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정치의 이해 (독서)/8.서양정치사상

칸트의 정치철학 (2023)

동방박사님 2024. 4. 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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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 『칸트의 정치철학』은 칸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여는 동시에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인 ‘정치 판단론’을 담은 책이다. 사실 ‘칸트의 정치철학’이라는 말은 엄밀히 따져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칸트는 살아생전 정치철학에 관한 저술을 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마지막 비판서 『판단력 비판』에서 미적 인간을 탐구한다. 개별자들 속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의 인간은 앞선 두 비판서에서 다루었던 지성적·인지적·도덕적 존재가 아니다. 철저히 현실적인 조건 아래 사유하는 인간 존재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아렌트는 칸트의 정치철학을 발견해낸다.

정치 판단론이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최초의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보인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이론을 통해 가장 결정적인 형태로 응답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렌트가 평생 거쳐온 사유의 과정 끝에 담긴 결론의 씨앗이 이 책 『칸트의 정치철학』에 담겨 있다.

약 20년 만에 복간 작업을 진행하면서 아렌트의 텍스트를 모두 강의 투로 바꾸고 각 강의에 소제목을 달았으며, 강의 중에 인용한 부분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마치 실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편집을 적용했다. 더불어 관련된 텍스트를 한데 모은 이 책은 아렌트의 생생한 강의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목차

정치 판단론은 아렌트 사상의 미완의 정점이다 | 김선욱
로널드 베이너의 서문

제1부 아렌트의 텍스트

「사유」의 후기―『정신의 삶』 제1권에서

칸트 정치철학 강의―1970년 가을 뉴스쿨
첫 번째 강의 | 칸트의 정치철학
두 번째 강의 | 『판단력 비판』의 열쇠
세 번째 강의 | 공공성
네 번째 강의 | 인간의 복수성
다섯 번째 강의 | 독립적 사유로서의 판단
여섯 번째 강의 | 일반적 소통 가능성
일곱 번째 강의 | 정신의 확장
여덟 번째 강의 | 관찰자
아홉 번째 강의 | 사심 없는 의견
열 번째 강의 | 취미의 작용
열한 번째 강의 | 사적 감각의 차별성
열두 번째 강의 | 상상력과 반성
열세 번째 강의 | 세계시민적 실존

상상력―1970년 가을 뉴스쿨에서의 『판단력 비판』 세미나

제2부 베이너의 해설 논문

「한나 아렌트의 판단론」
1. 판단, 난점의 해결책
2. 이해와 역사적 판단
3. 아이히만 판단하기
4. 취미와 문화
5. 재현적 사유
6. 사유의 바람, 비상사태에서의 판단
7. 쓰이지 않은 저술
8. 비판적 질문들
9. 계속되는 생각, “이 출입문, 순간”에 관한 아렌트와 니체

저자 소개

저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 근교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는데, 이때 어머니를 통해 유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조숙하고 명석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했지만, 가정교육과 베를린 대학교 청강을 거쳐 1924년 마부르크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지만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실존...

역 : 김선욱 (金善郁)철학 박사. 현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철학회 사무총장 및 제22차 세계철학대회조직위사무총장, 뉴스쿨에서 풀브라이트 연구 교수, 베어드학부대학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서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현재의 관심사는 이행기 정의, 용서, 자유, 판단, 그리고 정치와 종교 등이다. 저서로 『정치...

책 속으로

이제 우리가 철학과 정치의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비판적 사유방식은 항상 정치적 함의를 가졌음이 명백합니다.
--- p.103

비판적 사유를 하는 사람의 난점은, “가장 잘 알려진 진리의 기둥이라도 그들의 눈길이 닿는 곳 어디에서나 뒤흔들어버린다”(레싱)는 것입니다.
--- p.104

칸트와 소크라테스 모두에 따르면, 비판적 사유란 그것 자신을 “자유롭고 공개된 검토”에 노출하는 것인데, 이는 더 많은 사람이 이 사유에 참여할수록 더 나아짐을 의미합니다.
--- p.105

정치에서는 세상에 대한 배려가 자기의 자아―이 자아가 당신의 몸이건 당신의 영혼이건―에 대한 배려에 선행합니다.
--- p.124

칸트가 다른 맥락에서 농담처럼 언급한 말로, 전쟁을 하는 국가들은 마치 도자기 가게 안에서 서로 곤봉을 들고 싸우는 주정뱅이들 같다는 것입니다. 세계(도자기 가게)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 p.129

『순수이성비판』―여기서 우리는 “판단은 가르쳐질 수 없고 단지 훈련될 수만 있는 독특한 재능이다”와 “이것이 없으면 어떤 학교도 고쳐줄 수 없다”라고 쓴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 p.180

행위하는 인간은 돌이킬 수 없이 일어난 일에 결국 익숙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것과 화해할 수 있다.
--- p.196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에게서 거부하는 바를 이해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 p.203

“진정한 인문주의자(humanist)에게는 과학자의 진리도 철학자의 진리도 또 예술가의 미도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인문주의자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전문성을 우리에게 부과하는 강제성 너머에 존재하는 판단과 취미의 기능을 행사한다.”
--- p.212

의견을 진리와 견주었을 때, 의견에 그만의 독특한 품격을 부여하고 존중할 수 있는 척도를 부여하는 것은 판단이다.
--- p.217

우리가 자유롭도록 태어났다는 견해는 어떻든 우리가 자유롭도록 운명 지워졌다거나, 또는 더 나쁘게는 자유롭도록 “저주받았음”을 시사한다.
--- p.232-233

인간이 없는 세계는 사막과 같다고 칸트는 확신했는데, 인간이 없는 세계란 그에게는 관찰자가 없는 세계를 의미한다.
--- p.244

판단은 진지하며 엄격하고, 사유에 있어서 우리의 자유를 제한한다. 따라서 우리가 거기에 전적으로 경의를 표하면서 추구하지만, 그것은 인기가 없다.
--- p.245

인간의 여러 기질에 대한 칸트의 묘사에 따르면 주로 자신의 비타협적 판단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엄격한 재판관이며, 세상에 대해 염려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염려한다. …그는 환상가나 아니면 괴짜가 될 위험에 놓여 있다.” (여기에 아렌트는 “[이는] 분명 자화상이다”라고 덧붙였다.)
--- p.245-246

살아낸 모든 순간은 여행길에서 인용(citation a l’ ordre du jour)된다. 그리고 그날이 심판의 날이다.
--- p.297

인생이 글로 변형된 사람들만이… 그 저술을 거꾸로 읽을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이 자신을 직면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바로 그러한 까닭에―현재로부터 달아남으로써―그들은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 p.298

출판사 리뷰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인 ‘정치 판단론’
칸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다


『칸트의 정치철학』은 칸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여는 동시에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인 ‘정치 판단론’을 담은 13회에 걸친 아렌트의 대학원 강의록이다. 200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도 선정된 이 책을 약 20년 만에 복간하면서 아렌트의 텍스트를 모두 강의 투로 바꾸고 각 강의에 소제목을 달았으며, 강의 중에 인용한 부분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마치 실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편집을 적용했다. 복간 과정에서 옮긴이 김선욱의 해제를 추가했고, 당시 강의 조교였던 로널드 베이너의 해설, 그와 관련된 아렌트의 추가 텍스트를 한데 모은 이 책은 아렌트의 생생한 강의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 “칸트는 정치철학을 쓴 적이 없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자 아렌트의 강의 주제이기도 한 ‘칸트의 정치철학’은 사실 엄밀히 따져보았을 때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칸트는 살아생전 정치철학에 관한 저술을 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렌트는 이 점을 염두에 두며 강의 내내 신중한 칸트 해석을 이어가면서도 그것이 칸트를 정치철학적으로 해석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분명히 다른 철학자들은 칸트가 하지 않은 일을 했지요. 다시 말해 정치철학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그 철학자들이 정치에 대한 더 높은 식견을 가졌다거나, 정치적 관심이 그들의 철학에서 더욱더 중심적이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74쪽)

‘칸트의 정치철학’을 말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정치’를 규명하는 것이다. 아렌트는 이미 『인간의 조건』에서부터 자신의 정치 개념을 명료히 해왔다. 인간의 복수성(plurality)에서 비롯한 각기 다른 인간의 개별성·상대성·현실성이 아렌트가 말한 정치의 본질이다.
형이상학적 질문들에 관심을 가졌던 칸트는 이를 사유하는 정신의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여기서부터 칸트의 비판적 작업이 시작된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이성의 이론적 능력을 탐구하고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지성적 존재로서의 이성의 쓰임을 탐구한다. 이 두 작업은 모두 철저히 논리적인 관점에서의 보편성을 띠지만 실제 인간 세계와는 당연히 괴리될 수밖에 없다.

칸트의 마지막 비판서 『판단력 비판』은 미적 인간을 탐구한다. 개별자들 속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앞선 두 비판서에서 다루었던 지성적·인지적·도덕적 존재가 아니다. 철저히 현실적인 조건 아래 사유하는 인간 존재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아렌트는 칸트의 정치철학을 발견해낸다.
“미에 대한 사랑”이 “정치적 판단” 안에 포섭될 수 있는 이유는 이것들이 공적인 출현이라는 근본적인 요구 조건을 공유하기 때문, 즉 이것들은 공적 세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208쪽)

■ 한나 아렌트 사상의 정점, 정치 판단론

아렌트 사상의 흐름은 철학에서 정치로, 다시 정치에서 철학으로, 그리고 마침내 정치와 철학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그 마지막 종합적 저술로 기획된 것이 『정신의 삶』이다. 하지만 아렌트는 『정신의 삶』 1부와 2부인 ‘사유’와 ‘의지’ 이후에 나올 마지막 3부인 ‘판단’을 끝내지 못한 채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기획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아렌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이 ‘판단’을 가장 근접하게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칸트의 정치철학』이다.
아렌트는 1970년 뉴욕 맨해튼의 뉴스쿨대학원 철학과 과정에서 열린 두 강좌, ‘칸트 정치철학 강의’와 ‘칸트의 『판단력 비판』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정치 판단론의 핵심 개념과 사상의 개요를 제시했다. 정치 판단론이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최초의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보인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이론을 통해 가장 결정적인 형태로 응답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렌트 저술의 흐름 속에서 『전체주의의 기원』(1951)의 문제의식은 『인간의 조건』(1958)에서 정치 개념으로 구체화되었고, 『혁명론』(1961)과 『공화국의 위기』(1970)에서는 이러한 정치 개념이 현실 속에 적용되었다.

이 같은 과정 중에 아렌트는 『뉴요커』 특파원으로 1961년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게 된다. 이후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 1965 증보판)을 내며 정치 영역의 파괴를 전제하는 전체주의에 대한 통찰로서 ‘무사유’를 지적한다. 이 통찰에서부터 아렌트는 철학의 핵심 경험인 사유를 다시금 주목해 인간 정신에 관한 연구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더불어 아렌트의 또 다른 책 『과거와 미래 사이』(1961, 1968 증보판)에서도 정치 개념과 철학적 문제의식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아이히만과의 만남을 기점으로 아렌트는 정치와 철학을 결합시키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고, 최후의 저술 『정신의 삶』(1978, 사후 출간)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이 모든 사유의 과정 끝에 담긴 결론의 씨앗이 이 책 『칸트의 정치철학』에 담겨 있다.

“그는 판단을 자신의 특별한 강점으로 여겼으며, 의지에 대한 성찰로 인해 그가 만나게 된 난점에 대한진정한 의미에서 바라던 해결책으로 여겼다. 『판단력 비판』이 칸트에게 이전의 비판서들에서 봉착한 이율배반 가운데 몇 개에 대해 돌파구를 찾아준 것처럼, 아렌트도 판단을 위한 우리 능력의 본질을 연구함으로써 사유와 의지가 가진 난제들의 해결을 희망했었다.” (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