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인물사 연구 (독서)/1.세계인물평전

지그문트 바우만 (2022)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동방박사님 2024. 2. 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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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 사회를 번역한 세계적인 사상가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대중지식인. 1925년 11월 19일 폴란드 포즈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폴란드에서 반유대주의를 경험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폴란드를 탈출하여 소련으로 도피했다. 군인으로 전쟁을 겪었고 공산주의 정당의 첩보 요원으로 일했다. 폴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사회학을, 바르샤바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학문에 발을 들였다. 1954년에 바르샤바대학교의 교수가 되었고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1968년 폴란드 공산당이 주도한 반유대 캠페인의 절정기에 교수직을 잃고 국적을 박탈당한 채 조국을 떠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1971년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영국에 정착했고, 1990년 정년퇴직 후 리즈대학교와 바르샤바대학교 명예교수로 임하며 학문적 글쓰기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통찰력 있는 저서들을 다수 남겼다.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으로 현대 서구 사회의 불안정한 삶을 설명했으며,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액체 현대』, 『사회학의 쓸모』, 『리퀴드 러브』, 『모두스 비벤디』 등 세계화와 근대성, 포스트모더니티, 소비주의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이 시대의 지성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1992년 사회학 및 사회과학 부문 유럽 아말피 상, 1998년 아도르노 상, 2010년 아스투리아스 상을 수상했다. 2017년 1월 9일 별세하기 전까지 57권의 책과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했다.

목차

고마운 이들에게
들어가며

1 그런 와중에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
1925~1932, 포즈난
2 남다른 학생 1932~1939, 포즈난
3 전쟁 난민 1939~1944,
포즈난에서 모워데치노까지
4 러시아의 피난민 1941~1943,
러시아 땅으로
5 성전 1943~1945
6 국내보안대 장교 1945~1953
7 사회주의 사회를 살다 1947~1953,
바르샤바
8 젊은 학자 1953~1957
9 희망찬 시절 1957~1967
10 공안과의 살벌한 로맨스
11 1968년
12 거룩한 땅 1968~1971
13 영국 대학교
14 지식인의 일
15 세계적 사상가

결론 유산
덧붙이는 말 바우 만 연구

저자 소개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폴란드 포즈난 음악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이후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첼로 연주 거장들의 사회적 생산을 연구하여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폴란드 콜레지움 시비타스대학교 사회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CNRS의 DynamE 부연구원이자 파리 융합이주연구소, 바우만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이 책을 통해, 폴란드 반유대주의 숙청으로 강제 추...
 
역 : 김정아
 
사람과 세상이 궁금한 번역 노동자. 글밥 아카데미 수료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협력의 유전자》, 《지그문트 바우만》, 《척 피니》,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5리터의 피》,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 《로르샤흐》,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휴머놀로지》, 《안녕, 인간》, 《초연결》, 《왓츠 더 퓨처》, 《차이나 유스 컬처》, 《당신의 ...

책 속으로

바우만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 진중하게 말을 아꼈다. 이 책을 쓰려고 인터뷰했을 때, 바우만 은 자기 세대에서는 그 같은 삶이 흔해 연구 활동에 딱히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 지만 바우만의 삶을 자세히 알게 된 뒤로, 나는 오히려 반대라는 확신을 얻었다. 바우만의 연구는 바우만 자신의 경험에, 특히 어릴 때부터 시작해 마흔 줄까지 잇달아 벌어진 재앙 같 은 사건들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바우만은 딸들과 손주들에게 보낸 비공개 원고에서 이 런 삶의 단편들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받은 영향을 인정했다.

바우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썼다. 어른이 된 뒤로 마주한 삶의 여러 국면에서, 바우만은 한 번도 팔짱 낀 관찰자로 머물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의 이상을 좇아 움직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토대를 형성한 여러 재앙을 목격했고 또 휘말렸다. 어린 시절에 폴란드에서 반유대주의를 경험했고, 나치를 피해 폴란드를 탈출했고, 소련에서 난민으로 살았다. 굶주림에 시달렸고, 군인으로 전쟁을 겪었고, 폴란드에서 친소련 정권을 완성할 때는 공산주의 정당의 선전원으로 일했다. 스탈린주의의 몰락을 목격했고, 전후 폴란드에서 권위주의와 불완전한 민주주의가 서로 힘을 겨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들어가며」중에서

인터뷰에서 이레나가 말했다. “아빠는 언제나 불편한 자세로 앉아 계셨어요. 고통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듯이요. 언제나 인생에서 모자라지 않을 만큼만 얻으려 하셨죠.” 리디아도 “허리에 좋은 자세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빠한테는 조금도 편하지 않은 자세가 의무 같았어요.”라고 덧붙였다. 리디아의 기억에 지그문트의 책상은 담배, 담뱃재, 원고, 수정본, 학술지, 책이 그야말로 정신없이 뒤섞인 곳이었다. “아빠는 완전히 엉망진창 속에서 글을 썼어요. 처음에는 여기저기 담뱃가루가 떨어진 타자기로, 그다음에는 컴퓨터로 썼는데, 컴퓨터 주변도 엉망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죠.” … 바우만은 책을 쓸 때 한 가지 방법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많은 학자가 그렇듯, 바우만도 자신의 강의를 제목의 토대로 삼았다. ‘강의 먼저 - 그다음에 책’ 전략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바우만은 이 전략으로 폴란드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리즈에서도 이를 이어갔다. 2013년 인터뷰 때도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르치기를 글쓰기와 분리할 수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뇌가 하는 일이니 둘은 서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나는 기본적으로 강의 먼저, 그다음에 책이었어요.”
---「14 지식인의 일」중에서

바우만은 서구 문명을 빚은 사회 역동을 묘사하고 해석할 줄 알았다. 소비주의, 상품화, 세계화, 신식민주의, 이주, 사회관계와 사회과정, 사회구조의 유동화를 이해할 한 줄기 빛을 던졌다. 게다가 ‘까다로운 독자’에게 말을 거는 법도 알았다. 젊을 때부터 그런 청중들을 상대한 덕분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반은 까막눈인 병사들에게 사회 평등, 정의,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같은 복잡한 문제를 소개할 때, 바우만은 사회과학의 용어를 쓰지 않았다. 그런 병사들이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을 설명했을 뿐이다. 바우만은 아주 젊을 때부터 엄청난 압박을 느끼는 환경에서 이런 소통 기술을 몸에 익혔다. 물론 이 방면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는 군사 학교에서, 그리고 여러 나라의 대학교에서 바우만의 말에 끌린 사람들이 바우만을 따랐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바우만의 해석이 옳다는 것을 열렬한 환호로 증명한 독자들이었다. 대중은 난생처음 마주했을뿐더러 앞선 세대들도 전혀 경험하지 못한 현실을 바우만의 연구를 통해 제대로 파악했다. 비록 우울한 현실일지라도, 바우만 덕분에 이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동하는 세상이라는 바우만의 견해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그문트 바우만에 대한
최초의 전기

저자 이자벨라 바그너는 말한다.
“바우만의 삶을 둘러싼 이야기는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바우만은 생전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학생, 군인, 장교, 학자, 교수, 아버지, 이민자. 그리고 그의 삶을 지배한 ‘유대인’이라는 출신이 그에게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바우만은 출신을 이유로 평생 두 번의 난민 생활을 했다. 유랑하는 삶은 바우만의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우만은 정밀한 전략을 구사해, 제한된 가능성 안에서 자기 삶의 궤적을 관리했다.”

또한 바우만은 사회가 민족을 구분하는 행동, 개인에게서 주체성과 자율권을 앗아가는 극단 세력을 인생 전반에 몸소 겪었으며, 여러 체제 안에서 투쟁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인류가 겪는 여러 문제가 이런 ‘충돌’에서 비롯한다고 봐, 이 사안을 꾸준히 글로 다뤘다. “바우만의 연구는 바우만 자신의 경험에, 특히 어릴 때부터 시작해 마흔 줄까지 잇달아 벌어진 재앙 같은 사건들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바우만은 딸들과 손주들에게 보낸 비공개 원고에서 이런 삶의 단편들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받은 영향을 인정했다.”

바그너는 바우만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의 인생 궤적을 촘촘히 이룬 사건과 과정을 수집하여 독자들이 맥락 안에서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당, 대학, 첩보 기관의 다양한 기록물 보관소에서 문서들을 찾아내고, 바우만이 딸과 손주들에게 남긴 원고 「폴란드인, 유대인, 그리고 나 -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것들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바우만의 개인 기록물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세밀하게 분석하여 독자들이 문서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의미들을 이해하고 바우만의 삶을 둘러싼 맥락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바우만의 이론이 다루는 의미

소비주의와 상품화, 국제화, 신식민주의, 이주, 사회구조의 유동화를 다룬 바우만의 연구는 20세기와 21세기 초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와 매우 관련 깊다. 바우만은 서구 사회의 역동을 묘사하고 해석할 줄 알았다. 그의 글들은 이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다양한 독자를 위해 여러 언어로 출간되었다. 저자 이자벨라 바그너에 따르면 바우만의 주요 지식 활동기는 폴란드, 영국, 국제 시기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폴란드 시기, 바우만은 폴란드어로 글을 쓰면서 사회학자로 활동했다. 물론 이 글들은 영어를 포함한 프랑스어, 체코어, 히브리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번역되었다. 사회학자로서 바우만은 학문 전통의 다양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으며, 교조적 마르크스주의 접근법에 반대했다. “모든 꽃이 피어나게 하자. 과학적 철학과 사회학이 발전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은 철학자와 사회학자를 길러내는 곳, 대학교에서 여러 학파를 대변하는 다양한 철학과 사회학이 존재할 때야 생겨날 수 있다.” (Bauman, 1956, 6)

1971년 영국 정착 이후 1980년대 초반부터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입법자와 해석자』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영국 시기에 바우만의 글쓰기는 주로 영어권 학자들을 겨냥했다. 1989년에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간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출간하여 사회학 저술 분야에서 자리를 굳혔고, 이후로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주력하였다. 서구 사회를 탈근대로 바라본 통찰력은 바우만이 1990년대에 내놓은 저술을 하나로 잇는 고리였다. 2000년에 나온 『액체근대』는 바우만의 사회 변화 분석 이론을 통합한 걸작으로, 바우만의 ‘유동하는 세상’ 이론을 보강하고 널리 알릴 시발점이 되었다. 많은 대중에게 ‘유동하는’, ‘액체’라는 은유를 알리고 받아들이도록 이끌면서 세계적 지식인으로 자리잡았다.

바우만은 유럽과 폴란드의 역사와 정치에 일어난 주요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다. “전쟁 전 차별, 2차 세계대전과 나치 점령, 피난, 소련에서 난민이 맞은 운명, 폴란드군 입대, 군사 정보 기관 합류, 스탈린주의 시절과 해빙기의 대학 교육자, 냉전, 국제적 학문 활동, 1968년 반유대주의 숙청, 학생 소요, 추방, 이스라엘 강제 이주, 영국 리즈로 옮긴 뒤에야 비로소 안정된 연구 환경,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세계적 명사의 반열.”그러나 바우만의 삶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때로는 왜곡되어 있다. 이 책『지그문트 바우만』은 자신의 시대를 목격하고 거기에 활발히 참여한 바우만의 삶을 연대순으로 좇아가는 전기다. 바우만의 창조적 지성과 지적 사상뿐 아니라, 그만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교훈을 깊이 통찰하고 다시 읽는 계기로 자리할 것이다.

추천평

이 책은 바우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 피터 빌하르츠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학교)
지그문트 바우만의 삶은 20세기 동유럽의 패러다임적인 궤적을 구현한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체주의 틀에 갇힌 이 이야기는 사회에 동화되고자 한 부르주아 유대인 가족, 공산주의에 이끌렸던 세대들, 환멸 그리고 유배와 연결되어 있다. 물론 현대 사회의 조건과 특성에 대해 일생을 바친 바우만의 성찰도 담겨 있다.
- 얀 T. 그로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계몽의 자식으로 공산주의에 입문하여 인간의 얼굴을 한 마르크스주의를 거쳐 포스트모던 좌파로 생을 마친 사상가 지그문트 바우만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전기. “악마는 우리와 그들 사이에 선을 긋는 선택의 충동 속에 웅크리고 있다”는 바우만의 토로는 난폭한 역사의 폭풍에 떠밀리면서도, 특정한 정체성의 경계에 갇히기를 거부한 코스모폴리탄 지식인의 신산(辛酸)한 삶을 잘 요약해준다. 바우만의 속마음이 드러난 미공개 자료들을 섭렵한 이 전기는 폴란드 지성사를 넘어 나치즘과 스탈린주의, 반유대주의와 종족주의, 국제주의와 민족주의, 탈냉전과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글로벌 지성사의 속살을 드러내는 내밀한 역사서이자 20세기의 어쩌면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에 대한 흥미진진한 보고서이다.
- 임지현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