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한국정치의 이해 (독서)/5.포플리즘정치

상식이 어쩌다 포퓰리즘이 되었는가 (2021)

동방박사님 2023. 2. 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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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상식의 역사!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의 전문 용어였던 “상식”이 민주주의의 수사적인 용어가 되고 공적 분야에서 비전문적인 의견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바뀌기까지, 그 긴 과정이 설명된다. 영국 명예혁명을 전후한 때부터 프랑스 계몽주의와 미국혁명을 거쳐 현재까지 350년에 걸쳐 상식이 정치적 문화적 개념으로서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더듬는다.

목차

들어가는 글

제1장 상식이라는 이름의 귀신(런던, 1688-1739년)
제2장 보통 사람들의 세계 인식(애버딘, 1758-1770년)
제3장 양식의 급진적 이용(암스테르담, 1760-1775년)
제4장 상식 공화국의 건설(필라델피아, 1776년)
제5장 혁명적인 이성과의 전쟁(파리, 1790-1792년)
제6장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뉴욕까지(현대 세계에서 상식의 운명)

저자 소개 

저 : 소피아 로젠펠드 (Sophia Rosenfeld)
 
미국 역사학자. 프린스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96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 지성사와 문화사가 전공이며, 특히 계몽 시대와 혁명 시대에 관심이 많다. 버지니아 대학과 예일 대학에서 가르친 뒤, 2017년부터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Democracy and Truth』, 『A Revolution in Language』 등이 있다.
 
역 : 정명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부,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을 거치며 20년 근무했다. 현재는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타임: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노베르토 앤젤레티)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익숙한 것은 익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헤겔

“상식을 깊이 파고들면, 거기에는 당연하거나 불가피한 것은 전혀 없으며 교육을 통한 주입과 익숙함이 그런 것들을 상식으로 보게 만드는 문화만 있을 뿐이다.”-클리포드 기어츠

“양식보다 더 급진적이고 더 보수적인 것은 없다. 양식이 급진적인 이유는 그것이 바라는 것이 모든 남용들을 개혁하고 모든 잘못들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양식이 보수적인 이유는 그것이 원하는 것이 사회의 존속과 인민의 안녕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모든 것을 보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밀 드 지라르댕

“인간들이 자신의 행동을 이끄는 데 적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심판하는 데 적용하는 규칙이 상식이다.” -‘코먼 센스’

“상식이라는 ‘신탁’에 호소하는 행위가 현대의 교묘한 발견이 되었으며, 천박하기 짝이 없는 허풍선이들도 상식을 내세우면서 고매한 사상가들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 이마누엘 칸트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 중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적인 것은 거의 없다. 어떤 것이든 절대로 보편적이지도 않으며 폭넓게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상식도 그것이 대체하고자 하는 것들만큼이나 추상적이다. 상식을 상기시키는 사태가 벌어지면 언제나 사회의 한 부류가 다른 부류의 희생을 바탕으로 득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상식을 상기시키는 것은 논쟁을 부른다. 그것은 곧 상식이 정치적이라는 뜻이다.”

“무엇이 포퓰리즘인가? 모든 정치 이론가들이 다 동의하는 단 하나의 정의는 없다. 포퓰리즘에 대해, 현대의 정치적 스펙트럼 중에서 어느 지점에서나 동원할 수 있는 설득의 한 형태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정치 이론가들이 많다. 그 설득은 정치 과정에 배제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공적 역할을 주자고 호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적절히 대변하지 않거나 대변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집단(실체가 모호한 “인민” 또는 “침묵하는 다수”)을 의미한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17세기 영국 보수주의 철학자들은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타파하기 위해 상식을 동원했다. 반면에 유럽 대륙에서는 주로 진보주의 철학자들이 현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상식을 내세웠다. 또 토머스 페인을 비롯한 급진주의 사상가들은 상식을 무기로 미국 혁명에 불을 질렀으며, 20년 뒤에는 프랑스 반혁명 세력이 상식을 내걸고 혁명을 공격했다.
이렇듯 상식은 좌파와 우파 할 것 없이 어느 쪽에서든 반대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자주 쓰였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급진주의자들은 현재의 정치 질서를 뒤엎거나 다시 세우기 위해서 상식을 외쳤다.
상식이라는 용어가 지닌 폭발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토머스 페인이 쓴 ‘상식’이다. 영국에서 코르셋을 제조하다 파산하고 식민지로 건너간 페인이 1776년에 쓴 그 책자의 제목이 ‘상식’이 아니고 처음 저자가 정한 대로 ‘명백한 진리’였다면 그 파괴력이 과연 그만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거의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부 개념들은 단지 그 공통적인 본질과 특히 공통적인 경험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라는 사상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바로 거기에 상식의 파워가 있다. 누구라도 상식을 들고 나오면 그 사람의 경쟁자는 상식의 적이 되고 만다. 상식이라는 개념이 최고의 정치적 무기로 등장한 이후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다. 상식을 내거는 데는 좌파와 우파가 따로 없었다.
상식이라는 개념의 역사는 B.C.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인간은 5가지 기본적인 감각, 즉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시각과 청각, 미각, 후각, 촉각뿐만 아니라 이 모든 감각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일종의 ‘공통적인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이 공통 감각의 기능은 5가지 감각들이 받아들인 인상들을 서로 비교 통합하면서 이성과 별도로 감각의 대상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 공통 감각이 세월이 흐르면서 심리학이나 해부학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상식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17세기 영국은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때 제시된 것이 상식이었다. 이어 ‘스펙테이터’라는 잡지가 등장해 ‘상식’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지만, 그때부터 이미 상식은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리는 한편으로 반대 의견을 자르는 수사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 현대로 들어서면서 과거에 상식을 외치던 사람들의 주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 문제들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탁월한 경제학자들과 과학자들까지도 금융 분야나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공적 영역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공통의 문화가 공적 논의의 바탕이 됨과 동시에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기이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상식은 공적 생활에 관념적으로나 수사적으로나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이 특별히 요구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제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공통 가치들을 성공적으로 촉진시킬 필요도 있고 또 정치적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식’이라 불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와 전문 지식과 긴장 관계에 있는 상식은 민주주의라는 동전의 보다 집단적인 이면이다. 동시에 상식은 비공식적인 규제 체제와 정치적 권위로서 언제나 민주적인 이상을 훼손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개인들이 의식적으로라도 상식의 밖에 서서, 상식이 작동하는 복잡하고 막강한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