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서양철학의 이해 (독서)/6.서양근대철학

자유의 철학 (2020) - 과학적 방법으로 개발된 삶에 관한 근대 철학

동방박사님 2023. 9. 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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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에 이 책이 처음 소개된 것은 2007년이었다.(밝은누리, 최혜경 역) 2002년에 한국 첫 발도르프 학교가 세워졌으니 실천 운동보다 이론의 소개가 늦었던 셈이다. 더구나 『자유의 철학』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을 선언한 책이고 발도르프 교육철학의 근본 개념인 의지, 감성, 사고를 비롯해 수많은 개념 정의를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책임이 분명한다. 그러나 출간 후 십수 년이 흘렀음에도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여전히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책이 갖는 특유의 깊이가 큰 원인이겠지만 그 못지않게 현실적인 수용 문화의 미비함도 있었다.

모든 사상의 대가들이 그러하듯 슈타이너 역시 기존의 개념에 자신만의 의미 확장을 추가하여 자기 사상 안에서 맥락적으로 정의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직관, 지각, 표상, 개인, 자아, 의지, 감성, 사고 등의 기초 개념들이 모두 일반적이고 통념적으로 이해되는 방식과 거리가 멀게 쓰이고 있다. 먼 훗날 이국의 독자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이 누락된 채, 고유한 방식으로 사용된 개념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그 맥락적 의미를 설명하는 주석이 필요한다. 새 번역은 이러한 요구를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또, 번역에서 늘 문제가 되는 용어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주요 개념에 대해서는 특정 번역 용어 채택의 근거를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리하여 『자유의 철학』이 좀 더 정확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책으로 거듭나 발도르프 교육, 나아가 인지학적 세계관이 우리 사회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문화운동으로 역할하는 데 작은 기여가 되기를 바란다.

목차

자유의 철학

1 앎의 목적
2 의식적 인간 행동
3 왜 앎의 욕구가 삶의 바탕인가
4 앎의 도구로서 사고
5 지각 대상으로서 세계
6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앎
7 인간 개인성
8 앎의 한계가 있는가?

자유의 실재

9 삶의 주된 요인들
10 자유의 이념
11 일원론과 자유의 철학
12 세계의 목적과 삶의 목적(인간의 운명)
13 도덕적 상상력(다윈주의와 도덕)
14 삶의 가치(낙천주의와 염세주의)
15 개인과 집단혼

궁극적 문제들

16 일원론의 결과들
 

저자 소개

저 :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
 
1861년 크랄예베치에서 태어나 1925년 도르나흐(스위스)에서 사망했다.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물리와 화학을 공부했지만 실은 철학과 문학에 심취해 후일 독일 로스톡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이마르 괴테 유고국에서 괴테의 자연 과학 논설을 발행하면서 괴테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정립하고 심화시켰다. 이후 정신세계와 영혼 세계를 물체 세계와 똑같은 정도로 중시하는 인지학을 창시하고, 제 1차 세계대...
 
역 : 박규현
 
고려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양평자유발도르프 대표, 한국발도르프협동조합 학술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맑스, 프로이트, 니체를 넘어』(공저, 1996), 『니체와 해석의 문제』(번역, 1997), 『학문의 구조사전』(감수, 2000), 『내 안의 구도자―어린왕자』(2015), 『잃어버린 신을 찾아서―도마복음』(2015), 『하늘에서 온 글, 한글』(공저, 2017) 등의 작품이 있다.

역 : 황윤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어학과,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어릴 적 꿈이었던 환경 운동가로 전향, 국제비영리환경단체에서 활동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 발도르프 교육운동에 동참, 현재 양평자유발도르프 영어교사 및 통번역가로 재직 중이다. 인지학 계간지 <인지학 사회>에 다수의 번역문을 기고하며 인지학 및 발도르프 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통번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 속으로

“인간은 주인으로서 관념을 대해야 한다. 관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1장」중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은 머리를 통해서이다. 사랑 역시 예외는 아니다.”
---「2장」중에서

“우리는 먼저 자연이 우리 안에 있음을 알아야만 자연을 우리의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 안의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의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탐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3장」중에서

“자유! 다정하고 인간적인 이름이여! 너는 도덕적으로 가장 매혹적인 것을 다 지니며 교묘히 나의 인간성 안에 너를 품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의 종도 아니며 어떤 법칙도 따르지 않고, 강요된 모든 법칙에는 저항하며 내 마음이 기우는 곳이 곧 법이라 선포한다.”
---「10장」중에서

“인간은 자기 행위의 궁극적 결정자다. 인간은 자유롭다.”
---「16장」중에서
 

출판사 리뷰

1. 발도르프 교육의 바탕 철학

자유의 철학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출세작(出世作)이다. 슈타이너는 100년을 이어온 세계적 교육운동인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교육뿐 아니라 천문을 이용한 유기농법인 생명역동농업, 서구 자연의학이라 할 수 있는 인지의료의 창시자이기도 하고 칸딘스키를 비롯해 현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준 르네상스형 인물이었다. 슈타이너가 현대 사상가 중에서 보기 드물게 다방면의 종합적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창시한 사상으로 일컬어지는 인지학(Anthroposophy)의 성격 때문이다.

2. 근대 철학을 초월한 유기적 일원론으로서 인지학(Anthroposophy)

슈타이너는 『자유의 철학』에서 당대 여러 철학 사조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한다. 그는 괴테의 일원적 세계관과 니체의 니힐리즘 비판을 계승하며 칸트를 비롯해 모든 이원적 이성중심주의를 철저하게 비판했다. (그가 두 사상가를 계승했음은 『자유의 철학』 출간 이후 니체와 괴테의 유고집 정리 작업을 수년간 했고 니체에 대해서는 『자유의 투사 니체(Fighter for Freedom Nietzsche)』(1895년), 괴테에 대해서는 여러 논문과 책을 남기지만 대표적으로 『괴테의 세계관(Goethes anschauung)』(1897년)에서 잘 밝히고 있다. 뉴턴, 칸트, 쇼펜하우어가 ‘이원론적 이성중심주의’적인 현대철학의 주류를 이루었다면 그 맞은편에 괴테, 니체, 슈타이너로 이어지는 ‘유기일원적 세계관’의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 책 이해의 배경으로 중요하다.) 그 흐름 위에서 자신의 고유한 사상 세계를 구축한 슈타이너의 『자유의 철학』은 최소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현대 사상사에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다.

첫째, 슈타이너는 이 책을 통해 근대철학이 스스로 설정한 여러 한계를 뛰어넘었다. 칸트는 인간의 인식이 감각 경험에 기초한 직관과 이를 이어받은 개념으로 이루어진다는 근본 성격 때문에 물질세계의 ‘물자체’는 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인류사에 보편가치로 여겨졌던 진/선/미 중 진리 인식의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다. 그에게 진리에 가까운 최선의 앎은 개념에 의해 보편성이 부여되고 실천이성에 의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도덕법칙’일 뿐이다. 도덕법칙과 ‘숭고’한 미의식이 진리에 대한 불가지론의 대체재이자 위안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슈타이너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한다. 그는 이미 괴테가 행했던 것처럼 ‘감각 지각’이 앎의 출발점임을 ‘관찰’과 ‘사고’의 작용으로 논증한다. 나와 세계, 주체와 대상의 이원적 분리 자체가 오류임을 밝힘으로써 진리 인식 가능성을 되살린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인식에 한계가 없음을 선언한다. 한편 또 다른 거인,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도덕법칙을 ‘눈 먼 의지’의 산물일 뿐이라 비판했지만 그 ‘의지’를 초월적 실재로 둠으로써 진과 선(도덕 법칙)마저 부정하는 염세주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슈타이너는 ‘유기적 일원론’의 관점에서 사고가 의지를 파악할 뿐 아니라 자유로운 창조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음을 논증한다.

슈타이너는 위의 두 거인들 외에도 19세기를 수놓은 수많은 사상가들이 유물론, 유심론을 막론하고 이원론적 부당 전제에 갇혀 있음을 밝혔다. 동시에 이원론뿐 아니라 기존 형태의 일원론의 무력함도 함께 밝히며, 이 모든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상들에 맞서 현대 철학과 과학의 성과를 포함하며 넘어설 수 있는 ‘유기적 일원론’의 시각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는 ‘자유’가 감성적 바람이 아니라 인간 의식 발달의 정점에서 얻어지는 통합적 사고의 필연적 결과임을 증명함으로써 현실적인 ‘자유로운 개인’의 상을 정립한다. 제도나 체제, 모든 초월적 실재를 뒤로하고 인간이 만들어가는 자유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이성의 자기 굴레를 넘어선 의식 성장의 장을 연 것이다.

둘째, ‘자유로운 개인’ 상의 정립은 향후 발도르프 교육뿐 아니라 예술, 의료, 농사, 사회운동 등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되는 원대한 일원론적 세계관인 인지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의지, 감성, 사고라는 인간 내면의 작용을 자연 및 우주의 법칙들과 연결함으로써 나와 세계, 신성과 실재의 분리를 걷어낼 수 있는 내용적 기초를 제공했다. 그럼으로써 역사적 뒤안길에 묻혔던 유기적 일원론의 세계관적 진면목을 진화한 모습으로 살려낸다. 한편으로는 신비주의나 종교적 해석의 손에서, 다른 한편으로 유물론 혹은 관념론적 실재론의 공격에서 일원론적 관점을 살려내어, 특정 부분에 한정된 이론이나 지식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차원으로 격상시킨다. 이 점에서 마치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이자 ‘철학을 파괴한 철학자’로 평가하듯, 슈타이너는 니체의 성과를 더 멀리 발전시켜 이원론적 분리, 분석이라는 사고의 고질병을 혁파하고 지성 너머의 영성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연 ‘영혼의 철학자’라고 부를 수 있다. 슈타이너는 종교와 과학, 철학이 자유를 향한 인간 진화의 길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되는 문을 연 것이다.

3. 새 번역본의 의의

한국에 이 책이 처음 소개된 것은 2007년이었다.(밝은누리, 최혜경 역) 2002년에 한국 첫 발도르프 학교가 세워졌으니 실천 운동보다 이론의 소개가 늦었던 셈이다. 더구나 『자유의 철학』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을 선언한 책이고 발도르프 교육철학의 근본 개념인 의지, 감성, 사고를 비롯해 수많은 개념 정의를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책임이 분명한다. 그러나 출간 후 십수 년이 흘렀음에도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여전히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책이 갖는 특유의 깊이가 큰 원인이겠지만 그 못지않게 현실적인 수용 문화의 미비함도 있었다.

모든 사상의 대가들이 그러하듯 슈타이너 역시 기존의 개념에 자신만의 의미 확장을 추가하여 자기 사상 안에서 맥락적으로 정의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직관, 지각, 표상, 개인, 자아, 의지, 감성, 사고 등의 기초 개념들이 모두 일반적이고 통념적으로 이해되는 방식과 거리가 멀게 쓰이고 있다. 먼 훗날 이국의 독자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이 누락된 채, 고유한 방식으로 사용된 개념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그 맥락적 의미를 설명하는 주석이 필요한다. 새 번역은 이러한 요구를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또, 번역에서 늘 문제가 되는 용어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주요 개념에 대해서는 특정 번역 용어 채택의 근거를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리하여 『자유의 철학』이 좀 더 정확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책으로 거듭나 발도르프 교육, 나아가 인지학적 세계관이 우리 사회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문화운동으로 역할하는 데 작은 기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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