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중국.동아시아 이해 (독서)/8.몽골제국사

이슬람의 제왕 : 가잔 칸과 그의 시대 (2023)

동방박사님 2023. 11. 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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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의 역작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집사』의 페르시아어 원본을 번역

몽골제국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를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카안의 울루스가 지배했던 동아시아와 몽골리아는 물론, 서방 삼왕가의 영역이 있던 중앙아시아, 킵차크 초원, 서아시아의 역사와 사회상을 고루 파악해야 최초이자 최대의 세계제국 몽골에 다가갈 수 있다. 훌레구 울루스의 7대 군주 가잔 칸 시대의 역사를 다룬 『집사』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몽골제국이 서아시아를 통치하며 이슬람 세계를 제국 안에 통합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며, 문자 그대로 ‘세계제국’의 탄생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완역된 『집사』 한국어판 김호동 역주(譯註)본은 과거 낯선 지역으로 우리를 이끄는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목차

이 책을 내면서 5
『집사』의 구성표 16

가잔 칸기
제1장 가잔의 계보와 그의 즉위 이전의 상황 19
제2장 즉위 이후 그의 활동과 업적 35
제3장 가잔의 덕성과 행적, 그가 반포했던 칙령들 177

40개의 ‘일화’ 요목
제1화 가잔 칸의 지식과 학문의 탁월함 181
제2화 그의 순결과 청정 193
제3화 그의 유창한 화법 195
제4화 그가 맺는 약속의 견고함과 공정함 197
제5화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실행하는 그의 태도 202
제6화 그가 베푸는 은사와 관용 204
제7화 우상숭배의 철폐와 파괴 213
제8화 예언자의 후예들에 대한 후대 215
제9화 전투에서 보인 그의 용맹함과 인내심 217
제10화 종교 지도자들에게 준 그의 충고 224
제11화 이교도적인 언사의 금지 228
제12화 건축에 대한 그의 애호와 권유 230
제13화 타브리즈 등에 건설한 혜민구 239
제14화 문서의 위조와 부정에 대한 방지책(4통의 칙령) 252
제15화 불법 증서의 방지와 오래된 문서의 폐기 278
제16화 불법적 징세와 징발의 방지와 대책(1통의 칙령) 286
제17화 농민의 보호와 육성 320
제18화 역참제의 개혁과 사신들의 피해 방지책 322
제19화 노상 강도와 도적에 대한 대책 333
제20화 금은의 순도 제고 338
제21화 도량형의 정비(1통의 칙령) 345
제22화 역참용 칙령과 패자 발부의 개혁 352
제23화 복제 칙령과 패자의 회수 359
제24화 몽골군에 사여한 식읍(1통의 칙령) 365
제25화 가잔 칸 자신을 위한 별도의 군대의 정비 378
제26화 고리대 금지 382
제27화 과도한 위자료의 금지 396
제28화 촌락 각지에 욕탕과 사원의 건설 398
제29화 음주의 금지 399
제30화 대오르도에 필요한 음식비의 조달 400
제31화 오르도들의 음식 경비의 정비 405
제32화 국고의 관리와 정비 408
제33화 무기와 무기고의 정비 413
제34화 왕실 직속 가축 사무의 정비 417
제35화 매·호랑이 사육사 사무의 정비 419
제36화 농민들의 사무 정비 425
제37화 불모지의 개간 429
제38화 사신들의 숙소 정비 437
제39화 귀족들의 하인과 전령들의 횡포 금지 442
제40화 여자 노비들의 사창가 강제 판매 금지 445

부록
참고문헌 450
찾아보기 458
훌레구 일족의 주요 인물들과 칸위 계승도
가잔 칸 시대의 서아시아(지도)

저자 소개

저 : 라시드 앗 딘 (Rashid al-Din)
 
이란 중부의 도시 하마단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익힌 제약과 의술 지식을 바탕으로 몽골 군주 일 칸의 궁정에 출사하여 문관으로서는 최고직인 재상(vaz?r)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일 칸국의 군주를 시해했다는 정적들의 모략으로 처형당했다. 역사학을 비롯해 신학, 식물학, 약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저작들을 남겼으며, 재상 시절 가잔 칸의 명을 받들어 집필한 『집사』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최초의 세계사’로 칭해지고...
 
역 : 김호동 (金浩東)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황하에서 천산까지』 ,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 『몽골제국과 고려』,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 구약편』 등이 있고, 역서로는 『역사서설』, 『유목 사회의 구조』, 『유라시아 유목제국사...

책 속으로

할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려 자란 가잔 칸
아바카 칸은 그를 매우 사랑하여 늦은 시간에 낡은 모자 하나를 머리에 쓰고 몰래 가잔의 방으로 가곤 하였다. 그래서 잠옷을 입고 자고 있던 그와 놀면서 그를 발가벗기곤 하였다. 또한 그는 아쉬타이에게치(?sht?? ?g?ch?)에게 지시하기를 그에게 쿠션을 주지 말라고 하였고, 그녀는 바로 그런 이유로 [그에게 쿠션을] 주지 않았다. 왕자들의 경우에는 안장 위에 쿠션을 놓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는 [가잔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빈 안장 위에 그냥 앉히라고 지시한 것이다. …… 언제나 “이 아이의 이마에는 행운과 성공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하곤 했다. 또한 몽골 속담을 인용하여 “그는 잇몸(shikanba) 안에 있는 이빨(dand?n?)과 같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잇몸은 부드럽지만 거기서 [단단한] 이빨이 자라나기 때문에 그를 그런 식으로 부른 것이다.
---p.28~29

이슬람교로 개종하다
가잔 칸은 694년 샤반월 초(1295.6) 셰이흐자데 사드르 앗 딘 이브라힘 함무위가 있는 면전에서 모든 아미르들 앞에서 유일신(taw??d)을 인정하는 언사를 선포했고 모두가 다 무슬림이 되었다. 그 달에 연회를 베풀고 [신에 대한] 경배에 몰두하였다. 여러 사이드들, 이맘들, 셰이흐들을 위무하고, 그들에게 선물과 희사를 베풀었다. 또한 사원(masjid), 학교(madrasa), 수도장(kh?nq?h?t), 자선 건물들을 세우는 것과 관련된 명령들을 선포하였다. 라마단월이 다가오자 모든 이맘과 셰이흐들과 함께 경배와 복종에 열심이었다.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보기에, 이슬람의 군주 가잔 칸의 이슬람 신앙은 매우 신실하고 성실한 것이며, 오점이 없고 공허하지 않은 순결한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위대함과 권위와 제왕의 힘과 완벽한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분이 강제와 억압에 의해서 그렇게 했으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위선으로 그랬을 리도 없다. 왜냐하면 그로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라는 도우시는 분이다!
---p.84~85

무슬림과 기독교도를 식별하다
이슬람의 군주가 하루는 자신의 작은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10명의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과 의복을 주는데, 그것을 자신의 고귀한 손으로 직접 주기를 희망했다. …… [폐하의] 총신이자 근신이었던 미흐타르 나집 앗 딘 파라시(Mihtar Naj?b alD?n Farr?sh)가 칙명에 따라서 10명의 거지들을 궁정으로 불러들였다. [가잔은] 바로 어전에서 그들에게 음식을 주어 먹도록 했고, 10벌의 의상을 재고에서 갖고 오라고 했다. 그들을 가만히 관찰하고 나서 여덟 명에게는 각각 옷을 하나씩 주었는데, 두 개의 옷은 미흐타르 나집 앗 딘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밖으로 나가서 두 명의 거지를 더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주도록 하라. 이 두 사람은 기독교도이다.”라고 하였다. 나집 앗 딘은 “너희들은 무슬림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고, 이에 그들은 “그렇습니다. 먹을 것 때문에 당신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제왕에게는 거짓을 말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정확하게 보신 것이고 저희 두 사람은 기독교를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그가 고귀하신 하나님의 성자들 가운데 한 분이라는 증거이며 확증이다. 알라의 자비가 그에게 풍부하고 넘치게 있기를! 완!
---p.164~165

가잔 칸의 최후
지고한 명령에 따라 그의 수명의 기한이 그 끝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최후가 오면, 그들은 한 시간도 더 늦추거나 당길 수 없도다.”라는 [쿠란의] 구절처럼, 회력 703년 샤발월 제11일 일요일(1304.5.17) 오후에 그의 순수한 영혼은 허영의 왕국에서 열락의 왕국으로 이주하였다. 세상에는 커다란 재앙이 된 이 엄청난 죽음으로 인해 하늘은 푸른색으로 옷을 둘렀고 수백 수천의 눈들은 울음을 터뜨렸으며, 지구상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서 나오는 피는 나일 강이나 아무다리야처럼 흘렀다. 장례를 치르고 그의 고귀한 시신을 씻고 수의를 입힌 뒤 특별한 말 위에 실었다. 카툰들과 아미르들은 그 뒤를 따라서 타브리즈를 향해서 갔다. 도시들과 마을들에서는 남녀가 모두 모자를 벗고 맨발로 거적때기(pal?s)만 걸치고 밖으로 나와서 흙을 머리에 뿌리면서 통곡하였다.
---p.173~174

가잔 칸의 순결과 청정에 대하여
이슬람의 제왕-그의 왕국이 영원하기를!-은 금지된 일(?ar?m)을 결코 범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 그가 한동안 집 밖에 나가 있거나 원정을 가서 승리를 거둘 경우, 약탈되어 끌려온 미모의 처녀들 가운데 아미르들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여자를 선별하여 어전으로 데리고 왔다. 몽골인들의 관습에 의하면 전쟁과 전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그런 여자들을 후궁으로 들여서 데리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슬람의 군주는 그런 것에 전혀 마음을 두지 않았으며 “내 자신의 몸을 어떻게 그들로 인해 오염시킬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들과 갑자기 친밀해질 수 있겠는가?” …… …… 그는 한 번도 율법상으로 간음이나 동성애나 방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아내에 대해서도 음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 그 자신이 그런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역시 동성애나 방탕과 간음을 할 수 없었다. 그는 항상 그런 행동을 금지하는 칙령을 강력하게 내렸고, 몇몇 지목된 사람들은 그런 죄를 입어서 율법과 야사에 따라 처형되었다.
---p.193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항상 승승장구하는 [자신의] 군대를 가르치고 지도하고 충고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느 누구라도 최후의 순간에 이르면, 집에서건 길 위에서건 전투 중에서건 혹은 사냥터에서건, 그 어느 곳이라 할지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는가. 맞서 싸우고 있는 적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지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어찌할 수 없다면, 자신의 피를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몸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피는 [그 사람이 죽으면] 부패할 것이고 악취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좋은] 결과도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밋빛 [화장]이 여자에게는 장식이 되는 것처럼 피는 사나이의 장식이다. 그런 사람들은 좋은 이름을 세상에 남길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천국에 이를 것이다. 집 안에서 죽는 사람은 누구나 처자식들이 그를 돌보느라 애를 먹고 지치게 될 것이니, 그들 자신이나 혹은 그를 사랑하던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는 비참하고 불쌍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만약 전투에서 사망한다면 이러한 문제에서는 해방되는 셈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를 위하여 탄식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당대의 군주는 그가 남겨둔 사람들을 귀하게 돌보며 위로하고 그의 자식들을 양육하니, 그들의 처지는 더 좋아지게 되는 셈이다.”
---p.220

건축을 애호한 군주
[가잔 칸은] 모든 도시와 지방에 건물을 짓도록 명령하고, 수로(nahr)들과 지하수로(kahr?z)들을 굴착하여 흐르도록 한다. 그러한 [공사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유용성이 아주 많은 것은 힐라(?illa) 지방을 흐르는 매우 커다란 수로인데, 그 이름은 ‘가잔의 윗수로(Nahr-i Gh?z?n?-yi A?l?)’이다. 그 물을 ‘신도들의 수장’인 후세인-그에게 평화가 있기를!-의 성묘까지 대어, 물이 없는 황야였던 카르발라 초원의 황무지 전체에, 그리고 마실 만한 좋은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성묘에, 맑은 유프라테스 강물을 흐르게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성묘 주변 전체가 경작지가 되고 정원과 화원이 세워진 것이다. 바그다드와 다른 도시들에서 온 배들이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연안에 도착하여 성묘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 성묘에 거주하는 사이드들은 그로 인해서 매우 부유해졌는데, 그들은 [과거에는] 빈한한 사람들이었고 그 수도 많았기 때문에, [가잔 칸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곡물로 주라고 지시하여 매년 그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p.231~232

백성들의 피해를 줄여주다
그는 친히 사냥을 나갈 때마다 어떤 마을의 경계에 이르면, 양과 닭 및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현금을 주고 사라는 지시를 내린다. 마찬가지로 몽골인들의 천막과 가축 가운데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1디나르의 값어치가 있는 것은 3디나르의 값을 쳐서 주곤 한다. 그[가 이렇게 하는] 의도는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달아서 강압과 과도함을 자제하고, [자신이 보인] 그러한 길을 따라가도록 격려하기 위함이다. 그의 고매한 생각이 아미르들이나 병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어떤 지방에서 강압을 행사하여 과도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데에 미치면, 그는 하급 아미르를 불러 그 죄를 묻고 곤장을 친다. [이런 방법을 써서] 그는 고관들을 훈계하고 견책하는 것이다.
---p.320~321

도적과 노상강도를 처벌하다
“몽골이건 무슬림이건 어느 누구라도, 목촌이건 농촌이건 도시건 불문하고, 도적들과 한패가 되었다가 발각되면 가차 없이 야사에 처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폐하의 측근인 아미르 이트쿨(?tq?l)을 임명했는데, 그는 [처벌할 때] 안면을 몰수하고 결코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몇몇을 목쇄(木鎖, d?-sh?kh)에 채워서 끌고 왔고, 아미르 이트쿨에게 정보를 알려준 제보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타르칸[의 직책]에 임명되었다. [칸은] 칙명을 내려 그에게 색출에 더욱 매진하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아미르 이트쿨이 그런 무리들을 야사에 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그들이 갖고 있던 재산과 가축을 모두 그에게 하사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든 심지어 말고삐(ch?lb?r) 같은 것을 훔칠지라도 야사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p.335

이혼에 대한 가잔 칸의 견해
“결혼의 율법에 관한 지고한 신의 지혜는 사람들이 세대를 잇고 후손을 갖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율법이 명하는 바에 따르면, 만약 누군가가 이혼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진실이건 농담이건, 좋아서 그랬건 화가 나서 그랬건, 즉시 [이혼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편과 부인 사이에 우애가 없다면 헤어지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화는 증오와 분노와 함께 계속될 것이고, 분노하면서 사는 것은 야수들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증오로 이어질 것이고, 증오심을 갖고서는 후손을 낳고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혼의 길은 아무런 제지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 어떤 부인이 막대한 지참금을 지불하고 결혼했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많은 재산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혼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부부가] 아무리 뜻이 안 맞고 평안하지 못해도 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율법과 이성에 반하는 것이다. ……”
---p.396

라시드 앗 딘의 저자 후기
…… 이 책의 집필자는, 주님의 복을 받으신 고(故) 가잔 칸-알라께서 그의 증험을 입증해주시기를!-의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또한 당대의 제왕이요, 지상의 술탄들 가운데 술탄이며, 동방과 서방의 통치자[이신 울제이투 칸]의 이름으로 『세계의 역사(T?r?kh-i ??lam)』라는 또 다른 책을 집필하였다. 그것은 세상의 역사이자 아담의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요약이며, 영원까지 계속된 이 제왕의 역사와 일화들, 즉 그 출생의 시작부터 영원히 계속될 그 시점까지의 역사로서, [상술한] 그 책의 속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이 두 권의 방대한 책을 집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그것을 집필자 자신-그의 승리가 커지기를! -[인 내가] 집필한다면 그 책을 이 [첫 번째 책] 안에 포함시키고, 만약 그 책을 다른 누군가가 집필한다면 그것을 이 안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처럼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것은 용서받고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축복받은 책은 힐랄리(Hil?l?, 태음력) 717년 샤반월 말(1317년 11월 초)에 바그다드-지고하신 신께서 보호하시기를!-에서 완성하였다.
---p.447
 

출판사 리뷰

세계제국 몽골이 집대성한 역사학의 고전 『집사』(전 5권), 마침내 완간

라시드 앗 딘이 쓴 세계 최초의 세계사 『집사』의 한국어 번역이 완성되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는 2002년 『부족지』를 출간한 이래 『칭기스 칸기』(2003), 『칸의 후예들』(2005), 『일 칸들의 역사』(2018)를 거쳐 21년 만에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를 출간하며 마침내 『집사』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연대기의 집성(J?mi? al-taw?r?kh)’이라는 원제목이 시사하듯 『집사』는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했던 여러 군주들의 연대기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을 넘어서 중국, 인도, 아랍, 투르크, 유럽, 유대 등 주변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하려 했다. 거대한 세계제국 몽골의 등장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처럼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제국의 흥기와 팽창 과정을 중국, 이란, 러시아, 한국, 인도, 이집트 지역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각기 자기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을 남겼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형식으로 기술된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에서도 『집사』는 그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사’이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관점에서 기록된 자료를 섭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총합적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국 측 기록은 중화주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중심에 놓고 몽골제국의 ‘세계성’을 축소하여 그것을 중국 전통 왕조의 하나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권으로 번역된 라시드 앗 딘의 『집사』 한국어판은 몽골제국사 연구자는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집사』의 구성

제1부 몽골사(일명 『축복받은 가잔의 역사』)
제1권 부족지
오구즈족
몽골화된 투르크족
투르크족
몽골족
제2권 칭기스 칸기
열조기
칭키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
우구데이 카안
주치 칸
차가타이 칸
툴루이 칸
구육 칸
뭉케 카안
쿠빌라이 카안
티무르 카안
제4권 일 칸들의 역사
훌레구 칸기
아바카 칸기
아흐마드 칸기
아르군 칸기
게이하투 칸기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
가잔 칸기

제2부 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
제1권 울제이투 칸기
제2권 제1편 아담 이후 사도와 칼리프들의 역사 및 지구상 각 종족들의 역사
제2편 본서 완성 이후 전개될 역사
제3부 세계 각 지역의 경역·도로·하천

*현존하는 부분은 제1부 전체와 제2부의 제2권 제1편뿐이다.

13~14세기 최대 규모, 최초의 세계사

『집사』는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가잔 칸의 명을 받들어 집필한 책이다. 그는 재상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칸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사』에는 제국의 확장과 운영에 관하여 다른 어떤 자료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정보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라시드 앗 딘은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몽골제국과 주변 여러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서술은 『집사』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에 학자들은 이 책을 가리켜 “최초의 세계사”라 부른다.

『집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다섯 권은 모두 제1부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라시드 앗 딘은 가잔 칸의 명으로 제1부를 완성한 뒤 새로 즉위한 울제이투 칸의 명령에 따라 제2부와 제3부를 집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제2부 제2권 제1편의 사본만 전해질 뿐, 나머지 부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몽골제국사 연구의 시금석

앞서 출간된 제1권 『부족지』, 제2권 『칭기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이 각각 몽골제국의 준비기, 태동기, 세계제국의 최종적 완성기를 다루었다면, 제4권 『일 칸들의 역사』와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일 칸국의 군주들이 서아시아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20세기에 구미 학자들의 주도로 몽골 지배기의 서아시아 역사 연구는 커다란 진척을 이루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기울인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근자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수의 전문가가 당시의 아랍과 페르시아 사료에 천착하여 연구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몽골제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 칸국 훌레구를 비롯한 다섯 명의 군주(바이두 제외)를 다룬 『일 칸들의 역사』와 7대 군주 가잔 칸을 다룬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가 그 연구의 질적·양적 팽창을 자극할 것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고 수준의 완역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은 『집사』를 “불멸의 고전”으로 칭하면서도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에 선뜻 자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1858년에 러시아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 소련 학자들이 『부족지』를 보완하여 발표했고, 이어서 20세기 말 김호동 교수가 제1권 『부족지』의 역주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색스턴(W. M. Thackston) 교수가 영역본을 출간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어와 영어로만 번역되었을 뿐 몽골사 연구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도 아직 『집사』를 번역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러시아 번역본을 중국어로 중역하여 출간했을 뿐이다.

14세기 초 페르시아어로 집필된 『집사』의 정확하고 완벽한 번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사본(寫本)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투르크-몽골 어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몽골제국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인 김호동 교수의 대장정에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호동 교수는 주석 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여러 사본들을 대조하여 만든 페르시아어 교감본 3종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으며, 몽골제국 당시에 관한 여러 사서를 참조하고 『집사』와 몽골제국에 대한 전 세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주석에 반영했다. 또한 투르크-몽골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어 원문의 어휘와 문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주석에 밝혀서 원문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120여 종의 사본을 비교 분석하여 원본을 복원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사계절, 2000)으로 고전 완역의 지평을 연 김호동 교수는 이번 책에서 더욱 철두철미한 준비와 자세로 역주에 임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어로 완역된 『집사』는 과거 낯선 지역으로의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

『집사』의 편찬을 명한 가잔 칸은 누구인가?


“현재 아무도 그런 일들을 알지도 탐구하지도 않고, 조상의 이름과 계보 그리고 역사에 무지한 상태이다. 어떻게 각 종족의 대인들의 일족과 후손이 자기 조상이 겪었던 상황과 그 계보와 이름에 대하여 무지하고 무심할 수 있단 말인가.”

가잔 칸(1271~1304)이 일 칸국의 7대 군주로 즉위한 1295년은 칭기스 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90년이 흐른 뒤이며, 그의 증조부 훌레구가 서아시아 원정을 통해 훌레구 울루스의 기초를 놓은 때로부터도 반세기가 흐른 시점이었다. 처음에 원정대를 지휘하며 서아시아에 정착했던 몽골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후예는 조상의 성과를 향유하며 무슬림 위에 군림하다가 점점 자신들의 뿌리를 잊어가고 있었다. 가잔 칸은 몽골 귀족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곧잘 반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역사에 대한 무지와 몽골 정체성의 상실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그들에게 몽골제국의 탄생 과정을 분명하게 일깨우고 조상의 뿌리가 자신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인식시키려 했다. 또한 몽골 유목부족민의 분권적 경향을 억제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국가를 통합하려 했다. 이를 위해 가잔 칸은 ‘몽골제국’의 역사를 집필하라고 재상 라시드 앗 딘에게 명하였다. 이렇게 볼 때 『집사』는 단순히 ‘몽골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글이 아니라, 가잔 칸의 확고한 통치 목적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가잔에 이어 칸에 즉위한 울제이투는 몽골족의 역사적 뿌리와 조상의 위대한 업적을 강조한 가잔 칸의 의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민족과 지역을 포괄하는 세계제국의 경영자인 자신에게는 그 지위에 걸맞은 ‘세계사’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집사』 제2부(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의 확대 편찬을 지시했다. 그러나 제2부는 현재 일부(제2권 제1편)만 남아 있어서 그 전모를 알 수 없다.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의 의미

가잔 칸은 ‘일 칸’이라는 칭호보다는 ‘이슬람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더 선호했다. 그는 왕좌를 둘러싼 권력 투쟁 과정에서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단행하였다. 당시 상당수의 몽골 장병이 이미 이슬람으로 개종한 상태였기 때문에, 개종이 자신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슬람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그의 집권뿐 아니라 서아시아 통치에서도 중요한 ‘합법성’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 몽골 군주들은 종교적 측면에서 무슬림 복속민과 동일한 이슬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가잔은 라시드 앗 딘을 재상으로 기용하여 다방면에 걸친 개혁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상당수가 율법(shar?ah)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의 목표는 무력을 통해 정복하고 대다수의 무슬림 복속민을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유리된 이교도 정권’의 수립이 아니라, 정치적 합법성과 종교적 정당성 모두를 확보한 정권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이슬람 개종과 개혁 정책이 곧 몽골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들의 위대한 조상인 칭기스 칸이 어떻게 제국을 건설하였고 증조부인 훌레구가 어떻게 서아시아를 정복하여 독자적 울루스를 세웠는지, 그 과정과 정당성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몽골의 귀족 자제들과 병사들이 자신의 조상이 어떤 부족에 속했으며 어떤 헌신과 고난을 통해 제국을 건설했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현실을 통렬히 질타했다. 이처럼 『집사』는 ‘앞으로의 제국 운영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확고한 역사의식’이라는 가잔의 의도가 낳은 결실이며, 그런 점에서 가잔 칸의 시대가 향후 서아시아 역사에 남긴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