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한국근대사 연구 (독서>책소개)/1.한국근대사

제국 일본의 역사학과 '조선'

동방박사님 2022. 8. 1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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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식민주의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가야사 복원이 선정되면서 함안 말이산, 경남 의령군, 나주 반남면 등지에서 고분군 발굴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재발굴 작업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굴되었던 곳이다. 해방된 지 반 세기가 넘은 지금도 한국 역사학에 드리운 식민주의 역사학의 그늘은 이처럼 크고 짙다. 차마 드러내지 못할 뿐, 한국 역사학은 일제강점기의 연구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식민주의 역사학에 의해 왜곡된 한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왜곡된 사학에 빚을 지게 되었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식민주의 역사학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따지기보다는 식민주의 역사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찰해야 한다.

식민주의 역사학은 근대역사학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구미와 일본에서 자국사 중심의 근대역사학 체계를 구축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가 식민주의적 역사인식이었다. 아울러 식민지의 역사 역시 근대역사학의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했다. 식민지를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이 식민주의 역사학이 아닌 이유이다.
『제국 일본의 역사학과 ‘조선’-식민주의 역사학과 제국·2』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식민지를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이 식민주의 역사학인 것은 아니다. 둘째, 식민주의 역사학은 근대역사학을 토대로 구축된 ‘식민주의적 근대역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따라서 근대주의와 국민주의(민족주의)가 식민주의와 결합한 양상을 분석하는 데서 식민주의 역사학 비판은 출발한다.

 

목차

머리말

제1부―――‘동양사’ 연구와 그 주변
윤해동 나이토 코난의 ‘동양문화’ 연구와 ‘근세론’의 명암
정상우 북방민족 고유성에 대한 탐색도리야마 키이치의 북방사 연구
심희찬 미시나 쇼에이의 신화 연구와 근대역사학식민주의 역사학의 사상사적 재구성

제2부―――‘조선사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
박찬흥 이케우치 히로시의 한국 고대사 시기구분과 고조선·한사군 연구
장신 미우라 히로유키의 조선사 인식과 『조선반도사』
정준영 오다 쇼고와 조선사학회, 혹은 식민사학의 차질과 제도화
정인성 일제강점기 나주 반남면 고분의 발굴과 야쓰이 세이이쓰
정준영 이마니시 류의 조선사, 혹은 식민지 고대사에서 종속성 발견하기


필자 소개

 

공저 : 윤해동, 장신, 박찬흥, 심희찬, 정상우, 정인성, 정준영
윤해동(尹海東, Yun, Hae-Dong)_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장 신(張信, Jang, Shin)_ 한국교원대 한국근대교육사연구센터 특별연구원 박찬흥(朴贊興, Park, Chan-Heung)_ 국회도서관 자료조사관 심희찬(沈熙燦, Shim, Hee-Chan)_ 리쓰메이칸대 비상근강사 정상우(鄭尙雨, Jeong, Sang-Woo)_ 한림대 사학과 조교수 정인성(鄭仁盛, Jung, In-Se...
 

출판사 리뷰

8명의 일본인 역사학자를 통해 식민주의 역사학을 고찰하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공동작업을 통하여 ‘식민주의 역사학 연구팀’은 식민주의 역사학의 성격을 탐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제국 일본의 역사학과 ‘조선’-식민주의 역사학과 제국·2』는 식민주의 역사학 연구의 세 번째 시도로서, 8명의 일본인 역사학자를 통해서 식민주의 역사학의 성격을 좀 더 깊이 살피고 있다. 다양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역사학의 성격을 살펴보려 했던 것은, 식민주의 역사학이 가진 면모가 그만큼 다양하고 다기(多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제1부 ‘‘동양사’ 연구와 그 주변’에 수록된 세 편의 논문에 대해 살펴보자. 윤해동은 나이토 코난의 ‘동양문화’ 연구와 ‘근세론’의 명암 이라는 글에서, 이른바 ‘교토학파 동양사학’의 창시자 나이토 코난(內藤湖南)의 역사학을 ‘동양문화’와 ‘근세’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부한다. 정상우는 북방민족 고유성에 대한 탐색-도리야마 키이치의 북방사 연구 라는 논문에서, 경성제대 교수로서 발해사 연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던 도리야마 키이치(鳥山喜一)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분석을 전개한다. 심희찬은 미시나 쇼에이의 신화 연구와 근대역사학-식민주의 역사학의 사상사적 재구성 이라는 글에서, 미시나 쇼에이(三品彰英)의 역사학이 일본의 근대역사학이 그 방법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거쳤던 여러 이론작업을 모두 경험하면서 구축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근대역사학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라야 비로소 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제2부 ‘‘조선사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에는 5명의 식민주의 역사학자가 조선사를 구성하는 방법을 추적한 5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먼저 「이케우치 히로시의 한국 고대사 시기구분과 고조선·한사군 연구」라는 글에서, 박찬흥은 일본 최초의 조선사 전공 아카데미즘 역사학자 이케우치(池內宏)의 한국사 시대구분 및 고조선과 한사군 연구를 추적한다. 박찬흥은 이케우치의 한국 고대사 연구가 엄격한 사료비판과 실증에 근거를 둔 것이었으나, 그에게 조선상세사의 주체는 만주에 거주하던 민족 혹은 한족이었으며, 조선반도 내부의 거주민은 우월한 외부세력에 의해 지배와 영향을 받는 미개한 존재이었을 따름이었다고 비판한다. 이어 장신은 「미우라 히로유키의 조선사 인식과 『조선반도사』에서 조선총독부가 추진하던 『조선반도사』 편찬작업과 관련하여 ‘국사학자’(일본사연구자) 미우라 히로유키(三浦周行)의 조선사 인식을 살펴본다. 세 번째로 정준영의 오다 쇼고와 조선사학회, 혹은 식민사학의 차질과 제도화 에서는 경성제국대학 설립의 실무주도자로서 조선사강좌 담당 교수를 지냈던 오다 쇼고(小田省吾)와 조선사학회와의 관련을 분석한다. 조선사학회는 『조선사강좌』라는 주제별 강의로 조선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조선사’ 연구자들을 결집시킴으로써 역사학 제도화의 중심에 있었고, 그 핵심은 오다 쇼고였다.

정인성은 일제강점기 나주 반남면 고분의 발굴과 야쓰이 세이이쓰 에서, 조선총독부의 고적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고고학자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의 활동을 분석한다. 정인성은 일본에서 ‘야쓰이 자료’를 새로 확보하고 조선총독부 문서를 추가로 분석하여, 나주 반남면에서 진행된 대형옹관 고분군 발굴의 배경과 발굴 과정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어 만화경처럼 묘사하고 있는 흥미로운 글이다. 마지막으로 정준영의 이마니시 류의 조선사, 혹은 식민지 고대사에서 종속성 발견하기 는 ‘조선사학의 개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의 조선사 연구가 가진 식민주의적 특성을 ‘진리효과’라는 개념을 통해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마니시에게 있어 고고학의 전파주의 이론과 실증사학의 문헌고증, 민족들 사이의 교통에 주목하는 역사지리학적 서술 등은 그의 서사에 진리효과를 부여하는 장치였다. 이러한 지적은 근대역사학적 방법론이 식민주의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근대역사학을 넘어서는 사유

『제국 일본의 역사학과 ‘조선’-식민주의 역사학과 제국·2』는 연구자 개개인을 분석대상으로 삼되, 식민주의 역사학의 성격을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 입각하여 동아시아 차원에서 새로이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작업은 주요한 식민주의 역사학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분석을 진행함으로써 트랜스내셔널한 차원의 동아시아 연구를 진행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근대역사학 비판에서 식민주의 역사학 비판이 출발한다고 할 때, 근대역사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확보하는 데서 식민주의 역사학 비판이 차지하는 위상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식민주의 역사학 연구 혹은 비판은 단순히 식민주의 비판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민주의 역사학 비판은 근대역사학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반성의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야만 비로소 근대역사학을 넘어서는 대안적 사유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