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화예술 입문 (독서)/1.건축문화

양용기 건축가의 영화 속 건축물 (2023) - 지식에서 재미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동방박사님 2024. 3. 25. 07:51
728x90

책소개

영화를 통해 만나는 세계의 다양한 건축물들,
건축이 품은 양식과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면
영화를 또 다른 시각으로 감상하는 기회가 된다!

#1.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는 영화 속 건축물,
건축물은 때로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우리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하는가. 만약 영화에 대해 재미있다라고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면이 인상 깊었는지 물어보면 대답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같은 영화를 감상한 관객이지만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을 만든 감독은 이런 관객의 다양한 관심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관객이 잘 알아차리기 힘든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속에 자신의 관심사가 등장하면 빠르게 인지한다. 그리고 그 부분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고 만족했다면 그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물에 시선이 꽂혔다. 저자의 관심사는 바로 건축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재료로 사용된 건축물을 보며 어떤 양식을 차용한 건물인지, 감독은 왜 그 건물을 이 영화에 끌여들였는지, 왜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세트를 제작해야 했는지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온전히 영화 속에 등장한 건축물을 소개하기 위해 써내려간 ‘영화 속 건축 안내서’이다. 저자는 영화 속 다양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본다면 이를 의도한 감독도 보람을 느낄 것이며 관객 또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진리는 여기에서도 사용된다. 건축물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자연 속에 인간적인 공간을 형성하면서 건축물은 인간과 함께 발달해 오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건축물을 창조물이라기보다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건축물은 때로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목차

프롤로그 |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에 담긴 의미

건축, 감독의 의도를 반영하다
부유함과 가난함을 드러내다│기생충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공학자의 집│아이언맨
재벌이 사는 특별한 공간│시크릿 가든
섹슈얼 심벌로서의 건물│원초적 본능 2
보수적인 시대상을 담은 주택│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도시의 상징이 된 건축물│인터내셔널

공간, 인물의 관계를 이어주다
10년의 간극을 이어주는 건물│건축학 개론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다│콘택트
가족이 함께 사는 보금자리│우리집
코로나19로 건물에 갇히다│뤼마니테 8번지
불만족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날 피난처│파어웨이
폭력이 이루어지는 공간│더 글로리

스타일, 다양한 건축 양식들과 마주하다
동화 속 중세의 아름다움│도깨비
영화로 보는 유럽의 전원│풍경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프랑스의 역사가 담긴 루브르 박물관│다빈치코드
영국 브루탈리즘 건축│1984 & 시계태엽 오렌지
그리스 부흥 양식 주택│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
간단명료의 끝, 미니멀리즘 건축│마당이 있는 집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6 언더그라운드

에필로그 | 우리는 영화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

저자 소개

글 : 양용기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독일 호프만 설계 사무소에서 일했다. 쌍용건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플랜트에 파견 근무하여 실무를 쌓고 독일 건축사 자격증 취득 후 30대 후반까지 유럽에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안산대학교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랜 시간 실무를 바탕으로 건축 경험을 쌓은 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건축 책을 집필하고 있다. 건축 소...

책 속으로

주인공 아버지가 아들이 처음 부잣집에 들어갈 때 말한 “넌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와 홍수가 난 후 아버지의 “무계획이 계획이다.”라는 대사는 가난한 공간과 부자의 공간을 말해주기도 한다. 잘 정돈된 공간에는 계획이 있다. 반면, 지하 공간은 계획대로 공간을 사용할 수가 없어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도시는 절대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만들어져선 안 된다. 가난한 자와 가난하지 않은 자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도시 공간이다.
--- p.13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집〉이다. 그냥 집이 아니고 ‘우리’ 집이다. 여기서 집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바닥이 있고 벽에 둘러쳐져 있으며 지붕이 얹혀 있으면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 사람이 살면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이 된다. 이는 단지 집에 대한 물리적인 해석이다. ‘집’이라는 단어 앞에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데 아름다운 집, 큰 집, 작은 집, 언덕에 있는 집, 찌그러진 집, 돌 집 등…. 이러한 묘사는 물리적인 그리고 형태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형용사이다. 반면 행복한 집, 시끄러운집, 사랑이 넘치는 집, 훌륭한 사람이 사는 집 등의 묘사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 p.81

건축물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공간에서 생활하며 일어날 상황을 가능한 많이 예상하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설계에서는 기본적으로 동선, 빛 그리고 환기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중 동선은 물리적 움직임 그리고 시각적 움직임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물리적 움직임이란 사람이 움직이는 것으로, 이 움직임에는 접촉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접촉을 교류 혹은 만남이라고 한다.
주택과 같은 생활 공간이 밀집된 곳에서는 동선이 꼭 고려되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야 하는 영역이 있고, 공용 공간에서 동선의 교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정년퇴직한 노년에게는 이 동선의 교차
자체가 필수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웃이라는 관계가 성립되려면 첫 번째로 발생해야 하는 것이 동선의 교차이다.
--- p.92~93

〈더 글로리〉에 등장한 인상적인 장소 중 하나는 바로 야외에서 공개적으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조성된 공원이다. 바둑 공원은 인천 서구 청라호수공원 청라루에 258㎡ 크기로 조성되어 있다. 촬영을 위해 만들어졌고 이후에는 인천시설공단이 이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도시는 시민의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도시민을 위하여 많은 영역을 제공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공원이다. 공원은 도심 속 정적인 공간으로 많은 것들이 가능해야 하지만 반대로 많은 것들이 정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좋은 도시는 공원이나 광장이 많다.
--- p.110~111

벽지의 문양은 영화 속에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공간의 특성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컬러, 과감한 패턴, 풍성한 부피감의 맥시멀리즘 벽지가 눈에 띈다면 영화 정보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장르를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수선하며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유령 영화라면 감독의 입장에서 맥시멀리즘 벽지는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169

출판사 리뷰

영화의 주인공만큼 중요한 다채로운 풍경
영화를 통해 세계의 건축물을 여행하다


부유와 가난을 고스란히 드러낸 〈기생충〉은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 재미를 다 알 수 없는 영화다. 비루할 만큼 불편한 반지하의 집과 넓은 정원을 갖춘 대저택의 차이, 여기에 담긴 의도를 알게 된다면 감독과 더욱 교감할 수 있다. 빈부의 격차이자 신분의 차이를 담은 요소는 두 공간의 배치와 계단, 높낮이 등을 통해 나타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하이테크한 기술을 담은 대저택을 구경할 수 있다. 영화 속 토니 스타크 하우스(Tony Stark’s House)는 월레스 E 커닝햄이라는 건축가가 디자인을 완성한 것으로, 이는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주인공의 지위를 한눈에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도록 절벽에 놓인 이 저택은 외관 자체로 경이로울 정도지만 내부 공간의 설계 또한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다. 호화로움을 보여주는 장치로 토니 스타크 하우스의 등장만큼 최고의 선택은 없을 것이다.

우리 고유의 한옥집도 영화에 큰 역할을 해낸다. 바로 〈건축학 개론〉이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한옥집은 영화의 배경으로 최고의 역할을 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도시의 집들은 내부와 외부가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지만 중정식과 같은 울에 작은 마당을 두어 공동의 영역으로 사용하는 당시 서울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를 가졌다. 이는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던 유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저자는 영화 속 건축물의 형태와 양식 등의 물리적인 요소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사는 ‘우리 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집이란 바닥이 있고 벽으로 둘러쳐져 있으며 지붕이 얹혀 그 안에 생긴 공간을 말하지만, 저자는 행복한 집, 시끄러운 집, 사랑이 넘치는 집 등 가족의 보금자리로서의 집에 몰두한다. 우리 집은 어떤 집인가는 그곳에 사는 가족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영화 〈우리집〉은 부모님의 싸움으로 큰소리가 잦은 집과 생계로 인해 집을 비워 어린 자매만 살아가는 집이 등장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이 생각하는 집과 아이가 인식하는 집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책은 영화의 스토리, 멋진 배우들의 연기만큼 다채로운 풍경과 그 풍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 세계의 건축물을 알아가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