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한일관계사 연구 (전공분야>책소개)/3.재일조선인

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대담집 (2024)

동방박사님 2024. 7. 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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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경계적 사유와 재일디아스포라의 위치

이 책은 한반도와 일본의 정치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이 민족과 언어,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대담집이다. 이들의 경험은 개인사와 민족사, 민족사와 세계사, 미시사와 거시사의 교차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가치를 갖는다. 재일조선인 지식인들은 20세기 들어 국권의 상실과 민족 분단으로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하여 식민주의와 분단체제에 의한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면서 이를 극복할 비판과 저항의 형식을 창조해온 지식인들이다. 즉, 이들은 ‘자기 민족이 사는 공간’을 떠나야 했던 박탈과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자기 민족이 아닌 민족이 사는 공간’에서도 차별과 억압을 겪어야 했던, 민족과 민족의 사이-경계를 살아온 존재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소중한 것은 이런 사이-경계의 사유를 토대로 민족 내의 다수자의 체제와 이념의 차별적 폭력성을 집요하게 탐문하면서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즉 민족 문제를 치열하게 사유하면서도,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 국가주의와 탈국가주의의 이념적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질문하고자 하였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 | 김석범과의 대담 - 재일조선인과 준국적 그리고 일본어문학
제2장 | 서경식과의 대담 - 조국, 모국, 그리고 새로운 아이덴티티
제3장 | 최덕효와의 대담 - 초국적 역사 연구에서 마이너리티의 시각
제4장 | 정영환과의 대담 - 재일조선인 역사와 닻으로서의 조선적

저자 소개

저 : 김석범
1925년 오사카(大板)에서 태어난 김석범은 평생에 걸쳐 ‘제주 4·3 사건’에 관련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18세인 1943년에 제주도에서 일 년여 머물며 의기투합한 청년들과 조선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1945년 3월에는 중국으로 탈출해서 임수정부를 찾아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오사카로 돌아가야 했다. 해방 후인 1946년에도 그는 서울로 돌아와 국학자 정인보 선생...

저 : 서경식 (徐京植)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

저 : 최덕효 (崔德孝)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 릿쿄대학을 졸업하고 코넬대학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포니정재단 펠로우십 프로그램으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영국 셰필드대학 동아시아학부 조교수로 있다. 해방 후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재일조선인 문제를 다룬 박사학위논문 “Crucible of the Post-Empir....

출판사 리뷰

왜 세대별로 보고자 했는가?

이 책에서 우리는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의 고민과 사유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세대적으로 어떻게 변주해왔는가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세대별로 바라보고자 한 이유는 이들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추상화하기보다는 이들이 각자가 처한 역사적 시대와 정치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간 차별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들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대담자로는 『화산도』라는 대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김석범(1세대),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서양미술순례』, 『언어의 감옥에서』 등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특수한 위치를 디아스포라라는 보편적 시각으로 풀어낸 작가 故서경식(2세대), 『해방공간의 재일조선인사』와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를 통해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킨 역사학자 정영환과 『포스트 제국의 시련-1945년에서 1952년까지 미국과 일본의 관계 속에서 탈식민화, 인종, 냉전의 정치학』이라는 논문으로 국제아시아학회의 인문학 분야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하고 한일 관계를 넘어선 초국적 시각으로 재일조선인 역사를 재조명하는 최덕효(3세대), 이렇게 네 분을 선정하였다. 이 책은 이 네 분을 세대별로 나누어 한반도와 일본 사회에 대한 그들의 경험과 고민을 들어보고, 그 속에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대담자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 즉 민족, 세대, 언어, 문화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이들의 디아스포라적 문제의식의 공통점과 차이를 듣고, 이를 통해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세대적·역사적 변화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디아스포라의 위치가 존재하는 한 디아스포라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대의 시각에서 역사적 경험과 이해를 구분 짓고 그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대의 관점은 일본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의 존재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약화되거나 동화되지 않을까 하는, 즉 은연중에 세대의 변화에 따라 애초의 디아스포라의 문제의식이 변질되고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목적론적인 시각이나 세대 간의 단절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대 개념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경계하면서 이 개념을 중립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였다. 재일조선인 지식인을 바라보는 데 세대의 개념은 한계 못지않게 장점도 있다. 세대 개념과 디아스포라의 위치를 잘 종합하여 살펴볼 경우, 세대의 시각은 일본 내의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변화하는 사고와 역사적 경험을 복잡한 변화의 과정으로 읽어내는 한편,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선후배 세대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계승, 발전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달라지는지를 드러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대담자와 질문자 모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디아스포아의 ‘위치’와 ‘맥락’이 존재하는 한, 세대가 달라져도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문제의식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민주의적 유산이 남아있고 국가주의의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는 한, 디아스포라의 위치와 맥락은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위치와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디아스포라적 사고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디아스포라의 정치학을 제기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