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역사기행 (책소개)/2.역사문화산책

키워드 한국현대사 기행1 (제주.호남.영남)

동방박사님 2022. 9.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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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2개 키워드로 읽는 한국 현대사 ― 길 위의 정치학자 손호철의 한국 현대사 기행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장소 102곳을 골랐다. 가야 할 현장은 점점 늘어나 모두 150여 곳이 됐다. 찾아가기 쉽거나 벌써 유명한 곳은 솎아내고 짐을 꾸렸다. 우리 땅 곳곳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열린 박물관(open air museum)’이었다. 승리와 환희보다는 패배와 죽음에 연관된 현장이 많은 탓에 우울증에 시달렸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 이름 없이 스러진 민초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런 정도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키워드 한국 현대사 기행 1》은 한국 현대 정치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현대사 기행이다. 라틴아메리카, 중국, 쿠바,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에세이를 낸 ‘길 위의 정치학자’ 손호철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틈을 타 한국을 탐사했다. 2020년 6월부터 1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 150여 곳을 찾아 3만 5000킬로미터를 달렸고, 길을 나서기 힘든 이들에게 보여주려 사진을 찍었다. 차를 타고, 길을 걷고, 산을 올랐다. 서울과 부산을 40번 넘게 왕복한 셈이었다. 여러 전문가들이 도와준 덕분에 잘 안 알려진 역사적 장소를 중심으로 오늘의 발자국을 남겼다.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무게를 두기보다는 사회과학 이론으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설명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끊임없는?대화’라는 에드워드 할렛 카의 저 유명한 말을 실감한 여정이었다.

《키워드 한국 현대사 기행》은 모두 두 권이다. 한 권으로 담을 수 없는 만큼 많은 곳에 발자국을 남겼고, 해야 할 이야기도 넘쳐흘렀다. 먼저 나온 1권은 48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백꽃이 아름다워 더 슬픈 제주에서 시작해 호남과 영남을 아우른다. 곧이어 여름에 나올 2권은 54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충청, 강원, 경기, 서울을 종횡으로 훑으며 뿌리의 소리를 들으러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현장을 찾아간다.

 

목차

들어가며|우리의 뿌리를 찾아서

1부 제주

1. 서귀포|이재수의 난 정당한 항쟁인가 천주교 탄압인가
2. 제주|4·3 사건 세계에서 가장 큰 행불자 묘역
3. 서귀포|국민보도연맹 “죄를 지을지 모르니 미리 죽인다!”
4. 제주|5·16도로와 국토건설단 아름다운 숲 터널과 강제 노동 수용소
5. 제주|조작 간첩 만들어진 간첩이 만든 ‘수상한 집’
6. 제주|의인 김만덕 ‘변방’에서 만난 나눔의 여성 시이오
7. 서귀포|강정 해군 기지 ‘뿌리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는 자주국방

2부 호남

8. 강진|다산초당과 사의재 정약용, 마키아벨리, 로베스피에르
9. 정읍|동학농민혁명 죽창 든 개미들의 짓밟힌 꿈
10. 정읍·고창|전봉준과 김개남 19세기 조선의 변혁론 논쟁
11. 정읍|무성서원과 의병 숭고하지만 때늦은 애국
12. 군산·목포|부잔교와 동척 ‘색맹’ 뉴라이트의 환상과 착취 유산
13. 신안|암태도 한 자루의 감자들, 뭉쳐서 승리하다
14. 광주|광주학생독립운동 “조선의 학생 대중이여 궐기하라!”
15. 화순|노동자 자주관리운동 너릿재에서 생각하는 산업 민주주의
16. 여수·순천|‘여순 사건’ 항쟁과 반란 사이, ‘아, 여순이여!’
17. 남원|이현상과 빨치산 ‘다름 알기’와 공존의 가르침
18. 구례|화엄사 토벌대의 두 얼굴, 차일혁과 김종원
19. 여수·영암·영광|좌익의 우익 학살 우익이 흘린 피도 붉다
20. 함평|함평 고구마 항쟁 유신을 뒤흔든 고구마 한 자루
21. 해남|김남주 유신의 심장을 쏘려 강도가 된 시인
22. 광주|5·18광주민주화운동 ‘탈진실 시대’의 5월
23. 영광|핵발전소 반대 운동 굴비 말고 반핵
24. 진도|팽목항 우리들의 불안하고 위험한 미래, 세월호
25. 부안|새만금 개발과 환경 사이 길 잃은 갯벌

3부|영남

26. 경주|최부자댁 갑질 챌린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27. 안동|혁신 유림과 독립운동 유림의 중심, 독립운동의 성지
28. 진주|형평사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를 향해
29. 밀양·부산·영양|의열단과 여성 무장 독립 투쟁 역사가 된 싸우는 여성들
30. 함양·경산|보광당과 결심대 죽창 들고 싸운 ‘원조 빨치산’
31. 대구·경산|10월 항쟁 ‘진보 도시’ 대구의 추억
32. 대구|2·28 민주운동 한국 민주 혁명의 진짜 원조?
33. 대구|인혁당 재건위 18시간 만에 저지른 ‘사법 살인’
34. 대구|박정희와 전두환 지역주의가 만든 보수 텃밭
35. 영천|국민방위군 예산 빼돌려 12만 명 죽인 희대의 부정부패
36. 산청|정순덕 마지막 빨치산이 된 문맹의 산 소녀
37. 산청·함양·거창|민간인 학살 ‘작전 명령 5호’로 시작된 피비린내
38. 부산|부산 정치 파동 임시 수도에서 시작된 의회 정치 압살
39. 부산|부마 항쟁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민주’여
40. 부산|미문화원 방화 사건 반미 무풍지대에서 움튼 반미 태풍
41. 창원|3·15 의거와 부마 항쟁 하나가 된 두 도시 이야기
42. 울산|산업화 피, 땀, 눈물, 그리고 노동자
43. 울산|노동자 대투쟁 87년 7·8?9 투쟁을 동지여 기억하는가
44. 통영|윤이상과 동백림 사건 ‘상처받은 용’이 잠든 곳
45. 구미|박정희 죽은 박정희 살려내는 개혁 정부들?
46. 부산|형제복지원 운 없으면 끌려간 사설 강제 노동 수용소
47. 구미·김천|페놀 사태 페놀 없는 낙동강은 얼마나 깨끗한가
48. 성주|사드 사태 참외의 땅에서 미친 짓을 참회하라
 

저자 소개 

저 : 손호철 (孫浩哲)
 
화가를 꿈꾸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다. 선배를 잘못 만나 운동권이 됐고, 제적, 투옥, 강제 징집을 거쳐 8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신군부가 저지른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다 유학을 가야 했다. 귀국한 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며 사회과학대 학장과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2018년 정년을 마친 뒤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책 속으로

나는 우리의 뿌리인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현장 102곳을 다녀온 뒤 이 책을 썼다. 역사학자가 아니라 한국 현대 정치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정치학자가 쓴 기행이다. 그런 만큼 역사적 사실이라는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과학 이론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 p.5

제주도에 가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5·16도로 숲 터널을 달려보자. 잠깐 차를 세우고 5·16도로 표지석도 찾아보자. 굳이 찾지 않더라도, 5·16도로를 달릴 기회가 되면, 아름다운 숲 터널을 지나갈 때면, 이 아름다운 도로를 만드느라 강제 노역을 하다가 죽어간 청년들의 명복을 빌자. 목숨을 잃지 않은 대신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빼앗긴 희생자들을 위해 분노하자. 어떤 개발이든 반인권적인 방법을 쓰면 안 된다고 다짐하자.
--- p.42

제주도청 앞에는 제주 제2공항과 도로 공사를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농성 천막이 가득했다. 성산으로 향하는 비자림로에는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며 숲을 베어낸 흔적과 일방통행식 행정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들이 긴장을 더했다. 나무에는 ‘근음’이라는 글씨를 써 매달아놓았다. ‘뿌리의 소리’, 곧 숲을 파괴할 때 나무뿌리가 내는 신음, 뿌리가 내는 울음소리를 들으라는 항의였다. --- p.61~62

같은 시대에 지구 반대편에 산 막시밀리안 로베스피에르는 다산이 스물일곱 살이던 1789년에 프랑스 대혁명에 참여해 왕정을 타파하고 민중이 주인 되는 민주 공화국을 세우려 노력했다. 프랑스 국민의회가 채택한 헌법의 전문인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는 구절이 담겼다. 다산이 유배를 가기 10년 전 일이다. 왜 다산은 같은 시대에 산 로베스피에르, 나아가 프랑스 인권 선언 같은 급진적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
--- p.73~74

더불어민주당 등 자유주의 진영은 목적이 옳으면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는 ‘개혁 독재’의 유혹을 버려야 한다. 정의당이나 민주노총 같은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제일주의’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우익 학살이라는 비극을 가져왔고, 이런 학살에 대응한 보복으로 우익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됐다. ‘5·18 북한 특수 부대 개입설’ 같은 허황된 주장을 하는가 하면 다른 의견은 모두 빨갱이로 몰아가는 극우 세력을 보면 울화통 터지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킬링 필드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을까? --- p.161

영광에서 반핵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노후한 1호기와 2호기 출력 증가 반대, 사용 후 핵연료 대책 마련, 온배수 저감 장치 설치를 요구하며 오늘도 싸운다. 2025년에 수명이 다하는 1호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백전노장 반핵운동가 김용국은 말한다. “후쿠시마 사고를 근거로 시뮬레이션을 해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핵발전 사고는 사소한 실수부터 자연재해까지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안전성이 불확실합니다. 원전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광에서 사고가 나면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원전은 영광이나 고리, 월성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p.191~192

해방 뒤 미군정에 저항해 가장 먼저 항쟁을 일으킨 도시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이승만 정권에 저항해 시위를 벌여 4·19 혁명을 촉발한 도시는? 1960~1970년대 삼엄한 박정희 군사 독재 아래에서 지하당 조직과 지하 서클 등을 통해 변혁 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지역은? 이 세 질문에 모두 대구라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구는 이제 한국 보수 또는 수구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가 보수화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대구는 원래 좌파가 강한 ‘한국의 모스크바’였고 대표적인 ‘야당 도시’였다.
--- p.242

방어진 뒷산으로 올라가 7·8·9 노동자 대투쟁의 한 축인 현대중공업을 한눈에 담고, ‘울산노동역사관 1987’을 찾아 나섰다. 주소대로 찾아가니 오토밸리복지센터라는 웅장한 건물만 보이고 역사관은 없었다. 전화를 하니 그 근사한 건물로 올라오라고 했다. 울산노동역사관 1987은 그곳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에서도 노동자들이 독자적인 역사관을 차리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민주노총도 독자 건물이 없을 정도로 기반이 취약한 현실을 생각하면, 울산이니까 자체 역사관 정도는 운영하리라던 기대는 나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 p.325
 

출판사 리뷰

뿌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 다 다른 지역과 사건과 사람들이 다다른 진실

손호철은 평생 한국 정치를 연구하고 가르친 정치학자이지만 이번에는 책보다 길 위에서 더 많이 배웠다. 뿌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다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과 그 속의 사람들이 들려준 진실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제주에서 ‘이재수의 난’을 시작으로 ‘4?3’과 ‘국민보도연맹’, ‘5?16도로’와 ‘조작 간첩’, 그리고 ‘강정 해군 기지’를 살펴본 뒤, 육지에 올라 ‘다산초당과 사의재’를 찾았다. 동학농민혁명의 잊힌 주인공 ‘김개남’을 만나고 소작 쟁의가 벌어진 신안 ‘암태도’와 ‘노동자 자주관리운동’의 현장 화순탄광을 거쳐 ‘여순 사건’과 ‘이현상’의 흔적을 좇았다. 좌익이 우익을 학살한 역사적 사실을 반성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지나 ‘팽목항’을 거쳐 개발과 환경 사이 길 잃은 ‘새만금’을 빠져나왔다.

‘10월 항쟁’의 현장이자 ‘인혁당 재건위’의 중심 무대인 ‘진보 도시 대구’를 중심으로 ‘여성 무장 독립 투쟁’을 비롯해 영남 지방 곳곳에 남은 저항의 역사를 돌아보고,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의 아픔과 인권 유린의 현장 ‘형제복지원’의 공포에 공감하며, 지금 여기에서 ‘부마 항쟁’과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지닌 의미를 생각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고향 영남에 산업화의 혜택을 집중시켰다지만, ‘페놀 사태’와 ‘사드 사태’를 보면 힘없는 사람들의 처지는 어느 곳에 살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공된 지역감정을 넘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 땀, 눈물 ― 역사를 만든 사람들을 찾아가는 ‘열린 박물관’ 기행

한국은,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은, 가슴 아픈 현장이 곳곳에 자리한 열린 박물관이다. 길 위의 정치학자 손호철은 현장성, 사실, 관점, 서사라는 화두를 붙잡고 팬데믹과 고통스런 삶에 신음하는 이 땅을 톺아본다. 사건 현장을 두 번 세 번 발로 찾아가고, 진영 논리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하되, 진보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며,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전통적 서술을 넘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가려 노력한다. 지금 우리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이 또다시 왜곡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손호철의 발자국을 따라 역사를 만든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