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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민주주의론 : 일본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동방박사님 2022. 9. 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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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다!
일본 사회의 금기어 ‘속국론’을 들추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리버럴 논객 우치다 다쓰루와 『영속패전론』으로 일본 사회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젊은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가 일본의 자발적인 대미 종속의 논리와 심리를 철저하게 파헤친 대담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책의 요지는 분명하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며, 속국화는 더욱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라이 사토시는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헌법도 무시하고 국민의 찬반도 묻지 않은 채 미국 측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안보법안을 밀어붙이는 현실을 개탄하며 ‘속국론’을 들춘다. 아베 정권의 행태는 미국이 시키면 뭐든 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속국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 일본이 안고 있는 고질병의 근원”이다.

‘속국 민주주의론’이라는 책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다. 일본에서 ‘속국론’은 정계와 언론 매체 모두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속국 민주주의론의 실체는 미국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스스로 ‘독립국가’라고 믿고 있는 일본의 허구적인 현실 인식이다. 왜 일본 사회에서 이와 같은 모순이 지속되고 있는 걸까.저자들에 따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패전’을 ‘종전’으로 바꿔 부르는 데서 드러나는 역사수정주의적 욕망이다. 패전을 부인함으로써 일본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라이 사토시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 측의 최대 문제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현상을 긍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패전이라는 사실을 의식 속에서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패전의 부인’이야말로 전후 일본인이 지닌 역사의식의 핵심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순수하게 체현하고 있는 사람이 아베 수상입니다. 변함없이 대미 종속 노선을 따르면서도 “일본이 져서 그렇게 됐다”라는 역사인식을 부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아베와 같은 사고가 일본인의 압도적인 다수의 세계인식을 대표하고 있는 이상, 아베 정권이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36~37쪽)

목차

시작하며|시라이 사토시

1. 더욱 속국화하는 일본의 민주주의
가속하는 속국화
주권회복과 부인(否認)이라는 병
천황보다 위에 있는 미국
패전하지 않은 이탈리아
트럼프·샌더스 대 월스트리트
고립주의로 향하는 미국
아베 정권의 개헌 지향과 미국의 반응
속국이어서 어쩔 수 없다
왜 반아베 세력을 결집할 수 없는가
공산당은 당 밖의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야
사회에 포섭되어 있었던 좌익 사상
일본인은 언제 일어설까
진짜를 모르는 정치가들
제비뽑기와 투표이일제

2. 제국화하는 국민국가와 영성(靈性)
글로벌화와 로컬화의 물결
세계와 리듬이 어긋나는 일본
국민국가는 제국화로 향한다
제국화 시대에 일본이 서 있는 자리
중국의 실크로드 진출
일본 문화는 단경기에 태어난다
침체 상태에 있는 프랑스
국민국가 일본을 지탱하고 있는 천황제

3 코스파화하는 민주주의와 소비사회
대중의 유치화(幼稚化)와 데모크라시의 위기
반미에서 친미로 전환하는 지점
돈을 쓸 때만 살아 있다고 느낀다
사회적 가치관의 일원화
코스파라는 병
코스파 편중과 자기책임
현대인은 객관적인 사정을 요구한다
효율성 추구로 잃어버린 고용
공장법 이전의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

4 진행 중인 일본 사회의 유치화
유치화하는 노인들
단나게이의 부활에 대하여
젊은 세대의 유치화와 이니시에이션의 결락
대학입시의 변질과 학력 저하
고착화하는 계층과 계급
일본을 탈출할 수 있는 인간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파멸 원망
원전 재가동이 상징하는 것
일본인의 자기혐오와 니힐리즘

5 현실과 동떨어진 일본에 대한 처방전
사회의 토대는 윤리이다
신체성을 회복하라
이데올로기보다 인간성
네트워크가 있으면 생활은 가능하다
사회에는 통제되지 않는 부분이 필요하다
회사가 갖고 있던 공동체 기능의 소실
도시와 지방의 문화자본 격차
일본의 농업은 자급자족으로 향한다
악덕 자본가에 대한 천벌
화폐와 신체성
성장 전략론의 오류
리플레이션 정책의 오류
전쟁밖에 수요를 창출할 수 없다

마치며|우치다 다쓰루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우치다 타츠루 (Tatsuru Uchida,うちだ たつる,內田 樹)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는 일본의 철학 연구가, 윤리학자, 무도가.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발견해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 프랑스 문학과 사상을 공부했다. 도쿄도립대를 거쳐 고베여학원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2011년 퇴직하고 명예교수가 되었고 현재는 교토 세이카대학의 객원교수로 있다. 글을 통해 70년대 학생운동 참가자들이나 좌익 진영의 허위의식을 비판해 스스로를 ‘업계 내에서 신보수주의...

저 : 시라이 사토시 (Satoshi Shirai,しらい さとし,白井 聰)

 
일본 정치학자, 교토세이카대(精華大) 전임 강사. 1977년 도쿄 태생으로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사회사상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히토쓰바시대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석사 과정 수료했으며, 2010년 레닌의 정치사상으로 히토쓰바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영속 패전론-전후(?後) 일본의 핵심》으로 가도카와 재단 학예상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영속 패전론》에서 작가는...

역 : 정선태

1963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국민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저서로 『근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 『한국 근대문학의 수렴과 발산』, 『지배의 논리 경계의 사상』, 『시작을 위한 에필로그』, 편저로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 역서로 『동양적 근대의 창출』, 『일본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가네코 후미코』, 『일본어의 근대』, 『쇼와 육군』,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 『괴제 나폴레...
 
 

책 속으로

속국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 일본의 대미 종속이 갖는 특수성이자 고질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우치다 선생과 제가 공유하는 견해입니다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말 바꾸기’는 그야말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p.5~6

꼭두각시 정권인 자민당 쪽에서 보면 미군이란 자기들을 지켜주는 최강의 파수견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들의 권력을 지켜주는 훌륭한 파수견에게는 맛있는 먹이를 주어야만 합니다. 어차피 자신의 속이 쓰릴 일이 아니니까 선심성 예산이든 뭐든 점점 늘려서 어떻게든 지금처럼 그곳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런 구조입니다. 자민당이 자칭 ‘보수’니 ‘내셔널리스트’니 하면서 외국의 군대가 계속 주둔하고 있는 상태-본래의 내셔널리스트에게는 굴욕적인 상태-를 조금도 해소하려고 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가 있습니다.--- p.18~19

아베 정권이 국민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을 고집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것인가. 누가 보아도 국민이 아니라 미국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존황양이(尊皇攘夷)가 아니라 존미양이(尊米攘夷)라고나 할까요. 나카소네 시대에는 양이의 대상이 되는 이적(夷狄)으로 소련이 있었습니다만 이미 사라진 마당에 이제는 중국을 그 자리에 놓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p.33~34

그 문제에 관해 한일 양국이 사전에 사무 차원에서 세세한 합의를 한 다음 인내심을 갖고 결론을 찾았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어느 날 갑자기 합의해버렸습니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한일 외교 당국자가 미국 정부에 불려가 다짜고짜 “너희들 언제까지 그렇게 꾸물대며 시끄럽게 할 거야! 이쪽은 이런저런 일로 많이 바쁘단 말이다. 하찮은 일로 속을 썩이다니. 빨리빨리 끝내란 말이야”라고 호통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하룻밤 사이에 마무리 지을 수가 없지요.--- p.63~64

어떻게든 경제를 성장시켜야겠다는 아베노믹스에 만약 성공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군사적 케인스주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 따라서 끝까지 경제 성장을 추구하려면 모든 것을 잃은 상태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전쟁이지요. 지진처럼 천재(天災)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자연에 맡겨야 합니다. 그럴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은 전쟁밖에 없습니다.
--- p.329
 

출판사 리뷰

천황 위에 군림하는 미국

또 하나는 패전 후 일본과 단독 강화한 미국이 냉전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속국화’하는 전략을 택했고, ‘평화헌법 9조’를 두어 일본을 철저하게 틀어쥐면서 미국이 천황보다 우위에 군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라이 사토시는 이를 ‘존미양이(尊米攘夷)’에 다름 아니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아베 정권이 국민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을 고집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것인가. 누가 보아도 국민이 아니라 미국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존황양이(尊皇攘夷)가 아니라 존미양이(尊米攘夷)라고나 할까요. (…)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일본의 천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일본의 천황보다 위에 워싱턴이 군림하게 되었고, 워싱턴이 사실상 천황이 되어버렸지요.(33~34쪽)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미군기지가 패전 후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기지의 75퍼센트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데도 본토의 일본인들은 미군기지의 존재를 일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이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아무리 회피하려 해도 머잖아 반드시 한계에 이를 것입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본토의 일본인은 오키나와에서 벌어질 한층 더 격렬한 반기지운동 또는 독립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자결, 즉 자기결정을 바라는 오키나와의 요구는 본래 우리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내걸어야만 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터입니다.(8쪽)

하지만 오키나와 문제뿐만 아니라 과거 중일공동성명에서 독자외교를 펼친 다나카 가쿠에이의 실권이나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갑작스런 한일합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사건들은 미국의 존재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치다 다쓰루는 2015년 말 위안부 문제에 관해 아베 정권이 말을 바꾸며 갑작스런 한일합의에 이른 것에 대해 이는 한일 외교 당국자가 미국 정부에 불려가 “다짜고짜 호통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룻밤 사이에 그 문제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는 바짝 엎드리면서도, 이웃나라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게는 오만불손하고 배타적인 내셔널리즘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뒤틀린 대외 인식 역시 주일 미군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기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저자들은 전쟁과 패전이 가져온 불편한 현실에 눈 감고 침묵한 채, 허구적인 민주주의 환상에 취한 것이야말로 일본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우치다 다쓰루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주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어떻게 해야 주권을 탈환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물음이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주권이 없는데도 ‘있다’고들 하고,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척하는 한 주권을 탈환할 방법은 없습니다.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초하지 않는다면 현실 개혁이니 뭐니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실 인식이 어긋나 있습니다.(37쪽)

한국도 일본과 다를 바 없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라며 자국의 상황을 자학에 가까울 만큼 냉정하게 비판하는 저자들의 주장을 읽다보면,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주일미군이 자민당을 지키는 파수견이라면, 주한미군은 무엇인가. 일본 극우 세력의 혐한 발언과 우리의 극우 세력이 쏟아내는 북한 혐오 발언은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의 옮긴이 정선태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일본이라는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저자들은 ‘속국론’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이 처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예를 통해 예리한 비판을 이어간다. 이들이 지적하는 대중의 유치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소비사회화와 비용 대비 효율만 따지는 코스파라는 병폐, 경제 성장론의 허구성 등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눈여겨볼 만하다. 교육의 상품화를 비판하며 대학마저 시장으로 바뀌어버린 상황에 대한 저자들의 자조 섞인 한탄은 점차 계급화하고 있는 한국의 입시 교육을 떠올리게 한다. 돈을 쓸 때만 살아 있다고 느낄 정도로 철저히 소비사회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실존 방식은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성장 전략론에 매달리는 아베 정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아베노믹스에 만약 성공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군사적 케인스주의”일 뿐이며, 수요를 창출하려면 결국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는 대목은 섬뜩한 통찰을 엿보게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은 대미 종속을 강화하며 전쟁과 파시즘의 위험이 심화되고 있다. 저자들의 바람대로 일본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다시 구축할 수 있을까.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상호호혜와 증여의 확산, 신체성의 회복, 윤리적 주체의 확립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