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로마카톨릭-천주교 (책소개)/8.천주교신앙인물

빙엔의 힐데가르트 - 수녀요 천재 (2017)

동방박사님 2023. 11. 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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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2세기 독일의 한 여성, 더 정확하게는 한 수녀가 있다. 그녀 앞에 붙일 수식어를 한두 가지로 정할 수가 없다. 동시에 두 개의 수녀원을 이끈 수녀원장, 시인, 음악가, 자연과학자, 약초 채집가, 의사, 저술가, 신비가로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독일 최초의 여성 자연과학자요 처방전을 쓴 여의사로서 그녀의 전인적인 의술은 오늘날 그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땅에 대한 충실함을 하늘에 대한 사랑과 결합시킨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을 이 책에서 짜릿하게 만날 수 있다.

목차

머리말 - 여든 살에 순명을 거부하다

1. 12세기: 중세의 문화혁명
거듭된 재난과 직업 정신
형제 예수에 대한 열망

2. 예언자 힐데가르트 또는 신비의 보호
교황이 한 작은 수녀에게 관심을 보이다
여덟 살에 깊숙이 감춰지다
상징들로 표현된 세계 파노라마: 『시비아스』
실재의 심층 차원
성령의 형편없는 라틴어

3. 한 수녀원장의 능력과 무력
착실한 수도승들로부터 탯줄을 자르다
인간 힐데가르트 찾기
칭송과 비정상적 금욕 고행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4. 카리스마를 지닌 의사요 약사
놀라운 치유 성과
독일 최초의 자연학: 『자연학』
자연 치료법의 수호성인?
중세 의학이 우리보다 뛰어난 점
나날의 과제인 건강: 『원인과 치료』

5. 땅에 충실하고 하늘을 열망하다
창조계와 사랑에 빠지다
경이로운 성
전 유럽에서 온 편지와 순례자

6. 하느님의 숭고한 사랑: 진흙 한 덩어리
우주라는 무대 위의 평범한 작품: 『책임 있는 인간』
우주 바퀴 한가운데의 인간: 『세계와 인간』
상처 입은 하느님의 연정
독창적으로 사유하는 고풍스러운 개인주의자
악마는 노래할 수 없다: 작곡가 힐데가르트
천국과 지옥 사이의 신비극: 「덕들의 원무」

7. 남성들의 교회 안의 옹골찬 여성
설교 여행: 성직자들에 대한 힐책
시민적 용기와 순응 사이에서
남성 중심 사회의 위기: 부엌데기가 여신이 되다
보수적인 개혁가: 오래된 것일수록 낫다

8. 교회의 스승 힐데가르트
마지막 투쟁과 평범한 죽음
상징적 인물이 새로이 발견되다

힐데가르트 연표
약어와 참고문헌
보충자료


 

저자 소개

저자 : 크리스티안 펠트만
작가, 저널리스트,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역사와 현대사의 위대한 인물들에 관한 탁월한 전기를 포함해 많은 책을 펴냈으며, 그의 저작들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
 
역자 : 이종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수학했다. 『경향잡지』 기자와 서강대학교·성심여자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1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분도출판사에서는 『그리스도교』 『보편공의회사』 『바울로』 『구약성경 개론』 『신약성경 개론』 『신약성경신학』 『믿나이다』 『사도 바오로와 그리스도 체험』 『그리스도교...

책 속으로

한 매혹적인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빙엔의 힐데가르트와 좀 더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을 방해해 온 상투적 표상들과 맞서 싸운다. 그것은 여성 신비주의자들에 관해 흔히 떠올리는 표상, 즉 매우 광신적·극단적·감상적인 수녀라는 표상이다. 그리고 자기 수녀원의 작은 정원에 우연히 몇 가지 쓸모 있는 약초(이 약초들을 사용한 요리법이 요즘 유행하는 대안적 조리법에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다)를 기른 이국적 몽상가라는 표상이다.
이 굉장한 인물, 열성과 격정으로 가득 찬 에너지 넘치는 인격, 자의식이 강하며 자주적인 동시에 자기비판적이며 총명하고 실로 신뢰할 만하며 냉철한 이성과 타오르는 열정이 진기하게 융합된 이 인물에 대해 묘사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빙엔의 힐데가르트는 한꺼번에 대여섯 가지 직종에 종사했는데, 시인·신학자·자연과학자·약사였다. 수녀원 두 곳을 동시에 이끌었으며, 그녀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은 중세의 것 중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에 속한다. 그녀는 독일 최초의 여성 자연과학자요 처방전을 쓴 여의사로 통한다.--- p.11~12

“오! 내 인생 행로의 마흔세 번째 해에 나는 하늘의 환상을 보았다. 크나큰 두려움으로 떨면서 내 정신은 그 환상을 향해 팽팽히 당겨졌다. 나는 엄청난 광채를 보았다. 그리로부터 하늘의 음성이 울려 나왔다. 그 음성이 나에게 말했다. ‘허약한 인간아, 재 중의 재야, 곰팡이 중의 곰팡이야, 네가 보고 듣는 것을 말하고 적어라! 하지만 너는 말하기에는 수줍고 해석하기에는 단순하고 본 것을 기술하기에는 무지하기 때문에, 인간들의 표현 방식과 허구적 인식과 서술 의도를 따르지 말고, 하늘의 환시들 속에서 너에게 주어지는 재능을 따라서, 네가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 속에서 보고 듣는 대로 그것을 말하고 기술하라. 요컨대 스승의 말을 귀담아듣고 스승이 의도하고 알려 주고 지시하는 대로 그의 말을 온전히 전하는 경청자처럼 그것을 널리 알려라 ….’ 그리고 나는 하늘로부터의 음성이 나에게 말하는 것을 다시 들었다. ‘그러니 자, 이 놀라운 일을 널리 알려라! 그리고 이 일을 기록하고 깨우쳐 주고 말하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신 지 1141년, 내가 마흔두 살 일곱 달이었을 때, 열린 하늘로부터 번개가 번쩍이며 불타는 빛이 아래로 내려왔다. 그 빛은 나의 뇌를 관통하고 내 심장과 가슴을 불꽃처럼 타오르게 했다 …. 그러자 문득 나에게 성경의 의미가 밝혀졌다 ….”--- p.53~54

루페르츠베르크로 이주하는 것에 관한 힐데가르트의 보고는 당시 그녀의 기분이 매우 비참했음을 분명하게 알려 준다. “그런데 늙은 사기꾼이 심하게 조롱하며 우리를 몰아붙였고, 그래서 많은 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여기에 유능하고 지혜로운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이 어리석고 무식한 여자에게 그런 신비들이 계시된다는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러니 그 일은 분명 어그러질 거야!’ 과연 많은 사람이 그 계시를 이상하게 여겼고,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오는지 아니면 여러 사람을 미혹하는 메마른 정령들에게서 오는지 자문했다. … 그곳에서 우리는 한 노인과 그의 아내와 자녀들 외에는 집도 주민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폭풍우를 품은 구름이 태양을 덮어 감추듯, 크나큰 불쾌함, 비애, 일에 대한 압박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나는 깊이 탄식하고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오, 오, 하느님께서 그분을 신뢰하는 사람은 누구도 실패하지 않게 하시기를!’”
--- p.90~91
 

출판사 리뷰

예언자 힐데가르트
1098년, 고대가 막을 내리고 중세가 열리던 시기 독일 라인헤센 지역 베르머스하임의 한 귀족 집안에서 열 번째 아이 힐데가르트가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으나 맑게 깨어 있고 내면으로부터 빛나는 아이”였다. “처음으로 더듬거리며 말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힐데가르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신비로운 환상들을 보았음을 말과 몸짓으로 암시했다”고 전해진다. 힐데가르트는 여덟 살 때 슈폰하임의 유타에게 맡겨져 은수 생활을 시작한다. 유타와 어린 힐데가르트는 베네딕도회의 디지보덴베르크 수도원 골짜기 언덕에 은수처를 정했다. 유타가 사망하자, 1136년 서른여덟 살에 힐데가르트는 유타의 뒤를 이어 수녀원의 원장이 된다. 그 후 마흔셋의 나이에 자신이 본 환시를 기록하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 기록이 바로 창조주와 세계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한 『시비아스』(주님의 길을 알라)다. 자신의 환시가 하느님의 계시인지 악마의 속삭임인지 두려워하던 그녀는 당대 저명한 수도원장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에게 자문을 청했다. 베르나르도는 교황 에우제니오 3세에게 그녀의 글을 보여 주었고, 교황은 트리어 시노드에서 그녀의 환시를 인정해 주었다.

최초의 독자적 수녀원
당시 수녀원은 남성 수도원에 부속되어 있었고, 그 역할도 남성 성직자나 수도자의 보조자일 뿐이었다. 수녀들이 독자적으로 수녀원을 이끌어 가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힐데가르트는 남성 수도자들에게서 독립해 독자적인 수녀원을 세울 계획을 했다. 물론 남자 수도자들은 심하게 반발했다. 수녀원과의 재산 분할도 문제였지만, 힐데가르트의 명성이 높아지자 유럽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지체 높은 사람들의 후원도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자들의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힐데가르트는 라인 강과 나헤 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루페르츠베르크에 수녀원을 세운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빙엔에 또 하나의 수녀원을 세우고, 수녀원 두 곳을 이끈다.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
12세기 독일의 한 여성, 더 정확하게는 한 수녀를 한두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예언자, 신비가, 수녀원 두 곳을 동시에 이끈 수녀원장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식물·동물·보석·금속 등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창조계에 대한 사랑이 담긴 『자연학』을 쓴 독일 최초의 여성 자연과학자, 자연에서 얻은 약초의 효능과 자연 치료법을 정리 기술한 『원인과 치료』를 쓴 최초의 여의사다. 뿐만 아니라 노래극 「덕들의 원무」를 짓고, 전례곡과 성가를 지은 음악가이자 시인이었다. 그녀가 행하고 저술한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전대미문의 것이며, 교황, 영주, 주교, 영국 국왕 부부와 고통 중에 있는 많은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는 실로 방대한 규모다. 또한 쾰른 대주교를 ‘탐욕스러운 매’라고 불렀고, 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열광적으로 설교했으며, 여든 살이 되어서도 교권제도에 저항한 담대한 여성이었다. 이는 중세의 여성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책은 수백 년 동안 성녀로 공경받았으나 2012년에야 시성되며 ‘교회 학자’로 선포된 비범하고 흥미진진한 여성에 대해 심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
땅에 대한 충실함을 하늘에 대한 사랑과 결합시킨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을 이 책에서 짜릿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