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생각의 힘 (독서>책소개)/2.한국사회비평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동방박사님 2022. 2. 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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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학교에서 배운 대로 되지 않는 세상,
우리는 왜 늘 불안해야 할까?

청년들이 바라본 사회의 문제, 그리고 이들이 꿈꾸는 변화


대선 후보들은 연일 청년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며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한편에서는 ‘MZ세대’란 말이 유행하며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청년’이 사회의 키워드로 새삼 떠올랐지만, 정작 청년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설명되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구분과 규정에 갇히기보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청년 열세 명이 각자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들의 목소리로 담아낸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출간은 중요성을 가진다.

물론 저자들이 청년 전체를 대변할 순 없지만, 비슷한 문제에 부딪혀보고, 그때 자신을,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이야기를 살펴보면 청년을,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주제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지만, 공통된 지향점을 보이기도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 다양한 삶의 경로가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크고 작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목차

프롤로그 종말로의 초대 · 박석준

1장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빌어먹고 삽니다 · 김수호
‘X망세상’에서 살아남기 · 김기수
‘나로’ 사는 삶의 지은이 · 박지은(나로)
나의 첫 번째 공간, 녹번동 초록집에게 · 연굳
서른아홉, 잘 살아내었다 · 김한나
이 세상 모든 불안러에게 · 김태환

좌담 집필진 수다회 #1 당신의 삶은 안녕하십니까?

2장 종말의 시대에 저항하는 법

학생회장으로 마주한 대학의 민주주의 · 김나현
졸업을 미뤘다, 대학언론을 위해 · 차종관
서울에 살아야만 사람인 것은 아니예요 · 강보배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했다 · 강석용(돌디)
청년? 여성? 됐고! 지구를 구하자! · 이누리(태대)
백수인 게 문제인가요? 혼자인 게 문제죠 · 정서원
경쟁하기 싫다 · 천현우

좌담 집필진 수다회 #2 저항하는 삶을 응원합니다!

3장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통계로 보는 청년의 삶 · 김두환

에필로그 청년을 듣다, 청년을 이야기하다 · 김진경

 

저자 소개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대학생 시절부터 진로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며 N잡러로 살아왔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강석용(돌디) 前 삼성전자 DS 부문 연구원 / 전업 투자자 / 유튜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지내다가 전업 투자자 겸 유튜버가 되었다. 재테크와 테크에 대해 다루는 유튜브...
 

책 속으로

그래, 아버지 말씀대로 3년만 버틴다면, 연봉도 꽤 많이 오를 거고 업무도 익숙해질 테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아버지의 완고한 설득 때문일까? 잠시 내 과거의 직장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이고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았던 직장을 다녔던 경험이 짧지만 존재했기에 나는 아버지가 제안한 미래를 더 쉽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미래 속에 나는 정말 행복할까?’
---「빌어먹고 삽니다」중에서

절망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알려준 대로 홀로 욕망을 가득 채워 맞서야 할까. 아니면 도망쳐야 할까. 입시 중심 생존 이데올로기에 갇혀 입시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웠다. 가난과 빈곤, 난민과 이주민 등 두 공동체에서 마주한 개념은 입시라는 절망과 차원이 다른 절망이었다. 이 절망은 절대 홀로 극복할 수 없다. 두 공동체는 절망의 세상을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나도 조금은 알겠다. 절망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절망을 넘으려면 공동체와 함께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X망세상’에서 살아남기」중에서

나는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무엇을 원하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찾는 여정 중에 있지만, 이제는 그냥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내 모습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인정하려 노력 중이다. 흔들리는 것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 것도, 환경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괜찮다. 멋지고 훌륭하고 대단한 가치와 지향으로 살아가기보다는 보잘것없고 좀 찌질하고 의존적일 때도 있지만 그런 나를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나로’ 사는 삶의 지은이」중에서

나는 동네를 사랑하고 내 고향 서울을 사랑한다. 하지만 안정되지 않은 거취에 마음은 차가운 바람을 맞듯 외로워졌다. 내가 나고 자라고 살고 있지만 이곳에 내가 자리할 곳이 없어 보였다. 튼튼하게 지어져 필요할 때 관리하면 제 수명 이상 자리할 수 있는 건물에 볕이 들고 습하지 않으며 청각, 후각, 시각적으로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집에, 나는 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욕심이라는 게 슬프다. 그래도 나는 욕심을 부리고 싶다. 그런 안정된 공간을 찾았을 때, 혼자 또는 누군가와 미래를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도전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첫 번째 공간, 녹번동 초록집에게」중에서

우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으로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용기를 가지고 저항하며, 나아갔으면 한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서른아홉, 잘 살아내었다」중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청년과 불안러들에게 내가 쓴 글을 바친다. 이 글을 읽으며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혼자라는 느낌만큼은 잠시라도 사라졌길 바란다. 만약 지금 당장 불안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worrier’와 ‘warrior’라는 단어를 기억하길.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worrier’는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 ‘warrior’는 ‘전사’를 의미한다. 걱정과 불안이 많은 그대여, 당신은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전사이니 쫄지 마시길. 그리고 절대 혼자가 아니니 너무 외로워 마시길.
---「이 세상 모든 불안러에게」중에서

나는 앞으로 대학의 학생자치가 오롯이 학생들 몫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자치의 경험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느끼고, 함께 연대하고 결집하여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대학 졸업 후에도 더 좋은 ‘우리’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회장으로 마주한 대학의 민주주의」중에서

나는 이런 현실 속에서 ‘대학 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자연히 나의 ‘미션’이 되었다. 이를 위해 첫째, 대학생의 언로를 틔워 문제를 알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둘째, 대학언론이 위기를 극복해 제 기능을 하도록 도울 것 셋째, 대학 사회의 언론 자유 실현을 차례로 실행할 것을 결심했다.
---「졸업을 미뤘다, 대학언론을 위해」중에서

이제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죽이고 똑같아지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우리는 거부해야 한다. 서울에 가야만 사람 대접받는 사회의 룰을 이제 깨뜨려야 한다. 입시제도를 개혁하여 각자가 좀 더 일찍 자기 삶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에 살아야만 사람인 것은 아니예요」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2030세대들이 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현상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더 많은 스타트업이 나와주고 더 많은 돈이 투자로 인해 좋은 기업들로 쏠려서 좋은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세상. 그렇게 바뀌게 될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했다」중에서

이렇게 돌봄이 드러나면서, 우리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사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들이란 것이었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그 옆 사람이 무너지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감기처럼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언제라도 확진자가 되어 격리될 수 있음을,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언제라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면 그러기 전에 그 입장이 되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그렇게 되기 전에 대응책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로 행하는 이타적인 실천이다.
---「청년? 여성? 됐고! 지구를 구하자!」중에서

나에게 학교 안의 세상은 지루했고, 배우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은 버린 지 오래된 대학은 학생을, 교육을 수익 모델로 다루는 기업일 뿐이었다. 사실 중·고등학교도 크게 다르진 않았기에 놀라울 건 없었다.
---「백수인 게 문제인가요? 혼자인 게 문제죠」중에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비겁하게 청년들을 그만 속였으면 한다. 문제는 시험 룰로 옥신각신하는 한 줌짜리 공정 따위가 아니다. 불공평이 너무 오랫동안 쌓여 잘못된 구조 자체를 망각하는 게 진짜 문제다. 절반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가혹한 불평등 구조.
---「경쟁하기 싫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의 반문

지금의 청년세대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며, 대학에 와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취직에 성공했으면, 그다음은 결혼, 승진, 출산 등 다음 목표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노후 대비 등 퇴직 이후의 삶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적당한 때에 남들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일들은 청년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부모 세대도 지나온 길이며 그들은 이미 직장에서 근면하게 몇십 년 동안 일하며 가정을 책임져왔다.

그런데 갈수록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문이 바늘구멍에 비유될 정도로 좁아졌으며, 노동소득만으로 예전처럼 미래에 집을 장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자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같은 길을 걷는 게 맞는 건지 묻게 된 것이다. 같은 길을 걷고 싶어도 못 걷고, 또 경쟁에서 남들을 제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 건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청년들이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걸어가며, 한국 사회가 ‘종말’을 맞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나”를 찾고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

프롤로그에서는 우선 집과 연애, 결혼 등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요즘 청년들의 삶을 살펴보고, 과연 경쟁이 공정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 “함께 나아가자는 제안”이 되길 바라며, 기성세대에게는 청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1장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에는 평범한 듯, 자기만의 색깔로 살아가는 저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현실에 부딪혀 “나”를 잃어버릴 뻔했지만, 중심을 찾은 경험을 공유한다. 유망하다는 금융회사에 다닐 때 불행하다고 느껴 퇴사하고 웹소설 작가로 살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하기도 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연대하기도 하며, 처음 독립하여 우여곡절로 자기만의 공간을 가꿔나가기도 한다.

2장 ‘종말의 시대에 저항하는 법’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학의 학생자치와 언론 자유를 위해 활동한 경험, 수도권으로의 기회 편중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전국의 청년들과 연합하여 지역 격차 등을 해결하려는 시도, 니트족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해본 일 등 구체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3장에서는 청년의 정치적 힘에 대한 전망과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 등을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학적으로 풀어냈으며, 에필로그는 산업화시대 서열 위주의 경쟁교육이라는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가 되려면

획일화된 목표를 향한 경쟁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그 출발선이 동등한지, 낙오자의 삶도 보장이 되는지 그 구조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무언가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교육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삶의 경로가 가능함을 확인하고,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청년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실패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보다 주체적인 삶이 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이 사회에서 소수자를 위한 안정망이 필요하며, 사회 근간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미래세대를 위한 나라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