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2.북한탐구

전략국가, 조선 (2023) : 민주주의인민공화국 유폐幽閉된 북北의 참모습을 마주하다

동방박사님 2024. 1. 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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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을 처음 구상하면서 내가 얻은 영감은 역설적이게도 그리스-로마 신화였고, 그것은 다름 아닌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였다. 알다시피 이 신화 내용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이 거인 악당이 좀, 아니 매우 엽기적인 취미(?)를 갖고 있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쇠침대에 눕힌 뒤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행인의 몸을 잡아 늘려 죽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 죽인다는 이야기이다.

똑같다. 우리가 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이 프로쿠르스테스의 행동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자유주의적 질서, 좀 더 좁히면 반북·반공·혐북의 시각에 맞게만 바라보려 하는 것이다. 장점은 단점으로, 단점은 더 나쁜 단점으로, 그렇게 이 지구상 거의 유일하게 우리 입맛에 맞게 가공하여 북을 재단하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북은 이 ‘지나가는 행인’처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는 데 있다. 현상적으로는 ‘지나가는 행인’처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늘 가공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그러니 이 프로쿠르스테스의 행동과 같은 방식으로는 북을 절대 제대로 볼 수 없다. 늘 틀릴 수밖에 없다. 해서, 이 책은 이 ‘틀림’을 바로잡아주기 위한 시도이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있는 그대로’의 북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열린 시각’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철저하게 동양적 사고에 기반한 북 들여다보기를 해낼 것이다. 이는 세계를 구분할 때 ‘동양적’의 상대어가 ‘서양적’이라면 동양적 사고에는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 집단사회)’적이고, 서양적 휴머니즘은 ‘게젤샤프트(이익사회; 집합사회)’라는 사회적 DNA를 갖고 있다는데 착안해 이 책은 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 더 적합한 방식으로 그 어떤 국가보다도 이 게마인샤프트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봐야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을 이 지구상 그 어떤 국가보다 가장 최상의 높이에서 구현한 국가가 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은 이 두 가지, 반反프로쿠르스테스의 인식과 게마인샤프트적 시선으로 북을 들여다보려 쓰여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를 갖고 한번 접근해 보자. 70여 년간 단 한 번도 다르게 생각해보고 인식해본 적 없는 북에 대해 이 “?”를 통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문을 갖고 접근하면 반드시 이제껏 반공·반북, 혐북, 국가보안법, 왜곡된 방송들, 검은 양 효과 등에 의해 가려져 단 한 번도 접근해내지 못했던 북의 실체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결과,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목적을 갖고 최종적으로 도달하여야 할 북의 실체적 모습을 사회과학적 인식 문법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보여주는 제대로 된 북 바로알기 입문서이다. 그리고 그 차원도 좀 달리한다. 이제껏 많은 분들이 북 바로알기 차원에서 전개한 ‘가난하지만, 같은 민족인 북’, ‘국가보안법이 작동하는 상황하에서 북의 실체적 모습보다 이를 조금 우회한, 즉 생활, 문화, 기타의 가십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북 체제의 특성, 이데올로기적 힘,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힘 등에 천착穿鑿해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이 책을 갈무리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더러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기간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북을 몰라도 너무나 몰랐나?’에 대한 반문이어야 하고, 알게 모르게 체질화되어 있는 체제우월적 사고에 포획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거나 평소 무조건적인 북 폄훼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자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이는 한 개인도 그러하듯 한 국가도 많은 부분에서 장단점을 동시적으로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북도 마찬가지이다. 어찌 단점과 잘못된 점만 100%이겠나? 많은 부분에서 강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북을 보고자 했다. 이제껏 반공·반북, 혐북, 국가보안법, 왜곡된 방송들, 검은 양 효과 등에 숨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북의 모습을 ‘실체적’으로 보고자 했다. - 책머리 중에서

목차

책머리에: 나는 왜 이 책을 쓰고자 했던가?
일러두기

Ⅰ. 총론적 이해: 북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1. 항일무장투쟁과 조선: 항일무장투쟁은 조선의 이념 뿌리이다
1) 조종祖宗의 산, 백두산
2) 조선 혁명의 성산, 백두산
3) 주체 혈통의 뿌리, 백두산
4)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재해석: 역사와 신화神話가 된 항일무장투쟁

2. 주체 이념과 조선: 주체사상 없는 조선을 생각할 수 없다
1) 주체사상과 이데올로기
2) 심화학습: 주체사상 ‘깊게’ 이해하기
3) 김일성-김정일주의로의 재정립

3. 3대 이념과 조선: 3대 이념으로 재무장한 북, 누구도 가보지 못한 사회주의 이상을 꿈꾸다
1) 3대 이념에 대한 총론적 이해
2) 3대 이념과 제8차 당대회
3) 3대 이념에 대한 구체적 이해

Ⅱ. 불편한 진실: 지금까지도 유폐幽閉된 북의 모습들

1. 북한과 조선: ‘북한’이라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도 왜 ‘조선’으로 불리지 못하는가?

2. 북침과 남침: 왜 6·25전쟁으로만 기억되어야 하는가?
1) 6·25전쟁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이제부터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부르자
2) 이제껏 열지 못했던 판도라 상자: 미국 참전에 담긴 불편한 진실은?
3) 못다 한 이야기: 정녕 미국과 16개국, 진정 대한민국을 돕고자 했을까?

3. 빈곤貧困과 부민富民: 가난하지 않은 북, 왜 가난해야만 하는가?
1) 부자 논쟁①-경제지표가 말해주지 못하는 것들: 대한민국, 정말 북보다 우월한가?
2) 부자 논쟁②-가난의 본질과 식량문제를 둘러싼 거짓, 혹은 진실: 북 식량난 문제, 북 붕괴를 말할 만큼 과연 심각한가?
3) 부자 논쟁③-국가정체성과 체제 내구성 측면에서도 대한민국은 과연 북보다 나을까?

4. 지속과 붕괴: 실체 없는 북 붕괴설, 왜 계속 득세해야만 하나?

5. 수령과 우상: ‘우상’ 수령은 없다

6. 후계와 세습-북에 ‘세습’ 후계는 없다: 김주애 등장을 통해 본 북의 후계 구도
1) 북의 후계자론에 대한 기초적 이해
2) 후계자의 자격요건과 절차과정
3) 예측: 김정은 시대에서의 후계체제 구축과정

7. 개건(개조) vs. 개혁(개방): 북은 왜 덩샤오핑鄧小平을 소환하지 않을까?
1) 비판: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같은 북 인식 문법을 비판하며
2) 북의 ‘개건·개조’ 개념에 깃든 함의
3) 북의 ‘절대적’ 선택: 덩샤오핑 소환을 절대 원하지 않아

Ⅲ. 전략국가, 조선에 대한 이해

1. 세기의 대결: 미 제국주의와의 한판 승부
1) 광성보에 묻힌 비애悲哀를 일깨우다: ‘주적’과 ‘철천지원수’에 깃든 함의
2) 미국과의 대결: 본질은 북미대결 아닌, 우리 민족과의 전면 대결
3) ‘완료된’ 현재: 북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2. 핵과 조선: 북핵에 대한 정치적 의미
1) 북의 입장에서 핵보유가 갖는 의미
2) 북의 핵보유와 정면 돌파전
3) 두 갈래의 길: UN 상임이사국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려는 북

3. 인류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실험: 북의 사회주의 강성국가론
1) 북의 ‘지독한’ 사회주의 사랑
2) 김정은 시대와 사회주의: 여전한 답은 ‘자력갱생’, ‘간고분투’이다
3) 사회주의 강성국가론이 갖는 함의: ‘자주’ 중시와 ‘인민대중’ 중심에 근거한 사회주의

· 저자 후기
못다한 얘기를 꾹꾹 눌러 쓰다: 북 바로알기는 연방제통일로 가는 첫걸음이다

저자 소개 

저 : 김광수
 
1966년생. 정치학 박사, 북의 정치와 사상전공이다. 현, 사)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 강연 및 강의경력 ·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및 부경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 · 대중강연의 경우는 아주 작은 소규모라도 불러만 주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 저서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

책 속으로

‘검은 양 효과’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그만큼 무서운 사회이다. 그러니 그 누구도 이런 사회에서는 감히 ‘검은 양’이 될 생각을 할 수 없다. (북 사회를) 분별해서 ‘옳고’, ‘좋고’, ‘맞고’보다는 그냥 99마리의 흰 양 무리에 섞여 그르고, 나쁘고, 틀리더라도 그냥 ‘흰 양’이 되어 왕따 당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알아서’ 불편하느니 ‘몰라서’ 편안한 것이 더 좋았고, 적어도 북 알기는 우리 모두를 이런 집단 최면에 빠져 있게 하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금기를 깨트리려고 쓰였다.
--- p.8, 「책머리에」 중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고, 이의 정치적 해석이라 할 수 있는 항일무장투쟁의 경험과 교훈은 김일성 중심의 민족해방운동뿐만 아니라 북 체제 성립의 사회주의 전사, 더 나아가서는 북 체제 성립의 유일한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또 다른 말로는 모든 정당성의 뿌리이자 인민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교본敎本이다.
--- p.31-32, 「제1장 본문」 중에서

1991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다. 남과 북은 ‘동반자적’ 관계라는 규정이 그것이다. 그러니 이념과 체제를 떠나 같은 민족으로서, 종국으로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같은 민족답게 서로 ‘호의好意’하면서 서로를 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라는 반공·반북 용어가 걷히고 대신, 내 생각과 언어, 말에 ‘조선’이라는 정식국호가 들어오고(만약 이것에 정 익숙하지 않으면 ‘이북’, 혹은 ‘북측’이라는 민족적 관점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점차 익숙해 가는 그런 것도 괜찮다), 그렇게 정명된 조선은 역시 앞 표에서 확인받듯 불량국가, 깡패국가의 이미지 대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주체 조선으로, 세습·독재국가 대신, 수령중심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국가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민들이라는 인식보다는 그 어떤 국가들에서보다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주택의 혜택이 주어지는 세계 유일의(?) 인민 행복 지수가 보인다.
--- p.121, 「제2장 본문」 중에서

그 어떤 전쟁학 교본에도 ‘날짜’ 개념의 전쟁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해서 보편적 의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정학적 의미와 전쟁의 목적에 부합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성격 규정하는 것이 맞아서 그렇다. 가장 최근의 ‘우크라이나전쟁’도 이를 확인해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당일이 2022년 2월 24일이라 하여 전쟁 명칭을 ‘2·24전쟁’이라 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외에도 미국에 의한 이라크침략도 ‘이라크전쟁’으로 명명하고, 확 더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BC 431년에 발생한 펠로폰네소스전쟁, BC 3세기 중엽에서 BC 2세기 중엽까지 진행된 십자군 전쟁도 다 전쟁의 성격과 지정학적 의미를 담아내는 명칭 개념이다. 이렇듯 예시된 모든 전쟁에는 날짜 개념이 없다. 6·25전쟁처럼 날짜가 그 전쟁의 성격이 될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 p.126, 「제2장 본문」 중에서

내전으로서의 통일전쟁, 미국에 의한 국제전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하여 북의 ‘남침’이라는 프레임에만 갇혀있으면 윤석열 대통령처럼 우리 민족을 지배한 일본은 ‘이웃’이 되고, 진작 같은 민족인 북은 ‘원수’가 되어야 하는 통일 불가(不可)이다.
--- p.131, 「제2장 본문」 중에서

수령을 향한 충실성과 우상화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개념 차이가 있다. 첫째는, 개념설정 분야가 다르다. 수령은 정치·철학적 개념이고, 우상화는 사이비 종교적 개념이다. 어떻게? 수령은 역사발전 단계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문제라면, 우상화는 그런 개념과는 전혀 관계없는 미신迷信적 인식 문제이다. 둘째는, 범주가 다르다. 수령은 집단적 관계, 즉 ‘수령-당-인민대중’의 관계에 관한 문제라면, 우상화는 개인적 인식 범주에 한정된다. 셋째는, 관계의 제도화 정도가 매우 다르다. 북의 수령 중심 사회주의는 국가의 지도이념과 국가 운영원리, 제도로 확고히 보장되어있는 반면, 우상화는 그런 질서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 p.188, 「제2장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은 당시 그 어떤 기술, 자원, 자본 없이 미국의 지원-무·유상 원조와 일본과의 굴욕적 협정-대일 청구권자금으로 마련된 기술과 자본으로 30여 년만의 압축성장을 이뤄내 선진클럽OECD에 가입하였듯, 북도 위와 같은 세계질서를 잘 이용하여, 그것도 북과 우호적인 국가가 중심되어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상하이 협력기구, BRICs라면 이를 잘만 활용하면 자국이 보유한 세계 5위 이내의 국방과학기술의 민간산업 기술로의 전환, 세계 3~5위 정도의 매장량으로 확인되는 석유와 희토류 등 세계 10대 광물자원의 활용, 여기에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설계되어있는 국가계획경제의 활용은 30여 년이 아닌, 단 5~10년 이내 단박에 북 경제를 도약시켜 내고도 충분한 남음이 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내건 인민 생활 향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여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부국으로서의 (자신들이 그렇게 소망했던) 사회주의 강성국가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 p.265-266, 「제3장 본문」 중에서

다름 아닌, 북을 외면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과 같이 반제·반미전선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중국은 대만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격하게 격돌하면서 냉전 해체 이후 다시 북·중·러가 공동으로 반제·반미전선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불가역적 변화이고, 완료된 현재 모습이다.
--- p.253, 「제3장 본문」 중에서

그렇게 자신들의 핵보유 두 번째 목적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제거에 있음을 솔직히 밝힌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비핵화와 비례하지 않는 북핵 비핵화 담론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사실이고, 이의 한반도적 적용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비핵화 담론’은 이제 불성립하고, 이의 세계사적 의미는 앞으로 북이 미국을 상대로 하는 방식이 군축의 의미를 갖는 세계 비핵화와 한미동맹 해체의 의미를 갖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동시적으로 동반되지 않는 그 어떠한 형태의 핵 협상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외교적 화법은 미국과의 핵 정치협상이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핵 없는 세계’ 및 ‘모든 제국주의가 사라지는’ 그런 의미에서의 핵 정치협상이고, 이는 세계 비핵화를 전제한 핵군축 협상,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한미동맹체제 해체, 그리고 조국통일 완성에 복무하는 그런 핵 정치협상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69-270, 「제3장 본문」 중에서

그래서 최종 정리되는 북의 핵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하겠다. 전쟁 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군사적 무기이고, 미국과 담판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정치적 수단이며, 인민의 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경제강국 건설의 추동력이고, 마지막 결정적으로는 수령의 위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치 사상적 무기로까지 규정되는 핵 정치학이다.
--- p276, 「제3장 본문」 중에서

분명 북도 그렇게 전략국가인데, 그런데 북은 좀 다른 의미, 즉 북의 핵무기 보유는 기존 UN 상임이사국과는 좀 다른 의미로 활용하려 한다. 즉, 게임 체인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위 상임이사국들과는 같지 않은, 특히 미국과 같이 기존의 패권 질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패권 질서를 창출하려는 ‘침략적’ 게임 체인지 국가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기적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제국주의 소멸과 ‘핵 없는 세계’를 추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북은 기존 핵보유 목적을 완전 180° 다른 해석을 해낸다.
--- p286, 「제3장 본문」 중에서

북은 정말 사회주의 체제를 사랑하는 국가이다. 그것도 단순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독히 사랑한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은 참으로 많겠으나, 많은 요인 중에 다음과 같은 가설만큼 설득력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북이 자신들의 체제, 즉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더라면 북 역시 1980년대 후반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던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 체제 붕괴 때 북도 함께 붕괴했어야 했다. 외에도 근 40여 년 이상 ‘유일’ 수령으로 존재했던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연이어 닥친 3난亂, 그리고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 거기에 더해 제1차 북핵 위기와 극강의 대북제재는 북을 붕괴시키거나 체제전환의 길로 나아가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북은 끝내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 더 이상 어떻게 더 많은 이유를 들어 북이 끝내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 p289-290, 「제3장 본문」 중에서

한마디로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바로 “자존과 번영의 새 시대”라는 것이고, 이는 체제 수립 이후 70성상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자체의 힘으로 지금까지 이룩해 온 모든 성과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자존’은 1980년대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전환되거나 몰락할 때도 버텨낸 ‘주체사회주의의 수호’가 그것이다. 한편, ‘번영’은 미국의 체제전복과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이뤄내 이를 바탕으로 하는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자력갱생)나가는’ 원칙으로의 자립적 경제발전노선 확립과 이 과정에서 더욱더 튼튼히 구축된 수령-당-인민대중의 혼연일체로서의 사회주의 대가정 국가로의 자부심이 묻어 있다.
--- p.306, 「제3장 본문」 중에서

다음과 같은 한 문장을 소환해 그 영감을 얻자. 다름 아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어떤 영감과 용기가 보이는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 ‘신에게로 날아’가듯 북 바로알기 또한 북의 다른 세계, 그것은 우리 민족이 한때 걸어갔던 ‘고구려의 길’을 가고 있는 북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의 진정한 모습이 보인다.
--- p324, 「저자 후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자 김광수는 북의 정치와 사상 전공한 정치학 박사로 현재 (사)부산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실천운동가로 주요활동을 살피면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 부산연합 정책국장,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사)청춘멘토 자문위원, 6.15부산본부 자문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또한 『통일뉴스』, 『민플러스』, 『브레이크뉴스』, 『직접민주주의뉴스』, 『사람일보』 등에 평화통일, 북 관련 칼럼 및 분석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이렇듯 이력과 경력에서 보듯 저자 김광수 박사는 현장 활동가이자 지식인이다. 또한, 스스로를 ‘통일 디자이너(tongil designe)’라 칭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울림이 크다.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도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아니 어쩌면 유일하게 북에 대한 접근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즉 ‘내재적 접근’을 통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자이다.

큰 울림에는 그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한다. 2가지 에피소드 때문이다. 첫째는, 필자인 그가 1994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 임기가 마칠 때쯤 당시 한총련 사무실이 있었던 한양대에 DJ 장남 김홍일이 직접 찾아야 정치를 같이 하자면 정계 입문을 제안했다. (물론 당시 학생운동이 약간 내리막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총련 정책위원회 출신들은 국회의원들의 보좌관이나 정계에 입문을 정말 많이 할 때이다.) 하지만, 그의(필자, 김광수)의 선택은 달랐다. 단칼에 거절이었다. “한총련 정책위원장의 자리가 개인 입신양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좋든 싫든’ 나로 인해 학생운동, 또는 진보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후배, 선배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찌 진보 운동에 투신하지 못할망정 정계에 입문하겠느냐?”며 거절했다. 전해져 오는 유명한 일화이다.
이후 작고한 ‘진보의 영원한 벗’ 김근태 의장으로부터도 당시 똑같은 제안을 받았지만, 제안받았을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김근태 의장에게 했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제 우리 운동이 데모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 위원장도 임기가 끝나면 진로를 선택해야 하니, 나와 함께 ‘통일시대국민회의’라는 운동권 중심의 정치집단을 만들어 민주당에 입성하자. 그리하여 민주당을 우리가 장악, 새로운 진지, 근거지로 만들어 나가자”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김근태) 이런 비유를 했다. “우리가 진보 운동의 전선 조직에서 민주당으로 새 둥지를 트는 것은 마치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한 것과 같은 것이니 반드시 함께 하자”라고. 하지만, 이때도 그는(필자, 김광수) 이런 답변을 했다고 했다. “선배님의 선택에 ‘이해’는 하나,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선배님은 선배님의 길이 있고, 저는 저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길은 함께 한 수많은 동지들을 배반하지 않는 것이고, 저는 저의 운동적 고향 부산 내려가서 노동운동이나 전선 운동에 몸담는 것입니다.” 그는(필자, 김광수)는 그 약속을 지켰다. 1995년 민주주의민족통일부산연합에서 상근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자신의 신념대로 통일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해서,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출판된다. 그 누구도 언급하기 어려워했고, 아무도 분석하려 하지 않은 담론들에 대해 때로는 진보의 시각에서, 때로는 학자의 시각에서 그는 정면 돌파해 냈다.

예하면 이런 것들이다.

‘가난하다=국가멸망’, 그럼 북보다 더 가난한 국가(동남아 일부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들은 왜 국가멸망이 일어나지 않지?
‘식량부족=아사자 속출’, 북의 식량자급률은 90%, 반면 대한민국 식량자급률은 20% 내외인데, 왜 아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닌, 북에서 일어나지?
‘체제이탈자 증가=체제 붕괴’, 그럼 북보다 체제이탈자가 훨씬 더 많은 쿠바는 왜 체제가 붕괴하지 않지? 또한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이 싫어 이민 가는, 엄밀히 말해 이민도 체제이탈자 개념과 같다. 그 수가 해마다 1천 명 내외인데, 왜 대한민국은 체제 붕괴가 되지 않지?
‘가난한 국가=북’, 기준이 뭘까? 북은 3대 의식주 개념, 즉 의료, 주거, 교육이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되는 복지시스템인데, 이를 자본주의적 지표인 돈으로 계산하면? 그런데도 과연 가난할까?
북은 왜 핵을 그토록 갖고 싶었을까? 이를 기존의 전략국가 개념과는 다른, 즉 패권적 무기가 아닌 핵 없는 인류를 실현해 낼 전략국가의 길을 가고자 할까? 등등이다.

결과, 이 책은 북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전환적 인식을 선보이며 강의식으로 해설하고 나름의 북 이해 해법을 제시하면서, 현시기 북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와 목적에 대해 근본적 이해를 내오고, 그 바탕에서 이름하여 북 체제가 갖는 나름의 견고성과 특징, 북이 미국과의 체제 대결에서 승리해 반드시 ‘전략국가’로 명명되는 위상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대한민국 학자로서는 정말 드물게 집필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필독을 권하는 충분한 이유가 그렇게 발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북 바로알기와 관련해 좀 불편하고 긴장된다하더라도 국가보안법 뒤에만 숨지 말고 북 바로알기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리하여 북 바로알기와 자신의 사회정치적 삶에 정면으로 직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공급해 준다. 그 결과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북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평화통일의 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