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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숨 (2024)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

동방박사님 2024. 7. 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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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추천
★ 2022 미국 와이팅 재단 논픽션 부문 수상작

“그렇게 거대하고 망설임 없는 사랑을 본 적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랑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수백 시간 동안 해양 친족들을 관찰했다. 노예무역 시기에 ‘중간 항로’에서 죽은 수많은 흑인 선조와 마찬가지로 해양 포유류는 학살당하는 존재이자, 학살 이후에도 살아남은 존재이다. 해양 포유류는 퀴어하고, 사나우며, 서로를 보호하는 복잡한 생물이다. 또한 인간이 만든 착취와 군사화라는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명한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연구자이자 시인인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해양 포유류와 흑인이 어떻게 살해당하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우리 곁에 남은 유산은 무엇인지, 우리와 그들의 호흡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씨라이프파크에 포획된 수많은 돌고래의 이른 죽음, 대단한 학습능력과 창의적인 공연으로 명성을 얻은 돌고래들에게서 ‘당신’을 본다. 1741년 발견된 바다 포유류가 가죽과 털을 노린 바다 사냥꾼들 때문에 27년 만에 멸종한 사례를 다루며 ‘발견되는 것의 위험함’을 말한다. 이러한 통찰은 노예로 살았던 선조들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책은 해양 포유류의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자는 제안보다는 해양 포유류가 되자는 주장에 가깝다. 저자는 해양 포유류, 혹은 당신을 지칭할 때, 그 지칭어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하며 인간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새롭게 한다. 인간에 대한 정의는 이미 지배와 분리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새롭게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를 위해 쓰였다. “매일 뉴스를 보며 눈물을 참기 어려운 사람들, 자연과 단절되었음을 느끼는 사람들, 삶에서 자연을 중시하는 사람들,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우리, 오랫동안 소셜 미디어를 끊고 평화롭길 원하는 우리, 해양 포유류 사진을 보는 우리의 행동이 경제 정의를 위한 일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했던 당신과 나를 위해 썼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글이다.”

목차

추천의 말
친애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익사하지 않기 위한 안내
들어가며
1. 듣기
2. 숨쉬기
3. 기억하기
4. 연습하기
5. 협력하기
6. 취약해지기
7. 존재하기
8. 맹렬해지기
9. 갈등의 교훈
10. 경계 존중하기
11. 털 존중하기
12. 자본주의 끝내기
13. 거부하기
14. 항복하기
15. 깊이 들어가기
16. 검정으로 있기
17. 속도 늦추기
18. 휴식
19. 축복 보살피기
20. 활동
 

저자 소개

저 : 알렉시스 폴린 검스 (Alexis Pauline Gumbs)
미국의 시인, 독립 연구자,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 저서로 『유출: 흑인 페미니스트 탈주자의 장면들』, 『엠-아카이브: 세상의 끝 이후』, 『더브: 의식 찾기』 등이 있고, 무용, 설치, 회화, 오페라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오드리 로드의 유산을 잇는 온라인 네트워크 ‘브릴리언스 리마스터드’의 창립자로 일반적인 기관들이 경시하는 자원에 기반을 둔 연구자, 예술가를 지원해왔다. 지...
 
역 : 김보영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누리며 충분한 정보와 평등한 자원을 바탕으로 서로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활동하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에서 일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출렁이는 시간[들]』,『아프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책 속으로

호흡의 범위가 종species 또는 지각 능력에 관계없이 모두를 포괄한다면 익사의 영향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먼바다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익사 사고는 인간이 재화가 될 수 있고, 생명이 사고 팔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는 중간항로(middle passage)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익사한 모든 사람과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모든 이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나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배의 밑바닥에서, 숨 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밑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익사하지 않은 자들(the undrowned)이라 부릅니다. 익사하지 않은 자들의 호흡은 익사한 친족, 동료 포로들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익사하지 않은 자들의 호흡은 바다의 호흡과 분리되지 않으며 사냥당한 고래들의 날카로운 숨과도, 그 친족들과도 분리되지 않습니다.
--- 「익사하지 않기 위한 안내」 중에서

아직 숨 쉬고 있나요? 이 책은 우리의 진화를 위한 제안합니다. 노예제, 포획, 분리, 지배의 전철을 밟으며 숨 쉴 수 없는 대기를 계속 만들어 가는 대신, 다른 호흡법을 연습하기 위한 가능성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이기도 하고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우리의 해양 포유류 친족이 익사하지 않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선생, 멘토, 안내자라 부릅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숨 쉬는 친족 영혼이라 부르지요. 부디 우리가 진화해 나가기를.
--- p.16~17

해양 포유류 수습생으로서 나의 임무는 이 숙련된 해양 포유류의 안내 앞에 나 자신을 개방하고 그들과 동일시하는 일입니다. 숙련된 해양 포유류의 관계, 가능성, 실천에서 영감을 받아 나의 관계, 가능성, 실천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거죠. 바로 창발적 전략입니다. 나무의 지하 통신, 민들레의 회복탄력성, 반응성 균사체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종 내부와 종을 넘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면 해양 포유류도 그럴 수 있습니다. 정말 시급한 일이죠. 나는 이 글에서 주로 나 자신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그리고 여기, 또 여기에서도) 무엇이 가능한지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어떻게 종, 멸종, 해로움을 가로질러 들을 수 있을까요? 소리의 튕김으로 세계를 탐색하는 많은 해양 포유류의 반향정위echolocation는 ‘시각’과 시각적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이미 소셜 미디어는 무언가를 던지고 무엇이 돌아오는지를 지켜보는 튕김의 기술인 걸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종을 초월한 교류를 시작하며, 보여 주고 증명하고 말하는 연습보다 잘 듣는 연습을 고양하는 공간을 열어 갑니다.
--- 「1. 듣기」 중에서

호흡은 존재를 위한 실천입니다. 해양 포유류와 우리를 하나로 이어 주는 신체적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비슷한 방식으로 공기를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또는 모든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지만 아가미가 없습니다. 육지에 사는 우리도 때때로 숨을 들이마시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해양 포유류가 호흡하기 위해 형성해 온 적응은 우리가 가장 의미 있게 관찰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는 우리가 오염된 지구 대기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적인 삶, 서로를 염두에 두는 마음의 관계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 「2. 숨쉬기」 중에서

돌고래 학교는 세대 간, 세대 내 학습과 보살핌, 생존을 위한 조직적 구조를 이룹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교라는 단어가 우리를 세뇌하는 과정 혹은 기관의 이름도, 붙잡히고 단속당하는 사회적 자본의 구조도 아니라면 어떨까요. 오히려 돌봄의 구조처럼 좀더 본질적인 무언가를 의미한다면 어떨까요? 학교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라면 어떨까요? 내 생각에 우리가 이 시대에 가장 시급히 배워야 할 건 이것이죠. 법적으로나 서사적으로 우리 사회는 소규모의 고립된 가족 단위를 장려하고 돌봄을 꺼리는 반사회적 국가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돌봄은 지속 불가능한 노동이 되고 수많은 사람의 허리와 마음, 의욕을 정기적으로 꺾어 버리는 대규모의 무급 노동이 됩니다.
--- 「5. 협력하기」 중에서

나는 수면 박탈이 고문의 한 형태라고 말하는 심리학자들, 인권 운동가들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아마존강돌고래는 수십 년 동안 사육과 고문에 시달려 왔습니다.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수면 박탈을 유발하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사로잡힌 당신 삶의 윤곽을 그려 본다면요? 지쳐 버린 게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게 당신의 고통에 도움이 될까요? 지치고 과로한 우리, 잠이 부족한 우리, 한쪽 눈을 뜨고 자는 경계심 많은 우리가 여기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 이미 배운 돌고래의 적응력으로 친족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모두 강물의 품에 안겨 잠들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온전한 쉼을 위해 필요한 경계 속에서 강물의 품에 안겨 쉴 수 있는 그런 세상을요..
--- 「경계 존중하기」 중에서

고무적인 소식은 하와이몽크물범의 개체 수가 지난 5년 동안 매년 3퍼센트씩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개체 수에 가장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는 샌드아일랜드와 쿠레환초에 있던 미군기지 두 곳의 폐쇄입니다. 몽크물범들이 그 장소를 되찾았고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안내서에 따르면 이 섬들에서 하와이몽크물범 개체 수가 줄어든 건 그들이 “인간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군대의 존재는 견디지 못한 것이죠..
--- 「거부하기」 중에서

브루클린의 시스터후드 오브 블랙 싱글 마더스(Sisterhood of Black Single Mothers)는 그들이 ‘어머니다운’ 가족 체계라 부르는 개념을 장려하고 축복했습니다. 유색인종 페미니스트, 일본 연안의 돌고래뿐 아니라 많은 포유류들이 우리가 ‘혁명적 보살핌revolutionary mothering’이라 부르는 행동의 모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 「축복 보살피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23 윈덤캠벨상 수상 시인, 알렉시스 폴린 검스 작가의 책이 한국어로 처음 소개된다
와이팅 재단 논픽션 부문 수상작
해양 포유류에게 배우는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법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책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출판사 접촉면의 첫 책인 『떠오르는 숨: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은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해양 포유류로부터 흑인을 포함한 인간종의 생존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Undrowned(익사하지 않는)로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오랫동안 생존해 온 해양 포유류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차별로 인해 말 그대로 숨이 막히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종의 생존을 모색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슬픔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과정에서 해양 포유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생존’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양 포유류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생존’이란 단순히 살아남아 있는 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로 이어진 과거들과의 관계 속에 놓여있기에, 우리는 생존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해양 포유류와 흑인을 학살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아 ‘우리’가 된 것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검스는 SNS를 통해 일종의 명상 에세이처럼 해양 포유류에 관한 짧은 글을 한 편씩 올리기 시작하였고, 팔로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저자가 현재 4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가 된 바탕에 이 게시물 연재가 있었다. 대안적 담론을 주로 출간해 온 미국의 AK Press는 이 원고를 자사의 창발적 전략 시리즈(Emergent Strategy Series)로 출간하자고 제안하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해양 포유류를 통해 기후위기와 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자고 제안한다. 다만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해양 포유류에 공감할 것을 요청하는 책이 아님을 강조한다. “해양 포유류 친족이 익사하지 않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이들을 관찰하고 겸허하게 배우며 “노예제, 포획, 분리, 지배의 전철을 밟으며 숨 쉴 수 없는 대기를 계속 만들어 가는 대신, 다른 호흡법을 연습하기 위한 가능성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고래를 포함한 해양 포유류가 퀴어하고, 맹렬하면서도 서로를 보호하고, 복잡한 갈등과 협력의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인간이 바다와 바다 생물을 착취하며 군사 시설을 바다에 세우는 동안에도 해양 포유류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해양 포유류의 습성을 흑인 페미니즘의 통찰과 유려하게 통합하며 드넓은 질문과 상상의 공간을 펼쳐 보이는 한 권의 논픽션을 만들어냈다. 바다에서 죽은 고래와 흑인 노예의 숨이 우리의 숨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수족관에 포획된 고래가 출산하는 장면을 투옥된 흑인 인권 운동가의 출산 장면과 병치하고, 돌고래의 이동을 대서양 노예 무역에서 흑인들이 수송된 ‘이산’의 역사와 함께 살핀다.

생태학적 지식, 사회 정의에 대한 열정, 시적 실험이 어우러진 독보적 작품
해양 포유류의 시선으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이해하다


일반적으로 해양 포유류에는 ‘스텔러바다소(Steller’s sea cow)’ ‘아르누부리고래(Arnoux’s beaked whale)’ 등 이들을 착취한 최초 발견자 혹은 사냥꾼의 이름이 붙어 있다. 저자는 식민주의적 이름 사용을 피하기 위해 각 개체의 서식지나 특징을 부각하는 이름이나 학명, 해당 포유류와 가장 친밀하고 오래된 관계를 맺고 있는 선주민의 언어로 된 이름 등을 사용한다. 예컨대 ‘스텔러바다소’는 ‘하이드로다말리스 기가스(Hydrodamalis gigas)’라는 학명으로, ‘아르누부리고래’는 ‘남방이빨네개고래(the southern four-toothed beaked whale)’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것이 당사자를 존중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수행한다. 책에서 저자가 ‘당신’이라 부르는 존재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때로는 해양 포유류를 가리키는 것 같고, 때로는 독자를 가리키는 것 같다. 또한 해양 포유류의 성별을 표현할 때 인간에게 종종 쓰이는 것처럼 ‘지정성별여성’, ‘지정성별남성’이라는 수식어를 쓴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위계나 분리, 구획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에 의한 자의적인 성별이분법 체제에 반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저자가 해양 포유류를 언급할 때 그녀(she), 그(he)라고 표현한 것들을 그대로 ‘그녀’, ‘그’로 옮김으로써 인간과 비인간동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위기에 빠진 지구 환경을 사회 정의의 문제와 연결
해양 포유류에 대한 흑인 페미니스트의 통찰


저명한 페미니스트 철학자 사라 아메드는 본인의 저서 『페미니스트 킬조이』(아르테)에서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위한 읽을거리’의 하나로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아메드는 이 책을 “독창적이고 선견지명으로 가득한 텍스트는 지배체제가 억압하고 유지되기 위해 작동함을, 그리고 공간과 숨 쉴 구멍을 만드는 데 생존 프로젝트의 의의가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반비)과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봄알람) 등을 쓴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김현미는 “생태 위기를 멈추고자 하는 모든 이의 필독서”라고 이 책을 추천했고, 한국에서 고래 보호 활동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조약골은 “(이 책이) 차별과 혐오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창의적이고 빛나는 통찰을 통해 이 책은 2022년 와이팅 재단 논픽션 부문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고래처럼 생각하고, 고래처럼 호흡하고, 고래처럼 저항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인종, 성별, 종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와 해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다. 이 책은 흑인 페미니즘, 환경 정의, 그리고 급진적 생태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한 해의 절반을 숨 가쁘게 살아온 독자들이 여름휴가에 가져갈 책으로도 적격이다. 긴장을 풀고, 숨을 깊이 쉬며, 저자의 안내를 따라 해양 포유류의 세계로 가보자. 그곳에 우리의 먼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 해양 포유류가 기다리고 있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사랑이 가장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행위라고 전제한다. 『떠오르는 숨』은 결국 우리 자신으로 밝혀질 타자에 관한 책이다. - 와이팅재단 논픽션 부문 심사평

추천평

해양 포유류로부터 배우는 인간 삶의 안내서라니? 포획, 사냥, 선박충돌, 해양 오염으로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다종의 고래들이 어떻게 인류를 ‘익사’로부터 구해줄 수 있을까? 퀴어 흑인 페미니스트 작가인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노예무역과 고래 멸종을 일으킨 가부장제, 인종주의, 자본주의라는 공동의 원인을 추적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받은 흑인성과 고래다움은 무거움을 견디는 힘으로, 사랑이 넘치는 삶을 안내하는 창발성으로 재탄생했다.

범고래는 공공장소에서 몇 달, 몇 년 동안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밍크고래’는 사냥당하지 않기 위해 말 없는 고래가 되었다. 돌고래들은 동성에게 ‘헌신’한다. 남방코끼리물범은 한 달 내내 친척이나 친구들과 포옹하고 낮잠을 잔다. 게잡이물범은 출생 관계나 종을 넘어 서로를 입양하여 혁명적인 공동체 돌봄을 실천한다. 고래 수가 상업적 포경 시절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로키산맥국립공원 크기의 숲과 맞먹는 양의 탄소를 포집할 것이다. 해양 포유류가 인간 포유류에게 전해 주는 영감이 무궁무진하다.

이제 인류는 고래로부터 듣기, 숨쉬기, 소리내기, 협력하기, 속도 늦추기와 같은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지혜를 배워야 할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해양 포유류의 조언을 따르는 겸허한 수습생이 되어보자. 서로의 삶과 죽음을 축복하고 애도하는 종-횡단적 친족이 되어보자. 그리고, 마침내 ‘익사’로부터 살아남자. 『떠오르는 숨』은 생태 위기를 멈추고자 하는 모든 이의 필독서이다.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흑인들을 화물칸에 짐짝처럼 싣고 다니던 노예선, 고래를 사냥해 사체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포경선으로 바글바글하던 죽임의 바다는 이제 멸종위기에 처한 북대서양긴수염고래를 보려는 고래관광 선박들로 북적인다. 폭력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타자를 구경거리와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하는 소비가 만연한 지금, 『떠오르는 숨』은 차별과 혐오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흑인과 해양 포유류의 깊은 관계성을 느끼게 함으로써 말이다. 자본주의에 익사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비인간 인격체’를 통해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태법인’ 도입으로 법적 권리의 한계를 인간 너머로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저자는 바다의 소금 자락을 걷어 올려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우리가 돌고래와 바다표범, 고래와 마찬가지로 찬란한 메아리인지를 보여 준다.
- 에이드리엔 마리 브라운 (즐거움 행동주의(Pleasure Activism) 저자)
독창적이고 선견지명으로 가득한 텍스트는 지배체제가 억압하고 유지되기 위해 작동함을, 그리고 공간과 숨 쉴 구멍을 만드는 데 생존 프로젝트의 의의가 있음을 보여 준다.
- 사라 아메드 (페미니스트 킬조이(아르테) 저자, 해당 도서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