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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재의 한국사회를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사건들이 이어진 1987~1997년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1987년의 두 사건, 즉 6월항쟁과 7·8·9노동자대투쟁에 대해 동일한 무게를 부여한다.
이는 기존의 역사 서술이 배제하거나 축소해왔던 노동운동과 노동자 투쟁이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1987년에 시작된 지배계급과 민중의 치열한 투쟁은 1997년 IMF의 난입으로 일단락됐다.
IMF와 국제금융자본을 앞세운 미 재무부는 김대중 정부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했고, 김대중이 이를 수용하면서 10년 간의 ‘계급전쟁’은 지배계급의 승리로 끝났다.
이 책은 노동자·민중의 시각에서 군사독재, 김대중, 민중진영이 벌인 10년 간의 싸움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한다. 미국의 관여를 포함해서 말이다.
책에는 이 시기를 조망하는 17장의 사진이 하나의 챕터처럼 삽입되어 있는데, 세심하게 붙여진 사진설명과 함께 이를 음미하는 것은 또 하나의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목차
독자들에게
6월항쟁
개헌과 대통령선거
7·8·9노동자대투쟁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의 해체
지역구도와 여소야대
성장하는 민중운동
3당 합당과 1991년 5월 투쟁
탈냉전과 북방정책
미국이 정한 경계를 넘지 못한 남북협상
민중진영 합법정당 논쟁과 14대 대선
김영삼 개혁의 딜레마
전쟁 직전까지 간 북미
실패로 끝난 신자유주의 개혁
총파업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IMF 위기
최초의 정권교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저자 소개
저 : 이정무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오랫동안 <민중의소리> 편집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청년들과 공부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책 속으로
이 책은 1987년 6월 29일에서 시작한다.
군부독재자들이 민중의 투쟁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그날이다.
우리 민족에게 첫 번째 해방이 1945년이라면, 두 번째 해방은 1987년일 것이다.
그날 우리는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완전한 민주화의 새날이 밝아오리라 믿었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에서야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후 군부세력은 보수세력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우리사회의 일각을 차지했고, 군부세력과 맞서 싸웠던 이들은 보수세력과 일진일퇴를 거듭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관심은 이 길고 오래된 싸움이 아니라 6월이 저물고 불과 며칠 되지 않아 시작된 7·8·9노동자대투쟁이다.
--- 「독자들에게」 중에서
전두환은 군 투입을 감행하지 못했다.
정부 내 온건파들과 미국이 군 투입을 반대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군대를 투입해 시위를 진압할 수 있었다면 전두환이 이를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이미 1980년 광주에서 민중을 학살한 자였다.
하지만 군 투입이 군사독재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재야와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6월의 거리에 나섰던 이들은 더 이상 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80년 광주는 7년이 지나 마침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었다.’
--- 「6월항쟁」 중에서
7·8·9노동자대투쟁은 현장에서 군대식 노동통제를 몰아냈고 급속하게 성장한 노동자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남겼다.
노동자는 더 이상 천한 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긍지와 존엄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었다.
이런 인식은 같은 지역의 노동자들 내에서, 같은 ‘그룹’의 노동자들 내에서, 같은 산업의 노동자들 내에서 점차 확산됐다.
노동자에게 계급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 「7·8·9 노동자대투쟁」 중에서
1982년 현대자동차는 신문과 잡지에 포니 자동차 광고를 실었다.
“당신도 자가운전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할부로 마이카를 구입하십시오”라는 카피와 함께. 포니 광고가 실렸던 1982년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65만 대였다.
이 수치는 노동자대투쟁 이후 10년이 지난 1997년엔 1천만 대를 돌파했다.
‘마이카’ 시대를 연 건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노동자대투쟁이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지옥을 탈출했고, 자신을 포함한 대중의 생활을 개선했다. ‘한강의 기적’은 여기에 붙여져야 할 찬사다.
---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의 해체」 중에서
5월 투쟁은 3당 합당에도 불구하고 저항세력이 수십일 간 정국을 마비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5월 투쟁을 ‘도둑맞은 6월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완전한 승리나 일방적 패배로 끝나지 않았다.
3당 합당은 지배세력의 의도처럼 1.5당 체제의 보혁구도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5월 투쟁을 수수방관했던 김영삼은 5월 투쟁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 「3당 합당과 1991년 5월 투쟁」 중에서
1994년 들어 미국이 강경론으로 선회하고 영변 폭격을 모색하면서 한국 내 강경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영변폭격이 제2의 한국전쟁으로 발전할 경우 의심의 여지없이 ‘민족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김영삼은 후일 회고에서 자신이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영변폭격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6월 14일 성명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확고하고 일관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변폭격 거부 의사를 공개한 것이다.
--- 「전쟁 직전까지 간 북미」 중에서
국민승리21은 대선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과거처럼 맥없이 흩어지지 않았다.
1998년 6월 4일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과 국민승리21의 지원을 받은 김창현(울산 동구), 조승수(울산 북구), 김두관(경남 남해군)이 기초단체장에 당선되고, 그해 민주노총이 “국민승리21을 확대 재편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적극 지원·연대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하자 진보정당을 창당하기 위한 움직임에는 다시금 힘이 실렸다.
이들의 노력은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의 창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 「최초의 정권교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룬다.
이 책은 1987년에서 1997년의 10년, 즉 노동자·민중의 진출과 이를 억누르려 했던 지배세력 간의 투쟁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물론 이 시기는 1989년 독일 통일 이후 미국이 세계의 단일 패자로 군림했던 ‘미국의 시대’이기도 했다.
책의 상당 분량이 한국의 대외 정책과 남북관계, 여기에 개입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유다.
이 책은 단순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나열하거나 일반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방식을 넘어선다.
대신 각 사건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 계급 및 세력 간의 역학 관계, 구조적 모순,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그 좌절 과정에 주목한다.
우선 이 책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을 넘어 민주노조 인정과 인간적 대우를 향한 비합법적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투쟁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지역 차원의 연대를 만들어간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그것이다.
1996~97년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음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목표다.
이 책은 6월항쟁으로 궁지에 몰린 지배세력이 김영삼을 포섭해 정국을 역전시키려 했던 1990년의 3당합당과 이에 맞선 김대중이 1997년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붙인다.
저자는 3당합당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1991년 5월 투쟁에 대해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국가 권력과 보수 언론의 거짓 깃발(false flag) 공작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덧붙였다.
국가와 언론이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고 저항 세력을 고립시켰는지 말이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변화가 왜 한반도를 비켜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미국은 북한에게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오라’고 주문했지만, 막상 남북이 협상을 통해 합의서를 채택하자 다시금 핵 문제를 이유로 북한을 봉쇄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 전쟁위기로 이어지고, 미국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과정도 실감나게 묘사됐다.
이 책의 백미는 IMF 외환 위기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IMF 외환 위기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면서, 미 재무부의 역할과 ‘미국 박사’ 출신 경제 관료들의 동조,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대응이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김대중이 미 재무부와 IMF,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에 굴복함으로써 한국사회를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개편했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 외에도 김영삼 정부 시기 군부 숙청, 정주영의 정치 참여, 민족민주운동 세력 재편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신선하고 도발적인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696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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