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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권위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의 역작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집사』의 페르시아어 원본을 번역
몽골제국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를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카안의 울루스가 지배했던 동아시아와 몽골리아는 물론, 서방 삼왕가의 영역이 있던 중앙아시아, 킵차크 초원, 서아시아의 역사와 사회상을 고루 파악해야 최초이자 최대의 세계제국 몽골에 다가갈 수 있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완역된 『집사』 한국어판 김호동 역주(譯註)본은 과거 낯선 지역으로 우리를 이끄는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목차
투르크 종족들의 출현에 관한 일화. 그들이 여러 부족으로 분파된 사정에 관한 자세한 서술, 각 종족의 조상들의 정황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
서론 : (현재) 알려진 바에 근거하여 투르크인들의 거주지의 경역과 그 종족들에서 나온 각 지파의 명칭에 대한 상세한 설명.
제1편 오구즈족
예언자 노아의 아들인 야벳라는 이름을 지닌 아불제 칸의 손자, 즉 오구즈에게 속한 종족 및 그와 연합했던 숙부들로부터 생겨난 종족들에 관한 일화와 그의 지파에 관한 설명.
위구르 / 캉글리 / 킵착 / 카를룩 / 칼라치 / 아가체리
제2편 몽골화된 투르크족
오늘날 몽골이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그 각각에 특정한 명칭이 있었고 또한 수령과 아미르를 갖고 있던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잘라이르 종족 / 수니트 종족 / 타타르 종족 / 메르키트 종족 / 쿠를라우트 종족 / 타르쿠트 종족 / 오이라트 종족 / 바르쿠트 코리 툴라스 종족 / 투마트 종족 / 불가친 케레무친 종족 / 우라수트 [텔렝구트 케스테미] 종족 / 삼림 우량카트 종족 / 쿠리칸 종족 / 사카이트 종족
제3편 투르크족
각자 독자적으로 군주와 지도자를 갖고 있었지만 상술한 諸篇에서 설명한 종족들과는 친족관계가 없는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케레이트 종족 / 나이만 종족 / 웅구트 종족 / 탕구트 종족 / 위구르 종족 / 베크린 종족 / 키르키르 종족 / 카를룩 종족 / 킵착 종족
제4편 몽골족
옛날에 몽골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던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이 篇은 두 章으로 되어 있다.
제1장 - 두릴리킨이라고 불리는 몽골계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이야기.
우량카트 종족 / 쿵그라트 종족 / 오로나우트 종족 / 후신 종족 / 술두스 종족 / 일두르킨 종족 / 바야우트 종족 / 게니기트 종족
제2장 - 니르운이라고 부르는 투르크인의 종족들에 관한 설명
카타킨 종족 / 살지우트 종족 / 타이차우트 종족 / 하르티간과 시지우트 종족 / 치나스 종족 / 노야킨과 우루우트와 망쿠트 종족 / 두르벤 종족 / 바아린 종족 / 바룰라스 종족 / 하다르킨 종족 / 주리야트 종족 / 부다트 종족 / 두글라트 종족 / 베수트 종족 / 수켄 종족 / 킹키야트 종족
서론 : (현재) 알려진 바에 근거하여 투르크인들의 거주지의 경역과 그 종족들에서 나온 각 지파의 명칭에 대한 상세한 설명.
제1편 오구즈족
예언자 노아의 아들인 야벳라는 이름을 지닌 아불제 칸의 손자, 즉 오구즈에게 속한 종족 및 그와 연합했던 숙부들로부터 생겨난 종족들에 관한 일화와 그의 지파에 관한 설명.
위구르 / 캉글리 / 킵착 / 카를룩 / 칼라치 / 아가체리
제2편 몽골화된 투르크족
오늘날 몽골이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그 각각에 특정한 명칭이 있었고 또한 수령과 아미르를 갖고 있던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잘라이르 종족 / 수니트 종족 / 타타르 종족 / 메르키트 종족 / 쿠를라우트 종족 / 타르쿠트 종족 / 오이라트 종족 / 바르쿠트 코리 툴라스 종족 / 투마트 종족 / 불가친 케레무친 종족 / 우라수트 [텔렝구트 케스테미] 종족 / 삼림 우량카트 종족 / 쿠리칸 종족 / 사카이트 종족
제3편 투르크족
각자 독자적으로 군주와 지도자를 갖고 있었지만 상술한 諸篇에서 설명한 종족들과는 친족관계가 없는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케레이트 종족 / 나이만 종족 / 웅구트 종족 / 탕구트 종족 / 위구르 종족 / 베크린 종족 / 키르키르 종족 / 카를룩 종족 / 킵착 종족
제4편 몽골족
옛날에 몽골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던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설명. 이 篇은 두 章으로 되어 있다.
제1장 - 두릴리킨이라고 불리는 몽골계 투르크 종족들에 관한 이야기.
우량카트 종족 / 쿵그라트 종족 / 오로나우트 종족 / 후신 종족 / 술두스 종족 / 일두르킨 종족 / 바야우트 종족 / 게니기트 종족
제2장 - 니르운이라고 부르는 투르크인의 종족들에 관한 설명
카타킨 종족 / 살지우트 종족 / 타이차우트 종족 / 하르티간과 시지우트 종족 / 치나스 종족 / 노야킨과 우루우트와 망쿠트 종족 / 두르벤 종족 / 바아린 종족 / 바룰라스 종족 / 하다르킨 종족 / 주리야트 종족 / 부다트 종족 / 두글라트 종족 / 베수트 종족 / 수켄 종족 / 킹키야트 종족
출판사 리뷰
세계제국 몽골이 집대성한 역사학의 고전 『집사』(전 5권), 마침내 완간
라시드 앗 딘이 쓴 세계 최초의 세계사 『집사』의 한국어 번역이 완성되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는 2002년 『부족지』를 출간한 이래 『칭기스 칸기』(2003), 『칸의 후예들』(2005), 『일 칸들의 역사』(2018)를 거쳐 21년 만에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를 출간하며 마침내 『집사』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연대기의 집성(J?mi? al-taw?r?kh)’이라는 원제목이 시사하듯 『집사』는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했던 여러 군주들의 연대기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을 넘어서 중국, 인도, 아랍, 투르크, 유럽, 유대 등 주변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하려 했다. 거대한 세계제국 몽골의 등장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처럼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제국의 흥기와 팽창 과정을 중국, 이란, 러시아, 한국, 인도, 이집트 지역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각기 자기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을 남겼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형식으로 기술된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에서도 『집사』는 그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사’이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관점에서 기록된 자료를 섭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총합적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국 측 기록은 중화주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중심에 놓고 몽골제국의 ‘세계성’을 축소하여 그것을 중국 전통 왕조의 하나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권으로 번역된 라시드 앗 딘의 『집사』 한국어판은 몽골제국사 연구자는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집사』의 구성
제1부 몽골사(일명 『축복받은 가잔의 역사』)
제1권 부족지
오구즈족
몽골화된 투르크족
투르크족
몽골족
제2권 칭기스 칸기
열조기
칭키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
우구데이 카안
주치 칸
차가타이 칸
툴루이 칸
구육 칸
뭉케 카안
쿠빌라이 카안
티무르 카안
제4권 일 칸들의 역사
훌레구 칸기
아바카 칸기
아흐마드 칸기
아르군 칸기
게이하투 칸기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
가잔 칸기
제2부 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
제1권 울제이투 칸기
제2권 제1편 아담 이후 사도와 칼리프들의 역사 및 지구상 각 종족들의 역사
제2편 본서 완성 이후 전개될 역사
제3부 세계 각 지역의 경역·도로·하천
*현존하는 부분은 제1부 전체와 제2부의 제2권 제1편뿐이다.
13~14세기 최대 규모, 최초의 세계사
『집사』는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가잔 칸의 명을 받들어 집필한 책이다. 그는 재상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칸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사』에는 제국의 확장과 운영에 관하여 다른 어떤 자료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정보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라시드 앗 딘은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몽골제국과 주변 여러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서술은 『집사』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에 학자들은 이 책을 가리켜 “최초의 세계사”라 부른다. 『집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다섯 권은 모두 제1부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라시드 앗 딘은 가잔 칸의 명으로 제1부를 완성한 뒤 새로 즉위한 울제이투 칸의 명령에 따라 제2부와 제3부를 집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제2부 제2권 제1편의 사본만 전해질 뿐, 나머지 부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몽골제국사 연구의 시금석
제1권 『부족지』, 제2권 『칭기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이 각각 몽골제국의 준비기, 태동기, 세계제국의 최종적 완성기를 다루며, 제4권 『일 칸들의 역사』와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일 칸국의 군주들이 서아시아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20세기에 구미 학자들의 주도로 몽골 지배기의 서아시아 역사 연구는 커다란 진척을 이루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기울인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근자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수의 전문가가 당시의 아랍과 페르시아 사료에 천착하여 연구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몽골제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어로 모두 번역된 『집사』가 그 연구의 질적·양적 팽창을 자극할 것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고 수준의 완역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은 『집사』를 “불멸의 고전”으로 칭하면서도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에 선뜻 자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1858년에 러시아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 소련 학자들이 『부족지』를 보완하여 발표했고, 이어서 20세기 말 김호동 교수가 제1권 『부족지』의 역주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색스턴(W. M. Thackston) 교수가 영역본을 출간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어와 영어로만 번역되었을 뿐 몽골사 연구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도 아직 『집사』를 번역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러시아 번역본을 중국어로 중역하여 출간했을 뿐이다.
14세기 초 페르시아어로 집필된 『집사』의 정확하고 완벽한 번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사본(寫本)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투르크-몽골 어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몽골제국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인 김호동 교수의 대장정에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호동 교수는 주석 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여러 사본들을 대조하여 만든 페르시아어 교감본 3종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으며, 몽골제국 당시에 관한 여러 사서를 참조하고 『집사』와 몽골제국에 대한 전 세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주석에 반영했다. 또한 투르크-몽골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어 원문의 어휘와 문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주석에 밝혀서 원문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120여 종의 사본을 비교 분석하여 원본을 복원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사계절, 2000)으로 고전 완역의 지평을 연 김호동 교수는 이번 책에서 더욱 철두철미한 준비와 자세로 역주에 임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어로 완역된 『집사』는 과거 낯선 지역으로의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
몽골 제국의 계보를 총체적으로 밝힘
14세기 전후에 일 칸국의 몽골 귀족들이 자기 선조들의 이름이나 업적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우선 몽골 제국의 건설 과정에 참여한 부족들과 그 수령들의 정체와 활동상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각 부족의 중요 인물이 나열될 때마다 말미에 그 후손들 중 당시 생존한 사람들의 이름이 첨부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제2권에서 본격적으로 서술되는 몽골제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약력을 소속 부족에 따라 미리 정리해 둠으로써 독자들의 용이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장편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약력을 권두에 간단히 정리하여 놓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재1권 『부족지』는 『집사』라는 전체적인 구조물의 주춧돌에 해당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집사』 자체의 이해와 몽골 제국사의 파악을 위해서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왕실의 비기(秘記)인 『금책(金冊)』을 자료로 이용
사서 편찬에 관한 가잔 칸의 칙명을 지적하면서 라시드 앗 딘이 언급했던 “진실된 언어로 정비, 정리해야 할, 풍성한 보고(寶庫) 안에 보존되어 있는 사서들과 단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금책』이라는 문건을 거명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현재 아무런 사본도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칸들의 재고(財庫) 안에 항상 대아미르들에 의해 보존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왕실의 비기였음이 분명하다. 즉, 가잔 칸은 라시드 앗 딘이 몽골 제국사를 집필함에 있어 몽골 지배층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열람할 수 있었던 일종의 극비 문건인 『금책』을 활용하도록 했고, 원나라 조정의 ‘문화 브로커’ 볼라드 칭상이 몽골어로 기록된 『금책』의 내용을 해석해줌으로써 라시드 앗 딘은 『부족지』 집필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각 부족 수령을 대상으로 한 탐문자료 활용
라시드 앗 딘은 『부족지』의 집필을 위해서 문헌기록뿐 아니라 탐문자료에 기초한 정보들을 이용했다. “대부분의 지파에 대해 최근까지 누가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것도 없었고 그에 관한 정확한 계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러나 각 종족의 믿을 만한 사람들 가운데 담화가나 구전인이 진술한 것을 기초로 [여기에] 서술했다”는 그 자신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풍부한 구술 자료 덕분에 『부족지』는 다른 사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각 부족의 기원과 중요 인물에 관한 독보적인 자료를 풍부하게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일화를 통해 몽골 제국의 생활상을 조망
라시드 앗 딘은 중요 인물들의 계보를 밝히는 동시에 그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일화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예를 들면, 겨울철 ‘차나’로 불리는 스키를 타고 사냥을 할 때 다리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기도 하고(191쪽), 번개와 천둥이 심하게 칠 때 하늘을 향해 욕을 해대고 고함을 치며, 벼락 맞은 가축은 먹지 않아야 번개가 그친다고 생각하는 종족 이야기(259쪽)도 나오며, 각 종족의 혼인 관습, 음식, 의복에 대한 다채로운 서술 또한 눈길을 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일화들은 몽골 제국의 흥기를 밝히는 중요한 사료일 뿐만 아니라, 초원 유목민의 생활과 관습 그리고 부족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라시드 앗 딘이 쓴 세계 최초의 세계사 『집사』의 한국어 번역이 완성되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김호동 명예교수는 2002년 『부족지』를 출간한 이래 『칭기스 칸기』(2003), 『칸의 후예들』(2005), 『일 칸들의 역사』(2018)를 거쳐 21년 만에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를 출간하며 마침내 『집사』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연대기의 집성(J?mi? al-taw?r?kh)’이라는 원제목이 시사하듯 『집사』는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했던 여러 군주들의 연대기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을 넘어서 중국, 인도, 아랍, 투르크, 유럽, 유대 등 주변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하려 했다. 거대한 세계제국 몽골의 등장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처럼 당대인들에게도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제국의 흥기와 팽창 과정을 중국, 이란, 러시아, 한국, 인도, 이집트 지역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각기 자기의 언어와 문자로 기록을 남겼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형식으로 기술된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에서도 『집사』는 그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사’이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관점에서 기록된 자료를 섭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총합적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중국 측 기록은 중화주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중심에 놓고 몽골제국의 ‘세계성’을 축소하여 그것을 중국 전통 왕조의 하나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권으로 번역된 라시드 앗 딘의 『집사』 한국어판은 몽골제국사 연구자는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집사』의 구성
제1부 몽골사(일명 『축복받은 가잔의 역사』)
제1권 부족지
오구즈족
몽골화된 투르크족
투르크족
몽골족
제2권 칭기스 칸기
열조기
칭키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
우구데이 카안
주치 칸
차가타이 칸
툴루이 칸
구육 칸
뭉케 카안
쿠빌라이 카안
티무르 카안
제4권 일 칸들의 역사
훌레구 칸기
아바카 칸기
아흐마드 칸기
아르군 칸기
게이하투 칸기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
가잔 칸기
제2부 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
제1권 울제이투 칸기
제2권 제1편 아담 이후 사도와 칼리프들의 역사 및 지구상 각 종족들의 역사
제2편 본서 완성 이후 전개될 역사
제3부 세계 각 지역의 경역·도로·하천
*현존하는 부분은 제1부 전체와 제2부의 제2권 제1편뿐이다.
13~14세기 최대 규모, 최초의 세계사
『집사』는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가잔 칸의 명을 받들어 집필한 책이다. 그는 재상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칸의 칙령과 후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사』에는 제국의 확장과 운영에 관하여 다른 어떤 자료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정보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라시드 앗 딘은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몽골제국과 주변 여러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서술은 『집사』 이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에 학자들은 이 책을 가리켜 “최초의 세계사”라 부른다. 『집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한 다섯 권은 모두 제1부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라시드 앗 딘은 가잔 칸의 명으로 제1부를 완성한 뒤 새로 즉위한 울제이투 칸의 명령에 따라 제2부와 제3부를 집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제2부 제2권 제1편의 사본만 전해질 뿐, 나머지 부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몽골제국사 연구의 시금석
제1권 『부족지』, 제2권 『칭기스 칸기』, 제3권 『칸의 후예들』이 각각 몽골제국의 준비기, 태동기, 세계제국의 최종적 완성기를 다루며, 제4권 『일 칸들의 역사』와 제5권 『이슬람의 제왕-가잔 칸과 그의 시대』는 일 칸국의 군주들이 서아시아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20세기에 구미 학자들의 주도로 몽골 지배기의 서아시아 역사 연구는 커다란 진척을 이루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기울인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근자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수의 전문가가 당시의 아랍과 페르시아 사료에 천착하여 연구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몽골제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이 통치한 영역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어로 모두 번역된 『집사』가 그 연구의 질적·양적 팽창을 자극할 것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고 수준의 완역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은 『집사』를 “불멸의 고전”으로 칭하면서도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에 선뜻 자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1858년에 러시아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 소련 학자들이 『부족지』를 보완하여 발표했고, 이어서 20세기 말 김호동 교수가 제1권 『부족지』의 역주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색스턴(W. M. Thackston) 교수가 영역본을 출간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어와 영어로만 번역되었을 뿐 몽골사 연구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도 아직 『집사』를 번역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러시아 번역본을 중국어로 중역하여 출간했을 뿐이다.
14세기 초 페르시아어로 집필된 『집사』의 정확하고 완벽한 번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사본(寫本)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투르크-몽골 어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몽골제국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인 김호동 교수의 대장정에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호동 교수는 주석 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여러 사본들을 대조하여 만든 페르시아어 교감본 3종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으며, 몽골제국 당시에 관한 여러 사서를 참조하고 『집사』와 몽골제국에 대한 전 세계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주석에 반영했다. 또한 투르크-몽골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어 원문의 어휘와 문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주석에 밝혀서 원문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120여 종의 사본을 비교 분석하여 원본을 복원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사계절, 2000)으로 고전 완역의 지평을 연 김호동 교수는 이번 책에서 더욱 철두철미한 준비와 자세로 역주에 임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어로 완역된 『집사』는 과거 낯선 지역으로의 흥미로운 안내서이자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료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우리의 인식과 문화의 지평을 풍부하게 넓혀주는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
몽골 제국의 계보를 총체적으로 밝힘
14세기 전후에 일 칸국의 몽골 귀족들이 자기 선조들의 이름이나 업적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우선 몽골 제국의 건설 과정에 참여한 부족들과 그 수령들의 정체와 활동상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각 부족의 중요 인물이 나열될 때마다 말미에 그 후손들 중 당시 생존한 사람들의 이름이 첨부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제2권에서 본격적으로 서술되는 몽골제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약력을 소속 부족에 따라 미리 정리해 둠으로써 독자들의 용이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장편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약력을 권두에 간단히 정리하여 놓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재1권 『부족지』는 『집사』라는 전체적인 구조물의 주춧돌에 해당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집사』 자체의 이해와 몽골 제국사의 파악을 위해서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왕실의 비기(秘記)인 『금책(金冊)』을 자료로 이용
사서 편찬에 관한 가잔 칸의 칙명을 지적하면서 라시드 앗 딘이 언급했던 “진실된 언어로 정비, 정리해야 할, 풍성한 보고(寶庫) 안에 보존되어 있는 사서들과 단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금책』이라는 문건을 거명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현재 아무런 사본도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칸들의 재고(財庫) 안에 항상 대아미르들에 의해 보존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왕실의 비기였음이 분명하다. 즉, 가잔 칸은 라시드 앗 딘이 몽골 제국사를 집필함에 있어 몽골 지배층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열람할 수 있었던 일종의 극비 문건인 『금책』을 활용하도록 했고, 원나라 조정의 ‘문화 브로커’ 볼라드 칭상이 몽골어로 기록된 『금책』의 내용을 해석해줌으로써 라시드 앗 딘은 『부족지』 집필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각 부족 수령을 대상으로 한 탐문자료 활용
라시드 앗 딘은 『부족지』의 집필을 위해서 문헌기록뿐 아니라 탐문자료에 기초한 정보들을 이용했다. “대부분의 지파에 대해 최근까지 누가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것도 없었고 그에 관한 정확한 계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러나 각 종족의 믿을 만한 사람들 가운데 담화가나 구전인이 진술한 것을 기초로 [여기에] 서술했다”는 그 자신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풍부한 구술 자료 덕분에 『부족지』는 다른 사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각 부족의 기원과 중요 인물에 관한 독보적인 자료를 풍부하게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일화를 통해 몽골 제국의 생활상을 조망
라시드 앗 딘은 중요 인물들의 계보를 밝히는 동시에 그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일화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예를 들면, 겨울철 ‘차나’로 불리는 스키를 타고 사냥을 할 때 다리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기도 하고(191쪽), 번개와 천둥이 심하게 칠 때 하늘을 향해 욕을 해대고 고함을 치며, 벼락 맞은 가축은 먹지 않아야 번개가 그친다고 생각하는 종족 이야기(259쪽)도 나오며, 각 종족의 혼인 관습, 음식, 의복에 대한 다채로운 서술 또한 눈길을 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일화들은 몽골 제국의 흥기를 밝히는 중요한 사료일 뿐만 아니라, 초원 유목민의 생활과 관습 그리고 부족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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