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제평화 연구 (책소개)/1.국제관계

제국의 지배자들 (존 필저)

동방박사님 2022. 11. 25. 11:33
728x90

소개

이 책은 세계적 언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노암 촘스키로부터 "암흑의 시대에 등대 같은 존재"라는 평을 받은, 자본주의 체제의 숨겨진 진실은 그리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는 제국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초자본'이 등장하는 세계화에 대한 가장 비판적인 견해 중 하나는, "10억명도 채 안되는 엘리트들이 인류 부의 80%를 통제하는 세상"의 도래다. 그리고 극심한 빈부의 격차. 화려한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이들의 뒤편에는 매일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6천명의 아이들이 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 등,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만한 국가들의 다국적 미디어 기업은 뉴스와 정보의 핵심을 소유하거나 관리하여 '필요한 것'만을 보급하여 세계화의 정착에 기여한다.

특히 '모범생'이라는 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가 어떻게 집권을 하게 됐는지를 다큐멘타리처럼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자원을 분할하는 제국들의 모습과 '국부'를 떼어줌으로써 권력을 장악한 수하르토의 추악한 협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처럼 제국과 그 수하는 극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을 억제하고 제한하는 바, 선진자본과 금융, 초국적이라는 미명하에 신음하는 이들의 삶이 어떠한가를 이 책은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목차

감사의 말
머리말
모범생
대가를 치르다
거대한 게임
선택받은 자들

찾아보기

저자 소개

역 : 문현아
 
젠더정치 연구자.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대학교 ‘국제 이주와 포용 사회 센터’ 책임 연구원(2020~). 연구자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병행하며 연구 공동체 ‘건강과 대안’ 연구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젠더, 돌봄, 건강, 사회 불평등에 폭넓게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고 성공회대학교와 서울대...

저자 존 필저

호주 태생으로 영국 최고의 언론상인 올해의 기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종군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도 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쌍 프롱띠에 기자상, 미국의 텔레비전 아카데미 에미상, 영국의 영화와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리처드 딤블리 상을 받았다. ≪최후의 날 The Last Day≫, ≪그 이후:캄보디아와 베트남의 투쟁 After...
 
역자 문현아
이 책을 옮긴 문현아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조로는 ≪박정희 시대 연구≫(백산서당)가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사회학 이론≫(데니스 스미스 지음, 학문과 사상사) 등이 있다. 현재 여성문화이론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대 중반에서야 다시금 사회 현실을 바라보게 된 옮긴이는 이 책에 녹아있는 가슴 아픈 현...
 

출판사 리뷰

셋째로, 이러한 경제적 전쟁은 군사적 전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먼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주먹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 맥도날드는 F-15기를 만든 맥도넬 더글러스 없이는 번창할 수 없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을 위해 세계 안전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주먹을 미국의 육군?공군?해군?해병대라고 부른다.”라고 지적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 부시가 말한 것처럼 “미국식 생활양식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즉, 미국과 제국의 지배자들은 경제와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전면전을 감행할 의사가 있다. 극우파인 브레진스키의 분석은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 차원의 국지전” 개념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러한 견해는 극우파의 논리로 간주돼 쉽게 무시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주류를 장악하고 있다.
국방정책위원회(DPB)의 ‘이론가들’ 중 한 명으로 레이건 정부 시절 냉전을 기획했던 리처드 펄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무대는 (따로) 없다. 이것은 총력전이다. 우리는 다양한 적과 싸우고 있다. 외부에는 매우 많은 적이 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을, 그 다음에는 이라크를 상대하고, 그리고 나서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황을 한 번 둘러본다는 등의 이야기는 모두 전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다.……우리가 우리의 세계관을 밀어붙이고 그것을 전적으로 관철하면서 교묘한 외교적 책략을 짜맞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전면전을 감행한다면……앞으로 몇 년 뒤에 우리 아이들은 우리를 칭송해 마지않을 것이다.”
즉, 세계는 점점 더 “새로운 질서”에 통합돼 갈 것이다. 새로운 질서는 (선전 조작과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지배 엘리트들과 국제은행, 국제적 기업들이 전권을 휘두르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통제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찰스 크로새머는 “일방주의는 우리의 성공에서 핵심 요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앞으로 50년 동안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나라의 국민도 핵 공격이나 환경 피해에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그런 세계에서는 민주주의의 혜택이 미국의 ‘이익’과 충돌한다면 민주주의는 무의미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이익’에 반대하면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혀 감시와 억압, 죽음을 당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세계에 대해 필저는 경고한다. “미국의 세기라는 제국주의적 과제들 때문에 서방의 가장 위대한 업적, 즉 세속적인 재분배 정치라는 업적이 잠식됐으며 미국의 폭력이 초래한 대혼란과 내성적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종교가 그런 잠식을 메울 수 있게 됐다.”

그 밖에도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장에서는 우리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의 이면을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우리 나라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을 때 올림픽의 화려함 뒤에 철거민들이 고통받았던 것처럼, 다문화를 자랑하는 호주의 화려한 올림픽 뒤에 차별받고 고통받는 호주 토착민들이 있었다.
“세바스토폴 크리크 너머에 있는 우라빈다의 공동묘지에서 무덤 앞에 꽂힌 흰 나무 십자가는 개미들이 뚫어놓은 구멍 투성이다. 아이들의 묘지도 한 줄씩 한 줄씩 늘어나고 있고, 그 뒤로 청년들의 무덤도 줄지어 있다. 마흔이라는 나이도 이곳에서는 이미 노인이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주변의 내 백인 친구들 대부분이 전혀 알지 못하는 면이 있는 이러한 호주에 올 때마다, 언제나 믿을 수 없는 상황―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만약 흑인 호주인이었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토착민의 평균 수명은 백인들과 25년 차이가 나며,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짧으며, 오직 인도와 중앙아프리카와만 비슷하다. 전쟁중인 나라를 제외하면 호주는 세계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토착민들에게만 해당한다.”
이것이 바로 호주의 현실이다.
그리고 호주의 마틴 루터 킹인 찰리 퍼킨스와의 긴 인터뷰도 무척 인상적이다.(251~255쪽)

혹시 우리는 효용성이나 ‘우리’에 대한 위협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사회를 바라보도록 훈련받지는 않았을까? 우리 자신이 판단하는 데서 정치?경제적 힘보다 ‘문화적’ 차이들을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게끔 훈련받지는 않았을까? 또 어떤 사람들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보다 더 훌륭한 가치가 있으며, 오직 한 부류의 민간인[미국인]들을 살해한 것만이 범죄라는 생각에 무의식 중에 동의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세계의 새로운 ‘질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우리가 이러한 침묵을 깨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또 이 책은 냉전 시대보다 더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서방 언론과 정부의 선전에 대한 해독제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해독제는 미국의 위대한 기자 마사 겔혼이 “옛날부터 계속 이어져 온 전 세계 친구들, 의식적이고 투쟁적인 남자와 여자 들”이라고 일컬은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필저는 말한다. 즉,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선량한 사람들 말이다.
필저가 “이 책이 서점에 나올 때쯤 부시와 블레어가 국제법을 어기고 이라크를 공격한다 해도 그들은 무서운 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미국과 제국의 지배자들은 지난 2월 15일 또다른 슈퍼 파워[거대한 반전 시위 물결]와 한판 부딪혔다. 그리고 세계 반전 운동 세력은 다가올 9월 27일에 “이라크 점령 반대/팔레스타인 점령 반대”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을 또 다시 계획하고 있다.
“침묵이 배신이 되는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마틴 루터 킹은 말했다. 필저는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계속되면서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될 수도 있다고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 합참 제1차장은 경고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거짓 정보임이 드러나고 있다.
미 백악관이 지난해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로부터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보고를 받고도 올해 초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이를 그대로 인용했던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영국도 니제르 관련 사항을 정부 문건에서 빼라는 미 중앙정보국의 요청을 무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한스 블릭스 전 유엔무기사찰단장는 <인디펜던트>와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한 토니 블레어 정부의 주장은 과대 해석된 것으로 근본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엔 테러 조사위원회는 이라크가 알 카에다와 연결돼 있다는 미국측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필저는 이렇게 얘기한다. “소설 ≪1984년≫에서는 세 가지 슬로건, 즉 전쟁은 평화이고,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라는 슬로건이 사회를 지배한다. 요즘 얘기되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슬로건도 이처럼 정반대의 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전쟁은 테러리즘이다. 이 ‘전쟁’의 가장 유력한 무기는 거짓 정보다. 그것은 오웰이 묘사한 것과 형태만 다를 뿐, 잊혀지게 마련인 허위 사실들과 역사적 의미일 뿐이다. 반대 의견은 ‘합의된’ 영역 안에서만 허용되면서 정보와 언론의 ‘자유’라는 환상을 강화한다.” 이것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묘사하는 듯하다.
저자는 미국?영국 정부와 테러리스트 간의 오래된 밀월 관계를 신랄하게 짚고 있으며 ‘테러와의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다. “최고의 악마 빈 라덴을 포함해 알 카에다 지도부 중 단 한 명도 잡히거나 죽었다는 믿을 만한 보도는 없었다. 미국은 때때로 그렇게 주장했지만 말이다. 탈레반의 지도자이자 악의 2인자인 물라 오마르도 행적을 전혀 알 수 없다. 사실 미국에 대한 9?11 공격에 직접 가담한 그 어느 누구도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독일과 미국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느 누구도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먼지 자욱한 미지의 마을에 사는 무고한 사람 수천 명이 재판도 받지 않은 채 텍사스 식 사형을 당해야 했고, 수만 개의 불발 집속탄 때문에 앞으로 여러 해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구가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거짓말은 9?11 전에 조지 W 부시가 이전 클린턴 정부가 경고했던 것을 미국인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의 고객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리를 잡아 성장하고 있는 알 카에다, 즉 ‘기반’이 뉴욕이나 워싱턴을 목표로 대담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더 자세한 내용은 206~209쪽)

그렇다면 영구적인 전쟁이 얘기되고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의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제국의 지배자’들의 경제적?군사적 전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최근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알려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다.
필저의 얘기를 들어보자.

첫째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가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옛’ 제국주의의 유산, 그리고 ‘옛’ 제국주의가 ‘세계화’나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복귀한 새로운 지배자들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주로 미국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로 종종 잘못 알려져 있다. 물론 그들의 거대함이나 활동 규모는 새로운 것이다. 포드 자동차 회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보다 규모가 크고 제너럴 모터스도 덴마크보다 부유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권력이 국가를, 더 나아가 제국주의를 대체했다는 견해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다. 러시아의 반체제 경제학자 보리스 카갈리츠키가 지적한 것처럼 “세계화는 국가가 무기력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사회적 기능들을 거부함으로써 억압적 기능들이 강화되고 민주적 자유들이 종식되는 것을 뜻한다.”
즉, 약화된 국가라는 환상은 “새로운 질서”를 기획하고 있는 자들이 던져 놓은 연막탄에 불과하다. 마가렛 대처는 정반대되는 주장[국가의 역할 축소]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부의 권한을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프로젝트는 ‘강대국’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전체주의적인 중국도 자신들의 광범한 국가 기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자유’ 시장을 받아들였다.
이렇듯 더 공고화된 국가들 간에 지금 경제적?군사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둘째는, 제국의 지배자들이 벌이는 경제적 전쟁에 대한 것이다.
경제적 전쟁의 주요 기수는 뭐니뭐니 해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IMF, WTO다. IMF를 겪은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다시 경제 위기의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무엇을 야기할지는 “모범생”이라는 장에서 잘 지적하고 있다.
1965~66년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장군이 대량학살을 통해 집권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글로벌 경제’가 탄생했지만 이것은 또 다른 빈곤과 참상을 낳았다.(특히, 이 장에서 인용하는 최근 자료 중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들이 1967년에 열었던 주목할 만한 회의를 묘사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59~62쪽)
필저는 이렇게 말한다. “‘글로벌 경제’는 현대판 오웰 식 용어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경제는 실시간 금융 거래, 이동 전화, 맥도날드, 스타벅스, 인터넷 휴가 예약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화려함의 뒷면에 빈곤의 세계화가 있다. 그 빈곤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살아가야 하며,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매일 6000명의 아이들이 설사병으로 죽어 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북반구에 사는 우리 대부분의 눈에는 띄지 않는 복잡한 약탈 체계 때문에 90여 개 나라가 1980년대 이후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 결과 빈부 격차는 전례 없는 규모로 벌어졌다. 이것이 그 유명한 ‘국가 건설’과 ‘선한 통치’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지배하는 ‘4개국’(미국?유럽?캐나다?일본)과 워싱턴의 삼두체제(세계은행?IMF?미국 재무부)가 행하는 이 통치는 개발도상국 정부 정책의 미세한 부분까지 통제한다. 이들의 권력은 서방 채권자들에게 매일 1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 최빈국들의 상환 불능 채무에서 주로 생겨난 것이다. 그 결과 10억 명도 채 안 되는 엘리트들이 인류 부의 80퍼센트를 통제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특히 경제적 전쟁에서 주요 동기는 공공연하게 얘기하기를 꺼리는 ‘석유’일 것이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감추고자 하는 핵심 사안은 세계의 석유 공급이 10년 이내 또는 그보다 더 빨리 정점에 달해, 그 후로는 하루 200만 배럴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대외관계위원회와 베이커 공공정책 연구소의 지원으로 작성된 2001년 보고서는 이러한 석유 공급의 하락이 미국의 힘의 쇠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세계는 이용 가능한 전 세계의 석유 생산 능력이 전부 고갈되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만일 석유와 관련된 전 세계의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공급 부족은 미국의 위상을 잠식해서 ‘빈곤한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보적 저널리스트 존 필저의 첫 한국어판 책이며 그의 최신작이다. 필저의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몇 번 상영되었지만 그가 쓴 책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필저는 그 동안 ≪영웅들 Heroes≫, ≪아득한 외침 Distant Voices≫, ≪숨겨진 비망록 Hidden Agendas≫ 등의 책들에서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인들의 행동과 범죄적 독재자들의 행동을 비교해 왔다.
하워드 진, 노암 촘스키에 이어 진보적 저널리스트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존 필저의 최신작인 ≪제국의 지배자들≫(원제: “The new rulers of the world”)은 현대 제국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에 대해 조망하고 있는데, 미국의 이라크 장기 주둔 조짐과 제2의 베트남화 가능성,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와 한반도 전쟁 가능성,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 등의 쟁점이 떠오르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촘스키 등의 진보적 학자들의 책이 다소 딱딱한 반면, 이 책의 곳곳에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한 배경 묘사(자카르타의 노동자 캠프, 이라크의 먼지 자욱한 바스라 도로 등)와 인터뷰가 실려 있다. 특히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대변인 제임스 루빈과의 인터뷰(118~124쪽)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책 곳곳에 실려 있는 가슴 아픈 얘기들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 책은 작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 한국판 번역서는 올해 출간된 개정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