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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2017) - 존엄하게 살기 위한 인문학 강독회

동방박사님 2024. 5. 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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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 읽기는 지극히 고독한 행위지만, 그 고독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존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책을 들다

이 책의 저자 유창선은 오랫동안 시사평론가로 방송과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배제되었다.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한 채 세상이 원하는 말을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나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와 불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그에게 인생의 좌표였다. 자신의 말과 글, 사는 모습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상과 불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고독의 시간, 그는 그동안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된다. “언제까지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삶을 살 것인가.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어째서 나 아닌 사람들이 내 삶을 결정짓는단 말인가.” 시대를 무기력하게 한탄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힘을 스스로 키우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수험생처럼 동네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책에 파묻혀 보낸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진즉에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2500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작가들도 하고 있었다. 삶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여는 글’ 중에서

삶의 의미를 묻고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지나 이제 조금은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되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다. 단순히 인문학 고전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자신의 내면 풍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오늘 이곳에서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신의 진실을 지키고 존엄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한 지식인의 자기 탐구 기록이기도 하다. 책 읽는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 위대한 사상가와 온몸으로 만날 때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목차

여는 글 내 삶의 산맥을 만든다는 것

01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삶이 어렵고 힘들 때, 니체를 만나/망치를 들고 우상을 파괴하는 철학자/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새처럼 가벼워지는 법/“너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라”/니체는 나의 동지였다

02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학교라는 수레바퀴/누가 소년을 죽게 했나/수레바퀴는 우리 위에도 있다/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살고자 한다면/우리는 여러 번 살 수 있다

03 소속되지 않을 자유- 프란츠 카프카, 『성』
어둠과 안개에 가려진 성/예속되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이방인의 기다림과 절망/성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04 애도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나 -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끝없이 빠져드는 상실의 슬픔/어머니,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랑/슬퍼할 권리를 빼앗는 사회/비타 노바, 애도를 통해 새로 태어나다/애도받지 못한 죽음, 세월호/충분히 슬퍼해야 자유로워지건만

05 우리는 왜 영웅과 강자를 원하는가 - 루쉰, 『고사리를 캔 이야기』
백이와 숙제, 지조의 아이콘이 아닌 무기력한 노인?/고사리를 애타게 찾아다닌 사연/루쉰, 숭배를 마다하고 전설의 이면을 파헤치다/영웅은 없다. 다만 만들어질 뿐/우리는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06 삶의 품격을 배우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진정한 자존감/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내면의 진실을 지킨 단독자/지금 우리가 대면하는 소크라테스적 상황/진실은 일상 속에서 지켜지는 것/생각과 삶의 일치라는 숙제

07 왜 이토록 불안한가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우리 모두의 절박한 고립감/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외로운 죽음/소외된 삶에서 도피하고자 변신해봐도/우리는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결국 믿을 것은 나의 힘

08 내 안에 얽혀 있는 선과 악 -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들/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잃고/부조리한 권력은 개인의 사랑도 허용하지 않는다/다중성은 모든 인간의 굴레/욕망의 두 얼굴

09 지금 다시, 휴머니즘- 호메로스, 『일리아스』
위대한 인본주의 서사시/아들의 시신을 찾아 적진으로 간 아버지/인간적인 연민이 만들어낸 극적 반전/인간에 대한 절망과 낙관 사이에서/가장 오래가는 것은 사랑

10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흥미진진하고 깊이 있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수도사들의 죽음이 이어지고/웃음을 그토록 두려워한 이유/진리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진리/진리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것

11 사유하는 정치적 삶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나를 넘어 세계사랑으로/인간다운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사유하지 않을 때 생기는 참혹한 결과/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2 나를 배려하는 기술 - 미셸 푸코, 『주체의 재해석』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나에게 집중할 것/ 인식이 아니라 변화가 중요하다/ 파레시아, 진실을 말할 용기/자기 배려를 통해 성숙한 실천으로/자기 돌봄은 진실하게 살기 위한 출발점/너무 오래 외부 세계만 바라보며 살았다

닫는 글 절망의 한가운데서 희망 찾기
저자 소개
저 :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부터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평론을 해온 1세대 정치평론가였다. 평생 정치 얘기를 하던 사람이 문화예술에 관한 책을 써서 나타나니 독자들은 의아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5년 전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병상에서 만난 것이 음악이었다. 불 꺼진 병실에서 밤마...

책 속으로

“그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누구보다 고독했던 니체로부터 발견한 강한 힘과 용기였다. 니체는 살아가는 데 고독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은 고독할 때 가장 깨어 있고 충만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고독했을 시간에 그는 열정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펴냈다. 외롭다는 것은 생각만큼 나쁜 것이 아니다. 외로운 사람이 약한 것은 더욱 아니다. 니체는 내가 가장 외로웠을 때 시공을 초월하여 함께 했던 둘도 없는 동지였다.”

“방송 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면, 시대를 무기력하게 쳐다보며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힘을 키우기 위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삶의 길을 열어가는 자유인으로서 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늦깎이 인문학 공부였다. 진즉에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돌고 돌아 이제 진짜 나의 것을 찾은 느낌이다.”

“나는 거대한 성과의 싸움에서 이길 도리가 없음을 잘 안다. 대신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다. 그러니 성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K처럼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낫다. 자기만의 진실을 지키는, 조금은 외로운 길로.”

“겐지는 부모에게도 국가에게도 의존하지 말라며, 홀로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우리에게 주문한다. 그 길에서 벗은 오직 고독뿐이다. 겐지는 “지상의 보물인 자유에는 언제나 고독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며, “자유와 자립의 정신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증거”이고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살아 있으면서 절대적인 안녕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산송장의 삶인 것이다. 나의 길을 가기 위한 고독과 고뇌는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의 영웅은 누구인가. 나에게는 내가 영웅이다. 당신에게는 당신이 영웅이다. 구태여 멀리 있는 백이?숙제를 영웅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지상의 세계에 메시아는 없더라. 그래서 나
는 백이와 숙제마저도 조롱한 루쉰이 좋다.”

“우리는 숱한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권력, 재물, 명예, 위신……. 거창한 대의를 목소리 높여 말하던 사람들조차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아니 더 집착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허탈해지는 순간도 많다. 우리 모두가 소크라테스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그리고 앎과 삶의 일치라는 힘겨운 숙제를 껴안고 살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나의 자존과 품격을 지키는 길은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성찰하는 삶’을 깨우쳐주고 사람들의 곁을 떠나갔다.”

“나를 일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며 살아갈 일이 아니다. 그런 착각이 필요 이상의 당황스러움과 낭패감을 낳게 된다. 상처받지 말고 담담하게 대할 일이다. 그레고르의 불쌍한 죽음 앞에서, 나는 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어떤 불안도 감당할 수 있도록.”

“언제나 선과 악은 경계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뒤얽혀 있곤 했다. 인간의 삶에서 행복보다 비극의 서사가 더 많은 이유다. 이제 나이가 드니 ‘선과 악이 종잡을 수 없이 얽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던 도로시 파커의 시 구절은 사실은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프리아모스에게 아킬레우스는 그토록 아끼던 아들을 죽인 원수였다. 하지만 그 원수 앞에서 아버지는 울며 애원했다. 또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였지만 사랑했던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슬픔과 분노는 여전했다.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단 채 끌고 다니며 욕보인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자식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애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원수 사이였지만 마찬가지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기에 연민을 느꼈던 것이다. 정치보다, 전쟁보다 위대한 것은 존엄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원장이 윌리엄에게 “진리는 어디에 있답니까?”라고 물었다. 윌리엄은 이렇게 대답했다. “진리는, 때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진리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도 찾던 진리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의 유목민 같은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렌트 사상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간직한 인간주의가 흐른다. 아렌트 사상의 입구와 출구는 사랑이었다. 젊은 시절에 가졌던 인간에 대한 신학적 사랑의 관심은 그 이후 세계사랑이라는 정치적 사랑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그것은 개인의 이익이나 생존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더 배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사랑의 결실은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족적 삶을 넘어 인간 공동체를 위한 삶을 주문하는 아렌트의 생각들은 ‘오늘 이곳에서 우리의’ 삶에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푸코는 자기 점검과 자기 수양을 거친 윤리적 주체만이 진실한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진실한 주체가 비로소 진실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사람일수록 먼저 자신을 바라볼 일이다. 삶을 감당해나가는 힘도, 더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거기서부터 나올 수 있다. 자기 배려에 관한 푸코의 말이 오늘 이곳의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그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이 넘쳤던 젊은 시절, 자기를 돌보는 것은 미뤄두었다. 대의를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채워야 할 감성과 생각을 건너뛴, 결핍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에 갇혀 살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외부 세계만 바라보며 살았다. (...) 세상을 향한 어떤 목소리도 내면에서 자립적이고 반성적인 사유를 거쳤을 때 의미를 가진다. 그래야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포용하는 나의 목소리가 가능하다. 이제라도 더 많은 것을 읽고 보고 듣고 느끼고 싶다. 그래서 따뜻한 영혼을 간직한 윤리적 주체가 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책 읽기는 지극히 고독한 행위지만, 그 고독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존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책을 들다

이 책의 저자 유창선은 오랫동안 시사평론가로 방송과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배제되었다.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한 채 세상이 원하는 말을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나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와 불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그에게 인생의 좌표였다. 자신의 말과 글, 사는 모습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상과 불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고독의 시간, 그는 그동안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된다. “언제까지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삶을 살 것인가.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어째서 나 아닌 사람들이 내 삶을 결정짓는단 말인가.” 시대를 무기력하게 한탄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힘을 스스로 키우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수험생처럼 동네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책에 파묻혀 보낸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진즉에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2500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작가들도 하고 있었다. 삶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여는 글’ 중에서

삶의 의미를 묻고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지나 이제 조금은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되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다. 단순히 인문학 고전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자신의 내면 풍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오늘 이곳에서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신의 진실을 지키고 존엄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한 지식인의 자기 탐구 기록이기도 하다. 책 읽는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 위대한 사상가와 온몸으로 만날 때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당신의 영혼을 흔들고 찌를 12권의 책
읽고 사유하는 사람만이 싸우고 사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책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니체,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카프카, 움베르토 에코, 롤랑 바르트 등의 저작들은 혼자서 독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저자는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넓고 깊게 읽어냄으로써 독자들의 친절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덕분에 독자는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난해해서 포기했거나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주옥같은 명저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고른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유’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류사의 엄청난 비극에서부터 최순실 게이트까지 사유하지 않을 때 얼마나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목격했다. 아렌트에 따르면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유는 비판이고 행동이다.
사유하는 힘을 일깨워주는 책을 만난 사람은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절망의 시대에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품격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진리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사유하게 된다. 사유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의 품격을 지키고, 누구도 존엄을 잃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운다. “혼자 고독 속에서 하는 사유는 결국 활동적인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싸움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런저런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문장 하나에, 방송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에 진실이 담겨 있다. 때로는 하나의 문장, 한 마디 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양심이고 힘이다. 소소한 과정에서 유혹을 이겨내고 자기의 진실을 지켜냈을 때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본문 중에서

우리 모두가 앎과 삶의 일치라는 숙제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품격 있고 존엄한 삶은 자신의 욕망과 끊임없이 싸우고 일상에서 진실을 지켜나갈 때 가능하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길이다. 싸우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