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서양철학의 이해 (독서)/7.서양현대철학

코즈모폴리터니즘이란 무엇인가 (2021) - 함께 살아감의 철학, 세계시민주의

동방박사님 2024. 2. 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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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코즈모폴리터니즘이 귀환했다” - 데이비드 하비
“살아감이란 언제나 ‘함께 살아감’이다” - 자크 데리다

‘먼 타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환대의 철학적 뿌리를 찾아서


국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지구는 ‘촌’이 되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환대하거나, 적어도 의식하고 있는 ‘이웃’은 내 주변, 내가 속한 집단과 국가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해 기후위기와 난민 문제 등 오늘날 시급한 이슈들은 더 이상 이러한 괴리가 허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 국가의 시민이 아닌 ‘세계시민’이 되기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환대’ 개념은 사실 ‘코즈모폴리터니즘’(세계시민주의)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 코즈모폴리터니즘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처음 다루어졌고, 이후 이마누엘 칸트와 자크 데리다, 한나 아렌트 등 유수의 학자들도 강조해왔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양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엔 헌장에 반영되는 등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개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코즈모폴리터니즘의 기원과 철학적 근거를 정리하는 가운데 그 특성과 가치를 짚고, 시대와 학자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살핀다. 또한 기후 문제와 소수자 문제 등 현대 세계가 직면한 여러 이슈를 관통하는 해결책으로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제시하며, 종교에서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된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의 개정증보판으로, 철학적 내용을 좀 더 보완해 코즈모폴리터니즘의 복합적 의미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책의 주요 내용들을 쉽게 정리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본문 곳곳에 ‘키워드 상자’를 배치했다.

목차

개정증보판 서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책을 펴내며

1장 왜 코즈모폴리터니즘인가

1. 함께-살아감의 철학
2.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인류 공동체: “세계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
3. 코즈모폴리턴 공동체: 위기를 함께 나누는 비영토적 공동체

2장 21세기, 코즈모폴리터니즘의 귀환

1. 타자에 대한 세 가지 윤리적 의미
2. 코즈모폴리터니즘을 둘러싼 오해와 이해
3.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주제
4. 코즈모폴리터니즘: 이론과 실천

3장 코즈모폴리터니즘의 특성과 가치

1. 코즈모폴리턴 정체성
1 ) 정체성의 정치학: 긍정, 차이, 혼종성
2 ) 코즈모폴리턴 정체성: 세계시민이란 누구인가
2. 코즈모폴리터니즘에 대한 다양한 관점: 부정적 이해와 긍정적 이해
3.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주요 특성
1 ) 거시적 상호의존성의 원리
2 ) 우주적 환대와 책임성의 원리
3 ) 초경계성의 원리
4 ) 초정체성의 정치학
4.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주요 가치

4장 스토아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

1. 코즈모폴리터니즘의 역사적 분기점
2. 스토아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 우주적 시민의식과 존재론적 평등성
3. 코즈모폴리턴 유토피아: 급진적인 존재론적 평등 세계에의 갈망

5장 칸트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

1. 세계의 영구적 평화: ‘목적의 나라’를 향하여
2. 코즈모폴리턴 정의와 권리: 정치적 실천을 위한 도덕적 나침판
3. 칸트와 함께 칸트를 넘어서 사유하기

6장 코즈모폴리턴 정의와 정치

1. ‘동료인간’ 의식과 제노사이드
2. 코즈모폴리턴 정의와 정치: ‘인류에 대한 범죄’를 넘어서

7장 코즈모폴리턴 환대: 인간의 권리와 의무

1. 코즈모폴리턴 환대: 환대 의무와 방문 권리
2. 개인적 환대와 국가적 환대: 갈등과 딜레마
1 ) 조건적 환대와 무조건적 환대: 환대의 정치, 환대의 윤리
2 ) 상대적 환대와 절대적 환대
3. 코즈모폴리턴 환대의 구성: 연민과 얼굴

8장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책임성으로서의 종교

1. 종교의 존재 의미: 책임성으로서의 종교
1 ) ‘그런 신’은 없다
2 ) 종교의 두 기능, 억압과 해방
3 ) ‘신제국’으로서의 종교 너머, 책임성의 종교로
2. 예수의 탈종교화: 코즈모폴리턴 시선
3. 예수의 코즈모폴리터니즘
1 )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경계를 넘어선 연민과 사랑
2 ) 코즈모폴리턴 실천: 신을 사랑할 때, 무엇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4. 바울의 코즈모폴리터니즘
1 ) 인간의 평등성과 동료시민의식
2 ) 바울과 함께 바울을 넘어서 사유하기
5. 기독교 코즈모폴리터니즘

9장 코즈모폴리턴 환대와 종교

1. 예수의 코즈모폴리턴 환대
1 ) 모든 존재의 긍정과 환영
2 ) 예수의 종교, 경계를 넘어서는 환대의 실천
3 ) 예수의 절대적 환대
2. 성서의 코즈모폴리턴 환대
3. 호스티피탈리티, 적대와 환대의 얽힘성

10장 코즈모폴리턴 타자 사랑과 종교

1. 종교적 사유의 전환
2. 타자 사랑: 나·타자·신 사랑의 분리불가성
1 ) 이웃의 범주
2 ) 사랑 행위의 복합적 의미
3 ) 자기 사랑: 타자 사랑의 전제조건
4 ) 다름의 사랑: 동질성의 사랑을 넘어서
3. 네이털리티, 타자 사랑의 전제조건
4. 코즈모폴리턴 이웃 사랑

11장 코즈모폴리터니즘과 함께-살아감의 종교

1. 유신론-무신론 너머의 종교
2. 종교, 생명의 부름에의 응답
3. 코즈모폴리턴 정의와 연민: 함께-살아감의 종교를 향하여

저자 소개

저 : 강남순
 
현재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교수이다. 미국 드루대학교(Drew University)에서 철학 석·박사(Ph.D) 학위를 받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신학부에서 가르쳤다. 2006년부터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에서 자크 데리다 사상,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 등 현...

책 속으로

어느 곳에 살든 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은 코즈모폴리터니즘과 같은 담론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20세기 후반부에 들어 코즈모폴리터니즘 담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론으로서 코즈모폴리터니즘은, 국적이나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우리가 타자에 대해 공통의 윤리적 의무들을 지닌다고 보는 사상이다.
--- p.40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이러한 ‘동질성의 공동체’가 아닌 ‘다름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 다름의 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끼리 공유하는 동질성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포용한다. 동시에 공동체의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들을 요구할 권리를 지켜내고, 그 개개인들을 향한 책임을 수행하는 이들의 공동체다. 다름의 공동체와 달리, 동질성의 공동체는 ‘우리-그들’ 사이에 분명한 포용이나 배제의 선을 긋도록 전제됨으로써 배타성의 가능성을 언제나 담고 있다. 즉, ‘우리’끼리는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연대하고 책임을 나누지만, ‘우리’와 동질적 집단이 아닌 ‘그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연대와 책임을 나누는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 p.99

담론과 실천으로서의 환대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그러한 일들에 대한 여러 분석과 실천적 요청을 담고 있다. 흔히 환대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환대의 문제는 불법 이주자, 미등록 이주 노동자, 난민, 망명자 또는 다문화주의 등의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더 나아가 현대 세계에서 환대의 문제는 지구화·국제화·국적·이민 등의 문제, 특히 타자를 ‘타자화’하는 정치적·종교적 도구로서 포용과 배제에 관한 공공 정책들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 p.179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각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이나 궂은일에 관심하고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관계에 대해 낭만적으로만 보는 것은, 관계의 책임성과 그 책임성을 수행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무거운 짐들과 씨름하는 일 같은, 관계의 어두운 면들을 간과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타자의 존재가 나와 무관한 것으로 본다면 서로의 존재가 아무런 ‘방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고 보살피려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언제나 그 존재에 의해 방해받는 경험을 한다. 타자들과의 뗄 수 없는 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방해받는 것이다.
--- p.192

출판사 리뷰

코즈모폴리터니즘을 둘러싼
오래된 오해를 걷어내다


이 책은 제목에 걸맞게 ‘코즈모폴리터니즘’을 둘러싼 여러 오해를 하나씩 풀어간다. 흔히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어디선가 들어봤고,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비슷한 이름의 잡지 [코스모폴리탄]이 널리 알려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오래된 전통을 지닌 개념이다. 기원전 5세기 중반 “당신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우주(cosmos)의 시민”이라고 답한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스토아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은 국가 등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된 소속’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코즈모폴리턴 개념의 기원으로 볼 수 있으며, 이후 각 시대마다 한계가 있긴 했으나 이마누엘 칸트(계몽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 카를 야스퍼스와 한나 아렌트(근대 코즈모폴리터니즘)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타자를 향한 ‘윤리적 의무’로서 코즈모폴리터니즘 사상에 주목해왔다.

또 다른 오해는 코즈모폴리터니즘이 구체적인 정치와 역사에 무관심하며, 중산층의 사치스러운 삶이 반영된 탈정치적 사상이라는 오해다. 실제로 안토니오 그람시는 ‘코즈모폴리턴’들이 제국주의와 연계되어 부유하는 지식인들이라고 보았으며, 프란츠 파농 역시 코즈모폴리터니즘이 식민주의에 맞서는 민족주의를 방해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이는 코즈모폴리터니즘에 대한 지극히 제한적인 이해에 불과하며, ‘개방적’ 민족주의의 경우 민족적 경계를 넘어서려 한다는 점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

코즈모폴리터니즘을 ‘보편주의’나 ‘평등주의’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에서는 겹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보편주의와 평등주의가 인류 또는 인간이라는 보편적 범주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얼굴’로 상징되는 개별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얼굴의 철학’을 강조했는데, 이는 곧 ‘개별성의 윤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코즈모폴리턴 환대의 중요한 특징이다.

우리는 격렬하게 방해받고
방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타자를 향한 ‘포용의 원’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코즈모폴리터니즘 사상은 그 자체로 종교의 존재 의미와 연관된다. 성서 속 여러 에피소드에는 이미 외국인을 향한 코즈모폴리턴 환대 사상이 녹아 있다. 이는 오늘날 난민 문제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이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은 사실상 ‘외국인’으로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늘 “타자의 환대를 필요로 하며 내 주변의 타자도 나의 환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러한 환대를 낭만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 현실에서 환대한다는 것은 타자들과의 “격렬한 관계성에 의해 방해받는 것”이다. 환대와 적대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 이 책에 인용된 성서 속 여러 사례에서는 남성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 여성이 아무렇지 않게 희생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를 남존여비가 당연시되었던 옛날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오늘날에도 특정 그룹에 대한 ‘환대’의 이면에서 다른 그룹의 사람들, 예를 들어 외국인, 성소수자, 여성 등에 대한 ‘혐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대의 성공’ 이면에서 일어나는 ‘환대의 실패’에 대한 인식은, 환대에 관한 담론과 실천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지점이다.

철학과 종교의 측면에서 바라본 ‘코즈모폴리터니즘’이 던지는 질문들은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 타자를, 특히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친근한 타자가 아닌, 애써 보려 하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말할 수 없는’ 타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책의 이러한 물음을 받아들인다면, 너무 당연해서 이제는 공허하게 들리는 ‘이웃 사랑’이 새로운 질문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