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한국정치의 이해 (독서)/5.포플리즘정치

반포퓰리즘 선언! (2023) - 민주주의의 위기와 정체성 서사

동방박사님 2023. 5. 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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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누구이고, 또 누가 되어야 하는가?
포퓰리즘 시대에 쓰는 ‘우리’ 정체성 서사


민주주의 공동체에서 순수하고 통일된 집합 정체성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가 노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태인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을 부지불식간에 조장할 수 있다.

이 책은 정체성 내러티브 경쟁의 틀로 포퓰리즘 시대 미국의 정치를 분석한다. 세계 곳곳에서 병리적 포퓰리즘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열광을 이끌어내며 기승을 부리는 오늘의 현실에 주목하는 이 책은, 이런 현상을 가능케 한 포퓰리즘 서사의 힘과 한계를 명쾌하게 분석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그에 맞서는 더욱더 포용적이고 평등 지향적인 정체성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규범적 이상과 현실적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든 서사들보다도 더 훌륭한 정체성 서사를 쓰고자 하는 정치인, 정치인 지망생, 지식인뿐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서사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수용하고 재해석해 끊임없이 변형시키며, 또한 그 서사가 가리키는 목표대로 ‘우리’의 공동의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목차

추천사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1장 서사들의 불협화음

새로운 포퓰리즘 국면
정의와 진단
서사로의 전환
집합체의 과잉
경쟁하는 서사들의 격전지

2장 무엇이 훌륭한 국민 정체성 서사를 만드는가?

일반적인 대응
더 나은 서사는 가능한가?
어떻게 훌륭한 국민 서사를 쓸 것인가?

3장 오늘날 ‘우리 미국인들’은 누구인가?

미국인 서사들의 필요성
미국이 우선이다!
민주주의 서사들
‘여럿이 모인 하나’의 서사
「독립선언서」의 서사
오늘날의 「독립선언서」의 서사

후기: 아직도 설득되지 않은 독자들께 드리는 마지막 이야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포퓰리즘 시대에 쓰는 ‘우리’ 정체성 서사
 

저자 소개 )

1974년 미시간 주립대학교 제임스 매디슨 칼리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1978년에 석사학위를, 1980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에서 21년을 가르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유펜) 정치학과로 자리를 옮겨 다시 21년을 가르치고 지난 2022년 여름에 은퇴했다. 정치사상, 미국 헌법, 시민권, 정치발전사 등 분야의 권위자로 Liberalism ...
 
역 : 김혜미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루소의 정치사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새가정]에 「세상을 앞서간 여성들」, 「민주주의 이야기, 우리 문화 이야기」, 「한국에서 미국을, 미국에서 한국을, 새롭게 다시 보기」를 연재한 바 있고 민주주의 정치, 다양성과 관용, 건강한 회의주의 등과 관련한 글과 번역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가우처대학교 글로벌 교육처에서 국제 교류 ...
 
역 : 김주만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유펜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법정학과/국제관계학과에서 생도들을 가르친 바 있으며, 오레곤대학교 정치학과와 로스쿨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메릴랜드주 타우슨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조교수 겸 ‘법과 미국 문명(Law and American Civilization)’ 과정 전공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책 속으로
서사들을 발전시킬 그럴 듯한 발전 방법들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한국에서도 시의적절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인이 누구이며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결정할 사람들은 바로 한국인 자신이다. 그러나 만약 이 책에 담긴 나의 사상과 의견이 한국인과 다른 모든 이들에게 가능성을 확인하게 하고 발전적인 장래의 진로를 찾도록 돕는다면, 이 책을 쓸 때 품었던 나의 소망은 충분히 이뤄질 것이다.
--- p.17

전 세계에 걸쳐, 그리고 온 역사를 통틀어 보았을 때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이제껏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와 함께, 좋지 않은 서사보다는 더욱 훌륭한 정치적 국민 정체성 서사를 필요로 하는 요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 p.30

나는 우선 포퓰리즘, 특히 우파 권위주의 형태의 포퓰리즘의 부상을 공동체와 소속감에 관한 오래된 의식이 해체되어 온, 더 넓은 전 세계적 추이 속에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나 는 이제는 표준화된, 현대 포퓰리즘의 근원에 관한 여러 설명에 대해 논박하지는 않겠지만, 특별히 이 책에서는 ‘국민 정체성의 서사’에 집중해 지금껏 상대적으로 덜 논의해 온 요인을 조명하고자 한다. 바로 주요 학 자들이 새로운, 복잡한, 무극성(nonpolar)의 세계라고 말하는 현대의 맥락 에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경쟁적 서사들이 확산되는 것 말이다.
--- p.27

그렇기 때문에 나는 뮐러와는 달리, 스스로를 포퓰리스트라고 칭하면서 강한 반다원주의, 비자유주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운동들을 가리켜 ‘병리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병리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내가 그 추종자들을 비이성적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종류의 포퓰리즘이 뮐러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나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런 포퓰리즘은 민족적·종교적 타자를 배제·억압·박해하고, 겉으로는 입헌주의적 자치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독재를 확립할 가능성이 크다.
--- p.34

정치적 서사들의 불협화음이 최근에 생긴 광범위한 경제적·문화적 변화들과 더불어 오늘날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강력한 민족주의 형태의 포퓰리즘이 더 호소력을 가지도록 일조했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지배적이고 친숙한 정치적 집단의 서사는 여전히 민족국가들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 p.82

서사는 오히려 다원주의를 단순히 인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그것을 활성화해야 한다. 해당 공동체의 정체성 서사에서 중심이 되는 구성적 주제와 조화를 유지하면서 소수 종교, 특정 지역, 원주민 집단,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같은 다양한 하위집단들의 요구에 가능한 한 최대로 호응하는 정책들을 승인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연방주의, 입법기관을 통한 특별 대표, 일반적인 구속력을 가진 법 적용의 면제,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 pp.105~106

지금 우리는 모든 특별대우를 일단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규범처럼 되어 있는데, 그러는 대신에 미국의 입법기관과 법원은 증명의 부담을 거꾸로 적용해야 한다. 즉, 집단들이 요구하는 특별한 차등 대우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그런 거절이 필수불가결한 통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때로 제한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특정 집단에 대한 단순한 적대감이나, 그런 집단에 국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합당한 차등 대우를 거절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174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독립선언서」의 원칙들을 실현하는 일에 헌신하는 미국인을 그려내는 미국 시민의 서사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서사보다, 심지어 듀이 같은 인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서사들이나 오바마의 ‘에 플루리부스 우눔’ 서사보다도 훨씬 더 설득력 있고 유망하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선언서」가 수많은 상이한 입장을 이롭게 하기 위한 증거로 이용됐던 그간의 역사가 보여주는 바는 「독립선언서」 자체가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루는 데 어떤 정해진 길잡이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많은 점에서 제한적이어서 다수의 미국인들은 그들의 정체성과 목적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을 선호할 수 있다.
--- p.179
 
출판사 리뷰
병리적 포퓰리즘에 맞서는 로저스 스미스의 프로젝트
3R 원칙: 공감, 존중, 그물망식 공정


스미스는 트럼프식의 ‘미국 우선주의’가 드러낸 병리적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전통에서 이에 맞설 수 있는 정체성 서사들을 발굴해 재해석한다. 스미스는 훌륭한 국민 정체성 서사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구성원들이 공감resonant할 수 있을 것, 구성원들에게 존중respect을 표할 것, 그리고 그물망식reticulated 공정을 담을 것이라는 3R 원칙을 제시했다. 병리적 포퓰리즘은 스미스가 말하는 더 나은 서사의 세 가지 요건 중 하나인 공감은 충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두 가지인 존중과 그물망식 공정은 충족하지 못한다. 정체성 서사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곧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처한 조건과 그들이 겪는 난제들, 그들이 품고 있는 여러 불만과 열망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이 정치를 통해 어떤 부분이 바뀌기를 원하는지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요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체성 서사는 또한 해당 공동체 권력의 통치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존중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모든 시민적 삶이 동질적이 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다원주의를 최대한 수용하여 다양한 집단들의 요구에 가능한 한 최대로 호응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그물망식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 로저스 스미스가 주목하는
미국의 정체성 서사


스미스는 병리적 형태의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공동체들에서조차 ‘더 나은’ 정체성 서사들, 즉,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존중을 표하며, 그물망식 공정을 담은 서사들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밝혀낸다. 특별히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사례인데, 스미스가 주목하는 미국의 ‘더 나은’ 정체성 서사들에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정치 자체를 민주주의 확대 기획으로 보는 듀이식 서사,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더욱더 완벽한 연방의 통합성을 추구하는 오바마식 ‘여럿이 모인 하나’의 서사, 기본권을 모두에게로 확장하도록 촉구하는 「독립선언서」의 이상을 미국인의 중심 정체성으로 보는 링컨식 서사가 있다.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시민성을 회복하기 위한 필독서!


건강한 국민 정체성의 형성과 공유가 민주주의 회복의 전제 조건임을 역설하는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유명한 ‘위해 원칙(harm principle)’을 수정한 다음과 같은 준칙을 제시한다. “공동체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힘의 행사는 그들 자신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다.” 스미스는 오랫동안 차별과 경시의 대상이었던 집단들이 개진하는 특별한 대우에 대한 요청뿐 아니라, 경제적 세계화나 환경규제, 기술혁신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공공정책들로 인해 새로운 경제적 불안을 경험하는 집단들이나 전통적인 종교적·문화적 공동체들의 합당한 차등대우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집단의 소수자들은 자신들이 규정한 형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으로 공정한 기회들을 가질 수 있다. 스미스가 보기에 이와 같은 정체성과 시민적 기풍은 병리적 포퓰리즘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할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자유 개념이 포용과 관용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서 건강한 국민 정체성의 형성과 공유가 민주주의 회복의 전제 조건임을 역설하는 이 책은 양분화된 우리 정치 풍토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