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문화예술 입문 (독서>책소개)/1.건축세계

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 (2009) -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가

동방박사님 2024. 1. 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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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공공 건축 분야의 유명한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선생님이 되어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고 가르치는 건축수업이다. 저자는 의사가 환자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고 의술을 펼치는 것처럼, 한정된 소수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행복하게 하는 일이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 비로소 건축다운 건축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축.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들려주고자 하는 건축수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평생 동안 축적한 경험과 자료와 그의 건축철학이 집대성되어 고스란히 담겨 있다. 750여 장의 사진과 도면을 통해 사적영역으로서의 공간과 공적영역으로서의 공간, 그리고 이들이 서로 교차하는 매개공간을 자세히 보여준다. 그의 건축 수업은 사람들 행복하게 하는 건축이 실제 어떻게 드러나고 실현되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머리말
옮긴이의 말

A 형태는 초대한다
1 원하는 대로 소리 내는 악기
2 정확한 규모
3 시야, 열고 닫음
4 외부 세계를 내부로
5 세상과 소통하는 창
6 건축의 정치적 함의

B 함께하는 영역
1 개인과 집단의 충돌
2 공간의 건축적 모티프, 접근성
3 접근성에 따른 영역의 구분
4 참여를 통한 공간의 성격 변화
5 사용자에서 거주자로
6 환영과 만남의 장소
7 함께하는, 공동의 장소
8 모든 사람에게 ‘속하는’ 장소
9 거리의 재발견
10 대중의 영역, 거리
11 소비와 공공건물
12 사적영역과 대중의 접근

C 공간 만들기, 공간 남기기
1 구조와 해석
2 구조에 관한 다양한 해석
3 구조는 척추다
4 도시 개발과 그리드
5 건물의 질서, 통일성의 획득
6 기능성, 유연성 그리고 다원성
7 공간과 사용자
8 공간 만들기와 공간 남기기
9 동기 부여
10 형태는 악기다

저자 소개

저 : 헤르만 헤르츠버거 (Herman Hertzberger)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건축 잡지 〈Forum〉의 편집장을 지냈다. 영국 왕립건축가협회와 프랑스 건축아카데미 명예회원이며, 2002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네덜란드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공공 건축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유명한 건축가이자, 뛰어난 교육자인 그는 이 책에서 자기 작품의 배경과 작품에 녹아있는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실제 경험과 평가에 근거해 다양한 주제와 ...
 
역 : 안진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 《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타임 푸어》 《마음가면》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 리뷰

"일부 정치가 입맛에나 맞는 건물을 지을 것인가,
아니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을 할 것인가."


정치가 입맛에나 맞는 건물
역사적으로 건축가는 주로 피라미드와 사원, 교회와 궁전을 짓는 일에 종사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현현顯現하기 위해서 대자본에 의존했다. 그래서 건축은 항상 자본과 권력에 봉사했으며 전체 공동체가 아니라 소수의 손에서 움직이는 도구를 자임할 때가 많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건축 서적에서나 볼 듯한 조감도를 붙이고 시청이나 공공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랜드마크를 지어 자신을 알리고 싶은 정치가 입맛에나 맞는 건물이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열려있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겉모습에 신경을 쓴 디자인으로 주변과도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 과연 지역 주민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까? 본연의 의미를 저버리고 지역 주민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설계할 때는 언제나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한정된 사람에게만 봉사하는 환경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건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관대하고 우호적이어야만 한다.” --- p.107

헤르만 헤르츠버거Herman Hertzberger는 의사가 환자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고 의술을 펼치는 것처럼, 한정된 소수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행복하게 하는 일이 건축이라고 한다. 그리고 건축가는 모든 공간을 상황에 부합하도록 설계해야 하며, 상황을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황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 사람을 향한 배려와 애정이 풍부한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능에 집착한 나머지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이것이 건축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고.

공간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
헤르츠버거는 네덜란드 구조주의 건축의 대가다. ‘구조주의 건축’이란 보와 기둥 등의 역학적 구조에 천착하는 게 아니라 문화인류학에서 유래한 구조주의構造主義를 창작의 근거로 삼는다는 뜻이다. 언어에 말의 구조가 있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듯, 건축에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나아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사고의 체계를 공간에 반영하면, 그 공간이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의 작품은 공동주택, 학교, 사무실 같은 생활공간이 주를 이룬다. 이는 건축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과 일맥상통한다. 그가 설계하는 공동주택의 통로는 단순한 통행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생활하고 이웃과 교류하는 공간이다. 학교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우연한 만남을 강조하며, 통로는 보행자의 상호작용을 고려한다. 구상 단계에서부터 증축을 고려해서 확장이 가능하도록 비워두거나, 주민들이 직접 만든 놀이터처럼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도 헤르츠버거 건축의 미덕이다. 화려한 기교나 첨단 기법은 아니지만, 일관된 원칙에 따라 고심해서 만든 요소들이 곳곳에서 빛나는 인간적인 건축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이 주는 아름다움
헤르츠버거는 지난 30년간 젊은 건축학도에게 이러한 문제의식과 경험을 가르쳤다. 평생 동안 축적한 경험과 자료, 그의 건축철학을 집대성된 책이 『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수업』이다. 자칫 어려운 개념의 나열로 흐르기 쉽지만, 750여 장의 사진과 도면으로 명료하게 보여준다. 사적영역으로서의 공간과 공적영역으로서의 공간, 이들이 서로 교차하는 매개공간을 사진으로 직접 혹은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가 이야기하는 공간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공공건축물의 사진 자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료적 가치가 대단하다. 정확히 적용된 그리드가 선명하게 드러난 맨해튼(224쪽)이나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172쪽) 사진은 사진 기술이 움트기 시작한 시기에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이야기하는 건축,
빛바랜 흑백사진이 주는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