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3.일본근대사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도시를 건설하다

동방박사님 2022. 11. 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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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울과 타이베이 등 과거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도시들은 인구집중과 농촌과의 차이, 빈부격차, 도시빈민 등 부정적인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 원인이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도시 건설 정책에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도시를 건설하다』는 옛 식민지 도시가 형성된 과정과 그 모습을 파악함으로써 제국 일본을 바라보는, 특히 식민지시기를 거쳐야 했던 아시아인들과 일본인들 사이에 존재했던 인식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우리도 1960년대 이후 비로소 최초의 국토 개발을 세웠지만, 그 방법이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권적 방식이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 특히 전통과 단절된 채 무국적화 된 문화의 탄생 배경과 그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목차

프롤로그 아시아 도시와 제국 일본

1부 식민지 도시의 형성
식민지 지배의 확대와 도시 형성
1유형―일본에 의한 새로운 도시 형성
2유형―전통적 도시와 식민지 도시의 이중 구조
3유형―기존의 도시와 식민지 도시의 병존

2부 식민지 도시의 특징
도시화의 과정―과잉도시화와 도시 비공식 부문
식민지 도시의 주민―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
일본 식민지의 상징―신사와 유곽
식민지 지배의 특징―일본과의 ‘동질성’

3부 식민지 도시와 ‘근대’
식민지 도시의 건축
식민지에서의 도시계획
해방 후의 도시―식민지 도시로부터의 ‘유산’과 ‘단절’

에필로그 무국적적 도시공간의 탄생
 

저자 소개

저자 : 하시야 히로시(僑谷弘)
1955년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7년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의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도쿄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근대 조선의 경제사와 현대 한국의 도시 문제, 근대 일본과 아시아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朝鮮史?(공저)가 있으며, 논문으로 「1930?40年代の朝鮮社會の性格をめぐって」, 「植民地都市としてのソウル」, 「NIEs都市ソウルの形成」, 「...
 
역자 : 김제정(金濟正)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근대사회사를 공부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 등에서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1930년대 초반 경성지역 전기사업과 부영화 운동」이 있다.
 
 

책 속으로

콸라룸푸르나 싱가포르의 식민지 건축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같은 식민지 건축인 조선총독부 청사는 어찌 하여 철거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 총독부 청사가 조선 문화에 근원을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를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하루 빨리 파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건물은 일본적 상징을 어느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순수한 일본식 건축이던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은 해방 후 바로 파괴되었다. 이에 비하면 조선총독부 청사는 독일인이 설계한 서양식 건축으로, 그대로 세워져 있어도 양식 면에서 드러나는 위화감은 적었다.
--- '조선총독부 청사는 왜 철거되었는가' 중에서
우선 수위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요인은, 식민지 지배를 위한 정치적·군사적 거점이 한 곳으로 집약되는 한편, 재래 사회의 지역경제가 발전하지 못해 지방 도시가 형성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이 세계의 식민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인이 일본의 식민지에서는 조금 약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일본의 경우는 본국으로부터 모든 계층의 많은 일본인이 식민지로 이주하여 각지에 거주하는 한편 식민지 공업화가 진전되었기 때문에 지방 도시가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수위도시에의 집중과 지방 도시의 발전이라는, 일견 모순적인 두 가지 움직임이 병행하여 일어난 점이 일본의 식민지 도시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p.56 '식민지 도시와 개발도상국 도시의 유사점‘ 중에서
 

출판사 리뷰

타워팰리스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슬럼가의 모습. 오늘날, 서울의 한계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진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접했을 것이다. 인구와 산업시설의 서울에의 지나친 집중 현상, 그로 인한 지방 및 농촌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 더욱 심해지는 빈부격차, 늘어만 가는 도시빈민…….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이 제국 일본의 식민지 도시 건설 정책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로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기본적인 문화적 특징이 일본과 많이 공통된 지역으로 자신들의 제국을 넓힌 일본은 자신들이 빼앗은 땅에 ‘일본식 식민지 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그것은 ‘피지배’ 민족의 요구에 의한 도시화가 아니었다. 때문에 제국 일본에 의해 (1)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든, (2)전통적 도시와 식민지 도시라는 이중 구조를 갖든, (3)기존 도시와 식민지 도시가 병존되든 각각의 도시들은 수위도시에의 집중화와 과잉도시화, 그리고 도시비공식부문의 생성이라는 홍역을 앓기 시작하게 되었다.

게다가 ‘근대화’라는 커다란 시대적 흐름에 일본 식민지 도시들도 휩싸이게 되지만, 그것은 일본의 필요에 의해 일본을 거쳐 들어온 ‘근대화’로,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듯 ‘근대화=서양화’에 부합되지 못했다. 이것은 결국 오늘날의 서울?타이베이 등 구식민지 도시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서양 추구와 함께 각각의 도시에 전통과 단절된 무국적화를 불러오게 되었다.

게다가 해방 후에도 식민지의 도시계획 방법이 오랜 기간 동안 그대로 답습되었다는 점에서, 제국 일본이 아시아 도시들에 남긴 폐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만 해도 식민지기에 수립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이 1950년대까지 단어 몇 개를 제외한 채로 1960년대까지 그대로 도입되었다. 1960년대 이후 비로소 종래의 도시 개발의 틀을 깨고 최초의 국토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그 수법에 있어서는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영향이 남아 위로부터의 강권적인 정책이 시행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제국 일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신하기에는 이르다.

이처럼 이 책은 옛 식민지 도시가 형성된 과정과 그 모습을 파악함으로써 제국 일본을 바라보는, 특히 식민지기를 거쳐야 했던 아시아인들과 일본인들 사이에 인식의 차이의 생성 원인을 밝혀내고자 한다. 그를 통해 오늘날 중대한 순간에 재현되곤 하는 일본과 아시아인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 전통과 단절된 채 맹목적으로 서양을 좇아가고 무국적화된 문화의 탄생 배경과 그 극복 방법을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일제 식민지 지배의 잔재가 우리 삶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