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국제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4.미중패권

푸틴의 야망과 좌절

동방박사님 2022. 7. 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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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대개의 전쟁이 그렇듯이 전쟁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어느 한쪽 편을 들게 마련이다. 개인 간의 분쟁의 경우 양비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에서 양비론이란 그리 흔한 일도 아니고, 적절한 태도라고 보기도 힘들다. 영세중립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편이거나 러시아 편으로 가를 수 있다. 이른바 자유진영은 압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동정을 보내고 지원을 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많은 절대 다수 국가들이 러시아의 주권국가에 대한 무력 침공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과연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얻지 못했는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목표는 푸틴과 러시아 정부의 발표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존재이기에 주권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인정할 수 없다. 둘째, 현재 우크라이나는 나치주의자, 反(반)러주의자들의 수중에 있으므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이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이러한 푸틴과 러시아의 입장은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푸틴의 기대에 어긋나는 사태의 전개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짚어 볼 수 있다.
푸틴은 첫째,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무력 도발에 대해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가 감히 그리고 이렇게 끈질기게 항전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핵무기의 억제력을 전제로 한 기존의 주장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인간 사회를 다루는 ‘이론’과 실제 생활하는 인간들의 ‘정서’는 이렇게 괴리되어 있다. 둘째, 러시아 군대의 전투 수행 능력도 기대 이하로 크게 낙담하고 있다. 셋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의 경제제재가 의외로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진행될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여기에는 바이든의 대응 능력에 대한 오해도 일부 있었던 것 같다는 관측도 포함한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야망과 서방국가들의 대응 수준에 대한 오판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의 실패에서 기인한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고, 푸틴의 리더십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강대국일지라도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전쟁은 실패한 전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확인되었다. 앞으로 전쟁이 어떤 상황을 맞아 어떻게 사태가 급변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예측을 뒤엎는 상황 전개와 믿을 수 없는 뉴스 속보가 시시각각 전해지는 상황에서 누구도 앞날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 어떤 고명한 석학이 예측하는 미래 세계나 그 어떤 세기적인 문호가 그리는 창작의 세계도 신이 쓰는 인류 역사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파트는 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에 대한 개괄에 해당한다. 러시아인들에게 땅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왜 광대한 땅이 러시아에 숙명적으로 주어졌는가, 러시아인들의 정체성 형성에 땅은 어떤 의미로 작용했는가? 정체성의 혼란은 러시아인들에게 어떤 정치권력을 가져다 주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둘째 파트는 전쟁의 양상이 러시아의 생각과는 달리 전개되는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세계 2위라는 러시아군의 실체적 능력을 평가하고 정량적 군사력의 우위보다는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의 의지와 잘 훈련 받은 개인 전투능력 그리고 지휘부의 종합적 작전 수행능력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오직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정보기관 역할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 100년간의 러시아 정보기관의 역사와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서 그 안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

셋째 파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푸틴의 국제정치관, 러시아 국내정치체제의 성격, 국제정치 구조 등 세 차원에서 분석한다. 이 전쟁은 푸틴이 애초에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장은 푸틴이 어떤 착각을 했는지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장은 ‘나토 확대’를 전쟁 원인으로 내세우는 푸틴의 왜곡된 주장을 국제정치이론과 당시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한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을 비교하면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 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치질서에 어떤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그런 변화에 한국이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하는가를 지적한다.

넷째 파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의 논의를 개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와 공조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전쟁이 자국에 주는 파급효과를 가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유리한 결과로 끝난다면, 다음 차례는 중국의 대만 공격이 될 것이라면서 대응 태세를 갖추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주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권두언
서문

1절 전쟁의 기원 : 역사적인 접근

1. 러시아인들에게는 얼마큼의 땅이 필요한가?
2. 제정 러시아의 외연적 확산
3. 유라시아주의의 태동
4. 레닌에게 ‘해방’과 ‘독립’의 의미
5. 2차 세계대전과 소련, 위성국가들의 등장
6. 위성국가 혹은 완충 국가 속에 안전?
7. 소련 해체의 시작 : 소련의 실상과 러시아의 좌절
8. 유라시아주의의 부활
9. 러시아의 과거 회귀와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집착
10. 푸틴 리더십의 위기 : 정보의 실패

2절 러시아 군사력과 정보기관의 실체와 교훈

1. 러시아 군사력의 수준과 실체
1) 러시아의 압승 예상,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 러시아 군대의 실체와 진실
3)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몰락 그리고 기사회생
4) 젤렌스키의 여론전과 푸틴의 오만
5) 국방 및 무기체계 패러다임의 변화
6) 우리 군이 배워야 할 것들
7) 국제사회 차원의 체제수호 전쟁

2. 러시아 정보기관의 수준과 실체
1) 정보기관의 역사와 푸틴 정권의 정보기관
2) 러시아 정보기관의 민낯
3) FSB에 대한 푸틴의 불신과 어두운 그림자

3절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과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

1.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 틀
2.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정치 구조적 요인들
3. 푸틴의 국제정치관과 우크라이나 전쟁
4. 러시아 정치체제의 특징과 우크라이나 전쟁
5.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의 판단 착오
6.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치 질서 변화에 미칠 영향
7.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주는 교훈
8. 우크라이나 전쟁, 어떻게 끝날 것인가

4절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1. 들어가는 말
2.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
1) 전쟁 목표가 불분명한 전쟁
2)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3) 민간인 학살
4) 치열한 사이버 심리전
5) 핵무기 사용 가능성

3.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1)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입장
2)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

4.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1)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
2)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주는 함의

5.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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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김영호 (金暎浩)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박사
대통령 통일비서관, 외교부 인권대사 역임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서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북앤피플, 2018, 편저)
《대한민국과 국제정치》(성신여대출판부, 2018)
《대한민국의 건국혁명 1, 2》(성신여대출판부, 2015)
《정치학적 대화》(성신여대출판부, 2015)

저 : 이지수

명지대학교 교수, 북한정치 전공. 주요 논저로 「1950년대 재소 유학생의 소련 망명 사건과 북한의 패쇄체계 강화」(2020), 『김일성시대 사회통제-탈북자 증언을 중심으로』(2018), 『김일성의 6·25전쟁 중 방소 대화록에 관한 고찰』(2018) 등이 있다.

저 : 우평균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비교정치 및 국제정치 전공. 주요 논저로 「북한 경제 특구 정책의 특성-한계와 지향성」(2019), 『김정은 시대의 신 4강 대외정책』(공저, 2016),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라시아』(공저, 2016)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러시아인들에게 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질문을 왜 유독 러시아인에게 던져야 하는지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자. 제정 러시아는 한때 알래스카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지금의 유라시아 대륙에 걸치는 정도에서 나아가 북미지역에까지 이르렀다. 어떻게 이런 광대한 영토를 갖게 된 것인가? 도대체 땅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 p.16

제정 러시아가 해체된 이후 등장한 소련(소비에트 연방)도 땅 욕심쟁이였다. 그들은 제정 러시아를 혁명으로 무너트렸지만, 그 광대한 정복지는 그대로 계승했다.
--- p.17

2차 세계대전을 고비로 제국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우리는 이해한다. 패전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강제 병합 지역이었던 식민지를 내놔야만 했다. 비단 패전국만 영토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영국을 위시한 유럽의 제국들도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제국의 지위가 내려앉았다. 2차 대전 이후 출현한 신생 독립국들 가운데는 대한민국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제정 러시아를 계승한 소련과 청 제국에 이은 중국은 2차 대전 이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영토를 대체로 보존했고, 심지어 확장하기까지 했다.
--- p.18

농지 개량이나 농경법 발전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농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해서, 넘치는 인구의 문제도 동쪽으로 이주하면서 해결될 수 있었다. 이것은 동쪽으로의 이동이나 확산에 거의 장애가 없었다는 점과 더불어 러시아인들로서는 비교적 손쉬운 해결방식이었다. 요컨대 내재적인 문제 해결 방식보다 더 간편한 외연의 확대라는 탈출구가 존재했던 셈이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먼저 바깥에서 원인을 찾는데 익숙하다는 설명이 따른다. 가령, 남 탓이나 마녀사냥의 대상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해석에는 러시아인들이 집단으로 자의식이 미숙하다는 주장까지 덧붙여지곤 한다. 자의식의 미숙은 절대성에 복종하려는 본능을 자극하고 대대로 황제나 공산당, 그리고 푸틴이 절대적으로 군림해 온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자기반성, 성찰, 회의에서부터 내부 문제를 분석하지 않는 점은 위기가 닥칠 때 쉽게 외부의 적을 호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에게 서구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적이었다.
--- p.22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의 논쟁이 활발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당시 지식인들은 러시아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고민과 질문은 정체성이 과연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은 사실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오래된 숙제다. 제정 러시아를 이은 혁명 초기에 러시아 지식인들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정 러시아 말기, 혁명 초기에 주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일군의 망명 러시아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새로운 러시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유라시아주의라고 부른다.

러시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한창 진행중이던 당시에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의 전통적인 사상과는 결이 다른 마르크시즘이 수용되면서, 이질적인 상황이 된 조국에 대한 지식인들의 고민은 당연했다. 이들의 주장은 여러 갈래로 전개되어 내용을 확정하기 쉽지 않지만 단순화하면 러시아의 정체성은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유라시아 자체라는 것이다. 서구도 아니고 슬라브도 아닌 유라시아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 p.24

레닌이 말한 피압박 약소민족 해방이란 우리 선조들이 꿈꿨던 조선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레닌은 계급의 해방을 말했지, 부르주아 국가의 독립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레닌이 말한 해방투쟁(борьба за осв обождение)은 독립투쟁(борьба за независимость)과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었다.
--- p.26

1956년 헝가리 반정부 시위 진압과 1968년 체코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이 두 사건과 일견 유사해 보이는 상황이 2022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졌다. 정부에 불만을 느낀 시위대의 세가 확산되자 러시아,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군사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는 카자흐스탄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에 동의하고, 러시아는 특수부대를 파병하여 시위대를 진압한 후 귀환하였다. 이 장면에서 과거 ‘바르샤바 조약’이라는 굴레로 동구 공산국가들의 내정에 개입했던 소련의 모습이 떠오른다. 푸틴은 과거 바르샤바 동맹국이란 틀을 지난날 소련연방을 구성했던 국가들에도 똑같이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p.38

러시아인들에게는 인식의 공허함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절대주의나 사회주의 이념처럼 강제로 외부에서 주입된 집단적 자의식이 아니라 또 다른 집단 자의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집단 자의식에 앞서 먼저 정립되었어야 할 ‘개인’이 결여된 ‘Homo Sovietcus’에게는 무리한 요구였다. 여기서 유라시아주의라는 사고가 호출된다.
--- p.50

지식인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유라시아주의를 비롯한 러시아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직접 정치에 끌어들인 것은 푸틴이다. 애초에 푸틴의 유라시아 인식은 아주 간단했다. 그의 연설 등에서 드러난 그의 러시아 미래비전은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땅덩어리다. 전 세계 물류 이동의 절대 다수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간다. 그 물류 이동의 대부분은 해상 운송인데 유라시아의 육로 운송으로 유도해 낸다. (배에서 싣고 내리는) 상역과 하역의 절약 이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물류가 이동하면 사람이 이동하고, 정보가 흐르고, 결국 모스크바는 유라시아와 세계의 중심지로 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베리아철도(TSR), 중국철도(TCR), 한반도종단철도(TKR) 등과의 연결이 급선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 p.55

한 국가 혹은 지역이 주변을 아우르는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크게 두 가지 경로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구심력 중심적인 유형이다. 발달한 시스템, 쾌적한 삶의 조건, 우수한 법 제도, 꽃피는 문화 예술 등의 내적 유인 요건이 충분하여 주변에서 스스로 자발적인 집중을 형성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점령 방식의 팽창을 통해 스스로 중심임을 자임하는 경우다. 전자가 문명 발전을 기본으로 한 평화적이고 자연스러운 인류사의 흐름이었다면, 후자는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역사의 격랑에 해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유라시아 지역의 중심 국가로 부상시키려는 푸틴의 구상은 러시아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쳤을지 모르지만,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방적 희망 사항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푸틴이 애초에 출발은 평화적이었던 유라시아 구상을 점점 신경질적이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 p.56

러시아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집권당 교체)는 거의 무망(無望)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제는 집권당 내에서 지도자 교체를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Regime change 없는 Leadership change를 통한 위기 극복은 소련공산당 시절 반복되던 장면이었다. Leadership change 가능성은 푸틴이 자초한 결과다.
--- p.65

이런 군사력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군사평론가들의 예측대로 우크라이나는 며칠 만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러시아에 무조건 항복했어야 했다. 그러나 예측과는 달리 현실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다. 무엇이 이들의 예측을 비켜간 결과를 가져오게 했을까. 아마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방향성은 물론이고 미래전 수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시작점이 될 것이다.
--- p.73

젤렌스키는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중부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와 증조부의 세 형제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다. 그의 집안은 뼛속까지 유대인 특유의 항쟁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p.106

지금 세계는 자유민주진영과 전체주의진영 간의 대격돌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해체 이후 평화에 대한 환상과 전체주의 국가와도 공존이 가능하다는 식의 미몽에 빠져 있던 자유민주 국가들을 일깨우고 있다.
--- p.116

지금은 그 누구보다 정보기관의 특성을 잘 아는, KGB 출신이자 FSB의 수장을 지낸 푸틴이 자신의 KGB 출신 측근들과 함께 FSB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정권 안보는 물론이고 푸틴 개인 보호에 활용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 단순한 정보 수집과 분석기관을 넘어선 안보와 법 집행기구 권한까지 부여했다.
--- p.120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의 군사력과 정보력은 베일 속에 싸여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세계 2위라는 군사력은 온데간데없고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성의 극치인 공산국가 군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KGB의 뒤를 이은 FSB조차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p.126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높은 지지율 이면에 숨겨진 러시아의 실체,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내몰린 징집병들의 수준과 대비되는 모습 그 자체이다.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어찌 보면 러시아인들의 푸틴에 대한 높은 지지율조차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는 아첨꾼들이 조작한 여론조사와 부정투표의 결과일 수도 있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특정 개인의 권력을 보장하거나 소수 추종자를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하기에 차르를 꿈꾸는 독재자 푸틴에게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 p.127

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더욱 구체적으로 푸틴은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전쟁 시점과 관련하여 푸틴은 왜 2022년을 전쟁 개시일로 택했을까? 러시아가 21세기에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를 19세기 제국주의식으로 침략하는 것을 보면서 갖게 되는 의문들이다.
--- p.130

우크라이나 전쟁은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다양한 이론들을 동원해서 이 전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케네스 월츠가 제시한 ‘세 가지 이미지(Three Images)’라는 이론 틀을 갖고 이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고자 한다.
--- p.130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은 푸틴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토 가입 문제로서만 설명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푸틴의 국제정치관이 러시아 국가정체성과 국익에 대한 인식과 정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국제정치적 차원의 요인과 함께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금권과두 독재체제’로 타락한 러시아 정치체제의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쟁의 또 다른 원인은 22년간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푸틴의 장기집권욕에서 발견된다.
--- p.140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은 그 전쟁 이전 상태보다 더욱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전쟁 이전에도 미국은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탄압에 간여한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해 왔다. 2021년 말 미국 의회도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안’을 통과시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들의 미국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 돌려졌던 미국의 관심이 중국으로 되돌아옴으로써 미·중 패권 경쟁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 p.171

핵보유국에 의해 위협을 받는 국가는 핵 억지력을 갖는 것이 안보에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크라이나 전쟁은 던져주고 있다. 냉전 당시 소련연방의 일원이었을 때 우크라이나는 170여 기의 핵미사일과 1,8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소련이 해체된 후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와 경제지원을 목적으로 미국이 1991년 마련한 ‘넌-루거 법안’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했다. 그 대신 1994년 12월 미국과 러시아와 영국은 ‘부다페스트협약’을 체결하여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우크라이나 침략에서 보듯이 지켜지지 않았다.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핵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일부 핵이라도 억지 차원에서 갖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못했을 것이다.
--- p.174

우크라이나 전쟁은 침략 전쟁의 새로운 단계를 21세기에 제시하고 있으며, 권위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침략의 신시대를 열고자 한다. 만일 푸틴의 군사적 침략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징조라면,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권위주의 열강들은 미국에 반격하고 세계를 재편할 때가 왔다고 믿고 있다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세계질서를 파괴하고 현상타파를 원하는 세력이 이익을 얻는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구도이다.
--- p.185

완충국을 확보하기 위한 단일 목적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사례는 매우 희귀하다. 현대 소련의 영토를 확충하고 완성한 것은 스탈린이다. 스탈린이 서방과 소련의 완충지대로 동유럽에 공산주의 위성국가들을 수립하였는데, 이 시도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시점에 연합군의 유럽 진군 과정에서 미국이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일종의 전리품처럼 쉽게 전후 처리 과정에서 동유럽 국가들을 우군화시켜 버렸다. 따라서 완충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적절한 명분이 될 수 없다.
--- p.189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시간과 공간을 맞바꾸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즉, 우크라이나 영토 구석구석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철수하고 그들이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전투하는 방법을 택했다. 러시아의 수적 우위가 결정적으로 드러날 탁 트인 지대에서 러시아 군인들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대신, 우크라이나인들은 일련의 소규모 전투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도시와 소도시에서 러시아군 부대를 고립시켰다.
--- p.193

대만 당국은 중국이 공격하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대만에서는 중국이 전면전을 감행하면 혼자 버틸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인식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일부 대만인들을 더욱 비관적으로 사고하게끔 했다. 비관론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대만 사이에 강한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며, 대만해협에 어떠한 미국의 군사 개입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에 미친 영향을 낙관적으로 보는 인사들은 대만인들의 국가관과 사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대만이 우크라이나보다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하며, 경제적으로 미국에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p.229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가 우수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관념을 뒤집었다. 정신력이 해이한 군대와 국민은 아무리 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려는 의사가 없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 현대전과 미래전의 특성이 과거와 많이 다르기에 이에 대비하는 노력은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 그것만으로 전쟁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런 점에서 안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의 구습은 퇴출돼야 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정신 무장을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는 현상도 사라져야 한다.
--- p.238

한국에서는 북한이 가난하기 때문에 실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단정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마치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생존 능력을 무시하고 북한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과소평가했듯이, 실제 남북 간의 전쟁 가능성은 한국 내에서 주요 의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모든 가정을 뒤로 하고,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오래된 격언을 되새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사력 건설과 동맹 강화가 우선이다.
--- p.243
 

출판사 리뷰

「1절」

“(러시아)사람에게는 얼마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질문을 모티브로 해서,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푸틴의 리더십, 러시아인들의 정체성 등에 대해서 필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을 던지고 있다. 제정 러시아-소련-현대 러시아를 관통하는 광대한 영토는 과연 왜, 어떻게 가능했을까? 러시아인들에겐 과연 땅은 무엇인가? 거대한 땅, 거기서 연유하는 정체성 혼란, 자의식의 진공 상태에 스며든 권력에의 집단적 굴종 욕구라는 삼박자가 러시아의 오늘을 이해하는 삼위일체 요소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자비한 짜리즘의 철권통치가 내어 준 빈 자리를 소련공산당이 차지하고, 80여년이 채 안 되어 다시 공산당은 자리에서 내려왔다.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서구냐 슬라브냐를 놓고 방황하던 러시아는 호모 소비에쿠스의 파탄을 돌아서 이제 유라시아라는 돌파구를 통해 또 한번의 정체성 정립을 시도하는 듯 하다. 하지만, 러시아 자체의 매력으로 주변을 끌어들이는 구심력적인 유라시아의 중심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확산하려는 구심력적인 유라시아는 러시아에게나 주변 국가들에게나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서 높은 지지율에 힘입은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은 정치적 안정이 아니라 리더십 탈선과 오만, 무모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푸틴의 높은 지지율은 러시아인들에겐 다시 독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집권당 내부의 리더십 교체 가능성까지 조금스럽게 필자는 내다본다.

「2절」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군사력 세계 2위인 러시아가 22위에 불과한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러한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며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는 KGB 출신으로 FBS 수장을 지낸 정보 전문가 푸틴의 생각과도 크게 다른 것이었다. 무엇이 푸틴과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을 오판으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역사상 수많은 전쟁과 전투가 있었으나 언제나 똑같은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을 수행하는 양국의 지도자의 특성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푸틴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그는 그 누구의 말도 믿지 않으며 과거 정보를 독점했던 KGB 정보요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만이 모든 정보를 알고 통제하고 있다’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장군들이 많이 사망하는 것은 지휘통제 시스템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쟁 개시 이후 알게 된 심각한 수준의 전투력 부족에 대한 푸틴의 강압적 지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강의 군대’라고 막연하게 인식되었던 러시아군의 참담한 결과는 다름 아닌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군 내부의 근본적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군의 수뇌부는 야전군 출신의 군사작전 전문가가 아닌 정보나 방첩 분야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근대적 물량 공세를 빼곤 과도하게 포장된 허상에 불과했다. 아마도 폭정 속에 외형만 그럴싸했던 러시아 제국이 몰락했던 것처럼 독재자 푸틴이 꿈꾸던 러시아 제국의 종말도 멀지 않았음을 예측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면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중부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와 증조부의 세 형제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는 유대인 특유의 항쟁 의식이 뼛속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했던 그는 ‘미디어의 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키이우에 남아 방송을 통해 세계 각국에 전쟁의 참상과 결연한 의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이끌었으며 이러한 행위는 서방 진영의 도움을 얻는 토대가 되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정보기관이 독재자의 정권보위기관으로 변질되었을 때의 문제점은 물론 세계 2위라는 러시아군의 실체적 능력을 평가하고 정량적 군사력의 우위보다는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의 의지와 잘 훈련 받은 개인 전투능력 그리고 지휘부의 종합적 작전수행능력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전 수행의 방법론은 물론 미래전 기획 및 수행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꾸게 만들 시작점이 될 것이다.

「3절」

이 글의 주요 목적은 케네스 월츠의 ‘세 가지 이미지(Three Images)’라는 이론틀로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설명하고, 이것이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월츠는 지도자 개인 차원,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체제 차원, 그리고 국제정치 구조적 차원의 요인으로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였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팽창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국제정치관, 그리고 러시아의 종교, 공동체주의와 국가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한 신유라시아주의적 인식에서 비롯된 전쟁이다. 다음으로 이 전쟁은 ‘금권과두 독재체제’로 타락한 러시아 정치체제의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탈냉전 시기 나토의 확대와 함께 유럽에서 새롭게 형성된 국제정치구조가 미국과 러시아에 미친 영향,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 차원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원인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치 질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우선 전쟁 이후 유엔 마비 사태는 유엔의 위상 약화와 유엔 개편 논의를 촉발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독채제제 국가들 사이의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다. 또한 이 전쟁은 핵 공격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국가들의 핵정책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 글은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게 주는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이 전쟁은 한국에게 한미동맹 강화가 한국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이 전쟁은 한국에게 핵 억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준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은 한국인들에게 ‘의존적 안보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나토에 가입하지 못했고, 핵을 폐기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북핵 위협의 당사자인 한국이 좀 더 자율적이고 적극적 의식으로 안보 위협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4절」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아시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발전 속도가 빠른 지역이면서, 동시에 안보는 불안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아시아, 특히 우크라이나처럼 강대한 이웃 국가가 무력 공격을 불시에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대만과 나아가 한반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본 장은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의 연관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갖는 성격을 ‘전쟁 목표가 불분명한 전쟁’,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민간인 학살’, ‘치열한 사이버 심리전’,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5가지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미친 영향을 기술하고, 특히 대만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대만에서는 미국의 전시 지원에 대한 논쟁과 더불어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데 필요한 전술과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군복무 기간 연장과 예비군 강화 등 중국의 침공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교훈과 대만의 전쟁 대비책 강화 노력을 주시하면서, 동맹 강화와 국방력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추천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백일을 훨씬 지나면서 많은 의문과 가르침을 동시에 주고 있습니다. 도대체 러시아는, 특히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푸틴은 왜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저렇게 많은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고 있는가? 곧 무너질 것 같이 느껴지던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저렇게 잘 버텨내고 있는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왜 직접적 군사개입을 자제하고 있는가? 이 전쟁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이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이후 국내의 전문학자들에 의해 쓰인 최초의 책입니다. 이 전쟁의 성격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함께 읽으며 논의를 활성화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논점이 있다면 다시 공부하게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 바랍니다.
- 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이 책은 6·25전쟁의 데자뷰라고 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국가전략의 방향도 제시합니다. 국제정세를 실체적으로 보고 느끼길 원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 정경희 (국회의원)

이 책은 국내 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시도다. 먼저 저자들은 이번 전쟁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해 정리하고 이어서 러시아 군사력 및 정보기관이 그동안 과대포장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저자들이 진단하는 전쟁발발 원인은 푸틴의 헛된 야망이다. 문제는 이번 전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파급효과이다. 저자들은 이번 전쟁이 우리 국민들의 이완된 안보의식을 추스르는 데 분명 도움을 주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새로운 파워게임이다. 우리 정부는 이 새로운 양상을 정확히 파악해 우리의 미래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