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국제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2.외교국제정치

한국 외교에 침을 밷기전

동방박사님 2022. 3.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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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지, 오해, 편견에서 한국 외교 구하기

『한국 외교에 침을 뱉기 전에』는 한국 외교 비난 행렬에 편승하는 것도, 외교부를 감싸고 변호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외교의 세계를 최대한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한 책이다. 외교는 조금만 알고 관전하면 너무나 흥미진진한 마치 바둑 방송이나 게임 방송과 같은 분야이다. 일단 외교가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게 되면 관전의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에 대한 이해도 넓어질 것이고 또 터무니없는 비난과 저주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사명은 그것보다는 더 엄중하다. 국민들이 외교에 대해 무지해서 잘못된 정보나 선동에 휘둘리게 되면 외교가 국내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다시 외교정책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교에 대한 무지가 잘못된 정책을 만드는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외교에 관한 관심과 어느 정도의 이해 그리고 외교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갖기 위해, 그래서 외교를 자신들의 사적·집단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좌절시킬 수 있는 방어막이 되어주는 데 이 책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의 구성

서장: 무지, 오해, 편견에서 한국 외교를 구해야 하는 이유

프롤로그: 외알못을 위한 외교 기초


외교는 무엇인가

외교의 속성: 외교에서 100 대 빵의 승리는 없다

외교만의 독특한 수행 방식들

제1부 외교를 만나다

제1장 외교라는 전쟁의 전사들, 외교관

바바리코트 입지 마라!: 외교관에 대한 편견들

외교관, 정말 내 세금으로 놀고먹는가?

외교관은 공인된 스파이인가?: 외교관의 정보수집 활동

외교관 여권을 받은 BTS, 면책특권을 갖게 된다?: 외교관 여권과 면책특권

파티와 외교관: 부러우면 니가 가라

외교관 면책특권, 요술 지팡이가 아니다

영화 〈모가디슈〉 속의 외교관들, 외교관은 얼마나 위험한 직업인가?

외교관이 누리는 10가지 혜택?

직업으로서의 외교관: 외교관은 좋은 직업인가?

그냥 공무원이 되어가는 외교관들: 외교관의 관료화

제2장 외교의 야전 지휘부, 대사관 그리고 대사

재외공관은 어떻게 활동하는가?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사례

대사관과 대사관저는 안전한가?: 대사관 보안에 관한 이야기들

대사관은 21세기에도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기 위한 대사관의 변신

대사 차량에 태극기를 달기까지: 대사가 되는 복잡한 과정

대사라고 다 같은 대사는 아니다: 대사의 종류

아니 그 사람이 왜 거기서 나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임대사

좋은 대사의 자질

외교관의 꽃, 대사: 화려함 뒤의 그늘

정장을 벗어 던지고 사이클링복을 입는 대사: 변화하는 대사의 역할

대사 부인도 명함이 있다: 대사 부인의 역할

제3장 외교의 실제 엿보기

외교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2021년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를 둘러싼 외교 사례

국익을 위한 외교 전쟁: 다자외교의 현장

외교 의전: 예절 이상의 외교 행위

대통령은 최상의 외교관(물론 잘만 한다면…)

당신을 VVIP로 모십니다!: 미국의 대통령 별장 정상외교

정상회담은 만능인가?: 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

아그레망과 외교관계 I: 한일 갈등과 강창일 주일대사에 대한 아그레망

아그레망과 외교관계 II: 미국의 우리 대사 내정자 거부가 내정간섭?

왜 돈 스파이크는 나이로비에 나타났을까?: 다시 주목받는 공공외교

외교에서 국민의 역할: 문재인 정부의 ‘국민외교’에 대해

국민과 외교부의 접점, 영사 서비스

제2부 대한민국 외교와 외교부의 제자리 찾기

제1장 한국 외교 왜 위기인가?

1.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외교

2. 국내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 외교

3. 외교가 중요한 나라의 열악한 외교 인프라

4. 외교 주무 부처 외교부의 위기

제2장 외교부의 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 ‘청와대 왕국’ 한국에서 외교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외교부의 정체성 만들기

2. 넥타이를 풀고 현장으로: 외교관들의 관료화를 막아라

3. 아랍어 잘하는 한국 외교관은 없는가?: 외교부 역량 강화를 위한 인사 및 평가 제도 개혁

4. 외교관, 꼭 시험으로 뽑아야 하나?: 다양성을 가진 인재들로 채워진 외교부 만들기

제3부 한국 외교의 핵심 현안과 해법

제1장 미·중 대결 시대, 한국의 외교적 선택

1. 신냉전으로 접어든 미·중관계

2. 미·중 대결 시대가 한국에 주는 도전

3. 신냉전 시대와 한국의 외교 전략

제2장 북핵, 북한 문제의 극복을 위한 한국의 외교정책

1. 한국 외교에서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

2. 북한,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역할과 과제

3. 북한 핵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 전략: 3축 체계, 전술핵, 핵 공유 프로그램

제3장 한미관계의 도전에 대한 대응

1. 미·중 갈등과 한국의 선택

2. 미국 국내 정치적 요인에서 오는 도전

3.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한일 갈등의 문제

4. 한미동맹이 처한 도전들과 해법

제4장 한일관계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1. 한일관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2. 위안부와 징용자 배상 문제와 한일관계의 파국

3.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제5장 변화된 중국에 대응하는 한중관계 모색

1. 한중관계의 현황

2. 중국 전랑(戰狼)외교 시대의 한중관계의 현안

3. 건강한 한중관계를 위한 한국의 외교전략

에필로그: 국력에 걸맞은 21세기 한국 외교를 위해

1. 스마트한 외교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2. 한국만의 외교 브랜드가 필요한 때가 왔다

3. 국제 질서의 수용국에서 국제 질서 창출의 주역으로

4. 지역외교 강화를 통한 동아시아 핵심 국가의 위상 만들기
 

저자 소개

저 : 유현석
 
어릴 때 장래 희망이 외교관과 자선사업가였던 유현석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그리고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학사, 석사(정치학), 박사학위(정치학, 1995)를 받았다. 2004년까지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일했고 그 후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
 

책 속으로

간단히 말해 외교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상대의 이익 역시 고려해야 하는 게임이다. 내 국익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대의 이익을 배려해 주지 않으면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관은 100 대 빵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나와 상대가 합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다. 상대의 이익을 챙겨줘야지만 내 이익도 챙겨갈 수 있다는 협상의 진리를 외교관들은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와 외교 협상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100 대 빵의 승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협상의 결과로 피해를 입는 국내의 이해당사자들이 그렇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려는 쌀 생산 농가들이 그러할 것이다. 이것은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들 이외에 100 대 빵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정치인들이다. 외교관들이 협상 상대국과 힘겹게 만들어낸 협상 결과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굴욕적 협상’, ‘매국적 협상’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 p.22

외교관들이 말하는 파티나 연회는 절대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그런 파티가 아니다. 공식적인 행사일 뿐이다. 항상 식전 의식이 있고 연설이 있는 무늬만 연회인 그런 행사 말이다. …… 순전히 정보수집을 위한 식사 약속들이 꽤 많다. 그 경우 식사를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 밥을 먹으면서도 방금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복기해 뇌에 저장하면서 새로 하는 이야기는 또 암기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물론 그 사이사이 식사도 계속 해야 한다. … 사무실에 돌아오거나 관저로 돌아오면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오늘 들었던 주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놓는다. 본부에 보낼 전문을 작성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 아직도 외교관들의 파티가 부러우신가? 그렇다면 그 파티 니가 가라.
--- p.60~63

재외공관의 외교관은 전투 현장에 나와 있는 보병이다. 끊임없이 현지 인사들을 만나고 주재국 외교관들을 만나서 정보를 모으고 필요할 경우 우리의 입장을 현지 여론 주도층이나 주재국 외교부 담당자들에게 전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외교 활동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현지 인사들을 만날 때 밥값이나 커피 값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이다. 물론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활동보고서를 써야 한다. 그래서인지 외교활동비가 남는다는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외교활동비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대사가 사용하기도 모자라서 다른 외교관들의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예산이 합리적으로 책정되어서 대사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이 사용하기에도 크게 부족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외교활동비가 남는다는 것은 공관의 외교관들이 주재국 인사들을 만나기보다 책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왜 공관의 외교관들은 주재국 곳곳을 누비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있는가?
--- p.92

재외공관의 크기에서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 외교공관의 인원은 정확히 공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방법으로 외교관 숫자를 추론해 볼 수 있다. 2017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이 악화되었을 때 러시아는 자국에 주재 중인 미국 외교관 755명을 추방했다. 이 숫자는 미국에 주재 중인 러시아 외교관이 455명이며 미국도 상호주의에 따라 455명만 러시아에 주재시킬 수 있다는 계산으로 455명을 넘어서는 755명을 추방한 것이다. 이것을 역산해 보면 외교관 추방 전 러시아에 주재 중이었던 미국 외교관이 1210명(455+755)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외교관은 그만큼 러시아가 미국에게 외교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이 모두 국무성 출신의 외교관은 아니다. 상당수의 정보 요원이 외교관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 p.106~107

2021년 2월 들어선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영국에 수감 중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에 대한 범죄인 송환 요청을 영국 법원에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어산지는 미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Bradley Manning)이 2010년 빼낸 70만 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를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등 18개의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영국 법원이 이것을 불허했다. …… 여기서 어산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산지가 대사관의 치외법권을 이용해 영국에 주재한 에콰도르 대사관에 9년 동안 피신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 검찰이 1급 수배령을 내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어 영국에서 체포되었다. 어산지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스웨덴으로의 송환을 피하려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이다. …… 하지만 어산지의 반미적 성향을 높이 산 에콰도르의 좌파 정부는 9년 동안이나 어산지를 보호했다. …… 공관 사정이 열악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9년 동안이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에콰도르 대사관으로서도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어산지를 에콰도르로 보낼 방법을 고심했지만 사실 방법은 없었다. …… 결국 영국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어산지 자신이었다. 어산지는 자신을 보호해 준 에콰도르의 모레노(Moreno) 대통령에 대한 비밀을 유출하는 등 에콰도르와 불편한 관계가 되었고 결국 2019년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에 대한 망명 허가를 취소하고 영국 경찰이 대사관 내에 들어오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대사관 내에 진입한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 p.108~110

우선 새로 부임한 대사 예정자는 도착하자마자 신임장 사본을 주재국 외교부의 의전장(의전업무를 담당한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는데 이 절차 역시 매우 중요하다. 신임장 사본을 주재국 외교부에 전달하는 것은 자신의 도착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고 또 정식으로 국가원수에게 신임장을 전달하기 전까지 한국 대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서이다. 또 신임장 사본 제출 날짜가 그 대사의 접수국 내에서의 외교사절의 서열을 결정하게 된다. 대사의 서열은 접수국에서 오래 근무한 순서인데 부임 날짜를 신임장 사본 제출일로 한다.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대사 예정자는 일상적인 대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장관과 같은 고위층은 만날 수 없다(이러한 관례는 나라마다 좀 차이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대사 예정자는 대사의 공식 차량에 부착하는 자국 국기를 부착할 수 없다. 국기를 달수 있는 시기는 신임장을 접수국의 국가원수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신임장 제정식을 마치고 나서부터이다. 신임장 제정식을 마치고 나오면 기사가 대사 차량에 태극기를 달고 대기하고 있다. 그 시점부터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 대사로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 p.129

마지막으로 니컬슨의 좋은 대사의 덕목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덕목은 좋은 대사는 자기가 주재하는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외교관인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좋은 대사는 자기가 주재하는 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해야 하며 그 나라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매카시는 “사람들은 모를 것 같지만 대사,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채고 기억한다(People know when you are not)”라는 대사들이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말을 했다. 말레이시아에 부임한 대사들 중에 말레이시아 외교부나 정부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고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대사들이 몇몇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친하게 지내던 말레이시아의 지인들(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다)은 그런 사실들을 다 알고 있고 그런 대사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했다. …… 주재국의 국민들이 어떤 대사가 자기 나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면 그가 아무리 훌륭한 외교적 스킬과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대사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이러한 외교 활동은 외교 용어로는 공공외교라고 부른다. 주재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 활동인 공공외교를 대사의 부수적인 임무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 p.155~156

스티븐스 대사가 2008년 9월 22일 도착해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지금도 기억한다. 기자들은 스티븐스 대사 예정자에게 광우병·쇠고기 수입재개 관련 반미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의 답변이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자신이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근무하던 1970~1980년대에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한국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현하게 된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한미 간 최대 현안이고 미국이 가장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쇠고기 수입 반대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티븐스 대사 내정자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전되어 이제 한국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 예정자는 부임지 도착 첫날부터 공공외교를 멋지게 펼친 것이다.
--- p.164

대사 부인은 대외적 활동뿐만 아니라 대사관저의 운영을 책임지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관저 요리사가 연회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우리의 경우는 연회가 결정되면 디저트를 포함한 식사 메뉴를 짜고 식자재 장을 보고 연회 종류에 따라 식탁의 장식을 계획하고 손님용 화장실을 포함한 관저 곳곳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준비를 대사 부인이 지휘해야 했다. 연회 당일에는 꽃 시장에 들러 식탁을 장식할 꽃을 사오고 관저 요리사, 현지인 도우미와 함께 많게는 20명이 넘는 손님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아주 예전에는 대사관 직원 부인들도 연회가 있는 날이면 일손을 거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 대사 부인은 평소에는 대사관저의 아래층, 즉 손님을 맞는 공간의 인테리어, 장식 등도 신경 써야 한다. 말레이시아 관저에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 30여 점이 있다. 내가 부임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품 재외공관 대여 사업’을 활용해 30여 점을 대여해 왔다. 2년간 보유할 수 있고 연장이 가능하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있어 우리 대사관저에 오는 손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관저의 미술 컬렉션이었다. 관저 분위기에 맞게, 또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미술품을 선정하는 것도 대개는 대사 부인의 역할이다.
--- p.171~172

한국은 2021년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정 받아 참석했다. 행사가 끝나고 참여한 국가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문제를 일으켰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G7 정상회의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단체 사진을 상단에 배치하고 그 밑에 큰 제목으로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문구를 배치했다. 그리고 사진 밑에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문제의 사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국 정상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맨 앞줄에 서 있었다. …… 문제가 된 건 포스터를 제작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원본 사진 맨 왼편에 앞줄에 서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사진에서 잘라내고 포스터 사진을 제작한 것이다. …… 홍보 노력은 가상 하지만 남아공에 대한 외교 결례이고 또 문구 자체는 진실을 왜곡하는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이다.

단체 사진에서 문 대통령이 맨 앞줄에 선 이유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는 무관하며 철저히 외교 의전에 따른 것이다. …… 외교 의전에 따른 우선순위를 보면 국가 정상(대통령)이 최우선이고 그다음 내각제의 정부 수반인 총리나 수상의 순서이다. 내각제에서 총리는 의전상으로는 국가 정상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국가 정상은 일본의 국왕 천황이다. 프랑스의 국가 정상은 대통령이고 총리는 의전 서열상 그다음이다. 같은 대통령인 경우 재임 기간이 긴 사람이 의전 서열이 앞선다. 그래서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2017년 5월에 취임한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옆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런 의전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다 보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맨 앞줄에 오게 되었고 국력으로 치면 맨 앞줄에 서야 할 독일이나 일본의 수상들이 두 번째 줄에 서게 된 것이다.
--- p.193~195

사실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의 경우는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점이 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대사를 내정을 하면 이것은 비밀에 부쳐지고 접수국에 아그레망을 요청하게 된다. 상대국의 아그레망이 나오면 그때 공식적으로 내정자 신분이 된다. 파견국에서 아그레망을 요청하기 전에 상대국에 비공식적으로 특정인의 내정 계획을 알려서 접수국의 의견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비공식적 절차는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겨서 양 국가 사이에 외교적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비공식적인 관례적 절차이다. 강창일 내정자의 경우 이러한 비공식적 절차 없이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내정자를 확정해 일본 측의 아그레망이 도착하기도 전에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일본 측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p.232

영사조력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법을 어기거나 시비에 휘말려 체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보통 영사콜센터를 통해 현지 영사관에 연락을 취하게 된다. …… 문제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 경우 영사가 자신을 석방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현지 경찰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잡아두고 조사를 하고 범죄 혐의가 심각해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오래 유치장 생활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한국 외교부(현지 공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지의 한국 외교관과 영사들은 주재국 법적 절차에 개입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일,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요청하는 일 그리고 변호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인 선임을 도와주는 일 등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가방이나 지갑을 분실하거나 해서 무일푼 신세가 된 경우 영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경우가 많다. 영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송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속해외송금 제도’를 안내해 주는 일뿐이다.
--- p.256~257

아직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공신력이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주기를 부탁드린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영화이고 전도연 배우가 연기한 장 씨가 겪은 고초와 어려움을 보여주는 시각에서 만든 영화이다. 아마도 이 스토리가 영화가 되기 위해서 또 극적 재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악마 역할이 필요했을 것이고 장 씨를 위해서 고생했던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 담당 영사가 악마로 둔갑했다. 영화에서 거만하고 콧대 높고 한국 국민의 어려움에 하등의 관심 없는 사람으로 나오는 영사는 실제로는 처음 수감되었던 파리 교외에 있는 프레스네스 교도소에 네 번이나 면회를 갔으며, 나중에 이감된 프랑스에서 비행기로 9시간 걸리는 마르티니크 뒤코스 교도소에 세 번이나 면회를 갔다. 구금된 장 씨에게 30여 차례 전화 통화로 재판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장 씨가 교도소 내에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또 장 씨에 대한 송금 지원, 교도서 방문 시 책, 옷, 생필품 등을 전달했고 장 씨도 담당 영사에게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외교부가 프랑스 외교부 측을 여러 차례 접촉해 “프랑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최대한의 협조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 씨가 고의건 아니건 마약 운반으로 프랑스의 법을 어겨 체포되어 구속되었고 한국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더 긴 형량과 더 큰 고초를 겪었을 수도 있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과 가족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모든 것이 불충분하고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재미를 위해, 이윤을 위해 만든 허구인(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영화 속의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 영화 때문에 대한민국 외교부가 입은 상처는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크다. 혹시 외교부를 미워하고 욕하게 된 계기가 이 영화였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제발 이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 〈추적 60분〉 “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편에 대한 외교부 입장문 정도는 읽어보기를 부탁드린다.
--- p.262~263

지금은 퇴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자질과 능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임기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있다. 강 장관이 정무 분야에서 경험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자외교 전문가이고 UN 고위직을 경험했기 때문에 외교의 문외한이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 강경화 장관이 그런 비판을 받는 진짜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교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안보실장)가 핵심 외교 현안을 독점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기 때문에 외교부 장관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업적을 낼 수 없는 구조적 환경 안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외교부 장관이 소외되는 이러한 현상은 강경화 장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역대 정권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현상은 흔하게 나타난다.
--- p.271

네드 프라이스(Edward Price) 국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한·미·일 공조가 약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미국은 한국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2021년 2월 10일 자 기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한국이 한일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으로 처리한 언급이 갖는 한계가 있지만 최근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 p.342

“일본의 사과가 진실성이 없다”는 식의 압박으로는 일본을 납득시킬 수 없다. 한국 국민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일본이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상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그런 사과를 부인하거나 사과의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들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사과, 소위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를 독점·사유화하고 정치화하려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과 같은 단체들의 문제,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존재 등 국내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일본의 어떠한 사과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일본 쪽에서도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인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일본의 우익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은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고 사과를 뒤집는 발언을 계속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과거사 문제는 사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젠 사과 중심의 해법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상대가 뭘 해주기만을 바라는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 우리가 용기를 내어 반성하지 못하는 상대를 부끄럽게 하는 도덕적 외교를 시도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는 행동이고 한국의 국익을 위한 행동이다. 문재인 정부도 위안부 합의를 국가 간 합의로 인정했고 정부 차원에서는 추가적인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이런 담대한 해법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 p.371~372

지금 미국은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본격적 행보에 나서며 뜻을 같이 하는 나라들을 모으고 있다. 중국과 건강한 공존을 하려면 대중국 견제 움직임에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양쪽 눈치를 보는 전략이 결국 중국으로부터 속방 대접을 받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일 삼각협력이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며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미·일 협력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한일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사실 한·미·일 협력의 회복은 한국의 고민 중의 하나인 쿼드 참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한·미·일 협력체계가 회복되는 경우 한국이 굳이 쿼드의 군사적 분야에 참여할 필요가 줄어든다. 한국은 기후변화, 신기술, 코로나19 대응 등 중국이 덜 예민하게 생각하는 분야의 쿼드 협력에 참여하면 된다.
--- p.393~394
 

출판사 리뷰

한국 외교, 비난 받아 마땅한가?

대한민국의 외교는 언제부터인지 분노 그리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외교나 외교부에 관련한 긍정적 기사나 외교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선플’을 찾는 짓은 스크롤 낭비이다. 이러한 ‘외교 동네북’ 현상에 대한 진단은 간단하다. 외교는 일반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외교는 마치 국내 정치처럼 모두가 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며, 잘못된 정보와 편견, 오해가 뒤범벅되어 있으면서도 아무도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분야이다. 여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치인, 기자 등 여론 주도층도 이 무지의 잔치에 뛰어들어 판을 더 어지럽힌다. 상황이 이러한데 보통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외교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얻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외교는 애처롭기 그지없다. 외교가 너무나 중요한 지정학적 환경에 있는 나라에서 우리 외교 그리고 외교의 주무 부서 외교부는 국민의 사랑이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야 마땅한 잘못들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외교의 중요성을 알고 “차선이 최선”인 외교에 임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만든 영화 한 편을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되는 듯 우리 외교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근거로 삼는 현실은 기본적으로 외교에 대한 관심도 이해도 애정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외교관들의 비리, 성범죄, 파렴치한 행동들은 외교와 외교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더 악화시킨다. 부처 구성원들의 범죄, 일탈이라는 측면에서 외교부가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특별히 더 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외교부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국민 거의 모두가 해외여행객인 대한민국에서 해외에서 어려운 일을 당한 여행객에 대한 현지 외교관의 무뚝뚝한 응대, 만족스럽지 못한 일 처리에 분노하는 포스팅 하나에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외교부를 성토한다. 정치인들은 국익도 무시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교적 사안을 악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타협과 주고받기가 핵심인 외교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타협이 있을 수 없는 민족주의적 잣대를 들이대고 외교적 타협을 매국 행위로 매도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외교관들은 좌절하고 자긍심을 잃어버린다.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준엄히 꾸짖어야 할 언론 또한 외교부의 지원자로 보기는 어렵다. 외교부가 도대체 뭘 하는 일이 있냐고 질타하면서도 청와대가 외교를 장악하고 외교부는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

외교의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나 들러리가 된 외교관들이 그저 그런 관료 집단이 되어버린 것은 외교관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외교의 큰 전략이나 외교정책의 방향, 새로운 외교 메뉴들과 같은 고민들을 할 필요가 없는 외교관들은 상사에게 줄 자료나 보고서를 잘 만드는 게 ‘성공한 외교관’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한 외교부는 조직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박제와 같다. 관료화와 관성화된 업무 방식, 4강 외교와 정무 중심 외교에 매몰되어 새로운 외교 메뉴나 업무 방식의 혁신을 고민하지 않는다.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화 기술 변화가 덴마크의 국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기술대사(Tech Ambassador)를 임명하는 덴마크의 외교 혁신은 지금의 한국 외교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외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외교관들과 외교부가 어떻게 치열한 외교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지, 한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이 시점에 어떠한 외교적 도전들을 직면하고 있고 그러한 도전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외교에 침을 뱉기 전에 외교에 대해 그리고 우리 외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의미 있는 비판도 애정 어린 질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침은 그때 뱉어도 늦지 않다. 부족하다며 욕하고 내팽개친 자식이 바르게 잘 커서 성공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주요 내용

이 책의 1부는 (희망하건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외교의 세계에 대한 소개이다. 국민과 함께 외교의 주인공인 외교부, 외교관, 재외공관(대사관, 총영사관 등등), 외교의 꽃이라고 하는 대사의 업무와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외교관이 하는 일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지는 대사관과 대사들이 어떠한 활동을 통해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알아볼 것이다. 또 외교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 외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외교 세계의 문법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의 2부와 3부는 1부보다는 조금 무겁다. 한국 외교가 직면한 도전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2부는 한국 외교의 위기, 특히 외교부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외교부가 제 역할을 하고 사랑받아야만 우리 외교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왜 우리의 외교부가 현재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렀는가를 진단하고 외교부 그리고 한국 외교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필자 나름대로의 제안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한국의 핵심 외교 현안에 대한 소개와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이 외교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볼 것이다. 외교를 잘 모르더라도 여기서 다루는 외교 현안들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꼭 적당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국민들이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외교정책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좋은 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 미·중 대결 시대의 한국의 외교정책,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의 안정적 관리, 한일관계의 파국을 막아야 하는 과제 그리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교의 업그레이드라는,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에 대한 개인적 생각들을 나누고자 한다. 아마도 문제에 대한 진단은 다른 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에 대한 해답 역시 유레카를 외칠 만큼 획기적인 것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애초의 의도처럼 외교를 잘 알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 한국의 외교적 현안과 과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2부와 3부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한국 외교를 한국의 국격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외교 조직이나 예산 등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한국 외교의 방향성에 관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