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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헬라스어 원전 완역본) 2,080매 주석의 정치학 결정판, 모든 시민이 행복한 공동체를 위하여 (2023)

동방박사님 2023. 11. 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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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치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철학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공동체(폴리스, 국가)는 어떤 기원을 통해 형성되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 조건은 어떤 것인가? 어떤 근거에서 우리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가? 한 공동체에서 정의는 어떤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정치적 정의와 경제적 정의는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 어떤 자격을 갖춘 자가 지배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 정당성은 무엇인가?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는 완벽한 것인가? 시민 교육은 공교육 체제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궁극적인 마지막 물음!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치철학적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체제는 시민의 도덕성과 평등성, 시민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총의에 따르는’ 정치체제다. 또한 폴리스(국가)의 도덕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아리스트텔레스의 정치철학적 국가 이론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기반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오늘날의 정치체제와는 ‘극단적으로’ 대립된다. 『정치학』 저술의 궁극 목적은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된 ‘덕 있는 삶과 고귀한 삶’의 진작을 위해 폴리스(국가)를 새롭게 개조하려는 작업을 완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목차

수정판을 내면서 7
옮긴이의 말 9
일러두기 15

제1권 폴리스와 가정 21

제1장 인간의 좋음과 정치적 공동체 23
제2장 폴리스의 기원과 성장, 그리고 목적 28
제3장 가정 관리와 가정의 부분들: 가정에 대한 예비적 분석 40
제4장 주인의 도구로서의 노예 43
제5장 자연적 노예에 대한 정당화 47
제6장 자연적 노예의 정당화에 관한 논쟁 53
제7장 노예 지배에 필요한 주인의 기술 60
제8장 가정 관리와 획득술 63
제9장 교환 경제의 기원, 성장, 다양성 70
제10장 획득술과 관련된 가정 관리, 교역, 대부(貸付) 79
제11장 획득의 방식과 독점: 분석과 평가 83
제12장 가정의 관리, 여자와 아이 90
제13장 가정 구성원의 도덕적 탁월성 93

제2권 최선의 정치체제에 관한 견해들
플라톤의 『국가』와 『법률』, 스파르타와 카르타고 103


제1장 선행 철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최선의 정치제제, 재산 공유의 한계 103
제2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사회적 ‘하나임’과 정치적 ‘하나임’에 대한 비판 105
제3장 하나임의 체제에서의 언어와 소유의 심리학 114
제4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아내와 자식 공유제에 대한 비판 120
제5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재산 공유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정치체제 125
제6장 플라톤의 『법률』에서 최선의 국가에 대한 두 번째 비판 139
제7장 팔레아스의 정치제도: 평등주의에 대한 비판 153
제8장 힙포다모스의 정치체제와 재산, 법, 혁신의 문제 163
제9장 스파르타의 정치체제와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 174
제10장 크레타의 정치체제와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 192
제11장 카르타고의 정치체제와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 201
제12장 솔론의 정치체제에 대한 옹호, 다른 입법자들의 중요한 정책 210

제3권 폴리스와 정치체제 219

제1장 시민의 정의: 관직과 판결에 참여해야 한다 221
제2장 시민의 조건 229
제3장 폴리스는 정치체제를 공유하는 시민의 사회 232
제4장 좋은 사람의 덕과 좋은 시민의 덕, 그리고 좋은 지배자 238
제5장 노동자와 직공 기술자들도 시민일 수 있는가 248
제6장 올바른 정치체제와 타락한 정치체제 253
제7장 정치체제의 분류 259
제8장 과두정과 민주정을 정의하는 어려움 263
제9장 민주정과 과두정에서의 정의 266
제10장 누가 지배자가 되어야 하는가? 274
제11장 다중의 최고 관직 참여와 최고 권력으로서의 법 277
제12장 정치적 정의, 동등성, 최고의 권위 287
제13장 정치적 관직에 대한 요구 293
제14장 왕권의 유형 306
제15장 왕정과 법 314
제16장 절대적 왕정 322
제17장 최고로 탁월한 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 329
제18장 왕의 교육과 이상적인 정치체제 332

제4권 정치체제의 유형 335

제1장 정치학의 탐구 영역과 과제 337
제2장 여러 정치체제와 그것들 간의 우수함의 서열 343
제3장 왜 여러 종류의 정치체제가 있는가 348
제4장 폴리스의 부분들과 민주정의 종류 353
제5장 과두정의 종류 368
제6장 과두정과 민주정의 네 가지 종류 371
제7장 여러 종류의 귀족정 375
제8장 귀족정과 구별되는 혼합정의 특징 378
제9장 혼합정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383
제10장 참주정의 세 가지 종류 388
제11장 중간적 정치체제 390
제12장 시민의 양과 질에 적합한 정치체제: 과두정과 민주정 400
제13장 중무장보병의 정치체제 404
제14장 관직자를 임명하는 방식: 정치체제에서 심의하는 부분 409
제15장 정치체제와 관직자의 임명 방식에 대해서 416
제16장 정치체제와 법정의 구성: 여덟 가지 종류의 법정과 재판관을 임명하는 방식 429

제5권 정치체제의 보존과 파괴 433

제1장 동등성, 정의, 정치체제의 변화와 보존 435
제2장 정치체제 변화의 일반적 원인 444
제3장 정치체제 변화의 개별적 원인 448
제4장 정치체제 변화의 파당의 직접적 원인 458
제5장 민주정이 무너지는 개별적 원인: 참주정이 발생한 이유 467
제6장 과두정이 무너지는 이유와 원인 473
제7장 귀족정에서의 파당과 정치체제 변화의 네 가지 원인 483
제8장 8파당을 막고 정치체제를 보존하는 방법 1 491
제9장 파당을 막고 정치체제를 보존하는 방법 2 501
제10장 1인 지배정의 기원과 몰락 510
제11장 1인 지배정과 참주정을 보존하는 방법 529
제12장 오래 지속되는 참주정: 플라톤의 정치체제 변화에 대한 비판 546

제6권 정치체제의 종류와 정치제도: 민주정과 과두정 557

제1장 혼합된 정치체제들과 민주정의 여러 종류 559
제2장 민주정의 원리와 제도 563
제3장 민주정의 동등성과 정의 569
제4장 민주정의 유형과 서열 572
제5장 민주정의 보존 581
제6장 과두정의 확립과 보존 1 587
제7장 과두정의 확립과 보존 2 589
제8장 정치적 관직의 종류 593

제7권 교육과 최선의 정치체제 603

제1장 가장 바람직한 삶: 행복605
제2장 정치적 삶과 철학적 삶 1 613
제3장 정치적 삶과 철학적 삶 2 621
제4장 인구: 이상적 폴리스의 크기 627
제5장 영토 634
제6장 시장과 해군의 힘 637
제7장 기후와 성격 641
제8장 폴리스의 부분들과 필수 불가결한 것들 646
제9장 사회적 역할과 재산 651
제10장 공동 식사 제도와 땅의 분배 657
제11장 시민의 건강과 안전: 폴리스의 위치와 지형 664
제12장 도시 설계 670
제13장 행복에 관한 논의 재정리: 행복과 덕 673
제14장 동등성과 교육: 시민을 위한 교육 680
제15장 교육과 여가: 습관과 이성 691
제16장 성, 혼인과 아이들: 우생학 697
제17장 가정 내에서의 교육 708

제8권 최선의 정치체제에서의 교육과 무시케 717

제1권 공교육의 필요성 719
제2권 교육의 목표 723
제3권 교육과 여가, 음악의 역할 727
제4권 신체 훈련 733
제5권 오락, 성격, 여가 738
제6권 음악교육 751
제7권 음악: 음계와 리듬 760

해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 윤리학과 정치학의 만남 769
I.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사상의 발전 771
II. 『정치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정치학의 윤리적 성격과 윤리학의 정치적 성격 893

참고문헌 938
찾아보기 943
 

저자 소개 

저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322))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위인이다. 1998년 저명한 현대 철학자들이 뽑은 “서양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의 목적”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년에 북부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의 스타게이로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니코마코스는 왕의 주치의였다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릴 때 죽었다. ...
 
역 : 김재홍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 고전철학을 전공해 1994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론에서의 변증술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고중세 철학 합동 프로그램’에서 철학 연구를 한 후, 가톨릭대 인간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있다. ...

책 속으로

부정의가 무기를 소유할 때 가장 가혹한 것이 되는데, 인간은 슬기(지성)와 덕을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갖추고 태어났지만, 이 무기는 정반대의 목적을 위해 최대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덕을 결여하게 된다면 [동물들 중에서] 가장 불경스럽고, 조야(粗野)하게 되며, 성애와 음식만 탐하는 가장 열악한 것이 된다. 그러나 정의는 [개인만이 아니라] 폴리스에 관련된 것이다. 왜냐하면 정의(재판)는 폴리스를 형성하는 정치 공동체의 질서를 가져오고, 정의(재판)는 올바른 일에 대한 판정이기 때문이다.
--- p.38

지배하는 자가 절제하지도 또 정의롭지도 않다면, 어떻게 훌륭하게 지배하는 것이겠는가? 또한 지배받는 자도 어떻게 훌륭하게 지배받을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방종하고 비겁한 사람은 자신이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의무)을 아무것도 수행할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자 모두 필연적으로 덕을 나눠야만 하지만, 자연에 근거해 지배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이 덕에는 차이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 p.95

공통의 유익함을 고려하는 정치체제들은 무조건적으로 정의로운 것[의 기준]에 따른 올바른 정치체제인 반면에, 지배하는 자들 자신만의 유익함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체제들은 죄다 잘못된 것이며, 이는 어느 것이나 올바른 정치체제들로부터 벗어난(타락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치체제들은 노예에 대한 주인의 지배와 같은 것들이지만, 폴리스는 원래 자유로운 사람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 p.261

최선의 인간이 아니라 열등한 사람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폴리스가 좋은 법질서에 있다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며, 마찬가지로 좋은 법질서에 있지 않은 폴리스가 귀족정적으로 통치되고 있다는 것도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제정된 법률이 좋은 것이라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좋은 법질서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법질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하나는 좋은 법질서에는 제정된 법률에 사람들이 복종하는 측면과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준수하는 법률이 실제로 잘(좋게) 제정된 것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나쁘게 제정된 법률에도 복종할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가능한 한 최선의 법률을 따르거나, 혹은 무조건적으로 최선인 법률을 따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384

최선의 정치체제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그것에 따라 어떤 방식이든 최선으로 살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직(체제)이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삶은 덕을 동반한 삶이라는 데 동의한 바로 그 사람들은, 정치에 관련된 실천적인 삶과 오히려 모든 외적인 일들에 결부되지 않은 삶, 즉 어떤 사람들이 이것만을 철학적 삶(철학자에게 걸맞은 삶)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어떤 종류의 관조적인 삶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왜냐하면 옛날이든 지금이든 덕에 관계되는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이 두 가지 삶의 방식의 한쪽을 선택해 온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두 가지 삶이란 정치적인 삶과 철학적인 삶이다. 둘 중 어느 것이 참인지에 따른 차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인간 개개인에게서도, 공공적인 점에서도 정치체제에 대해 양식 있는 실천적인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더 나은 과녁(목적)을 겨냥해 주목함으로써 자신의 일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 p.614~615
 

출판사 리뷰

윤리 없는 정치는 가능하지 않다!

“최상의 정치체제에서 시민이란
지배받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이며,
덕에 입각한 삶의 방식을 목표로
그 양쪽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를 말한다.”
제3권 제13장 1284a1-3

정치철학에 대한 근본 문제를 제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근래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민주정에 대한 비판, 남성 지배적 권위주의, 여성에 대한 경멸, 노예제 수용, 문화 및 언어에 따른 본성적 인종주의, 한 공동체에서의 엄격한 시민권의 제한 등등. 즉, 오늘날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특정한 이데올로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정치학』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철학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동체(폴리스, 국가)는 어떤 기원을 통해 형성되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 조건은 어떤 것인가? 어떤 근거에서 우리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가? 한 공동체에서 정의는 어떤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정치적 정의와 경제적 정의는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 어떤 자격을 갖춘 자가 지배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 정당성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민주주의는 수정 가능하지 않은 정치체제인가?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는 완벽한 것인가? 시민 교육은 공교육 체제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궁극적인 마지막 물음!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치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체제에 대해 냉정하리만치 중립적인 태도와 관찰자적 입장을 취한다. 그는 아테네에서 시민이 아닌 거류외국인 신분으로 지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에서 오래 살았지만 아테네 시민이 누리는 정치적 권리를 갖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이상적 폴리스’는 고향 스타게이라의 환경과 입지, 영토의 크기, 인구 등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폴리스의 크기와 규모를 논하면서 그가 제시한 한계 규정들, 즉 자족한 상태로 삶을 경영할 만큼의 인구수, 시민들이 서로를 쉽게 알아볼 정도의 인구 규모, 한눈에 전체를 살필 수 있는 크기의 영토를 비롯하여 생산물자 수송에 용이한 바닷가를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은 스타게이라의 지역적 환경과 유사하다. 또한 『정치학』에 나타나는 자연주의적 경향과 생물학에 대한 관심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에 기초하여 『정치학』에서 피력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자연주의의 기본 테제는 이런 것이다.
첫째, 인간은 자연적으로(본성적으로) 폴리스적 동물이다. 둘째, 폴리스는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셋째, 폴리스는 자연적으로 개인에 앞선다.

오랜 기간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머무르며 철학을 공부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 철학을 면밀하게 접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주요 정치적 저작 『국가』, 『정치가』, 『법률』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 사상과 정치적 개념들을 『국가』, 『법률』 등에서 차용하고 있다.

국가 경영 기술을 포함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보여준 치열한 논의와 철저한 반성은 아직도 유효하며,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풀어가야 할 여전한 숙제일 수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사상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배울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정치적 정의와 법치에 근거한 정치적 행위, 정치적 공동체에 시민 참여를 의무로 부과하는 것, 공교육에 대한 적극적 의미,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개인과 전체의 행복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

정치와 경제를 한데 아우른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의 효시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여전히 철학자뿐만 아니라 정치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정치학’의 창시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표명한 정치이론은 어떤 의미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 관심이란 측면에서 그의 『정치학』에 빚지고 있는 정치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아가 국가를 경영하는 기술을 포함하는 그의 정치이론에서 현대 정치학에 기여할 시사점을 찾아내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다.

정치가는 반드시 ‘좋은 인간’이어야 한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뜻에 따르는 정치체제를 위하여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적 공동체는 인간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인 셈이다. 따라서 인간은 정치적 행위를 통하지 않고는 행복을 성취할 수 없다. 자유롭고 동등한 시민은 지배하고 지배받음으로써 정치적 행위를 수행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전체 공동체의 행복을 지향하기 때문에 정치가, 즉 입법가는 시민을 ‘좋은 시민’, 나아가 ‘좋은 인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보면 좋은 시민과 좋은 인간의 덕(탁월성)은 다르다. 그러나 정치적 동물로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시민’, ‘좋은 인간’이어야 한다. 폴리스는 인간을 좋은 시민, 좋은 인간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무엇을 교육시키는가? ‘아레테’(덕)이다. 특정의 실용적 목적을 위한 아레테만이 아니라 ‘좋은 인간으로서의 인문적 삶’, 다시 말해 ‘철학적 활동’이 가능한 여가 활동(schole, diagoge)을 하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덕적 성향을 지닐 수 있는 덕을 가르쳐야 한다.

정치가는 반드시 ‘좋은 인간’이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가 도덕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치적 정의’(to polkitikon dikaion)를 실현하는 공동체다. 정치적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관직에 봉사하는 정치가들이 현실적으로 다 훌륭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교육에 개입해서 ‘좋은 시민’과 ‘좋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뛰어난 개인의 능력이 전체와 조화하지 못한다면, 그 개인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행복에 기여할 수 없다. 가장 아름다운 눈, 귀, 입, 코를 한 얼굴에 채워 넣었다고 해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그렸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평등한 눈, 귀, 입, 코를 통해서 전체의 조화를 이루었을 때, 그 얼굴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다(『정치학』 제3권 제11장 1281a39 참조).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인간의 훌륭함과 전체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훌륭함을 만들어 가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보았다. 이런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선구자가 되는 셈이다. 그 교육의 담당자가 바로 입법가며 정치가다.
최근 학교 제도가 붕괴되고 있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교육의 목적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철학적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하는 이상적 폴리스는 도덕적 인간과 정치적 인간의 교섭적 관계에서 성립하는 도덕성에 기반한 윤리적 정치체제의 질서다. 그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체제는 어떤 정치체제일까? 시민의 도덕성, 시민의 평등성, 시민 자신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총의에 따르는’ 정치체제일 것이다. 또한 폴리스(국가)의 도덕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정치철학적 국가 이론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기반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오늘날의 정치체제와는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을 저술한 궁극적 목적은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된 ‘덕 있는 삶과 고귀한 삶’의 진작을 위해 폴리스(국가)를 새롭게 개조하려는 작업을 완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