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학의 이해 (독서>책소개)/7.한국현대소설

궁정동 사람들 (2019) - 박흥주 대령의 10.26 - 장편소설

동방박사님 2024. 10.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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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운의 군인 박흥주 대령의 뜨거운 충정과 죽음
10·26 그날 밤, 돌이킬 수 없는 그의 선택


10·26 관련자 중 가장 먼저 처형당하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군인 박흥주. 모두에게서 잊힌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뜨거운 충정을 소설로 만나다. 박흥주는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이자 미래의 육군참모총장으로 꼽히던 엘리트였지만, 군인으로서 충성을 다하기 위해 가정과 출세를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현직 소방대원이자 등단 소설가인 박이선 작가는 박흥주의 비극적인 스토리와 그를 둘러싼 역사의 파고를 침착한 문체로 풀어내며 그 인생 역정을 그렸다. 박이선 작가만의 사실적이고 섬세한 심리 묘사는 생생하면서도 서늘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가고자 했던 길과 주어진 길 사이에서 총을 쥔 채 고뇌하는 박흥주의 모습은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운명에 순응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현대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독자들은 역사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미약한 존재로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선택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목차

작가의 말 4

딸의 왕관 11
정보부장과 경호실장의 암투 27
궁정동 안전가옥 51
구두를 사다 71
능곡양조장 막걸리 83
궁정동 안가의 실세 93
경호실 사람들 103
정보부장의 손님 117
불길한 예감 123
정보부장의 숨가쁜 밀명 137
뒤틀린 운명의 반 시간 149
선택의 여지는 없다 165
대기실의 경호원들 177
총소리를 기다리며 187
마침내 울린 총소리 195
중앙정보부와 육군본부의 갈림길 213
피바람이 불고 나서 229
보안사의 가택수색 245
비상계엄령과 군법회의 257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 281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301
참된 군인의 길 317
사형수의 목각인형들 331
뜻밖의 면회 347
하늘은 푸르다 369
님의 침묵 391
 

저자 소개 

저 : 박이선
2012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하고,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하구(河口)」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장편소설 『염부』로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역사와 시대상을 반영한 여러 작품을 출간하며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 속으로

김재규가 박흥주와 박선호를 볼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든든하고 뿌듯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저들은 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하 이상의 존재들이었다. 장비(張飛)는 부하인 범강과 장달의 손에 죽었고, 시저는 브루투스의 손에 죽었다. 그러나 저 두 사람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남자로서 남자를 믿는 것이다. --- P.72

뒤에 남겨진 흥주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느닷없이 대통령과 경호실 요원들을 모두 죽이라니, 그는 조막손이 달걀 떨어뜨린 것처럼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어쩔 줄 몰랐다. 자유민주주의? 조금 전 부장이 말한 소리가 메아리처럼 귓전에 남아 맴돌았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 P.148

어떤 경우든 부장과 부하들이 종착역을 향해 내달리는 기차에 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기차에서 내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누구도 내릴 수 없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 P.167

흥주는 부장이 꾸미는 일의 성패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성공한다고 해서 명령을 따르고, 실패할 것이라고 하여 명령을 거부하는 그런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행동은 그가 철저히 경멸하는 것이었다. 오직 명령이 있기 때문에 따르는 것뿐이다. 명령이 있으면 그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않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 군인본분, 선택의 여지는 없다. 더 이상 동요하지 말자. --- P.169

“발사!”
날카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사진병이 들은 것은 총소리가 아니었다. 총소리보다 앞선 소리, 마치 한 맺힌 소쩍새가 피를 토하듯 박흥주가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육군 만세!”
--- P.379

출판사 리뷰

역사에서 지워진 참군인의 비극적인 삶과 죽음

대통령 암살이라는 현대사 속 가장 충격적 사건인 10·26은 그동안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두 사람 위주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작가는 당시 궁정동 총소리의 또 다른 관련자, 박흥주 대령에 주목한다. 그는 당시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으로서 10·26 관련자 중 가장 먼저 처형당하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지만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다. 누구보다 유능했고,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자였으며, 미래의 육군참모총장으로 꼽히던 엘리트 군인 박흥주. 오직 청렴하고 충성된 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단란한 가정과 출세의 탄탄대로를 모두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던 그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현직 소방대원 박이선 작가가 그린 안타까운 충정

박이선 작가는 화마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소방대원이자 등단 소설가이다. 죽음을 각오하며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그는, 죽음 앞에 선 충성스러운 군인이자 한 명의 가장이던 박흥주 대령의 심정을 절절히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작가다. 작가는 박흥주가 느낀 고뇌와 내면적 갈등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차분하게 자료를 모으고 행적을 더듬었다. 마침내 박흥주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 애절한 사연을 펼칠 수 있게 되었을 때 작가는 그 마음을 벼려 눈물로 이 작품을 썼다. 박경리의『토지』와 최명희의『혼불』 같은 대하소설을 집필하고 싶다는 박이선 작가는 박흥주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역사의 파고를 침착한 문체로 풀어냈다. 박이선 작가만의 사실적 상황 묘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도 서늘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반역인가, 불충인가, 운명의 기로에서

밖에서는 청렴한 군인으로, 집안에서는 딸의 연극용 왕관을 직접 만들어주는 다정다감한 아버지로 하루하루를 살던 가장 박흥주.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의 배웅을 받고 출근한 어느 날, 대통령 시해사건에 휘말려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말았다. 박흥주는 대통령 암살의 공범으로서 경호원들을 모두 사살하라는 상관 김재규의 명령을 차마 거부할 수 없던 충성스러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독자들은 역사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미약한 존재로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선택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된다. 가고자 했던 길과 주어진 길 사이에서 총을 쥔 채 고뇌하는 박흥주의 모습은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운명에 순응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현대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김재규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던 걸까’,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선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독자들은 박흥주를 짓누르던 인생의 무게감에 감정이입하며 스스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