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한국정치의 이해 (독서)/6.대한민국정치인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2016)

동방박사님 2023. 6.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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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촛불 혁명 과정에서 만난 '놀라운 이재명과 시민들' 그리고 '그의 안에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글이 곧 그 사람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라고 믿는 저자는 이재명의 말과 글을 아교로 삼아 그의 오래된 기억 속에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하나하나 붙여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 현대사와 학생 운동사의 한 자락이 드러나고, 그것들이 작금의 촛불 혁명과 어떻게 만나 소용돌이쳤는지, 그 와중에 뒤처진 자들은 누구이고 앞선 자들은 또 누구인지 납득하게 해준다.

목차

01.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2016년 10월 29일 이재명의 청계광장 연설
-그것은 시(詩)였다. 분노의 시, 고발의 시, 규탄의 시,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의 시였다.

02 그의 입에서 윤상원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2016년 11월 12일 시민 대행진 中 트럭 위 연설
-내 마음 속에 대한민국의 의사 윤상원을 살려낸 이재명

03 촛불은 모든 ‘지도자들'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중년이 된 나와 내 친구들을 일깨웠다.
- 우리를 조직하지 말라! 우리는 너희보다 현명하다!

04 애덤 스미스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 애덤 스미스와 이재명은 동일한 자본주의를 원한다.
- 국민과 함께 통곡하는 보수

05 다시, 청계광장의 그 연설
-소박한 민중의 언어로 민중과 함께하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무엇이 있었나.

06 이재명과 시대정신, 그리고 책임 공정 사회
-빅데이터로 분석한 2017년 핵심 시대정신 예측 보고서
-법치주의로 구축하는 책임 공정 사회

07 이재명과 언어혁명
-말 되는 급진적 언어가 말도 안 되는 우아한 언어를 부수는 시대
-비합리적 의사소통에서 합리적 의사소통으로

08 이재명과 청년배당, 그리고 기본소득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단계적 기본소득 실시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자
-신의 한 수를 기대하며 …

09 이재명의 외교 안보 전략
-아무리 비싸도 평화가 싸다.
-‘허세' 아버지보다 ‘쿨'한 아버지가 필요하다.
 

저자 소개

저 : 최인호
 
서울대학교 철학과(미학 전공) 졸업.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전6권, 박종철출판사) 책임 번역자로 일하며 독일어 저작 대부분을 번역했다. 이 기간 동안 루이제 린저의 <북한 이야기>(형성사), 칼 맑스의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박종철출판사), V. I. 레닌의 <러시아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발전>(태백)을 함께 번역했다. 2003년~2004년에는 EBS라디오...

“편히 살려면 남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제 좌우명대로 지금껏 조용히 지내왔습니다. 원컨대 앞으로도 조용히 살기를 바랍니다.”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 않는 이 문장은 유럽의 위대한 철학자가 1634년 누군가에게 쓴 편지에 들어 있던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어느 날 밤 아주 훌륭한 어떤 서적에서 만났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펼치다 교회의 엄청난 핍박을 받는 걸 목격한 데카르트는 겁을 먹고 위의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서 드러난 그의 좌우명은 소심하고 비루한 나 같은 인물에게 썩 잘 어울리는 것이었기에, 그날부터 나는 이 철학자를 따라 비겁하고 조용하게 세상 뒤에 숨어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거리에서 이재명을 만났다. 그리고 그날부터 많은 게 바뀌었다. --- p. 5

항쟁 전에 ‘들불야학'을 했다는 것으로, [전민노련]에 가입했다는 사실로 그를 민주주의 혁명의 최전선에서 싸운 사회주의 노동운동 혁명가로 영웅시하는, 초점이 조금 다른 해석이 있었어. 박노해라는 사람이 윤상원을 그렇게 해석했고, 그 해석이 내 머리에 박혀 있었던 거지.
나와 달리 이재명에게는 윤상원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열사요 의사였던 거야. 그렇기에 그는 확실한 믿음과 자부심으로 이러저러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스스로의 공화적 신념에 따라 “윤상원의 결기를 이어서" 민주공화국을 수호하자고, 민주공화국 수호를 위한 시민혁명에 나서자고 외친 거라고 봐. 이재명이 내 생각을 바꿔줬어. --- p. 35

80년대에 학생운동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대중을 ‘지도'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이 그들의 뇌리 깊숙한 곳에 똬리 틀고 있기 때문에, 30년이 지난 오늘날, 자신들보다 더 똑똑해진 주권자 대중이 내리는 지시를 지독하게 안 듣는다.
이재명은 80년대 초에 학생운동은커녕 광주 민주화운동이 “빨갱이와 간첩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이해한 사람이었다. 한참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나중 된 자"였다. 그러나, 그는 책으로 현실을 공부한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현장에서 대중과 호흡하며 커왔기 때문에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들과 달랐다. 그래서 어느덧 ‘먼저 된 자'가 되었다. --- p. 55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법률들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의 정의를 위반하며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고 준엄하게 비판하였다. 즉, 사회 정의를 침해하는 검은 손이라고 보았던 것이며, “그 검은 손을 치우라"는 뜻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것이다. 검은 손이 없는 사회, 자본의 만행이 규제되는 사회,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공정 사회를 만들어야 국부가 증가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본 것이다. 그게 그가 쓴 [국부론], 원제 [국부의 본성과 원인에 관한 연구]의 결론이다.
그러므로 이재명이 틈만 나면 말했던 “노동을 존중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바로 애덤 스미스가 요구한 그 사회였고, 그가 말한 “초보적 정의의 회복"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 철학과 사회 철학을 그대로 압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p. 75~77

2016년 전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말 잘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정치였다. 과묵하고 어눌할수록 대중의 신뢰를 얻는,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 자주 벌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한 이유로 누군가를 신뢰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가 이제 말 잘하는 대통령을 얼마만큼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말 잘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원한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 경제 사회 정책들이 마음에 안 들 때 느끼는 스트레스도 크지만, 더듬거리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주는 스트레스도 그에 못지 않다. 대통령의 ‘말'은 그런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듯이, 말은 곧 사람이다. --- p. 90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경영이든 리더가 취하는 행동 중에 정말 위험한 게 정석보다 묘수를 찾고, 자기가 찾은 수가 묘수라고 굳게 믿고 경솔하게 착수를 하는 거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정책망/가치망과 비교해보면 되겠다. 정책망은 새로운 수를 찾는 시스템이고, 가치망은 그 수가 실제로 얼마나 유효할지 정밀하게 계산하는 시스템인데, 만약에 가치망이 없었다면 알파고는 ‘덜컥수’ 남발로 이세돌 9단에게 완패했을 거야. 이 가치망에 해당하는 게 “법치주의”라는 거지.
“법치가 실현되는 책임 공정 사회”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섹시한 개혁 정책을 묘수로 동원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거야. 법치라는 기본적 보수적 가치를 지켜내지 않으면, 진보적 가치 지향의 입법도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 이거지. --- p. 137

나는 우리나라 정치에 가장 나쁜 영향을 준 책 중의 하나가 [삼국지]라고 생각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방통이니 제갈량이니 사마의 등의 ‘책사’가 조조나 유비 같은 ‘영웅’들과 이런저런 전략을 도모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는 봉건적 경향이 있어. 그래서 국민들의 매우 높은 정치적 관심이 이런 정략, 책략, 책사, 정치공학 쪽으로 쏠리고 말지. 각 당의 경제 정책과 그 차이점, 그 실천 여부에 대해서는 거의 하나도 관심이 없고, 각 당의 계파, 유력 정치인 이름, 그들간의 관계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줄줄 꿰고 있는 사람들, 난 그 사람들이 정말 부끄러워. --- p. 152

기본소득은 ‘진보/좌파’만의 이슈가 아니다.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민중의 고통은 커지는데 이들을 위한 혁명의 길은 막혀 버리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던 ‘진보/좌파’가 소득 양극화 문제를 눈에 띄게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시행되던 고비용 저효율의 복지 제도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보수/우파’(극우파에 비하면 물론 좌파다)가 쉽고 편하게 이러한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눈에 띄게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 p. 186

이재명의 말대로, 핵무장론은 미친 소리고 사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직 일정 정도 먹힌다는 거다.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는데도 그게 미국민에게 먹힌 것처럼 말이다. 왜 그럴까?
--- p. 210
 

출판사 리뷰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번역가가 마르크스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책을 냈다.
1987년, 친구 박종철을 전두환 정권의 고문에 빼앗겼던 이 책의 저자 최인호는 1990년 친구들과 함께 〈박종철출판사〉를 세웠고, 〈칼 맑스ㆍ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의 번역에 매진했다. 3,000페이지가 넘는 독일어 원전을 우여곡절 끝에 번역한 저자는 그 후 출판사와 마르크스를 떠났고, 시인 이성복의 말처럼 “뒹구는 돌”이 되어,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절의 ‘모두’가 되고 ‘아무’가 되어 구석에서 조용히 잠들어버렸다. ― 광화문에서 거대한 촛불의 파도가 일렁이고, 그 파도 가운데 솟아오른 어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를 깨울 때까지.
“인사드리겠습니다. 저기 멀리 변방, 성남에서 온 이재명 시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로 시작하는 ‘보수’ 정치인의 청계광장 연설은 그에게 ‘사건’이었다. 대열을 잃어버린 마르크스주의자와 ‘보수’ 정치인 이재명의 조우는 이렇게 시작됐다.

뒹굴다가 처박힌 돌처럼
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어느 마르크스주의자를 깨운 것은
‘보수’ 정치인 이재명이었다.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저자가 촛불 혁명 과정에서 만난 ‘놀라운 이재명’과 ‘놀라운 시민들’ 그리고 ‘그의 안에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시작은 광주 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다 산화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이었다. 민중운동가도 아닌 제도권 ‘보수’ 정치인이 어떻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그 ‘윤상원’의 이름을 말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어울리지 않는 일이 가능한지 참으로 궁금했던 저자는 촛불 혁명의 불빛 속에서 불현듯 깨닫게 된다.

윤상원은
대한민국의 어느 일부의 열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을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 모두의 애국 의사 윤상원이로구나!
이재명이 그걸 내게 알려줬구나!

그때부터 저자는 소박하지만 분명한 결심을 한다. 이 예사롭지 않은 정치인의 “말과 글을 모두 살펴보자. 다행스럽게도 그는 많이 말하고 많이 썼다. 그의 말과 글의 위, 아래, 속과 겉을 모두 파보고 따져보자. 그가 보일 거고, 그의 정치가 보일 거고, 그의 성정이 보일 거고, 그의 사상이 보일 거다. 내 눈에 보인 그것을 내 친구들에게 말해주자. 극좌에서 극우까지 참 넓게도 포진한 그 놈들을 다 만나기엔 돈도 시간도 모자라니 책을 쓰자. 책을 써서 나의 진보ㆍ보수 친구들에게 선물하자. 100권만 찍자.”
글타래는 ‘언어’를 중심으로 풀려나갔다. 저자는 말한다. “박근혜는 자신의 범죄행위 때문에 탄핵되었다기보다 말도 안 되는 말, 즉 비합리적 언어의 똥물을 국민에게 퍼부었기 때문에 탄핵된 것”이고, 그래서 이번의 시민혁명은 “대한민국 최초로 합리적 언어가 비합리적 언어를 몰아낸 사건”이고, “합리적 의사소통이 지배하는 근대적 사회로 나가는 위대한 언어혁명의 적임자가 이재명”이라고.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절을
살았던 저자가
‘아픔의 자각’과 ‘상처의 치료’를 위해서
모두에게 용기를 내서 건네는 이야기

문즉인언즉인(文則人言則人). 글이 곧 그 사람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라고 믿는 저자는 이재명의 말과 글을 끈끈한 아교로 삼아 그의 오래된 기억 속에 있던 역사적 실존적 페이지들을 하나하나 붙여냈다. 그 페이지들 속에서 한국 현대사와 학생운동사의 한 자락이 드러나고, 그것들이 작금의 촛불 혁명과 어떻게 만나서 소용돌이쳤는지, 그 와중에 뒤처진 자들은 누구이고 앞선 자들은 또 누구인지가 납득된다. 이 모든 작업이 그의 연구실에서 불과 한 달 만에 폭풍우 치듯 벌어진 일이다. 고작 한 달 동안. 가능한 것일까? 오랜 시간 지각 아래 꿈틀거리던 용암이 지각을 깨고 분출하는 ‘사건’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몇 십 분이다. 다시 시인 이성복의 방식으로 말하면, 거리에서 발부리에 차이고 “뒹굴던 돌”이 잠에서 깨어나는 ‘사건’ 역시 한순간에 일어난다. ― 이재명과 같은 분화구, 이재명과 같은 자명종이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절을 살았던 저자가 바로 그러한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에게 용기를 내서 건네는 이야기다. ‘아픔의 자각’과 ‘상처의 치료’를 위한 어떤 목소리가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