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정치의 이해 (독서)/7.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 상상의 역사학으로 (2014)

동방박사님 2023. 8. 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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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과거청산 및 개념사 연구를 통한 ‘탈식민주의 상상’!

먼저 탈식민주의를 상상하기 위해 동아시아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는 식민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현실적 논리를 살펴보았다. 식민주의 비판을 위한 내재적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였다. 제국 지배의 경험을 가진 사회인 일본에서는 전후 점령과 냉전에 의해서 식민주의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됨으로써, 오히려 식민주의는 과거의 ‘철지난 유행’인 것처럼 간주되었다. 이에 반해 식민지 피지배의 경험을 가진 사회에서는 총동원체제의 폭력적 메커니즘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과거의 식민지 지역에서는 복지국가적 포섭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식민주의에 대한 자기성찰은 없었다. 이런 역설이 관철되는 시대, 그런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곧 ‘식민주의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 지배나 점령 통치 하에서의 ‘협력’ 및 과거청산 문제와 ‘개념사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는 두 편의 글을 통해 탈식민주의 상상의 가능성의 살펴보았다. 한국과 같은 식민지 피지배 경험을 과도하게 특수성의 영역 속에 가둬버리면, 근대국가 나아가 근대적 지배의 일반적 경험 속에서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협력의 보편성을 통해 근대국가 일반의 성격을 도출해내는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개념사 연구’를 통해서 민족주의와 근대주의를 넘어서는 계보학적 시도의 가능성을 탐색하려 했다.
 

목차

서론

I. 식민주의의 성격
1. 동아시아 식민주의의 근대적 성격-‘예禮’로부터 ‘피血’로의 이행

II. 에피고넨의 시대
1. 에피고넨의 시대, ‘내재적 발전론’을 다시 묻는다
2. 일본에서의 한국 민중사 연구 비판
3. 뉴라이트 운동과 역사 인식-‘비역사적 역사’

III. 탈식민주의 상상
1. 협력의 보편성과 근대 국가-‘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작업의 성과와 과제
2. 정치 주체 개념의 분리와 통합-한국 개념사 연구의 지평

결어를 대신하여-잘라파고스 혹은 고립된 낙원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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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윤해동
한국근대사 연구를 입지점으로 삼아, 근대 동아시아사와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 혹은 글로벌 히스토리에 관하여 공부하고 있다. 이런 관심 영역을 지탱하는 문제의식은 ‘식민지 근대’ 혹은 ‘탈식민주의 근대’에 대한 관심과 추구다. 근대(한국)역사학에 대한 메타비평이라 할 수 있을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일국적 역사학을 넘어서 새로운 학문분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서울대에서 학위에 필요한 과정을 이...

출판사 리뷰

‘에피고넨의 시대’에 ‘탈식민주의 역사학’을 상상하다


지금 우리는 ‘에피고넨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에피고넨epigonen의 시대’란 어떤 시대를 말하는 것인가? 에피고넨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아류’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학문적인 세계에서 ‘에피고넨의 시대’란 어떤 사태를 지칭하는 것일까? 어떤 시기의 학문적 구성이 시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지체하는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 시대를 말한다. 예컨대 한국사 연구에서 ‘내재적 발전론’이 〈이미〉 한 시대의 사명을 훌륭하게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그를 방어하려는 보수적이거나 심지어 수구적인 태도, 이런 태도를 일컬어 바로 ‘에피고넨’이라고 할 수 있다. ‘에피고넨의 시대’는 이런 에피고넨이 득세하는 시대다. 그런 시대는 의식의 중층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역사 해석과 관련하여 예전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이런 보수적인 태도가 한국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주류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입장과 상이한 학문적 입장 혹은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요컨대 변화하는 힘과 변화에 저항하는 힘의 양 극단 사이에서 존재하는 ‘다원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문적 태도가 분포되어 있는 상황, 혹은 오래된 것과 새로이 형성된 지층으로 이루어진 몇 겹의 축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문적 상황, 이런 의식의 지층들이 교차하는 시대 혹은 다원적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시대, 그런 것이 바로 ‘에피고넨의 시대’일 것이다.

에피고넨의 시대, 내재적 발전론을 다시 묻는다
근래의 내재적 발전론 혹은 분단사학은 극단적인 일국사적 전개를 중심으로 하는 통일민족주의적 측면을 특히 강조하고 있고, ‘근대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위계적 근대 이해 위에 이러한 통일민족주의의 논리가 건설되어 있다. 그러나 근대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근대에 적응하고 나아가 근대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근대는 그저 ‘식민주의’의 표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왜냐하면 근대는 식민주의와 동일한 속성의 양면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대관 다시 말하면 식민주의적 근대관 위에 구축된 민족주의가 극단적인 일국사적 논리를 구사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위계적 근대관 위에 구축된 민족주의 역사관이 인종주의 역사관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본질적 속성에서 인종주의적 역사관과 그다지 먼 거리에 있지 않은 통일민족주의적이고 근대주의적인 ‘내재적 발전론’은, 그런 점에서 예전의 내재적 발전론보다 훨씬 퇴행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1950년대 이후 한국역사학계를 풍미했던 내재적 발전론이 가지고 있던 역사적 의의는 그 시대성 속에서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론의 시대적 맥락을 놓쳐버린 채, 그 이론을 묵수하려 할 때에 그 이론은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론의 그런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귀결을, 근래의 내재적 발전론이 현재 처한 운명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민중사 연구’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최근 일부 민중사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쇄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우선 역사 주체로서의 민중 개념을 굳게 유지하고서 포스트 콜로니얼postcolonia 연구에서 도출된 서발턴Subaltern이라는 주체에 대해서는 그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발턴이라는 하위주체의 균열된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이든 민중이든 역사적, 사회적 집단주체로 상정된 모든 개념은, 한 사회의 전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상해낸 개념이며, 어떤 역사적 실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입장 위에 서면, 쇄신된 민중사 연구가 가진 민중에 대한 입장이 매우 위험한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들은 변혁주체로서의 민중 주체를 인정함으로써, 국가권력이든 자본주의든 혹은 근대문명이든 다른 어떤 헤게모니도 인정하지 않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권력에 회수되지 않는 민중 주체의 헤게모니만을 인정하고 민중의 심성만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연결하는 이런 시각은, 역사를 도덕화하는 데로 귀결한다. 민중을 역사적 실체로 규정하고 민중의 헤게모니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려는 이런 일종의 ‘민중환원화’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역사를 도덕화하는 것으로 귀결함으로써 또 다른 위험을 노정하는 것이다.

식민지근대화론 혹은 뉴라이트 역사학은 또다른 대안일 수 있는가?
2008년 출간된 뉴라이트 운동 진영의 《대안교과서》에 드러나는 역사 해석은 1) ‘식민지 근대화론’, 2) ‘대한민국 중심주의’, 3) ‘북한배제론’ 등 세 가지 입론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논리는 1) ‘식민지근대화론’-‘근대화 이론’, 2) ‘대한민국 중심주의’-‘국가주의’, 3) ‘북한배제론’-‘문명론’이라는 세 쌍의 대쌍구조를 통해 잘 드러난다. 뉴라이트 역사 해석은 근대화이론 대 전통, 국가주의 대 세계, 문명 대 야만이라는 대쌍구조 속에서 각각의 요소와의 단절을 통하여 근대, 국가, 문명의 순수성을 확인하려는 데에서 그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비역사적 역사’라고 명명했다. 요컨대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은 근대, 국가, 문명의 논리를 바탕으로 삼는 비역사성을 그 속성으로 삼고 있다.

세 가지 역사 해석을 꿰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내재적 발전론’과 ‘민중사 연구’ 그리고 ‘뉴라이트 역사학(혹은 식민지근대화론)’의 세 논리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단히 유사한 인식론적 기반 위에 서 있다. 이 세 논의를 가로지르는 인식론적 기반은 크게 두 가지다. 민족주의와 근대주의가 그것이다. 물론 세 논의에서 이 두 요소가 관철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내재적 발전론’이 “강한 민족주의와 강한 근대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민중사 연구’는 “강한 민족주의와 약한 근대주의”, ‘식민지근대화론’은 “약한 민족주의와 강한 근대주의”라는 조금씩 다른 조합 위에 논의가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적 발전론’ 혹은 ‘민중사 연구’와 ‘식민지근대화론’ 사이에는 강한 적대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서로 공통의 인식론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긍정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민족주의적 신념을 윤리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식민지근대화론’이 민족주의적 차원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인식론적 무기가 주로 ‘근대주의’의 지평에 입각해 있다는 점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청산 및 개념사 연구를 통한 ‘탈식민주의 상상’!
먼저 탈식민주의를 상상하기 위해 동아시아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는 식민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현실적 논리를 살펴보았다. 식민주의 비판을 위한 내재적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였다. 제국 지배의 경험을 가진 사회인 일본에서는 전후 점령과 냉전에 의해서 식민주의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됨으로써, 오히려 식민주의는 과거의 ‘철지난 유행’인 것처럼 간주되었다. 이에 반해 식민지 피지배의 경험을 가진 사회에서는 총동원체제의 폭력적 메커니즘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과거의 식민지 지역에서는 복지국가적 포섭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식민주의에 대한 자기성찰은 없었다. 이런 역설이 관철되는 시대, 그런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곧 ‘식민주의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 지배나 점령 통치 하에서의 ‘협력’ 및 과거청산 문제와 ‘개념사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는 두 편의 글을 통해 탈식민주의 상상의 가능성의 살펴보았다. 한국과 같은 식민지 피지배 경험을 과도하게 특수성의 영역 속에 가둬버리면, 근대국가 나아가 근대적 지배의 일반적 경험 속에서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협력의 보편성을 통해 근대국가 일반의 성격을 도출해내는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개념사 연구’를 통해서 민족주의와 근대주의를 넘어서는 계보학적 시도의 가능성을 탐색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