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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대한제국이 대외적 상황에 좌우되는 정치적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의 장(場)에서 10여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 현실을 뛰어넘는 극장국가의 효과 때문이었다고 본다. 정치적 사건과 사료에 바탕을 둔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한제국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을 재구성하는 데 있지 않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대한제국을 내면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대한제국의 집단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치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상연하듯이, 대한제국이 극장국가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 연출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고종황제의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국가적 미장센’과 기념물, 그리고 이를 경험하는 신민들의 반응 등에 주목하면서 그것들에 내포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제1장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
문화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 현실 넘어서기
제국의 스펙터클과 과시적 재현
극장국가의 문화적 퍼포먼스, 대한제국의 극적 재현
제2장 대한제국의 탄생 전야(前夜)
고종의 정치적 승부수, 아관파천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제3장 제국의 무대를 만들다
제국의 수도 만들기, 한성도시개조사업
제국의 공간적 재현
제4장 제국을 공연하다
극장국가의 연출가, 고종
황제라는 정치적 배우가 되다
제국의 국가의례, 명성황후의 국장
제5장 황제의 권위를 공연하다
공연되지 못한 공연, 칭경예식
황권의 과시적 재현, 망육순과 기로소 입소
제6장 공연되는 신체, 제국의 현존
제국의 현존, 고종의 거둥(擧動)
공연되는 신체, 순종의 순행(巡行)
권력의 비가시적 시선, 관병식
제7장 제국의 시각화
지리적 실체, 왕의 어진
정치적 도상, 어사진
제8장 제국 표상의 오브제
대한제국의 표상, 태극기와 독립문
기억과 기념, 제국의 서사를 매개하는 오브제
제9장 제국의 서사, 제국의 드라마
움직이는 서사, 황실 미담
제국의 드라마, 자결이라는 가학적 반식민주의
고통의 전시, 분노의 정동
제10장 극장국가의 환영을 넘어 현실의 극장으로
사회의 표상, 회(會)
대한제국의 황실 극장, 협률사
정동의 무대, 매혹된 관객들
현실의 극장, 사실과 허구의 교직
글을 맺으며
인명 찾아보기
제1장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
문화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 현실 넘어서기
제국의 스펙터클과 과시적 재현
극장국가의 문화적 퍼포먼스, 대한제국의 극적 재현
제2장 대한제국의 탄생 전야(前夜)
고종의 정치적 승부수, 아관파천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제3장 제국의 무대를 만들다
제국의 수도 만들기, 한성도시개조사업
제국의 공간적 재현
제4장 제국을 공연하다
극장국가의 연출가, 고종
황제라는 정치적 배우가 되다
제국의 국가의례, 명성황후의 국장
제5장 황제의 권위를 공연하다
공연되지 못한 공연, 칭경예식
황권의 과시적 재현, 망육순과 기로소 입소
제6장 공연되는 신체, 제국의 현존
제국의 현존, 고종의 거둥(擧動)
공연되는 신체, 순종의 순행(巡行)
권력의 비가시적 시선, 관병식
제7장 제국의 시각화
지리적 실체, 왕의 어진
정치적 도상, 어사진
제8장 제국 표상의 오브제
대한제국의 표상, 태극기와 독립문
기억과 기념, 제국의 서사를 매개하는 오브제
제9장 제국의 서사, 제국의 드라마
움직이는 서사, 황실 미담
제국의 드라마, 자결이라는 가학적 반식민주의
고통의 전시, 분노의 정동
제10장 극장국가의 환영을 넘어 현실의 극장으로
사회의 표상, 회(會)
대한제국의 황실 극장, 협률사
정동의 무대, 매혹된 관객들
현실의 극장, 사실과 허구의 교직
글을 맺으며
인명 찾아보기
출판사 리뷰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와 극장국가
1897년부터 1910년까지 불과 10여 년 남짓 존재했던 대한제국의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제국의 시대, 황제의 시대였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고종은 자신이 통치할 대한제국을 유럽의 전제군주가 통치하는 제국에 맞춰 새롭게 정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제국 선포는 서구 제국들이 정복자의 야욕을 숨기지 않던 시대, 현실적으로 만국공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계 질서 속에 편입되어 대한제국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고종은 피정복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과 제국이 되어야 한다는 열망의 간극을 스펙터클의 극적인 효과로 넘어서려 했다. 유럽의 제국에 비견할 만한 대한‘제국’의 외양을 갖추는 한편, 황제권을 과시적으로 재현하는 국가의례와 국가 공식행사를 대대적으로 기획했다. 정치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적 ‘현실’을 극복하려 한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그 시작부터 균열을 내재한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고종이 어떻게 현실적인 정치권력이 아니라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취했는지를 입증해 보인다. ‘극장국가(theater state)’는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발리 왕국을 분석하는 데 적용한 개념이다. 기어츠는 1900년대 발리 왕국에서 통치자의 정치권력 행사가 일련의 정치제도가 아닌 국가의 과시적 재현을 통해 이루어졌음에 주목했다. 곧 극장국가는 국가의례를 통해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국가 형태를 의미한다. 권력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재현물을 통해 통치자가 지금, 여기 함께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 비로소 강력한 정서적 환기, 일체감의 집단적 분기(奮起)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극장국가의 효과와 기억의 정치학
극장 안에서 창출되는 극적인 환영의 효과가 그러하듯, 제국을 재현하되 그것이 현실이 될 수는 없고, 그럼에도 환영처럼 제국을 믿게 만드는 것이 극장국가의 효력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스펙터클을 기획한 통치자의 의도보다 그것을 체험하는 신민들(관객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신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제국의 집단기억을 구성하는 기념행사, 기념물 등 일련의 퍼포먼스는 그것을 경험하는 신민들에게 대한제국을 감각적으로 승인하는 극장국가의 효력을 창출했다. 현실 정치에서 성공했는가의 논의와는 별개로, 그들은 대한제국의 정치적 현실을 간단히 뛰어넘어 스스로를 제국의 신민으로 믿게 만드는 극장국가의 극적 효과에 매혹되었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대한제국이 대외적 상황에 좌우되는 정치적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의 장(場)에서 10여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 현실을 뛰어넘는 극장국가의 효과 때문이었다고 본다. 정치적 사건과 사료에 바탕을 둔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한제국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을 재구성하는 데 있지 않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대한제국을 내면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대한제국의 집단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치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상연하듯이, 대한제국이 극장국가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 연출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고종황제의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국가적 미장센’과 기념물, 그리고 이를 경험하는 신민들의 반응 등에 주목하면서 그것들에 내포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다.
물론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 모든 것이 사라지듯,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극장국가의 극적인 효력도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대한제국은 우리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제국이었음에도 실패한 정치 기획으로, 치욕스런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기억된다.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한제국의 정치적 지향점과 역사적 의미에 대한 판단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제국을 지탱했던 극장국가의 효력은 몰락한 제국의 폐허에 남겨진 기억과 망각의 편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대한제국이 도모했던 집단기억과 문화적 기억은, [명성황후], [덕혜옹주],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이, 우리 역사에서 현실적 계기가 마련될 때마다 무의식 속의 망령처럼 되살아나곤 한다. 극장국가를 작동시킨 대한제국의 집단기억은 지금, 여기의 문화적 기억과 여전한 길항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료를 근거로 한 역사 기록과 함께 대한제국에 대한 문화 분석이 동반될 때, 대한제국의 역사적 성격과 그에 대한 지금-여기의 집단기억 역시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1897년부터 1910년까지 불과 10여 년 남짓 존재했던 대한제국의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제국의 시대, 황제의 시대였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고종은 자신이 통치할 대한제국을 유럽의 전제군주가 통치하는 제국에 맞춰 새롭게 정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제국 선포는 서구 제국들이 정복자의 야욕을 숨기지 않던 시대, 현실적으로 만국공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계 질서 속에 편입되어 대한제국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고종은 피정복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과 제국이 되어야 한다는 열망의 간극을 스펙터클의 극적인 효과로 넘어서려 했다. 유럽의 제국에 비견할 만한 대한‘제국’의 외양을 갖추는 한편, 황제권을 과시적으로 재현하는 국가의례와 국가 공식행사를 대대적으로 기획했다. 정치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적 ‘현실’을 극복하려 한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그 시작부터 균열을 내재한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고종이 어떻게 현실적인 정치권력이 아니라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취했는지를 입증해 보인다. ‘극장국가(theater state)’는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발리 왕국을 분석하는 데 적용한 개념이다. 기어츠는 1900년대 발리 왕국에서 통치자의 정치권력 행사가 일련의 정치제도가 아닌 국가의 과시적 재현을 통해 이루어졌음에 주목했다. 곧 극장국가는 국가의례를 통해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국가 형태를 의미한다. 권력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재현물을 통해 통치자가 지금, 여기 함께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 비로소 강력한 정서적 환기, 일체감의 집단적 분기(奮起)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극장국가의 효과와 기억의 정치학
극장 안에서 창출되는 극적인 환영의 효과가 그러하듯, 제국을 재현하되 그것이 현실이 될 수는 없고, 그럼에도 환영처럼 제국을 믿게 만드는 것이 극장국가의 효력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스펙터클을 기획한 통치자의 의도보다 그것을 체험하는 신민들(관객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신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제국의 집단기억을 구성하는 기념행사, 기념물 등 일련의 퍼포먼스는 그것을 경험하는 신민들에게 대한제국을 감각적으로 승인하는 극장국가의 효력을 창출했다. 현실 정치에서 성공했는가의 논의와는 별개로, 그들은 대한제국의 정치적 현실을 간단히 뛰어넘어 스스로를 제국의 신민으로 믿게 만드는 극장국가의 극적 효과에 매혹되었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대한제국이 대외적 상황에 좌우되는 정치적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의 장(場)에서 10여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 현실을 뛰어넘는 극장국가의 효과 때문이었다고 본다. 정치적 사건과 사료에 바탕을 둔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한제국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을 재구성하는 데 있지 않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대한제국을 내면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대한제국의 집단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치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상연하듯이, 대한제국이 극장국가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 연출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고종황제의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국가적 미장센’과 기념물, 그리고 이를 경험하는 신민들의 반응 등에 주목하면서 그것들에 내포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다.
물론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 모든 것이 사라지듯,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극장국가의 극적인 효력도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대한제국은 우리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제국이었음에도 실패한 정치 기획으로, 치욕스런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기억된다.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한제국의 정치적 지향점과 역사적 의미에 대한 판단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제국을 지탱했던 극장국가의 효력은 몰락한 제국의 폐허에 남겨진 기억과 망각의 편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대한제국이 도모했던 집단기억과 문화적 기억은, [명성황후], [덕혜옹주],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이, 우리 역사에서 현실적 계기가 마련될 때마다 무의식 속의 망령처럼 되살아나곤 한다. 극장국가를 작동시킨 대한제국의 집단기억은 지금, 여기의 문화적 기억과 여전한 길항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료를 근거로 한 역사 기록과 함께 대한제국에 대한 문화 분석이 동반될 때, 대한제국의 역사적 성격과 그에 대한 지금-여기의 집단기억 역시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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