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과학의 이해 (독서>책소개)/7.생명과학

인간이 되다 (2023)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동방박사님 2024. 7. 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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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경이로운 진화 그 자체이자 거대한 결함의 총체인 인간
인간의 몸이 만들어낸
사회, 역사, 문명의 대서사시

“다트넬이 또 해냈다. 놀랍고, 명징하고, 심오한 가르침으로 가득한 책.
말 그대로 ‘경이롭다’.”
- 에드 콘웨이, 저널리스트 『물질의 세계』 저자

“인간의 몸을 수단으로 해 역사를 탐사하는 지적인 여행. 대단하다!”
- 팀 마샬, 저널리스트, 『지리의 힘』 저자

“오차 없는 팩트로 가득한 책.”
- 「선데이 타임스」

우리는 진화의 경이로운 산물이다. 힘과 재주가 있고, 본능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우리는 혁신가로서 도구와 기술을 발명했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모르는 타인과도 협력해 공동체를, 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오늘날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우리는 커다란 결함도 지녔다. 왕이든 소작농이든 우리의 몸은 부러지고, 질식하고, 스러진다. 질병은 우리의 대담한 계획을 방해한다. 인지 소프트웨어에 깊이 뿌리박힌 심리적 편견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도, 전쟁에서도 끔찍한 결정을 내린다. 이 놀라운 모순은 연약함과 능력의 총합인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이다. 그리고 역사는 이 둘 사이의 균형 속에서 펼쳐졌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이자 『오리진』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나온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스 다트넬은 ‘인간 삼부작’의 마지막 책 『인간이 되다』에서 처음으로 이 독특하고 변덕스럽고 연약한 인간 본성이라는 렌즈로 관찰한 우리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인간의 관계, 사회, 경제, 전쟁을 어떻게 야기하고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진보에 계속 도전이 되고 또한 진보를 정의하는지를 탐구한다. “최고의 학제 간 역사학” “오차 없는 팩트로 가득한 책”이라는 평을 듣는 이번 책에서 저자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사실을 통찰력 있게 엮어 거대한 역사와, 역사 속 인간 존재의 의미를 압축적이면서도 폭넓고도 깊이 있게 펼쳐 보여낸다.

목차

머리말
1장 _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2장 _ 가족
3장 _ 감염병
4장 _ 유행병
5장 _ 인구
6장 _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7장 _ 코딩 오류
8장 _ 인지 편향
끝맺는 말
 

저자 소개 

저 : 루이스 다트넬 (Lewis Dartnell)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교수로, 우주생물학 연구원 일하고 있다. 과학에 관한 글로 여러 차례 상을 받았으며, [가디언], [타임스], [뉴사이언티스트]에 기고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위한 글도 썼으며, BBC의 [호라이즌], [스카이 뉴스], [우주의 신비], [스타게이징 라이프], [밤하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지칠 줄 모르는 대중 과학 전도사이다. 전 세계 16개 언어로 번역된 베...

역 :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교양 과학과 인문학 분야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로 제20회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진화심리학』 『사라진 스푼』 『루시퍼 이펙트』 『우주를 느끼는 시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잠의 사생활』 『우주의 비밀』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도도의 노래』 『루시, 최초의 인류』...

책 속으로

“진화는 새로운 조건과 생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할 때 이미 갖고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나가야 하는 제약이 있다. 제도판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재설계할 기회가 없다. 진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팔림프세스트(양피지 위에 쓴 글씨를 지우고 그 위에 다른 글씨를 겹쳐 쓰는 것)처럼 이전에 있던 것을 수정하거나 그 위에 다시 겹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적응을 계속 추가하면서 진화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의 척추는 위에 놓인 큰 머리를 떠받치면서 직립 자세를 유지하기에는 부실하게 설계되었지만, 우리는 네 발로 걷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척추를 가지고 어떻게든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즉, 우리의 결함과 능력은 모두 현재의 우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하지만 누가 호의를 교환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일일이 마음속으로 계속 장부를 기재하려면 어느 정도 인지 부하가 따르는데,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그 해결책을 발견했다. 동일한 개인과 어느 정도 교환을 반복한 뒤에는 우리는 교환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진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양자의 관계는 더깊은 유대로 발전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친구는 다른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도 믿을 수 있는 협력자이자 동맹이 되고,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계속 기록하는 정신적 회계를 멈추고, 자신이 베푼 특정 호의를 되갚으라고 더 이상 노골적으로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유대는 호혜성을 보증하는 것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중에서

“간접적 호혜성 개념은 수혜자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직접 호의를 되갚는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 되갚는다고 주장한다. …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이 필요하다. 우선 당사자들 사이에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과 어느 쪽이 관대하게 또는 이기적으로 행동했는지를 목격한 목격자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행동에 관한 정보가 전체 집단의 공통 정보 풀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뒷담화를 해야 한다. … 뒷담화는 간접적 호혜성이 무임승차자 때문에 훼손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핵심 전제 조건이며, 모닥불 주위에서부터 냉온수기 옆에 이르기까지 인간 문화 도처에 존재한다.”
---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중에서

“249년에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생한 이 유행병은 북아프리카를 가로질러 로마 제국 전체와 북유럽까지 퍼졌고, 그 후 20년 동안 여러 차례 반복해 발생했다. … 이 역병의 치명률과 그것이 불러온 존재론적 위기 때문에 많은 로마인은 괴팍하고 교활한 신들이 판테온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전통적 다신교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그 당시에 기독교는 다소 급진적이고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신흥 종교였지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관용과 병자 간호를 의로운 의무로 설파했다는 점에서 전통 종교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 … 로마 당국은 기독교 신자들을 여전히 박해했는데도, 기독교는 이렇게 제국 전체로 급속하게 퍼져가기 시작했다.”

“동유럽 지역은 1350~1351년에 맨 마지막으로 흑사병 피해를 입었는데,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사망률이 나머지 유럽 대륙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래서 동유럽은 대규모 사망으로 인한 최악의 직접적 효과를 피할 수 있었던 반면, 흑사병 이후에 나머지 유럽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동유럽에서 봉건 제도는 흑사병 이후에야 자리를 잡았는데, 사실 흑사병은 ‘두 번째 농노제’와 농부들의 장기적인 생활 조건 악화에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흑사병으로 인한 서유럽의 인구 감소로 인구 밀도가 낮은 동쪽으로의 이동도 줄어들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때문에 중앙유럽과 동유럽의 귀족 영주들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농부들을 자신의 영지에 예속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의 많은 곳에서는 19세기 초까지 농노제가 남아 있었고, 러시아에서는 18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 「유행병」 중에서

“바로 그때, 제임스타운에 오기 전에 버뮤다 제도에 조난당했던 사람 중 한 명인 존 롤프가 잠재적 환금 작물에 손을 댔다. … 롤프는 니코티아나 타바쿰 씨를 트리니다스섬에서 입수하여 버지니아의 토양과 기후에서 그것을 잘 재배하려고 몇 년 동안 애썼고, … 원주민과의 통상 협정을 확실히 보증하기 위해 포우와탄족 추장의 10대 딸이던 포카혼타스와 결혼까지 했다. … 담배는 설탕과 커피와 목화가 추가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할 때까지 17세기와 18세기 내내 버지니아와 버뮤다 제도의 영국 식민지를 유지하고 성장을 계속 견인했다. 완전한 실패와 포기 직전의 위기에 아슬아슬하게 다가갔던 제임스타운을 부활시키고 성공시킨(그리고 나중에 지구 최고의 강대국이 될 나라에서 영국 언어와 문화, 법, 그 밖의 제도를 뿌리내리게 한) 것은 바로 담배와 그 중독성이었다.”
---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중에서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의 무력한 노예가 아니다. 인류가 이룬 기술 진보는 우리가 자신의 자연적 능력을 높이고 증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많은 생물학적 약점을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펼친 노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 「끝맺는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가디언」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천재 과학자 루이스 다트넬이 들려주는
인간의 결함 있는 진화,
그리고 결함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명의 모든 것


우리는 진화의 요람인 아프리카에서 사방으로 이주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한 육상 동물이 되었다. 약 1만 년 전에 우리는 야생 식물과 동물을 길들이는 법을 배워 농업을 발명했고, 그 결과로 점점 더 복잡한 사회 조직(도시와 문명과 제국)이 발달했다. 우리는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성장과 정체, 발전과 퇴보, 협력과 갈등, 노예 제도와 해방, 교역과 약탈, 침략과 혁명, 역병과 전쟁을 거쳤다. 이 모든 소란과 열정 속에서 변함없이 유지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연약하고도 능력 있는, 우리 자신이다.

『사피엔스』 『총 균 쇠』에 앞서 읽어야 할 책,
문명과 역사, 그리고 우리 자신에 관한 포괄적인 안내서


첫 번째 책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The Knowledge)』에서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를, 두 번째 책 『오리진(Origins)』에서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를 질문하여 종으로서 우리 존재를 다층적으로 파헤쳐온 작가 루이스 다트넬은 이번 책 『인간이 되다(Being Human)』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은 어떻게 문명을, 세계사를 형성했는가’를 질문한다. 인간의 해부학과 유전학, 생화학, 심리학의 고유한 측면들은 인류의 역사에 깊고도 놀라운 방식으로 그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선사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 이야기로 서사의 첫머리를 열어 인간 몸의 결함과 취약함으로 촉발된 거대 문명의 성립과 몰락, 전쟁과 그로 인해 야기된 저항과 혁명, 그리고 거듭되는 기술 개발로 극적인 환경 변화를 겪는 ‘인류세(Anthropocene)’의 현재까지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유려하게 엮어낸다.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더 큰 신뢰를 위해 모르는 이들에게도 베푸는 호혜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유대의 그물로 만들어낸 가족 제도, 합스부르크 왕가를 몰락시킨 유전병, 문명의 향방을 가른 감염병과 유행병, 전쟁을 일으킨 ‘물질 중독’, 범선 시대에 해상 패권을 결정한 유전자 돌연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인지 편향 등… 한계 있는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그로 인해 퇴보하고 진보한 인간 역사를 다각도로 탐사하며 독자들은 인간의 몸과 상호 작용하면서 쓰이는 능동적인 역사를 만나게 된다. 인간은 지금의 거대한 진보를 이뤘지만, 그 진보의 역사에는 잦은 실수와 거대한 실패가 있었다. 기후 위기, AI 기술의 부상, 일상이 된 전쟁의 시대, 인간은 이 ‘문제적 현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인간의 유전학과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의 다양한 특성은 인류 역사에 어떻게 흔적을 남겼고, 각각의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세계사의 중요한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 그리고 그러한 흐름 뒤에 있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모르는 이와도 협력하는 우리 종의 초능력

인간이 성공을 거둔 비결은 단지 능숙한 손재주가 가져다준 도구 사용뿐만이 아니다. 서로 아무 관계가 없거나 다음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도우려는 성향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한 번의 생애 동안 혼자서는 절대로 알아내지 못할 기술과 정보를 서로 가르치고 교환한다. 한 사람이 습득한 새로운 능력은 세대를 거듭하며 누적되면서 퍼져나간다. 우리가 복잡하면서도 대체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문명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계획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뇌에서 발전한 ‘사회성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다.

“호의를 되갚을 확률이 현저히 낮은데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이 왜 당신을 도우려 하겠는가? 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해결책을 제공한 것은 바로 우정의 진화였다. 옥시토신이 매개한 친구들 사이의 유대 덕분에 각자에게 상대방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만약 친구가 심각한 병에 걸리면, 우리는 상호 이타성을 발휘할 다른 사람을 찾으라면서 친구를 냉담하게 방치하는 대신에 친구의 안녕에 감정적 관심을 갖고서 친구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 이런 식으로 우정은 인류의 진화에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42쪽,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농업이라는 최악의 발명과 악성 유행병의 창궐

약 1만 년 전에 세계 여러 곳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농업이 발명된 사건은 인류의 역사에서 최악의 실수였다고 이야기된다. 인간이 동물과 함께 살면서, 병원체는 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도 감염시키도록 진화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얻었다. 정주성 사회를 이루며 인구가 증가했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며 지역에 따라 독특한 감염병들이 생겨났다. 교역망이 확대되고 주요 인구 중심지들과 항구들과 화물 집산지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숙주를 찾으려는 병원체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로마 제국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안토니누스 역병과 키프리아누스 역병, 페스트균의 최초의 형태인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을 비롯해 흑사병,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와 황열병, 1918년 독감 팬데믹(일명 ‘스페인 독감’) 등, 악성 유행병은 인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며 인류사의 거대한 변화를 만들었다.

“14세기 유럽은 맬서스의 덫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즉, 인구가 농업 생산의 한계에 부닥치는 수준까지 증가하는 바람에 대다수 사람들은 겨우 연명하는 수준의 빈곤 상태에서 살아갔다. 흑사병 이전의 유럽은 정체된 인구 과잉 대륙이었다. 흑사병이 이 교착 상태를 깨뜨렸다. 인구 붕괴로 인해 이제 모두를 먹여 살리기 위해 경작 가능한 땅에 곡물만 재배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 결과로 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식품이 풍부해지면서 가격도 농부나 도시 거주자가 구입하기에 훨씬 싸졌고,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경작에 이용되었던 한계 토지가 삼림 지대나 가축을 위한 풀밭으로 돌아갔다. 양 목축은 토지가 더 많이 필요했지만 노동 효율성이 더 높아서 적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좋은 수단이었다. … 모직 산업의 성장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직물 수출은 특히 중세 후기에 영국 경제를 크게 변화시켰다.” (168쪽, 4장 ‘유행병’)

의식 있는 존재들이 의식을 망가뜨리는 법

인간은 식물을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뇌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용도로도 활용한다. 의식을 가진 존재인 우리는 오로지 자극을 얻거나 진정을 위해서나 환각을 유발하기 위해 특정 식물을 의도적으로 섭취한다. 알코올과 카페인, 니코틴, 아편을 통해 우리는 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켰다. 담배에 중독된 유럽인은 담배 재배를 위해 북아메리카 동해안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었고, 영국은 무역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청나라의 아편 수요를 자극해 유례없는 규모의 아편을 유통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아편 유사제에 빠져 중독에 허덕인다.

“1990년대 후반에 퍼듀파마를 포함한 제약회사들은 아편 유사제 처방을 증가시켜 이익을 늘리길 원했는데, 그래서 자신들이 만드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여러 가지 상표로 판매되었지만, 옥시콘틴이 가장 유명하다)이 중독성이 없다고 미국의 규제 당국과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가 내성이 생기면 아편 유사제 함량이 훨씬 높은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러다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의존성이 생겼고, 이 끔찍한 금단 증상을 피하려고 아편 유사제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수백만 명의 중독자들은 암시장에서 아편 유사제를 구했고,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아편 유사제 과량 투여로 사망한 사람이 50만 명 이상이나 되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전국적인 공중 보건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아편 유사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를 취했지만, 트라마돌과 펜타닐 같은 합성 아편 유사제 과량 투여로 인한 사망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92쪽, 6장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시키고,

범선 시대의 해상 패권을 쥐락펴락한 코딩 오류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지닌 유전자 결함이 하나 있다. 우리가 영장류로 진화한 역사 초기에 비활성화된 유전자가 하나 있는데, 이로 인해 인류는 아주 오래전, 비타민 C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에 시달렸다. “바다의 흑사병, 뱃사람의 저승사자”로 묘사되는 괴혈병은 한 번 배에 오르면 선원의 3분의 1이 사망하는 것을 각오해야 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18세기,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한 유럽 열강의 경쟁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괴혈병의 파멸적 효과에 대응하는 방법을 맨 먼저 찾아내는 나라는 바다를 지배하는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가 말해주듯 그 나라는 영국이었다.

“그 시점에 [영국의] 넬슨 함대는 바다에서 이미 몇 년을 보낸 뒤였지만, 괴혈병 환자는 사실상 전무했다. … 넬슨(미국 독립 전쟁에 젊은 함장으로 참전했다가 1780년에 괴혈병으로 죽다 살아난 적이 있는) 자신은 마른 땅을 단 한 번도 밟지 않은 채 “빅토리호에서 딱 열흘 모자란 2년”을 보냈다. 반면 프랑스와 에스파냐 진영에서는 괴혈병이 창궐하고 있었다. … 괴혈병 정복과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리로 영국은 해군력의 우세를 확립했고, 영국 해군은 제2차 세계 대전 때까지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다. 해군사학자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나폴레옹을 패배시킨 모든 수단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레몬주스와 캐러네이드 포였다.”라고 지적했다.” (334~335쪽, 7장 ‘코딩 오류’)

DNA 부호의 어떤 문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1000만분의 1 미만이다. 그러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모계를 따라 이어지는 혈우병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왕가의 구성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황태자에게 발현된 혈우병은 양위를 걱정한 황후가 라스푸틴이라는 불가사의한 치유사에게 기대게 된 원인이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로마노프 왕조의 완전한 몰락을 불러왔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황후는 라스푸틴이 황위 계승자인 아들을 치료할 것이라고 믿었고, 니콜라이 2세도 라스푸틴을 궁정에서 내치길 꺼리는 바람에 황실 가족의 명성이 복구 불가능할 지경으로 크게 손상되었다. … 거듭된 패전, 식량과 연료 부족은 시민들 사이에 불안을 키웠고, 그 결과로 평화와 빵을 약속한 볼셰비키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황태자의 혈우병이 이 모든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10월 혁명 후에 임시 정부 총리가 된 알렉산드르 케렌스키는 “라스푸틴이 없었더라면 레닌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311쪽, 7장 코딩 오류)

가장 뛰어나고 가장 비합리적인 인간의 뇌

사람의 뇌는 경이롭다. 연산, 패턴 인식, 연역 추리, 계산, 정보 저장과 검색 등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전체적인 능력을 놓고 본다면 뇌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컴퓨터 시스템이나 인공 지능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 소프트웨어에는 수많은 편향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완벽하게 논리적인 뇌의 작동 방식에서 벗어나는 이러한 탈선을 인지 편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인지 편향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이라크 침공과 같은 전쟁을 일으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분열된다. 안 좋은 결과를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매몰 비용 오류에 빠져 더 빨리 발을 빼지 못하고 머뭇댄다.

“1970년대 초부터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나중에는 러시아)은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략 핵탄두와 함께 탄도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 수를 감축하기 위한 상호 협정을 맺으려고 일련의 협상을 벌였다. … [그러나] 쌍방은 자신의 핵미사일 해체에서 잃는 손실을 상대방의 동등한 감축에서 얻는 이득보다 더 크다고 지각했고, 협상 테이블에서 늘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느꼈다. …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렇게 모두 여덟 나라이다. …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나서 핵무기 보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나라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378~379쪽, 8장 ‘인지 편향’)

이 책은 진화하고 진보해 결국 우리가 된 인간의 이야기다. 한계 있고 뛰어난 인간의 독특한 본성으로 쓰인 지금까지의 ‘빅 히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위기에 시대에 다음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우리 자신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항상 흥미롭고, 호감 가는 작가 루이스 다트넬은
이번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에서 귀한 지식을 찾아냈다.”
- 「가디언」

“오차 없는 팩트로 가득한 책.”
- 「타임스」

“의미 깊은 연구. 생물학은 개인의 운명 그 이상을 결정한다.”
- 「뉴 스테이츠먼」

추천평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라고 흔히 일컬어져왔다. 나는 평생 동안 그 증거를 찾으려고 애썼다.’ 생물 종의 하나인 사람은 합리적이고 재주 있는 존재로 진화 했고, 그 진화로 지금의 거대한 문명과 역사를 썼다. 그러나 진화는 결코 생명체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우리의 몸은 생각 보다 연약하고, 심리적으로는 깊은 편견을 지녔다. 루이스 다트넬은 이 책에서 우리의 기이한 진화가 어떻게 우리라는, 온갖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를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묘사하는 동시에, 시야를 넓혀 거대한 역사의 전환을 일으킨 생물학적 원인과 배경을 추적한다. 다트넬의 생물학은 단순히 유전학, 생리학, 해부학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생물학적 환원은 생태학을 만나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으로 승화한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전환에 기폭제로 작용한 코딩 오류와, 식물에서 추출한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아편 등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물질들이 어떻게 우리 인지 소프트웨어에 온갖 편향 맹점들을 만들어냈는지 이해하고 나면, 낭만적 사랑과 가족의 탄생, 감염병에 대한 필연적 취약성, 인구 문제 등 인류 발전의 거대 담론을 훨씬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생존 조건과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제도판으로 되돌아가 재설계할 길이 없는 진화의 비가역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누적적 특성을 살리며 끝내 인간으로 거듭나는 대서사가 여기 펼쳐져 있다. 이 분야의 고전이라 할 만한 『인간 등정의 발자취』와 『우리 몸 연대기』를 읽은 독자들에게 특별히 이 책을 권한다. 두 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희열을 맛볼 것이다.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다트넬이 또 해냈다. 놀랍고, 명징하고, 심오한 가르침으로 가득한 책.
말 그대로 ‘경이롭다’.
- 에드 콘웨이 (저널리스트, 『물질의 세계』 저자)
“인간의 몸을 수단으로 해 역사를 탐사하는 지적인 여행. 대단하다!”
- 팀 마샬 (저널리스트, 『지리의 힘』 저자)
다트넬은 이런 거대한 주제를 흥미롭게 써내는 데 특히 뛰어난 작가다.
『인간이 되다』는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우리를 빠져 들게 한다.
- 마틴 리스 (천문학자,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저자)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새롭다.”
- 토머스 할리데이 (진화생물학자, 『아더랜드』 저자)
“과학, 역사와 선사시대를 넘나드는,
뜻밖의 연결과 유쾌한 통찰로 가득한 지적 탐험.”
- 팀 하포드 (경제학자, 『경제학 콘서트』 저자)
과학적 이야기가 폭발하는 이 책은 우리가 지닌 생물학적 결함이 어떻게 우리가 살고, 사랑하고, 번성하고, 죽는 방식을 형성하는지를 매혹적으로 탐색한다.
우리 자신과 종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책.
- 캣 아니 (유전학자, 『이기적 몬스터』 저자)
“훌륭하고, 엄청나게 유익하고, 기분 좋은 독서.”
- 카밀라 팡 (생물학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저자)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숭고한 탐험.”
- 리처드 피셔 (저널리스트, 『장기적 관점(The Long View)』 저자)
“인간 진보에 대한 획기적인 설명. 그 누구도 읽어본 적 없는 역사.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전하는, 흡인력 있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
- 조 머천트 (과학 저널리스트, 『기적의 치유력』 저자)
“놀랍도록 재미있고 아름답게 쓰였다. 『인간이 되다』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학제 간 역사학 도서 중 최고다.”
- 조너선 케네디 (사회학자, 공중보건학자, 『발병학(Pathogenesis)』)
“인간 생물학이 세계사에 필연적인 영향을 끼친 방식을 다루는 이 책은
당신의 눈과 마음을 트이게 할 것이다.”
- 헨리 지 (고생물학자,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