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한민국 현대사 (책소개)/3.민주화운동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배경 (2016)

동방박사님 2024. 6.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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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 각국의 민주화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국 민주화의 미래가 보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기획한 이 책은 한국의 상황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민주화 과정이 흥미롭고 유의미한 나라들의 사례를 대륙별·유형별로 고려해서 선정하고 분석한 연구서다. 다른 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를 더욱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점을 자각하기 위해 시도된 연구인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이 아닌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나라를 다루었으므로 세계 각국의 민주화 경험과 노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좀 더 폭넓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혁명이나 시위를 통해 민주화를 쟁취했다가 군부 쿠데타나 독재자의 통치를 통해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가 걸어온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화 이행에는 성공했지만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의 사례는 한국의 자화상과도 같으므로 이들을 분석하는 일은 한국 민주화의 미래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목차

1부 동아시아와 남미: 근대화와 국가성

1장 대만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공고화
2장 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공고화: 성공과 좌절
3장 필리핀 민주주의 공고화의 이상과 현실
4장 아르헨티나, 요원한 민주주의의 완성

2부 유럽과 근동: 이념, 습속, 그리고 시민사회

5장 포르투갈-스페인에서의 민주주의 이행 과정 분석
6장 그리스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7장 러시아 민주주의 공고화의 실패: 구조, 제도, 행위자
8장 헝가리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현안: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9장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의 비교정치학적 분석: 혁명 발발의 불가측성과 민주화 성공의 구조적 요인

책 속으로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기존의 정치체제가 그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도입된 민주주의적 방식 또한 그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그 결과 민주주의를 뒤틀거나 또는 우회하는 길을 찾는다. 아니면 그리스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서로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면서 정체나 위기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 p.35

대만은 성공적인 민주적 전환과 공고화 과정을 거쳤지만 국내에서 통제할 수 없는 ‘중국 요소(China factor)’가 잠재적인 갈등으로 상존해오고 있다. 또한 중국이 대만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통일을 하기 위한 공산당의 정치적인 계산 때문인데, 이러한 경제적인 지원은 중국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지기보다 사회적 갈등과 젊은 세대의 자주적인 대만관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만의 민주주의에서는 ‘중국 요소’가 다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p.86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공고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적·절차적 차원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이것이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법칙’이 내면화되고 정착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태국은 1992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이행 과정의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공고화로 진입하려는 단계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했으나,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2006년 발발한 군부 쿠데타로 인해 민주주의의 퇴보를 경험했다. --- p.139

헌팅턴의 민주적 전환 유형에 따라 필리핀은 야권이 주도해 민주적 전환을 쟁취한 ‘대체’로, 한국은 집권 세력과 야권이 연합해 민주적 전환을 성취한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전환 이후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는 유사한 측면과 상이한 측면이 동시에 발견된다. 두 국가 모두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연합했던 세력들이 민주적 전환 이후에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 민주 세력이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길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 p.187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공고화의 문제는 정치권 내 지배적인 세력인 페론주의가 인물 중심의 전근대적인 양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전 아르헨티나 정치는 큰 그림에서 군부와 노조의 대립으로 설명되었다. 민주주의 전환 이후 아르헨티나는 군부라는 한 축이 무너지면서 극단적인 대립과 사회 갈등, 정치 폭력은 더 이상 사라졌지만 대신 정치적 발전도 어려워졌다. --- p.249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한 타협과 협정은 순탄한 민주주의 경로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이긴 하지만 이로 인한 대가도 치러야 한다. 엘리트들 간의 담합과 부패, 불평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는 그 대가 중 일부다. 성공적인 새로운 민주주의는 통합을 위해 약한 시민사회와 낮은 시민 참여도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음을 스페인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p.302

그리스의 경우 온건화를 채택한 정치 엘리트들 사이의 정책 수렴은 정치 과정을 상대적으로 안정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한 교훈을 준다. 그러나 안정을 위한 지나친 타협은 기득권 세력의 온존과 부패의 연속으로 이어져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도 학연, 지연, 출신을 따지는 문화와 엘리트 동맹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그리스 사례를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 p.349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 국가에 대한 낮은 신뢰, 후견주의적 정치 문화, 총체적 부패, 시민사회의 부재 등은 러시아 민주주의 이행의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현상들이다. 현재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는 상당히 공고화된 상태이며 더욱이 소비에트 시기부터 뿌리내려왔던 후견주의적 정치 문화는 총체적인 부패의 배경이 되고 있다.

헝가리를 비롯한 비셰그라드 회원국은 전환기 정치·경제·사회의 동시적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행했고 서방의 주요 경제·안보 협력체인 EU와 NATO에 가입했다. 이로써 냉전시대에 한때 공산주의 국가로 불렸던 동유럽 국가는 시장 자본주의와 민주적 공고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현재는 EU 회원국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와 달리 최근 서유럽의 정치평론가들은 동유럽의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 p.455쪽

높은 불가측성을 나타낸 아랍의 봄 혁명과 민주화운동 사례를 비춰볼 때 이슬람 문화주의나 아랍 예외주의 접근법은 오류로 드러났다. 안정적으로 보이던 아랍의 장기 독재 정권이 갑작스럽게 붕괴한 것은 혁명의 우발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2011년 아랍 세계의 시민들도 1979년 이란의 샤와 1989년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회 앞에서 정치적 비용과 혁명 성공의 혜택을 저울질하고 민주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 p.504쪽

하지만 민주주의란 시민의 대표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뽑는 정치적 기재이지 경제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명령 하달식의 권위주의 체제보다 경기 부흥에 취약하다. 특히 신흥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기대감에 부푼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 p.490쪽

이 책이 다룬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저항의 정신만으로는 민주주의 공고화를 이루기 힘들다. 정치적 권위가 사라진 상태에서 느껴지는 도도한 혁명적 해방감에 도취된다면 정치적 자유를 성취하기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정치사상적 흐름은 대체로 공산주의까지도 자유주의의 한 형태로 이해하고 있다. 둘 다 인간 해방에 목적을 두지 않았는가. 자유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내세우지 않았는가. 일견 이념적으로 대단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였던 정치적 사물들이 사실상 같은 뿌리의 정신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 p.533쪽

현재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권위의 수립이다. 저항적 민주주의 운동을 거친 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독 정치적 권위에 대한 신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필자는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자유의 문제는 주로 권리의 문제로 다루어졌다. 권리의 쟁취가 사람들에게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 p.534쪽
--- p.400

출판사 리뷰

서구의 선진 민주주의가 아닌, 지구촌 각국이 겪는 민주화의 현주소

오늘날 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최선의 정치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가 ‘정치제도’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 나라가 안고 있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민주주의 형태로 인식되는 대의 민주주의는 서구의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한 반면,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나라마다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안고 있는 사회문제가 다른 탓이다. 서구의 경험이나 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의 민주화 과정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 다시 말해 이 책의 출간 의의가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이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각 나라가 민주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문제들을 자각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병폐도 냉철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이행 및 공고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나라의 현실 분석

이 책의 1부에서는 근대화와 국가성의 변수에 초점을 맞춰 동아시아와 남미의 사례를 다룬다. 먼저 지리적·역사적 측면에서 한국과 가장 비슷한 사례인 대만은 1987년을 기점으로 민주화 이행이 본격화되었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민주주의로 전환되어 폴리티 IV, 프리덤하우스 같은 유수의 조사로부터 민주주의 지수를 매우 높게 평가받았다. 태국은 1992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민주주의로 이행했다가 독재자가 집권하기를 반복하는 갈지자 형태의 민주화 과정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경제가 정치를 발목 잡아 포퓰리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에, 경제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념적·역사적 습속과 시민사회에 초점을 둔 2부에서는 유럽과 아랍의 사례를 다룬다. 1974년 혁명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포르투갈과, 엘리트에 의해 민주주의로 이행한 스페인의 사례를 비교·분석하는 한편, 1974년 민주주의로 이행한 이후 20여 년 동안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밟다가 최근 국가 파산의 위기를 맞은 그리스의 사례도 다룬다. 러시아에서는 권위주의적인 푸틴 정권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간 러시아가 강행해온 민주주의 실험에 국민들이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58%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헝가리는 공산주의 체제가 종식된 후 민주주의 공고화와 시장 자본주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확립했으나 서구 민주주의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미성숙한 단계다. 아랍에서는 2011년 초 튀니지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이후 그 영향이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졌는데, 아랍 민주화운동의 발발과 확산은 우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나라마다 대응도 다양한 실정이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 민주화의 미래를 가늠하다

조지프 슘페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한 민주화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혁명이나 급진 세력에 의한 민주화는 반(反)민주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학자의 이 같은 좁은 해석은 서구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임을 잘 알 수 있다. 선거를 치를 사회적 여건도, 선거로 민심을 대변할 정치적 상황도 마련되지 못한 나라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나라 중에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나라도 있고, 공고화 과정에서 뒷걸음치거나 혼란 상태인 나라도 있으며, 권위주의로 회귀한 나라도 있다. 이들 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가 걸어온 역사 또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민주화 이행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사회관계도 민주화해야 함을, 더불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라 할지라도 후퇴하는 것 또한 한순간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자 소 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의해 2001년 설립된 공공법인이다. 민주화운동 기념,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료 수집과 관리,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연구·교육, 기념관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민주화운동의 올바른 역사 정립과 민주주의 지평을 확대하고, 나아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성과를 세계에 알려 지구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엮은이
김호섭 |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병택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지은이
고명현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주현 |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김남국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대순 |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 외래교수
김동엽 |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지역원 HK교수
김호섭 |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유진숙 | 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이동윤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병택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은주 |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