 열등 지역인 서구가 어떻게 칼로리가 넉넉했던 동양이나 아메리카보다 앞설 수 있었는지 알려준다. 쇠고기는 현대자본주의를 만들었고,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투기자본과 규제완화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의 위기는 GMO에 압축되어 있다.

 

목차

들어가며

1. 음식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2. 황제의 곡식, 쌀의 축복과 저주
3. 밀이 선물한 가난, 자본주의를 낳다
4. 슬픈 옥수수, 자본주의의 검은 피가 되다
5. 그리스 보리밭에서 자라난 민주주의
6. 멸치젓, 로마제국의 젖줄이 되다
7. 맥주, 중세의 갈증을 해소하다
8. 북해에 울려 퍼진 푸른 죽비 소리, 청어
9. 인류사의 비터 앤드 스위트, 설탕과 후추
10. 소고기의 붉은 살에서 튀어나온 현대자본주의
11. 하얀 웨딩드레스, 검은 코카콜라를 꿈꾸다
12. 식탁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GMO

나가며
참고문헌
 

책 속으로

중국인이 용을 신으로 모신 것은 용이 비를 불러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쌀농사는 불가능하다. 쌀농사를 가능하게 하는 계절풍은 대양과 대륙의 복사에너지 온도 차이에서 오는 대류 현상이 원인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런 자연현상을 용의 조화로 이해했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잘 자라는 밀과 보리가 주식인 유럽과 중동에 견주어 동양은 우기와 장마 때 내리는 비로 한 해 농사가 좌우된다. 동양과 서양이 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뭇 달랐다.
--- p.45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은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동양과 서양이 맞붙은 최초의 전쟁이었고,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최초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밀과 보리의 전쟁이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를 ‘한 줌 보리’라고 불렀다. 밀이 나는 풍요의 나라 페르시아가 바위투성이 땅에서 보리를 먹는 가난한 그리스에 완패를 당한 것이다.
--- p.117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빵이 제공하는 주된 영양분은 탄수화물이다. 지방과 단백질, 비타민 같은 무기질은 빵으로 공급할 수 없다. 정치의 힘은 탄수화물까지였다. 로마 시민의 뼈와 살은 빵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다. 로마인은 탄수화물 외에도 다른 영양분이 필요했다. 이런 영양분을 채워준 것은 원로원이 아니라 시장이었다.
--- p.139

맥주는 중세를 이해하는 키워드이며 찬란한 문명을 잃어버린 서유럽인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 희망의 주문이었다. 이 마법의 주문을 외운 사람들이 중세에 암흑을 몰고 온 장본인인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 p.154

청어가 헤엄치는 곳에는 도시가 생겼고 도시에는 신과 왕의 권위를 부정하는 자유의 바람이 불었다. 청어는 중세를 지배하던 그리스도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나름의 합리를 따르는 자본주의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 징검다리를 튼튼한 다리로 만든 것은 청어를 대규모로 잡기 시작한 북유럽의 도시국가 연맹인 한자동맹과 그 뒤를 이은 네덜란드였다.
--- p.175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갈이 먼저 선보이고 스페인이 본격 시행한 노예무역은 영국이 계승·발전했다.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을 아메리카로 끌고 간 것은 설탕 농장 때문이었다. 당시 설탕은 후추처럼 가격이 비싼 향신료였다. 식민지 플랜테이션은 커피·목화·고무·차 농장으로 끝없이 확대되었다.
--- p.207


비위생적·비윤리적이라는 한계에도 정육 포장은 대량생산과 분업화는 물론 제조 과정에 조합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인류 최초의 산업이었다. 포드는 시카고 도축 공장의 소 해체 과정을 자동차 조립 과정에 거꾸로 적용해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정수를 선보였다.
--- p.252~253

미국적 소비문화를 세계로 전파한 좌청룡이 코카콜라라면 우백호는 맥도날드다. 코카콜라가 광고를 통해 세계인의 무의식에 미국적 생활 방식을 주입했다면, 맥도날드는 의식과 제도라는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 미국을 세계화했다. 이른바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다.
--- p.271

‘알아서 작동해주시는 시장’을 찬미하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눈에 가축은 생명체가 아니라 기름 낀 살덩어리였고 곡식은 문명을 이끈 신의 선물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가능한 한해살이풀에 불과했다. 생명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대박을 낳을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이기심이 GMO에 대한 빗장을 풀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방임이 2008년 금융 위기를 가져왔듯이 GMO는 우리 식탁의 상시적인 불안을 가져왔다.
--- p.281
 

출판사 리뷰

왜 음식으로 보는 경제사인가?
: 무엇을 먹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음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설명한다. 인류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특정한 음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한국인이 무엇을 먹어왔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은 왜 강대국이 되었는지, 중국은 왜 화려한 문명을 일구었는데도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되었는지, 라틴아메리카는 왜 아직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알려면 그들이 무엇을 먹어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 음식이 역사를 움직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곡식, 고기 등 단백질원은 늘 충분하지 않은 재화였다. 인류가 먹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식량을 생산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심지어 식량 절반이 남아돈다는 지금도 지구 한 편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음식은 여전히 국내외 정치?경제?사회 영역에서 주요 이슈로 작용한다. 당장 추석 전에 태풍만 올라와도 차례상 물가가 문제가 되고 김장철에 배춧값이 오르면 난리가 난다. 곡물관세는 모든 나라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문제고, 이명박 정부 시절 촛불집회에 불을 붙인 것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였다.

쌀부터 GMO까지,
인류의 히스토리를 만든 음식들의 스토리


『음식 경제사』는 음식이 움직여온 경제사를 쌀과 밀 같은 곡식부터 살펴본다. 모든 문명은 칼로리 위에 세워졌고, 주 칼로리 공급원이 무엇인지에 따라 역사의 행방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밀을 먹는 나라의 역사는 쌀을 먹는 나라나 옥수수를 먹는 나라의 역사와 다르다. 쌀을 먹는 동양은 강력한 군주제를 확립한 반면 쌀에 비해 생산력이 부족한 밀을 먹던 유럽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이루어졌다. 쌀이나 밀에 비해 ‘천한’ 취급을 받았던 보리는 그리스 민주주의의 토양이 되었다. 옥수수와 감자를 먹던 라틴아메리카는 밀을 먹는 이들의 침략에 무너졌고, 후추와 설탕으로 시작된 제국주의 삼각무역과 노예제도에 신음했던 아프리카는 지금도 고통의 터널에 갇혀 있다.

생선은 ‘돈의 흐름’을 만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멸치로 만든 가룸은 로마의 시장에서 유통되며 로마제국의 혈관이 되었고, 청어는 은행과 주식시장 즉, 금융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오늘날의 미국을 만든 것도 음식이다. 미국의 부는 전 세계의 이민자가 모여 이루어졌다. 미국 이민은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세계대전으로 불이 붙었고, 세계대전은 식민지 쟁탈전에서 시작되었다. 식민지 쟁탈전의 신호탄은 후추를 찾아 나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쏘아 올렸다. 후추를 찾는 여정에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그 신대륙에 설탕을 재배하며 유럽의 영광과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한편 소고기는 미국의 철도 건설과 서부개척 그리고 무엇보다 포디즘을 이끌었다.

지금도 인류의 역사는 음식 위에서 흘러가고 있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비롯한 미국 식품 기업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정보화로 경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하지만, SNS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것도 음식이다. 먹은 것을 ‘인증’하고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한편 GMO는 트럼프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위기를 보여준다. 정부의 방임, 기업과 정부의 결탁, 글로벌 대기업의 횡포가 만든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우리의 일상과 식탁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GMO만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은 없다.

■ 쌀
쌀은 황제를 만든 곡식이다. 진시황이 만리장성과 아방궁을 만들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쌀의 생산력, 그리고 쌀농사가 이끈 관개 사업 덕분이었다. 진시황 이후 황제들이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그리고 자신을 ‘왕 중의 왕’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벼농사의 높은 생산력 덕분이다.

■ 밀
쌀이 황제를 만들었다면, 밀은 자본주의의 배아였다. 로마는 빵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했고 빵을 만들 밀을 확보하려고 전쟁을 벌였다.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전쟁도 결국 빵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로마는 빵으로 통치했고 빵으로 세계를 정복했으며 마침내 빵으로 멸망했다. 유럽은 밀의 부족함에서 부의 법칙을 깨달았고, 자본주의와 그 대안인 사회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 보리
누렇고 거칠고 ‘천한’ 보리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곡식이다. 보리농사를 짓는 아테네 소농들은 참정권과 재산권을 요구했고,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싹텄다. 페르시아전쟁은 보리를 먹는 가난한 그리스가 어떻게 밀을 먹는 부유한 제국 페르시아를 이길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 멸치
로마 ‘제국’은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전쟁국가였다. 땅은 귀족이 독점했고, 제국은 굶주린 시민들에게 빵과 서커스를 제공했다. 시민들은 정치인이 나눠준 빵을 멸치 등으로 만든 가룸에 찍어 먹었다. 빵이 로마의 정치였다면, 시장에서 유통된 가룸은 로마의 경제였다. 로마는 지중해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고 무역을 통해 가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물건이 들어왔다.

■ 맥주
맥주는 유럽이 ‘암흑시대’를 보내는 동안 혁신의 동력을 보존해준 음식이다. 중세 수도사들은 맥주를 빚으며 로마시대 농업 기술을 부활시켰고, 맥주를 팔려고 끊긴 길을 이었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쥔 교회는 타락하기 시작했고, 이 타락에 저항의 불꽃을 지핀 것은 맥주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맥주를 사랑했던 마르틴 루터였다. 맥주와 함께 중세는 근대 자본주의로 발효했다.

■ 옥수수
콜럼버스의 항해로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자 잉카와 아즈텍을 비롯한 아메리카 문명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신대륙의 곡식’ 옥수수는 유럽으로 전파되어 인구 팽창을 이끌었다. 사유재산과 대의 민주주의라는 열망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의 주식 역시 옥수수였다. 옥수수가 도입된 이후 유럽에서는 소농의 경제력이 빠르게 향상되었고, 사유재산 옹호론이 뿌리내렸다.

■ 청어
청어는 동양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던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음식이다. 유럽, 특히 북유럽의 해양 진출과 자본주의의 단서가 청어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야만적인 신정 통치를 하던 스페인과 독립 전쟁을 벌여 승리했고,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와 주식시장을 만들었으며 금 태환 화폐를 선보였다.

■ 후추·설탕
후추와 설탕은 대항해시대, 그리고 제국주의를 이끌었다. 후추는 유럽인을 바다로 뛰어들게 해 식민지 개척이 시작되게 했다. 설탕은 확보된 식민지에 심었던 환금작물이다. 설탕 농사를 지을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노예무역이 이루어졌다. 후추와 설탕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이렇게 확보한 서양의 힘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쇠고기
쇠고기는 미국식 현대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자본(capital)의 어원이 소(cattle)에서 온 것처럼 ‘소=자본’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미국에서 증기선이 발명되었고, 유통혁명이 일어났다. 이어 철도의 발달과 함께 버펄로를 죽이면서 서부 개척이 시작되었다. 소는 철도를 타고 시카고의 도축·포장 공장에 모였고, 쇠고기가 먹고 싶던 이들은 미국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철도주를 사고팔던 뉴욕 증시는 세계 최대 증권 시장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아이디어를 시카고의 도축 공장에서 얻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자본주의의 정수는 쇠고기에서 나왔다.

■ 코카콜라·맥도날드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미국식으로 표준화된 시대를 열었다. 1920년대 미국에는 돈이 몰렸고 포디즘이 등장하고, 라디오가 대중화되었다. 미디어는 광고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지갑을 열게 했다. 이렇게 ‘소비자의 시대’가 등장했다. 코카콜라가 광고와 환상으로 무의식을 지배했다면, 맥도날드는 의식과 행동을 통제해 일상을 합리화했다.

■ GMO
GMO는 ‘우리 시대의 위협’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보여준다. 금융 위기와 GMO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쌍둥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과 식탁을 위협하는 GMO 농산물에 대한 규제 완화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제 음식마저도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글로벌 독과점 기업의 힘 앞에 소비자는 다른 선택지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