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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2020)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동방박사님 2024. 7.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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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난한 절멸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전략
우리 조상은 약했지만, 아니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인류가 지난한 진화를 거치며 만물의 영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핵심적인 논의로 작용한다. 강한 완력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던 인류의 조상은 어떻게 700만 년이라는 시간을 견뎌 살아남았을까? 왜 인류는 불편하고 생존에 불리한 특징들은 발전시키고 후대에 물려주었을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가 될 수 있었을까?

일본의 분자고생물학자인 사라시나 이사오는 이 책에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기존의 학설을 새롭게 해석하고 최신의 고고학 성과와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있는 학문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우리가 진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와 의문, 인류가 만들어 온 역사에 영향을 끼친 필연과 우연의 순간들, 고고학과 관련된 기초 개념과 재밌는 에피소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차

추천의 말 005
프롤로그 011
서문: 우리는 정말 특별한 존재인가 017

1부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
1장 결점으로 가득한 진화 027
2장 초기 인류가 말하는 것들 041
3장 인류는 평화주의자 057
4장 삼림에서 초원으로 067
5장 인류는 이렇게 탄생했다 079

2부 멸종한 인류들
6장 잡아먹힌 만큼 낳으면 된다 093
7장 인류에게 일어난 기적 131
8장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157
9장 왜 뇌는 계속 커졌을까 173

3부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진행 중
10장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번영했을까 191
11장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다 201
12장 인지 능력에 차이가 있었을까 213
13장 네안데르탈인과 결별하다 229
14장 끝까지 분투했던 변두리 인류 247
15장 호모 사피엔스, 최후의 종이 되다 261

에필로그 269
 

저자 소개

저 : 사라시나 이사오 (更科 功)
분자고생물학자. 1961년 도쿄에서 출생했다. 도쿄대학교 교양학부 기초과학과에서 수학 후, 잠시 민간 기업에서 근무했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도쿄대학교 대학원 이학계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분자고생물학 전공으로 동물 골격의 진화가 주 연구 분야다. 메이지대학교, 릿쿄대학교, 세이케이대학교, 도쿄가쿠게이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쓰쿠바대학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도쿄대학교 종합연구박물관 연구 사업 ...

역 : 이경덕 (李慶德)

신화 연구자,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연구교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인류의 신화와 의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의례·축제·신화, 경제인류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새롭게 만나는 한국 신화』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 『인문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등이, 옮긴 책으로 『푸코, 바르트...

책 속으로

우사인 볼트도 별수없다
만약 산길을 걷고 있는데 큰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원을 걷고 있을 때 표범과 마주친다면? ‘달려서 도망쳐’라는 조언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도망쳐 봤자 곧 붙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속도가 느린 우리는 애초에 달려서 도망치는 걸 포기하게 된다. 육식 동물 중에서 달리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한다는 사자도 올림픽 100미터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린다. 하물며 뚱뚱한 하마조차 우사인 볼트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 p. 37

우리에겐 무기가 필요없었다
종종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게 된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범행에 사용되었을 흉기를 찾는다. (실제 수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텔레비전 안에서는 그렇다.) 왜 흉기를 찾을까? 그것은 살인을 위해서는 대개 흉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몸에는 살인을 위한 흉기가 없다. 만약 엄니가 있다면 흉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엄니라는 흉기를 버렸다. 약 700만 년 전에 침팬지류와 인류는 분리되었고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침팬지류는 흉기를 계속 갖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인류는 흉기를 버렸을까? 그것은 인류가 서로 위협하거나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p. 59~60

어쩌면 우리는 태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개코원숭이였을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도 매우 빠르게 달리는 개코원숭이 때문에 속을 썩였을 것이다. 민첩하게 돌아다니는 개코원숭이에게 자주 먹을 것을 빼앗겼을 것이다. 특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개코원숭이에게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개코원숭이를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들이 먹지 않는 단단하고 먹기 힘든 식물을 먹어야 하는 인류가 생겼고 그것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와 같은 강인한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단순화해서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는 영장류는 개코원숭이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호모 에렉투스밖에 없다고 해 보자. 건조화가 진행되는 환경에 잘 적응한 순위를 매겨 보면 첫 번째가 개코원숭이, 두 번째가 호모 에렉투스, 세 번째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존과 멸종의 경계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가 된다. 만약 아프리카의 환경이 좀 더 나빠져 경계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로 올라갔다면 당신과 나는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진화에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양면이 있는데 우연, 즉 운명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 p. 154~155

돌고래와의 승부에서 이긴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인류는 약 700만 년 전에 침팬지류와 갈라졌다. 그 무렵 뇌화 지수는 약 2.1이었다. 당시 가장 뇌화 지수가 높았던 동물은 다름 아닌 돌고래였다. 돌고래의 뇌화 지수는 약 2.8이다. 그 당시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뇌가 큰 동물이 아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시대가 되어서도 뇌화 지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호모속이 나타나면서 뇌가 커지기 시작했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돌고래를 추월했다. 뇌 크기는 변이가 상당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대개 150만 년 전쯤의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사람의 뇌화 지수는 약 5.1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가장 뇌화 지수가 높은 동물이 된 것은 불과 150만 년 전으로,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 수천만 년 동안 뇌화 지수가 가장 높았던 건 늘 돌고래였다.
--- p. 181~182

인류는 가장 큰 뇌의 주인공이 아니다
과거 인류의 뇌는 컸다. 아니 너무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약 1550cc였고 1만 년 정도 전의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약 1450cc였다. 참고로 현재 호모 사피엔스는 약 1350cc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음식 사정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작아진 이유는 뇌에 제공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마 이렇게 큰 뇌는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문자가 발명된 덕분에 뇌 바깥에 정보를 둘 수 있게 되면서 뇌 속에 기억해야 하는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일까? 수학과 같은 논리가 발전해서 적은 노력으로 답을 찾게 되면서 뇌 속의 사고가 절약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옛 인류가 했던 사고의 다른 형태를 우리가 잃었고 그만큼 뇌가 작아진 것일까?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으나, 지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옛 인류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일상이나 자손을 늘리는 것과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 눈동자에 빛나는 지성은 아마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형태의 지성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 p. 244~245

지능보다 중요한 것은 번식력이다
우리는 지능이 뛰어난 이 승리한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갖고 있다. 분명 다른 인류보다 우리의 머리가 더 좋았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네안데르탈인을 살펴보면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예전부터 협력적인 사회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는 고도로 뛰어난 언어를 발달시켰고 그를 통해 이전의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인류보다 훨씬 유리해진다. 그렇지만 과연 그뿐일까? 이미 살펴본 것처럼, 결국 생물의 생존과 멸종은 자손의 규모에 달려 있다. 따라서 그 원인이 무엇이었든 네안데르탈인의 아이들 수보다 우리 아이들의 수가 많았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이 많았을 수도 있고 태어난 아이가 많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 명의 여성이 많은 아이를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이라는 점이다. 추워도 더워도 우리는 태연하게 살 수 있다. 의복과 같은 문화적인 궁리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구는 넓지만, 그 크기는 유한하다. 유한한 지구에서 계속 인구를 늘려 가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에서 견디며 살 수 있어야 했다.
--- p. 264~265

출판사 리뷰

인간은 지구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불을 사용하고, 언어로 소통하고, 복잡한 기계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 어떤 생물도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 덕택에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간이 처음부터 특별했던 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약한 존재였다. 강한 신체도, 날카로운 이빨도, 몸을 보호해 줄 털도 없는 벌거숭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살아남았고 현재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 분자고생물학자인 사라시나 이사오는 인류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유약함에서 찾는다. 우리 조상은 약했지만, 아니 약했기 때문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약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 모순적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인류는 어떻게 험난한 진화의 흐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무기를 버려서 살아남았다

인류의 경쟁 상대였던 대형 유인원들은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수컷 유인원들은 암컷을 두고 빈번하게 싸움을 벌였다. 종종 무리 간에 먹을 것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58쪽) 큰 송곳니는 이럴 때 사용되는 무기다. 이들과는 다르게 인류의 송곳니는 크기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생존과 자기방어에 유용한 송곳니가 왜 인류에게서는 작아진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류가 송곳니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일부일처 문화를 정착시켜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싸울 일을 만들지 않았다. 일부일처 문화는 짝을 만드는 데도 유리했지만, 자식이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76쪽) 진화는 결국 생존과 번식의 문제다. 인류는 이를 위해 무기 대신 평화를 선택했다.

털이 없어서 살아남았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몸이 무성한 털로 뒤덮여 있다. 털은 추위와 햇볕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준다. 특히 뜨거운 아프리카의 초원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에게 체모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약 120만 년 전부터 인류의 체모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체온 유지와 피부 보호에 중요한 체모가 인류에게서 사리진 이유는 무엇일까?

먼 거리를 움직이면 체온이 올라간다. 이 체온을 떨어뜨리는 일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야 한다.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체모가 많으면 땀이 쉽게 증발하지 않아 체온을 낮출 수 없다. 결국 털이 무성한 개체는 오랫동안 걷거나 달릴 수가 없는 것이다.(150~151쪽)

직립 이족 보행을 한 인류는 단거리 달리기에 취약했다. 하지만 다른 동물보다 멀리까지 걷거나 장거리 달리기에는 강했다. 멀리까지 이동한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었다. 먹을 것을 더 많이 구할 수 있었고, 경쟁자보다 먼저 먹이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더 멀리에 있는 음식을 더 빨리 차지하기 위해 체모를 포기했다.

신체적으로 불리해서 살아남았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골격이 크고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뇌의 크기도 더 컸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멸종된 것은 네안데르탈인이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고 지구상 유일의 인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호모 사피엔스는 힘은 약했지만 행동 범위가 넓었고, 사냥 기술도 더 뛰어났다.(241쪽)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해서 기초 대사량이 20% 적었고(237쪽) 더 많은 자식을 많이 낳았다.(232쪽) 만약 맨손으로 싸움을 하면 네안데르탈인이 이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몸이 가벼운 호모 사피엔스는 멀찍이 달아나고 만다. 대신 투창기를 사용해 멀리서 공격한다거나, 사냥감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네안데르탈인의 생활 영역을 줄여 나갔다. 결국 분산과 고립을 반복하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242쪽)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

가난해서 살아남았다

19세기 지브롤터의 생활 환경은 매우 나빴다. 위생 상태가 안 좋았고, 특히 마실 물이 부족했다. 부자들은 걱정 없었다. 우물을 파거나 저수지에 빗물을 받아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더러운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그런데 어느 해 심각한 가뭄이 들자 상황이 역전됐다. 부자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고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남은 것이다.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시며 강한 개체와 약한 개체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했던 부자들은 가뭄이 들어 더러운 물을 마실 수밖에 없게 되자 많은 수가 목숨을 잃었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더러운 물도 문제없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강한 개체들만 남아 있었다. 가뭄이 들기 전부터 이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약한 개체가 도태되었기 때문이다.(164~165쪽)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한 것이다

진화에 대해 생각할 때 흔히들 뛰어난 것이 이기고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진화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자손을 많이 남기는 쪽이다. 뛰어난 것이 이기고 살아남는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뛰어났기 때문에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것이다.(127~128쪽)

추천평

『절멸의 인류사』는 인류 진화에 대한 저자만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 함께 담아낸 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근래에 인류의 기원을 주제로 출간된 여러 책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복잡한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쉽고 적절한 비유로 풀어내어 출퇴근길에 책의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을 만큼 간결하고 부담 없다. 영장류에 밀려 숲에서 쫓겨난 인류의 조상, 다산으로 경쟁을 이겨 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현생 인류보다 뇌 용량이 컸지만 결국 멸종된 ‘연비가 나쁜 자동차’ 같은 네안데르탈인 등, 인류의 기원을 다룬 기존의 책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인간은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해졌다는 단순하지만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이제껏 ‘만물의 영장’이라는 환상을 배워 왔다. 반면 이 책은 그 말의 헛됨을 지적한다. 인간의 시작은 너무나 미약했다. 하지만 미약했기에 지혜로웠고 협력하여 자손을 양육하며 살아남았다. 수많은 멸종을 피해 살아남은 현생 인류의 자손인 만큼 다음의 성경 구절이 우리에게 사뭇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는 멸종을 피해서 살아남은 우리 조상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절멸된 수많은 초기 인류와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현생 인류의 이야기는 그동안 세계를 파괴하며 자신만의 시대를 건설했던 우리 모든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겸손하면서도 분명한 경고가 될 것이다. 인류 문명의 큰 위기를 맞은 현재,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다.
- 강인욱 (경희대학교 교수,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저자)
모든 역사는 망한 것들의 기록이다. 세계사는 패망의 역사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도 망했고, 아시아와 유럽을 주름잡던 몽골 제국도 망했다. 고조선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존재했던 그 많던 왕국들도 모두 망했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방책을 찾기 위해서다.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다. 3억 년 동안 바닷속을 지배했던 삼엽충도 멸종했고 중생대 육상 세계를 지배했던 공룡들도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우리가 자연사박물관을 세우고 자연사를 연구하는 것 역시 멸종을 조금이라도 늦추게 할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연사박물관에서 인류를 반추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생물의 거대한 크기와 기괴함에 압도되는데다 인류가 자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인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목적으로 자연사와 세계사의 중간 단계에 인류사가 존재한다. 인류사 역시 망한 것들의 역사여야 한다. 『절멸의 인류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 책이다. 7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와 인류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 사이 침팬지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500만 년 전 침팬지나 현생 침팬지나 그게 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류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였다. 사헬란트로푸스에서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등장한 호모속의 다양한 인류종은 혁신의 결과다. 그런데 모두 멸종하고 말았다. 그중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분자고생물학자이며 뼈 전문가인 저자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 주면서 인류 혁신의 요체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인류 진화에 관한 최신 이론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복잡한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한 책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더불어 지구 가열로 인한 기후 위기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윤리나 도덕이 아닌 과학의 역사와 절멸의 역사를 통해 처절하게 보여 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용기를 꽤 얻었다.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저자)
위험에 처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을 만난 동물의 반응은 셋 중 하나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숨거나. 초기 인류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포식자와 싸우기엔 너무 약하고, 네발짐승으로부터 달아나기엔 너무 느렸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인류는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구상 그 어떤 종도 선택하지 않았던 직립 이족 보행이 그 답이다. 수렵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할 때, 운이 좋은 쪽은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고, 운이 나쁜 쪽은 쫄쫄 굶어야 한다. 원시 인류가 두 발로 서서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식량을 들고 돌아가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다. 부족한 자원을 골고루 나눈 덕분에 우리는 함께 살아남았다. 인류가 똑똑하다고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우리보다 더 크다. 사람보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정신적으로도 뛰어났던 네안데르탈인은 왜 절멸한 걸까? 혼자 똑똑한 것과 무리의 성공은 별개다. 홀로 생각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공에는 협업이 필수다. 먼저 깨달은 이가 자신이 아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변화를 위한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머리를 맞대 궁리했고, 그렇게 찾은 답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후손에게 전함으로써 집단의 경쟁력을 키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도시를 건설하고 말로 소통하는 인간의 장점을 치명적인 약점으로 바꿔 놨다. 바이러스로부터 도망치거나 숨거나 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 무엇을 해야 할까?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쉽게 점칠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일이다. 이 책은 사람이 특별한 존재가 된 두 가지 이유를 파헤친다. 왜 사람이라는 생물의 독특한 특징이 진화했을까? 왜 수많은 원시 인류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은 것일까? 그 답 안에 인류의 절멸을 막아 낼 해법이 있기를 소망한다.
- 김민식 (MBC 피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