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3.일본근대사

일본 학문의 근대적 전환 - 한학에서 중국학으로 -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동방박사님 2022. 12. 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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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학의 관점에서 본 근대일본 사상

이 책은 20세기 전후 일본을 대상으로 에도시대 이래 전개되어 온 전통적 학문, 즉 한학이 새롭게 형성된 근대적 학제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모색하는 과정을 고찰하며, 이를 통해 근대일본의 사상적 특징을 철학사 혹은 사상사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메이지유신 이래로 전개된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서양’이라는 잣대로 재단하고 서술하는 것은 ‘서양’을 보편적 근대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非서양’을 수동적 추종자로 간주하는 관점이라는 문제의식하에, 저자들은 근대일본의 지식인 여섯 명―후쿠자와 유키치, 나카무라 마사나오, 우치다 슈헤이, 이노우에 데쓰지로, 다카세 다케지로, 오카쿠라 덴신, 쓰다 소키치―의 사례를 통해 근대적 지식 체계 속에서 한학과 유교의 변모 양상을 분석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지식인의 원전 가운데 일본의 근대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문헌들을 번역하여 수록함으로써 근대일본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목차

머리말

제1장 메이지 일본은 왜 한학을 필요로 했을까-한학의 유효성을 주장한 나카무라 마사나오(이새봄)

1. 양학의 등장이 가져온 지각 변동
2. 유학자의 시선으로 본 서양이란?
3. 한학의 위상 저하
4. 양학의 시대에도 한학은 유의미하다!
5. 나카무라 마사나오의 한학 폐지 반대론
6. 메이지 일본의 부상과 한학의 쇠락

제2장 메이지 전기 한학 비판의 배경-후쿠자와 유키치를 중심으로(강지은)

1. 일본의 한학 그리고 한·중의 유학
2. 선비와 사무라이
3. 유학의 보편화
4. 후쿠자와 유키치의 한학 비판과 마루야마 마사오의 해석
5. 한학 비판과 동아시아 유학사

제3장 한학의 재편과 ‘중국철학’의 탄생-우치다 슈헤이와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성선설 논쟁(양일모)

1. 전환시대의 지식인
2. 메이지 초기의 유교와 ‘철학’
3. 우치다 슈헤이의 지나철학사
4. 우치다 슈헤이와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성선론 논쟁
5. 한학은 철학인가
*참고: 우치다 슈헤이 철학 관련 논저

제4장 근대 학제 안으로 들어간 한학-다카세 다케지로의 지나철학 연구(이혜경)

1. 일본의 동양과 동양학
2.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에도유학사
3. 다카세의 이단 비판이 의미하는 것
4. ‘실천적 윤리’ 중심으로 서술된 『지나철학사』
5. 중국유학과 일본유학의 차이 찾기
6. 유학이 근대일본에서 맞이한 운명

제5장 중국을 멸시하는 중국학-쓰다 소키치의 도가 연구(이승율)

1. 쓰다는 왜 도가사상을 연구했는가
2. 도가의 주장은 무의미하다
3. 중국사상은 일본인의 실생활과 무관하다
4. 일본은 우월하고 아시아는 열등하다
5. 일본이 세계학문을 이끌어야 한다
6. 존황·국체야말로 일본 국민주의의 핵심이다
7. 혐중·혐한의 원형

제6장 오카쿠라 덴신의 중국문명론과 메이지시대 일본의 중국학(김용철)

1. 중국, 철학의 나라
2. 덴신의 중국문명론 형성과정과 메이지시대 일본의 중국학
3. 덴신의 중국문명론
4. 아시아문명의 중심인 일본을 빛내기 위한 나라, 중국

참고문헌
부록: 원전 읽기
*한학불가폐론
*유교주의
*이노우에 문학사의 성선악론을 읽다
*묵자학과 예수교의 비교
*『지나사상과 일본』 구판·신판 서문
*중국 남북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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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양일모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동아시아사상문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림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를 지낸 바 있다. 저서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동양인의 사유』(공저), 『21세기의 동양철학』(공저) 등이 있고, 번역으로 『학생과 교양』, 『중국 민족주의의 신화』(공역), 『공통감각론』 등이 있다. 논...

저 : 강지은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일본 도쿄대학 인문사회계연구과에서 아시아문화연구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립대만대학교 국가발전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유학사는 형성 과정에서도, 근대적 학문으로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면서도 국경을 초월해 있었다. 이 때문에 20세기 전후 동아시아 지식인이 유...

저 : 김용철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이며, 동아시아 근대 및 일본 미술사를 전공했다.
 
 

책 속으로

양학의 융성이 기존의 한학 중심 교육제도에 큰 타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로 인해 곧바로 한학의 존재의의가 소멸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학의 지식이 이전보다 더욱 필요해진 측면이 있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한학적 지식에 대한 수요는 컸기 때문이다. 즉 서양문명의 도입이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번역의 문제가 등장하고, 공식 문서상의 문체가 한문 훈독체(訓讀體)로 바뀌게 되는 등의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한학적 소양의 바탕 없이는 언론이나 정치, 학문 영역 등에서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메이지 전기에 ‘한어(漢語)의 유행’ 현상이 일어났다.
--- p.24

후쿠자와는 바로 이러한 주장에 전면적으로 맞서, 지나의 고대에나 유효했던 한학을 근대일본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한학과 한학자에 대해 시종일관 날 선 비판을 전개했다. 그런데 그의 비판을 분석해 보면, 그 핵심에 한학이 근세 일본사회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배경이 존재한다. 후쿠자와의 한학 비판을 고찰할 때 이러한 배경을 망각한다면, 그가 유학의 본래 특성 즉 중국이나 한국의 유학에도 공통으로 존재하는 특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비판한 한학이 바로 동양의 사상 전통 본래의 모습이며, 따라서 그의 비판은 동양의 사상 전통에 대한 극복을 의미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 p.58

동양학의 수행이 제국의 식민지 경영의 일환이었고, 일본 역시 서구 제국의 동양학에 자극받아 동양학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제국과 달리 일본 자신이 ‘동양’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일본과 ‘동양’의 관계를 특수하게 만들었으며, 일본의 동양학도 특수한 것으로 만들었다. 애초에 일본은 서양과 대등한 존재로서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서양’의 대항항인 ‘동양’이라는 호칭으로 스스로를 가리켰었다. 서구에 대항하여 아시아의 연대를 주장했던 일본발 아시아주의 혹은 동양주의가 ‘연대’와 ‘침략’의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과 ‘동양’의 특수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 pp.142~143

중국문명에 대한 덴신의 인식은 중국미술을 일본미술의 원류로 인식하던 시기에서부터 중국을 철학의 나라로 규정한 『동양의 이상』, 그리고 『차책』에서의 인식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겪었다. 그와 같은 변화는 덴신의 학습과정과 중국여행, 메이지시대 일본에서 이전까지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학이 중국학으로 재편되고 중국을 대상화한 사정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의 중국학에서 논의된 내용에 비추어 보면, 마쓰모토 분자부로가 『지나철학사』에서 불교와 도교의 유사성을 지적한 점이나 우치다 슈헤이가 「주역강의」에서 유가철학의 계보를 따져 이해한 점 등 분명히 덴신과 그들의 견해 사이 유사한 점이 있다. 말하자면 한학이 중국학으로 재편되던 시기 일본에서 이루어진 중국 관련 인식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덴신이 성격규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중국의 풍토나 역사를 해석함으로써 마쓰모토, 우치다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사실이다.
--- pp.25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