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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평화 - 전쟁,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대담

동방박사님 2022. 11. 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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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군대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행동하는 지성들의 열정적인 대화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 그리고 우리의 저항에 대한 이야기

《저항하는 평화》는 군대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냉철한 시선으로 권력을 해체하는 각계 지성들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열한 사유와 대화의 결과물을 읽어가는 동안, 스펙트럼이 넓은 주제들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포위하고 있는 폭력의 실체 그리고 그것에 맞설 ‘진짜 평화’라는 과제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목차

추천사 · 국가의 강제에 맞서는 섬세한 평화의 ‘결’들 (홍세화) 4
머리말 · 철옹성 같은 한국 사회 군사주의에 던지는 첫 질문 (전쟁없는세상) 8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 + 여옥) 15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 + 임재성) 47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 + 박정경수) 109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 + 샤샤 + 이길준) 163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 + 이용석) 195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 + 김훈태) 259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 + 오리) 293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 + 윤정화 + 이덕현) 329

 

저자 소개

편자: 전쟁없는세상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들의 네트워크. 2003년에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군사 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다양한 활동(병역거부 캠페인, 비폭력 프로그램,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 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더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
 
저 자 소 개
엄기호 (문화인류학자) 김종대 (국방 평론가)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정희진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 조영선 (교사.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최현정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 마음’ 상근 활동가) ※ 대담 참여자 상세 프로필 1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
 

책 속으로

이렇게 우리 일상이 전쟁이고, 사회 자체가 군사주의로 작동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적을 찾아 섬멸해야 하고, 나는 거기에 동원되어 합리적 토론이 아니라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단 말이죠. 어떻게 보면 군대에서는 전쟁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전쟁을 하지는 않잖아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쓰는데, 지금 사회는 실제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늘 전쟁을 치르며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군대가 편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주의로 우리 삶이 어떻게 재편되었는가 하는 것을 보는 거예요. 군대를 통해서 군사주의 문화가 확장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중에서

이렇게 보면 징병제라는 제도는 타당성과 실효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신성한 존재로서의 국가, 그리고 그 국가의 중요한 구성 요인으로서 굳어진 우리의 관념이자 체계로 봐야 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못 건드립니다. 왜냐하면 국가와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니까요. 징병제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자리매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흔들리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죠. 언젠가는 합리적으로 국가 안보를 해야 하고 현대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또한 저출산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지금처럼 군대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바뀌어야 하는데 군대가 저항을 하고 있죠. 군은 과거의 군사전략, 제도를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애들을 죽이지 말고 살려놓고 싸우면 더 잘 싸울 수 있다는 말을 3성 장군이나 4성 장군이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징병제를 하나의 군사 제도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이자 국가의 통치 기제로 봐야 합니다.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중에서

그야말로 국가와 지배층 스스로가 헌법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를 일삼았던 셈인 거죠.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인데 하위 법령인 군형법으로 압박해서 결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침해를 당한 것입니다. 교리에 충실하면 처벌받아야 하고 교리를 어기면 처벌받지 않는 상황, 결국 국가가 현대판 배교背敎를 강요한 셈이었죠.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중에서

병역거부를 하는 상황, 초반기 오태양 씨처럼 평화주의자니까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과 촛불집회 상황, 동성애 관련한 병역거부는 각각 다른 정치학이라고 생각해요. 그 차이가 소중하고 또 중요합니다. 초창기에는 평화든 종교적 이유든 일반적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샤샤나 길준 씨는 다른 상황, 개인적 상황이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그것을 일반화하지 않도록 각각의 언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군대를 가는 이유도 일반화할 수 없잖아요. 다 다르잖아요. 실연당해서, 대학이 싫어서, 집안 사정으로 등등. 군대를 거부하는 것도 일반화할 수 없는 굉장히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있어요. 즉 정치학이 복잡하죠. 그중 하나가 탈주라는 것이고요.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중에서

두 번째 질문인데 병역거부자는 과연 국민일까요, 비국민일까요. 이런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법적으로는 국민이죠, 당연히. 그런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어떤 사람들이 볼 때는, 비국민인 거예요.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비국민이면 왜 안 되냐, ‘우리도 국민이다’ 할 수도 있고, 병역을 국민의 권리로 기피할 수 있게 돼야 해요. 그것이 국민의 권리로 인정되면 비국민이라 하기가 어렵게 돼요. 개인의 존엄이라는 거, 헌법상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는 사례예요. 독일이라는 국가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독일 기본법의 제1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인의 존엄이에요. 물론 개인의 존엄을 내세운 것은 나치 시절을 겪고 나서죠. 그때만 해도 국가나 민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개인은 그 아래에 있었습니다. 국가를 지키고 민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가치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유대인 대학살이 있었다,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그렇게 규정한 거죠.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중에서

학생들을 솎아내겠다고 하면서 정서행동 반응 검사를 해요. ‘나는 이유 없이 화나고 짜증이 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같은 문항으로 조사해서 지수가 높게 나온 애들은 가해 학생이거나 피해 학생일 확률이 높으니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도록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거죠. 증상은 폭력적인 학교 문화, 입시 교육이라는 환경의 결과인데, 폭력의 결과를 오히려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셈이죠. 제도나 구조,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결과가 학생들의 행동인데, 마치 이것이 학교 폭력의 원인인 것처럼, 학생 자체가 원인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서 학교의 폭력성은 싹 꼬리를 감추는 것이죠.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중에서

싸우면서 우리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지배자들이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정치적으로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기 완결적인 삶의 구조를 갖춘다면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말을 안 듣는 세력이 될 수 있죠. 정치적으로 아무리 급진적이고 과격하다고 해도 밖에서 모든 것을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은 그 공급 라인만 끊으면 쉽게 굴복시킬 수 있잖아요. 자급하는 공동체는 결국 그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기에 지배자에게는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폭력을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자기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행동, 물레를 돌리는 것처럼 삶을 재구성하는 행위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중에서

윤정화 씨가 스스로 ‘어두운 마음’이란 표현을 썼는데 사람이 자신에게 어두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트라우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고상한 존재, 바람직하고 올바른 존재이고자 하고, 자기에게 어떤 동물적인 측면이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지 잘 보려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군대는 그것을 보게 하죠. 사람들은 누구나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조절하면서 ‘나는 선한 사람이야’라고 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데, 어떤 시스템 안에 몰아넣고 사람에게 있는 어두운 측면을 시스템 유지에 쓴다는 것, 그것은 본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신병이 노래를 잘 외우도록 하게 하기 위해 칼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스스로 몰랐을 수도 있는데 어떤 상황, 시스템 안에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깨닫는 것 자체도 큰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측면을 보면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어두운 면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기도 하죠. 시스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그 편이 오히려 손쉬운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중에서
 

출판사 리뷰

‘평화’는 평온한 상태가 아니라 끝없는 긴장 상태
흔히 ‘평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평화로운’ 상태를 떠올린다. 서로 간에 아무 갈등이나 차이가 없어서 무엇과 맞설 필요가 없고 긴장할 필요도 없는 것. 하지만 이것은 평화의 사전적, 평면적인 정의에 불과하다. 대담에 참여한 18명의 평화주의자들에게 평화란 훨씬 더 역동적이며 전복적인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에 끝없이 치어드는 힘이며, 부조리한 것을 거부하는 정신이자, 어느 하나의 힘이 지나치게 강성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견제하는 소수의 긴장에 가깝다.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총 8편의 대담 어디에도 ‘평화로운’ 화해의 기운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평화주의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폭력성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이 대담을 기획하고 책을 엮었다. 10년 이상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전쟁없는세상이 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병역거부운동’이다. 이들은 모든 전쟁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군대가 그 전쟁을 가능케 하는 폭력의 중추라고 여긴다. 그래서 군입대를 실제 자신의 삶에서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평화의 씨앗이 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살아 움직이는’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평화의 눈에 비친 이 사회 곳곳의 폭력성은 지옥도라고 할 만큼 처참하고, 우리가 이 책에서 반드시 대면해야만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지성’과 ‘활동’이 만나 평화의 지도를 그리다
문화인류학자 엄기호,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풀뿌리 민주주의·아나키즘 연구자 하승우 등은 폭압적인 한국 사회에 대해 회의하고 날선 비판을 던지는 대표적 지성이다. 각자 분야가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어느 때든지 섣부른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앞장선 체제의 폭력과 부패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눈속임이나 우연성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그저 까다롭고 비관적인 이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들의 그런 예민함과 성찰 덕분에 우리 또한 폭력과 부조리의 실체를 비로소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이들과 또 다른 선에 서 있는 대담자들, 전쟁없는세상이 대표하는 활동가 그룹이 갖는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여옥, 임재성, 박정경수, 샤샤, 이길준, 이용석, 김훈태, 오리, 윤정화, 이덕현은 평화적인 신념 또는 고유한 정체성 등으로 인해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생활을 했거나 그러한 이들을 지지하며 병역거부운동에 몸담아왔다.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대체복무제도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척박한 국가에서 군대를 거부한다는 것은 곧 사회 부적응자, 나아가 ‘비국민’으로 낙인찍힌다는 것, 겁쟁이 또는 몰염치로 매도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그것들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창한 평화주의가 아닌 진짜 평화를 자기 삶으로 체현하고자 노력한다.
이 묵직한 두 그룹이 만나 여덟 가지 키워드를 놓고 벌인 대담은,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 폭력과 저항의 큰 지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지도가 결국 가리키는 길은 자명하게도 ‘진짜 평화’라는 길이다.

왜 ‘군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2014년 6월 21일 육군 22사단 GOP에서 한 병사가 총기난사 후에 무장탈영해 동료 병사 5명이 사망했다. 8월에는 연천28사단에서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엽기적인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4월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8사단에서 ‘관심병사’로 취급되던 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왔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목을 매 동반자살했다. 자살할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지만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육군 17사단장은 부하 여군에게 성폭력을 저질러서 장성급 중 무려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한 해 평균 195명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물론 추정치에 불과하다. 전쟁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단지 남들 다 하는 입대를 했을 뿐인데 이토록 빈번한 사망·사고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중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나 잠깐 충격을 주고, ‘군대문화 개선해야 한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잊혀져갈 뿐이다.
이러한 사고들로 인해서 군대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이 그나마 깊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군대에서 최악의 학대와 사망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도, 심지어 그것이 발각되어 공포와 원성을 자아내는 중에도, 군부대 체험 예능 프로그램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그 두 가지 현상이 한 사회 안에서 동시에 벌어진다는 것, 뉴스를 보며 윤 일병을 동정하고 임 병장에 치를 떨고 난 직후에 [진짜 사나이]가 상황극으로 빚어내는 전우애와 걸그룹 멤버의 여군 판타지에 열광할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에 내재된 병적인 군사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국가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이런 국가는 나도 지키지 않겠다”며 최근 병역거부를 선언한 박유호 씨의 기사에 달린 수많은 악플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로 국가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도 여전히 건재한 ‘국방 의무’의 신성화를 보여준다.
문화인류학자 엄기호는 1장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대담에서 이러한 현상을 예리하게 진단한다. 사회 전반이 이미 충분히 군사화되어 있으며 일상 자체가 전쟁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군대가 1970~1980년대처럼 폭력과 억압의 상징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어도 밥은 먹여주는’ 너그러운 공간,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끼리 평등하게 몸으로 부대끼고 ‘동지애를 나누는’ 따스한 공간으로 느끼면서 군사주의를 내면화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그것을 대중매체가 부채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이 논의에서 알 수 있듯, 지금 한국의 ‘군대’를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한다는 것은 단지 군대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속속 배어 있는 군사주의와 폭력성을 사유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긴박한 전제 위에서 폭력과 저항의 문제를 하나하나 파고들어간다.

철옹성 같은 한국의 군사주의에 던지는 8개의 큰 질문
1장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에서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여옥과 문화인류학자 엄기호가 이야기를 나눈다. 일상이 전쟁과 다를 바 없고, 사회 자체가 군사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2장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에서는 군사 전문가 김종대와 병역거부자이자 평화 연구자인 임재성이 이야기를 나눈다. 해방 이후 철옹성과도 같았던 한국 징병제도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3장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는 종교학자 강인철과 기독교 신자이자 병역거부자인 박정경수의 대담이다. 한국 교회가 전쟁과 평화, 군대와 병역거부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그 심각한 문제점을 파고들어간다.
4장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는 여성학자 정희진과 병역거부자 샤샤, 이길준의 대담이다. 한국의 ‘남성성’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병역거부’ 아니면 ‘병역기피’의 틀로 이분화되어버린 다양한 탈주의 가능성들을 모색해본다.
5장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는 재일조선인 서경식과 병역거부자 이용석의 대담이다. 국민국가에서 비국민으로 낙인찍힌다는 것, 그리고 낙인을 넘어서 자발적인 비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6장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는 교사이자 인권 교육 활동가인 조영선과 교사 신분으로 병역을 거부한 김훈태의 대담이다. 폭력을 내면화한 기구로서 제도권 학교가 갖는 한계와, 평화 교육의 가능성을 함께 찾아본다.
7장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 연구자 하승우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리의 대담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운동으로서 비폭력 직접행동이 갖는 의미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8장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는 임상심리전문가 최현정과, 군복무 경험이 있는 윤정화, 이덕현의 대담이다. 직접 경험한 군대에서 피해자로서, 또는 가해자로서 겪은 폭력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