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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민주당 150년의 역사 (2017)

동방박사님 2024. 7. 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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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연대와 협치, 투쟁과 저항으로 이뤄낸 유럽 최장의 정당사. 저자 베른트 파울렌바흐는 독일사의 정체성, 사회민주주의 노동운동과 노동자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현대사가이다. 이 책은 사민당의 과거사 정책을 담당하면서 서독의 탈나치화에 큰 영향을 끼쳤던 그의 시각으로 사민당의 역사를 바라본다.

창당 초기에 독일의 노동조합과 사민당은 어떤 관계였는지, 비스마르크의 정치에 왜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는지, 세계대전 참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나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등의 이야기는 사회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내용이다. 독일 사민당의 이야기는 한 정당의 역사이지만 동시에 독일의 현대사, 나아가 유럽의 현대사를 포괄한다.

목차


옮긴이의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01독일 사회민주당의 역사와 그 의미
02사회민주당의 태동기
03사회민주주의 대중정당의 형성
04제1차 세계대전, 당의 분열과 그 결과
05헌법 정당, 집권 정당, 야당: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사회민주당
06박해, 저항, 망명: 1933~1945
07전후 시대의 방향 설정
081950~1960년대 사민당: 건설적인 야당
09사회민주주의 시대: 1969~1982
10야당으로서의 새로운 방향 모색
11격동기의 사회민주당: 1989~1990
12연방에서는 야당, 주에서는 집권당: 계속되는 당내 노선 투쟁(1990~1998)
13제2의 사회민주주의 시대(?): 1998~2009
14맺는말

저자 소개

저 : 베른트 파울렌바흐

 
베른트 파울렌바흐는 보훔 대학교(Ruhr-Universita?t-Bochum)의 명예교수로 있다. 독일 통일 이후에는 통사당(SED) 독재 역사 청산과 관련된 수많은 위원회에서 학문으로서의 역사와 현실 정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사민당 총재단 소속 역사가 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들뜬 개혁의 열기...
 
역 : 이진모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보훔 루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대학 유럽 비교사 연구소 및 포츠담 현대사 연구 센터 방문 교수, 한국독일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과 ‘평범한’ 독일인들의 역할」과 「독일의 과거와 한국의 현재 사이의 진지한 대화」, 「두 개의 전후(戰後): 서독과 ...

책 속으로

독일 사회민주당의 역사적 뿌리는 1848년 혁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직의 연속성은 186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렇게 볼 때 사민당은 독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정당이며 유럽 차원에서도 가장 오래된 정당 가운데 하나이다. 사민당은 2013년에 최소한 15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동안 독일 역사에서 사민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요소로 기능했으며 그들이 미친 영향은 독일 국경을 넘어선다. 그들은 유럽에서 노동운동과 관련된 많은 정당의 전범(典範)이었으며 그들이 남긴 정치적 궤적은 독일의 경계를 넘어서도 유효하다. --- 10~11쪽, 제1장 독일 사회민주당의 역사와 그 의미

사민당의 근본적인 야당성은 사회주의자법 아래에서 굳어졌다. 1880년 스위스 비덴에서 열린 망명전당대회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 방침과 관련해 고타 강령에 명시된 “합법적으로”라는 대목을 삭제했다. 이는 그들이 정부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정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였다. 금지 기간에 당과 주요 대표자들, 당 이론가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했다는 사실도 향후 당의 발전과 관련해 매우 지속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 30~31쪽, 제2장 사회민주당의 태동기

국민에게 큰 희생을 요구한 이런 상황이 전개되자 ‘성내 평화’ 정책에 대한 회의가 점차 커갔으며 이는 전쟁채권에 반대하는 의원 수가 점차 증가한 사실로 분명히 드러났다. 사민당 제국의회 의원단의 실질적인 불화는 1916년 3월 긴급 예산안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여기에서 당내 소수파는 사전 통보도 없이 사민당 의원총회 결의와 다르게 반대표를 던졌고, 이는 다수파가 볼 때 당에 대한 항명·충성 거부였다. 다수파가 이 행동을 사민당 의원연맹으로부터의 이탈로 규정하자 소수파는 이에 대한 반발로 독자 모임인 ‘사회민주주의협의회’를 결성했다. --- 53~54쪽, 제4장 제1차 세계대전, 당의 분열과 그 결과

사민당은 나치의 거센 협박에도 제국의회 정당으로 유일하게(공산당은 이미 이전에 해산되었다) 대단히 상징적인 행동 방침에 합의했는데, 이는 사민당의 명예뿐만 아니라 독일 의회주의를 구원하는 행위였다. 1933년 3월 23일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을 사실상 폐기하는 전권위임법이 상정되었을 때 이에 대해 동의를 거부했던 것이다 --- 82쪽, 제5장 헌법 정당, 집권 정당, 야당

1933년에서 1935년 사이에 수천 명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일단은 ‘마구잡이식’ 수용소에, 나중에는 국가가 설립한 초기 집단수용소(다하우, 엠스란트)에 끌려가고, 학대받고, 살해되었다. 그들 중에서 유대 출신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특히 혹독히 박해받았다. 수천 명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일단 인접한 외국으로 갔다가 이후 더 먼 외국으로 도피했다. 나치에게는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 정적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나치운동에 적대적으로 맞섰던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심도 분명 동기로 작용했다. --- 85~86쪽, 제6장 박해, 저항, 망명

사민당은 부르주아 정당들보다 더 포괄적인 민주주의 개념을 갖췄음에도 초지일관 의회제 창설에 동참했다. 제헌의원협의회(Parlamentarischen Rat)에 참여하면서 그들은 기본법에 민주주의적이며 사회주의적인 구상을 끼워 넣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어도 그를 위한 가능성은 열어놓으려고 애썼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국가 개념의 관철은 매우 중요했다. --- 110쪽, 제7장 전후 시대의 방향 설정

고데스베르크 강령의 토대 위에서 1989년 12월 결의된 새 강령은 사민당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현실주의 인류학 그리고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기본가치에 관한 세심한 개념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강령에는 한편으로는 그동안 논쟁을 벌여온 산업사회의 (생태 문제와 사회복지를 고려한) 재건축, 상호 존중과 소통(Miteinanderumgehen)의 새로운 문화, 탈민족적 정체성, 공동의 안보, 유럽 공동체에 관한 논의가,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의 집’ 유럽에 관한 논의가 반영되었다. 강령에는 이처럼 중요한 주제들이 나열되었지만 전체적인 일관성은 결여되어 있었다. --- 164쪽, 제10장 야당으로서의 새로운 방향 모색

여론에서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도되었던 어젠다 2010의 결과는 노동조합의 신랄한 비판뿐 아니라, 특히 노동조합 배경을 가진 적지 않은 수의 사민당 당원의 탈당 사태였다. 그들이 보기에 사민당은 더 이상 과거처럼 정치 영역에서의 노동조합 활동의 연장으로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젠다 2010의 결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첫째, 동독 지역에서 PDS가 격렬하게 어젠다 2010에 반대하는 선전에 나섰으며, 둘째, 서독 지역에서도 부분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으며 저항운동이 등장했고 이 움직임은 결국 2004년 선거연합인 ‘노동과 사회정의(WASG)’라는 정치 단체 결성으로 귀결되었다. --- 199쪽, 제13장 제2의 사회민주주의 시대(?)

오늘날 사민당이 처한 상황은 몇 가지 중요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독일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민당의 견고한 지지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유럽에서 이들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정 욕구가 이미 충족되었다면 이제 정의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일까? 다른 문제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나 기후 문제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이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아닐까? ‘사회적’인 것과 ‘민주주의적’인 것을 포괄하는 강령, 그러면서도 응집력 있는 영향력과 빛나는 후광을 동시에 가진 하나의 포괄적인 강령은 어느 정도 개발될 수 있을까? 다른 한편 다양한 정치 영역을 연결하는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연대와 협치, 투쟁과 저항으로 이뤄낸
유럽 최장의 정당사

독일 사회민주당은 유럽에서 가장 전통이 깊은 정당 가운데 하나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럽사에서 중요하게 대두한 문제 대부분이 독일 사민당의 역사 속에 녹아 있다. 그중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은 지금까지 사민당이 집중해온 문제였으며 그들의 역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베른트 파울렌바흐는 독일사의 정체성, 사회민주주의 노동운동과 노동자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현대사가이다. 사민당의 과거사 정책을 담당하면서 서독의 탈나치화에 큰 영향을 끼쳤던 그의 시각으로 사민당의 역사를 바라본 이 책은 현재 독일 정치와 노동 현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 장미대선을 전후로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 많은 이들이 예로 드는 것이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 독재, 분단을 겪으며 독일이 성공적으로 국가를 재건할 수 있었던 조건에 연정체제가 한몫을 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야당의 위치에서 다른 정당과 함께 독일 정치의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낸 사회민주당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협치와 연대의 역사를 살피는 것과도 같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사회민주주의의 실현과 과제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익숙하지만 그 내용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사회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건 정당이 한국에 없을뿐더러 이 개념을 정의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이것을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오래된 역사가 바로 독일에 있다. 2013년, 창당 150주년을 맞은 독일 사회민주당은 민족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부터 시작해 초국가적 통신망과 글로벌 경제가 가능한 지금까지 존속하며 독일 정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 책은 그들이 150년에 걸쳐 사회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이겨냈는지에 대한 것이다. 창당 초기에 독일의 노동조합과 사민당은 어떤 관계였는지, 비스마르크의 정치에 왜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는지, 세계대전 참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나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등의 이야기는 사회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내용이다. 독일 사민당의 이야기는 한 정당의 역사이지만 동시에 독일의 현대사, 나아가 유럽의 현대사를 포괄한다.

『독일 사회민주당 150년의 역사』는 독일 사민당의 긴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그들은 자본가들에 의해 억압과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기득권 세력의 탄압과 박해를 받아야 했다. 온건한 개혁과 체제 타도를 둘러싼 당내 노선 투쟁도 만만치 않았다. 창당 초기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급성장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당이 분열되는 아픔도 겪었고, 나치의 집권을 막지 못해 당이 해체되기도 했다.

독일사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제시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실현이다. 독일 사회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불평등 개선과 복지 향상, 사회민주주의 실현은 오늘날 독일 사회 곳곳에서 성과가 나고 있다. 경제 민주화나 사회적 시장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 독일 모델의 눈부신 성과는 그들의 투쟁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독일 재통일도 온갖 오해를 무릅쓰며 동서 화해와 공존을 추구했던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노력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실현 가능한’ 개혁의 역사

독일 총선과 관련해 새로운 사민당 대표로 선출된 마르틴 슐츠(Martin Schulz)가 주목받고 있다 . 슐츠는 ‘어젠다 2010’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책에서 언급되듯이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사민당 내부에서 큰 저항에 부딪힌 정책이다. 실제 ‘어젠다 2010’ 이후 일부 당원들이 탈당했고 사민당은 이러한 행보가 정치 영역에서 노동조합 활동의 연장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이처럼 지금 독일이 노동문제에 대해 논쟁하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민당의 강령과 정책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더불어 한국의 사회민주주의, 한국의 연립정부 구성을 고민하는 데에도 이 책은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현저하게 낮은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2012년 기준 10.1%)로 미루어 봤을 때, 많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러 후보들이 앞다퉈 노동 환경 개선을 언급하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자본가들에 의한 억압과 착취에 맞선 노동자들로부터 독일 사민당이 시작했다는 사실은 일터 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그들의 역사가 참고서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립정부 구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양당제가 허물어지고 다당제가 자리 잡은 이 시점에서 여소야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다수다. 수권을 한다 해도 큰 권력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여당은 각 정당과 협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민당이 집권당이 되기 위해 겪은 여러 어려움과 독일의 정당 체제 안에서 사민당이 처한 상황, 다른 정당들과의 관계나 정부 구성을 둘러싼 정당 간 협상들도 유심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독일 사민당의 역사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한 인간이 끊임없이 실현 가능한 개혁을 시도하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구체적 사례이다. 따라서 독일사의 범위를 넘어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을 비춰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지금 우리가 그들의 역사를 바라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