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굴을 떠나 팬데믹을 마주하기까지,
공간을 짓는 인류의 건축이야기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생활의 기본 요소는 ‘의식주’이다. 현대에 들어 옷과 음식은 인간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주’에 해당하는 건축은 주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원시시대 초기에는 건축이 물리적인 상징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문명과 인문학이 발달하면서 건축은 또 다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나, 또는 우리만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정신적인 영역이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건축은 인류와 동행하며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장 작은 세계가 형성되고 이는 사회를 이룬다. 건축이 만들어낸 공간은 곧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이나 다름없다.
건축은 학문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생각에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건축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 일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즐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아파트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피라미드는 왜 삼각뿔 형태인지, 교회의 첨탑은 왜 높아졌는지, 왜 전원주택이 인기인지도 들려줄 수 있는 흥미로운 영역이다.
저자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나 다소 학문적인 이야기 외에도 우리가 그동안 미처 제기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처럼 사람을 보호해야 할 건축물이 그 신뢰를 다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참사뿐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건축가와 사회는 어떤 반성을 해야 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시대 건축가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건축의 역사와 철학, 비판, 현상, 제안 등 폭넓은 부분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이론과 사실의 나열이 아닌 저자의 철학과 사고가 개입되어 있다. 그렇게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책을 덮을 즈음에는 이전보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과 우리 주변의 건축물에 대해 흥미를 느낄 것이다. 공간과 건축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 책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목차
Part 01. 인류, 공간을 짓다
01. 인류와 건축의 동행
02. 건축물과 건축
03. 공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04. 건축가의 등장
05. 건축가의 철학
Part 02. 인간과 자연, 그 사이에서
01. 건축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02. 인간을 닮으려는 건축
03. 자연을 닮으려는 건축
Part 03. 인간과 공간의 교류
01. 공간에 자유를, 주거에 변화를
02. 인간과 공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Part 04. 건축물로 이루어진 도시
01.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02. 도시가 선사하는 경험
03. 우리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
Part 05. 새로운 시대, 새로운 건축을 고민하다
01. 건축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02. 4차 산업혁명과 건축
03. 팬데믹의 시대, 건축의 미래
에필로그│ 우리에게 자연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책 속으로
좋은 환경은 장소로 기억되지만 역으로 획일화된 환경은 부정확한 기억을 갖게 한다. 그래서 건축가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좋은 기억을 만들고 장소의 중요성을 알기 위하여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장소의 흔적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건축에 타당한 미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건축가도 흔적에 관한 자신만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가 있어야 한다. 건축물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양면성을 자극하는 기억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작업될 때 그것이 진정한 건축이다.
---「1장 ‘인류, 공간을 짓다’」중에서
공간의 품질은 사용자의 직관적인 체험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건축가는 공간의 잠재적인 영향을 읽고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바라보며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특성이 무엇일까 분석하여 제공해야 한다.
---「2장 ‘인간과 자연, 그 사이에서’」중에서
벽은 시야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영역이다. 여기에서 시야란 눈의 의미보다는 사고의 의미에 가깝다. 곧 보지 못하면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굴에서 나와 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자연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3장 ‘인간과 공간의 교류’」중에서
명품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명품 건축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세계의 명품 도시를 찾아가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역사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거리, 역사적인 건축물, 그리고 역사적인 도시 구조가 있다.
---「4장 ‘건축물로 이루어진 도시’」중에서
산업혁명의 여파로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되었는데 클래식한 건축물의 형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때 르 코르뷔지에는 3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제안하며 최초의 아파트를 선보였다.
인간은 작업하는 공간과 휴식 공간, 그리고 주거 공간 등 상황에 따른 공간이 요구된다. 그러나 로봇이 산업 공간을 차지하면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무의미해졌고 이는 산업 시설에 대한 설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건축 분야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모던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국제 양식의 건축 형태는 지금까지 글로벌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양식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고층의 밀집된 형태가 아닌 건축 형태는 무엇일까?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아주 먼 옛날 인류의 동굴 생활을 상상하게 한다. 반복되는 추위와 더위를 버텨내기에 인류는 너무 약했고 종족의 생존과 보존을 위한 사냥은 거대한 맹수를 상대로 벅찼을 것이다.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쉼터이자 종족의 커뮤니티 공간은 그나마 안전한 동굴이 유일했다. 하지만 나날이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식량도 공간도 부족했을 터. 이렇게 공동으로 거주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면서 집단의 형태는 분화되기 시작했다.
무리의 범위를 이탈한 소규모의 집단들은 보호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유를 보장받게 되었다. 자유를 선택한 대신 보호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했다. 무엇보다 인간이 맞설 수 없는 거대한 자연환경, 즉 비와 바람, 추위와 더위를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건축이었다.
동굴 밖을 나온 인류는 생존을 위해 주거와 식량, 이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헤맸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 방법을 터득해나갔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활의 발달을 이루었을 것이며 이 가운데 건축의 역할 또한 삶에 중요한 의미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동굴 밖을 향한 인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동굴은 어쩌면 우리의 첫 번째 집일지도 모른다. 동굴이라는 첫 집이 가진 인류의 이야기처럼 모든 건축물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여러 이유로 지어진 ‘건축물’과 짓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반인들도 건축에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좋은 전문가? 나쁜 전문가?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우리에게 너무나 큰 아픔과 충격으로 남아있는 붕괴 사건이 일어난 건축물들이다. 누구도 그 거대한 건축물들이 붕괴하리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이런 사고들이 반복되면서 건축가라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었다.
저자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경력과 이론을 기준으로 4가지 타입으로 나누고 이론과 경력 두 가지를 다 갖춘 전문가보다 그렇지 못한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는 현실과, 그래서 젊은 건축학도가 롤 모델로 삼을 만한 건축가가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전문가의 척도는 교육과정과 자격증이 아닌 철학과 끊임없는 자기개발 노력,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야 진짜 전문가라고 역설한다. 이것은 단순히 저자의 개인적인 주장이라기보다 자신의 공간을 건축하려는 독자에게 전문가를 선택하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훌륭한 건축 철학과 능력을 겸비한 건축가를 만날 때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한다는 저자의 말은 그래서 더욱 독자를 향해 울림 있게 전달된다.
캠핑, 귀촌, 전원주택
자연으로 떠나려는 욕망
인간은 끊임없이 건축물을 지어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대도시에서 다소 떨어진 곳들에는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이 매일 같이 들어서고 시골에 고향이 있는 사람은 귀촌을, 땅도 고향도 없는 사람은 텐트를 들고 캠핑을 떠난다. 인간도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잊고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했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무한한 자원이 필요했고 갈수록 대형화되는 공장과 그곳의 노동자들을 위한 터전도 필요했다. 차들이 많아지자 고속도로가 생겼고 이동시간이 줄어드니 새로운 도시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에는 자연을 향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들이 자연의 형태를 삶 속에 재현하려고 시도했다. 자연을 닮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내기도 하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인간은 공간과 교감하며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공간에게도, 더 나아가 자연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자연을 찾아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를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그래서 생존과 직결된 과제일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수도 이전, 행정도시 이전, 공기업 지방 분산 등 다양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역시 도시의 자유와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도시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찾아 자연으로 떠나려는 그 마음처럼,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외국의 도시들을 찾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도시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다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식당이나 극장 등 대중 공간에서는 지인과도 정해진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하고, 직장이 아닌 집에서 근무하는 형태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지하철 안에서는 누구도 대화를 하지 않고 가족끼리도 외식보다는 배달음식으로 분위기를 내곤 한다.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는 것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소하다. 이처럼 바뀐 일상의 상징적인 개념은 ‘사람 간의 거리’이고 이는 건축 공간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건축가들에게 코로나19는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과제를 던져줬다. 공공장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하에서 언제나 공유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을 분산시키거나 개인 공간으로의 전용이 필요하다. 고밀도의 거대 사무용 건물은 재택근무로 인해 다른 용도로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거리 두기가 불가한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도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한 이동이 용이하도록 도로에 대해서도 해결책이 필요하고 교육 공간이자 사무 공간이자 거주 공간으로 복합적인 용도가 추가된 집 역시 공간 구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화상교육이 익숙해진 학생들은 거대한 학교가 과연 필요한지,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과연 책상이 빼곡한 사무실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는 “우리에게 도시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보일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이런 전염병이 다시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지나온 우리의 공간을 되짚어보며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공간은 과연 합리적인지, 그리고 다가올 공간에 대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공간의 의미와 중요성을 전한다.
'56.문화예술 입문 (독서>책소개) > 1.건축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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