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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왜, 케인스 경제학을 읽어야 하는가
케인스가 정말로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궁금해하는 현대 독자들이 선뜻 케인스의 『화폐론』이나 『일반이론』을 접했을 때는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책들은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책들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집필된 책이며, 케인스 이전의 경제학으로부터 새로운 경제학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놓여 있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독자들이 그러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구분해 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현대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보지 않고 낡은 것에 주목하면서 케인스를 이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현대의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강단의 경제학자들조차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가장 무책임한 태도는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고전’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읽어 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좌절이나 곡해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그러한 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케인스를 좀 더 잘 읽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_옮긴이의 글에서
케인스가 정말로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궁금해하는 현대 독자들이 선뜻 케인스의 『화폐론』이나 『일반이론』을 접했을 때는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책들은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책들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집필된 책이며, 케인스 이전의 경제학으로부터 새로운 경제학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놓여 있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독자들이 그러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구분해 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현대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보지 않고 낡은 것에 주목하면서 케인스를 이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현대의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강단의 경제학자들조차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가장 무책임한 태도는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고전’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읽어 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좌절이나 곡해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그러한 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케인스를 좀 더 잘 읽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_옮긴이의 글에서
목차
1장 왜 케인스를 공부하는가
1. 들어가기 | 2. 경제학에서의 모델과 수학의 사용 | 3.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델이란? | 4. 이 책의 성격 | 5. 이 책의 주요 내용에 대한 요약 | 6. 이 책이 따르는 논증 방법에 대해 | 7. 케인스의 유산
2장 고전학파의 고용, 이자 그리고 화폐
1. 들어가기 | 2. 곡물 모델: 한계수확체감과 한계생산성 | 3. 「고전학파」 경제학에서의 노동시장 | 4. 「고전학파」의 자본시장 | 5. 토지의 공급과 소득의 분배 | 6. 「신고전학파」의 공헌 | 7. 「고전학파」 이론에서 화폐의 역할 | 8. 세의 시장의 법칙 | 9. 다음 장에서의 논의에 대한 개요: 케인스의 「고전학파」 이론 비판
3장 케인스의 『일반이론』
1. 들어가기 | 2. 「유효수요원리」 | 3. 소득: 핵심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교묘한 개념 | 4. 「기대상태」라는 것에 대해 | 5. 「총수요」와 「승수」 | 6. 소득, 지출, 「유효수요」 그리고 「승수」 | 7. 「화폐임금」의 변화 | 8. 왜 화폐임금은 경직적일까? | 9. 「기대」의 변화와 「기대」의 충족 | 10. 뒷문으로 들어온 「세의 법칙」? | 부록 1: 케인스의 「균형」, 「기대」, 그리고 「시간」에 관하여 | 부록 2: 케인스의 「임금단위」와 「노동단위」에 대해 | 부록 3: 케인스의 「사용자비용」에 대해
4장 세간의 큰 혼동들
1. 들어가기 | 2. 「대부자금설」에 존재하는 혼동 | 3. 투자와 이자율 | 4. 화폐와 이자율 | 5. 「고전학파」 경제학에서의 「IS-LM 모델」: 모델이 갖는 함정 | 6. 화폐와 저축: 또다시 뒷문으로 들어오려는 「세의 법칙」 | 7. 이 장의 정리 | 부록 1: 자본과 「자본논쟁」에 관하여
5장 「화폐수량설」에서 탈출하기 위한 지난한 투쟁
1. 들어가기 | 2. 「화폐수량설」 | 3. 화폐의 본질에 대한 정의 | 4. 화폐수요 | 5. 물가수준의 의미 | 6. 「순산출」 수준 | 7. 「화폐수량설」과 『일반이론』 | 8. 『전비조달론』 | 9. 화폐임금과 인플레이션 | 부록 1: 『화폐론』에 나타난 케인스의 「기본방정식」 | 부록 2: 「자연이자율」에 관하여
6장 베르사유조약부터 브레턴우즈 체제까지
1. 들어가기 | 2. 국제 경제에 있어서의 곡물경제 모델(고전학파 모델) | 3. 전비 보상 | 4. 통화 간 환율 | 5. 「유효수요」 | 6. 국가와 통화 | 7. 국제자금 거래 | 8. 「국제청산동맹」과 브레턴우즈 체제 | 9. 경제학이 아닌 정치학의 대상으로서 국제화폐 | 부록 1: 보리와 밀로 이루어진 국제 무역에서 환율 형성에 관한 부연 설명
7장 「케인지언시대」
1. 들어가기 | 2. 역사적 기록 | 3. 완전고용과 안정화 정책 | 4. 「케인지언시대」는 어느 정도 케인스적이었나? | 5. 「케인지언시대」의 종언 | 6. 케인스 경제학의 종언? | 7. 이 장의 정리 | 부록 1: 7장 데이터의 출처
8장 현대에 있어서의 케인스
1. 들어가기 | 2. 케인스의 이론의 지속적인 현대적 타당성 | 3. 케인스의 정책적 연관성 | 4. 완전고용과 실업 | 5.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 6. 환율과 무역정책 | 7. 유로화의 복구 | 8. 결론
만약 이러한 「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간단한 논의에 대해서도 불평스럽게 생각된다면, 스스로 진정 케인스의 경제학을 이해하고 싶은지 여부에 대해 반문할 필요가 있다. 그의 사상은 「고전학파」 경제학 모델의 핵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될 수 없는데, 특히 그의 이론은 「고전학파」 경제학의 복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케인스가 가지는 혁명적 성격은 그가 공격하려 했던 그 대상들에 대한 확고한 이해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 그 자신이 직접 언급한 것들은 당연히 이해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이나 혹은 케인스에 대한 비평의 많은 것들은 사실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 p.29
가장 중요한 명제는 자본은 그것의 희소성으로 인해 어떤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토지는 다른 토지와 구별되고, 또한 공급은 고정되어 있다. 사회 전체로 볼 때 당장의 소비를 미루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수록, 그래서 미래의 소비를 위해 소득을 저축하거나 혹은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수록 종자의 공급 또한 희소해진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자는 생산성과 절약 간 균형에 의해 결정되고, 지대라는 것은 각 토지가 가진 비옥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지대, 이자, 그리고 임금은 모두 한계생산물이라는 동일한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 p.56~57
일보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케인스의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대소득」이라는 개념을 먼저 다루어야만 한다. 케인스의 사상을 둘러싼 혼란은 케인스에 있어서는 「순산출」이 우선 화폐 가치로 환산되고 그에 근거해 소득이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있음에 대한 의미와 그 중요도를 이해하지 못함에 기인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는 경제학 교육 과정의 실패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수식적 모델을 너무도 사랑하는 수학자들이다. 그렇지만 회계학에 대해 제대로 훈련된 사람이나 혹은 회계학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반면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이 문제에 총 49쪽, 즉 책 전체의 1/8에 상당하는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 p.84
화폐경제에서는 「시간」이 지극히 중요한 요소이다. 「단기기대」와 「장기기대」 사이에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간과하고 있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단기기대」라는 것은 지금 오늘 생산 중인 상품의 가치에 대한 「기대」이다. 「장기기대」는 지금 새로운 자본 설비를 주문하고, 그것을 이용해 미래에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대」이다.
「고전학파」 경제학 이론에서는 양자 간 차이는 없고, 마치 지금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에게 미래에 신발을 배달하라고 주문할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단기 선물시장이 아니라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해 장기 선물시장이 존재한다고 상정함으로써 「고전학파」 이론은 현재와 미래의 소비, 일과 레저 간 일종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이 없으면 「세의 법칙」을 기능하게 하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p.161~162
일반적으로 볼 때 통화량의 증가는 그 전부 혹은 그 일부는 지출의 증가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고, 반면 화폐수요의 증가로 인해 상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화폐수요의 감소는 통화량의 변화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유효수요」의 증가는 생산량 증가와 물가 인상으로 나뉠 수 있다. 만약 지출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 증가 자체가 (「임금단위」로 측정된) 「유효수요」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과 고용은 변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한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기에 통화량만을 인플레이션을 분석하는 열쇠로 삼는 것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케인스에게 있어서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과제는 금융정책에만 맡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은 이제는 총지출을 관리하고 또한 수요와 무관하게 임금이 상승하는 소위 「비용압박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케인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p. 201
「고전학파」 경제 모델에서는 이러한 경상수지균형이 항상 달성된다. 생산이나 소비에 있어서의 일시적이거나 계절적인 변동, 혹은 어떠한 ‘충격’ 후의 새로운 「장기균형」을 향한 조정 과정 중에 흑자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며, 또한 그것에 대응해 크로스보더 대출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크로스보더 대출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소위 다기간 거시경제 모델(intertemporal macroeconomic model)에서는 소비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소득에 정확히 맞춰 소비를 하는 것보다 여유 소득을 빌려주거나 혹은 필요한 금액을 빌리는 행위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소득에 부합해 소비함으로써 외부 충격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시킬 수 있고, 또한 그럼으로써 (단순히 현재 소득의 범위 안에서 소비하는 것보다 ― 옮긴이)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상수지적자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경상수지적자는 전쟁과 같은 나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당장 좋은 투자 기회가 국내에 있어서 그를 위한 (자본재 등의 ― 옮긴이) 수입 수요가 늘기 때문일 수도 있는 등의 어쩌면 좋은 기회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당장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국내에서 저축을 늘리는 것보다 외국에서의 저축을 차입함으로써 일단 필요한 부분을 조달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 p.224
케인스 자신이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1941년의 영국 최초의 ‘케인스적’ 예산은 완전고용 상황하에서 발생 가능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전비조달론』에서의 분석에 대한 후속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고용산출」과 부합하도록 수요를 의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미드나 러너 등의 케인스 추종자들은 이후 소위 「수요관리」라는 틀을 개발해 평화 시 정부의 세금이나 지출 결정(재정정책)을 단순히 공공재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맥락에서 볼 수 있도록 했던 것이었다. 러너는 이 새로운 견해를 「기능적 재정」(機能的財政, functional finance)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한센이 주도하던 하버드대학 세미나 그룹 소속 구성원들과 그들의 정부 인맥을 통해 미국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 p. 265~266
대부분의 케인스의 정책적 주장은 현재의 거시경제정책의 틀 안에 이미 편입되어 있다. 재정정책의 황금률은 권력자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영국과 미국의 정부 차입의 장기적 움직임을 상당히 잘 설명하고 있다. 변동환율제와 결부된 「물가안정목표제」는 케인스가 제안했던 바와 거의 동일하며 「저금리정책」을 뒷받침한다. 그가 가장 관심을 보였던 바인 민간투자의 증가 및 지속은 그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달성되었고, 공공투자는 지속적으로 경제에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는 영국 노동당의 2017년 선언에서 나타난 추가적 공공투자를 촉구하는 일종의 사회주의적 제안을 배제하자는 바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란은행의 균형실업률이라는 개념은 케인스가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과 일치한다. 물론 케인스가 생각한 바와 일치한다고 해서 그 개념이 흡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명제는 자본은 그것의 희소성으로 인해 어떤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토지는 다른 토지와 구별되고, 또한 공급은 고정되어 있다. 사회 전체로 볼 때 당장의 소비를 미루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수록, 그래서 미래의 소비를 위해 소득을 저축하거나 혹은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수록 종자의 공급 또한 희소해진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자는 생산성과 절약 간 균형에 의해 결정되고, 지대라는 것은 각 토지가 가진 비옥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지대, 이자, 그리고 임금은 모두 한계생산물이라는 동일한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 p.56~57
일보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케인스의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대소득」이라는 개념을 먼저 다루어야만 한다. 케인스의 사상을 둘러싼 혼란은 케인스에 있어서는 「순산출」이 우선 화폐 가치로 환산되고 그에 근거해 소득이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있음에 대한 의미와 그 중요도를 이해하지 못함에 기인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는 경제학 교육 과정의 실패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수식적 모델을 너무도 사랑하는 수학자들이다. 그렇지만 회계학에 대해 제대로 훈련된 사람이나 혹은 회계학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반면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이 문제에 총 49쪽, 즉 책 전체의 1/8에 상당하는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 p.84
화폐경제에서는 「시간」이 지극히 중요한 요소이다. 「단기기대」와 「장기기대」 사이에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간과하고 있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단기기대」라는 것은 지금 오늘 생산 중인 상품의 가치에 대한 「기대」이다. 「장기기대」는 지금 새로운 자본 설비를 주문하고, 그것을 이용해 미래에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대」이다.
「고전학파」 경제학 이론에서는 양자 간 차이는 없고, 마치 지금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에게 미래에 신발을 배달하라고 주문할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단기 선물시장이 아니라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해 장기 선물시장이 존재한다고 상정함으로써 「고전학파」 이론은 현재와 미래의 소비, 일과 레저 간 일종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이 없으면 「세의 법칙」을 기능하게 하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p.161~162
일반적으로 볼 때 통화량의 증가는 그 전부 혹은 그 일부는 지출의 증가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고, 반면 화폐수요의 증가로 인해 상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화폐수요의 감소는 통화량의 변화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유효수요」의 증가는 생산량 증가와 물가 인상으로 나뉠 수 있다. 만약 지출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 증가 자체가 (「임금단위」로 측정된) 「유효수요」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과 고용은 변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한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기에 통화량만을 인플레이션을 분석하는 열쇠로 삼는 것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케인스에게 있어서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과제는 금융정책에만 맡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은 이제는 총지출을 관리하고 또한 수요와 무관하게 임금이 상승하는 소위 「비용압박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케인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p. 201
「고전학파」 경제 모델에서는 이러한 경상수지균형이 항상 달성된다. 생산이나 소비에 있어서의 일시적이거나 계절적인 변동, 혹은 어떠한 ‘충격’ 후의 새로운 「장기균형」을 향한 조정 과정 중에 흑자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며, 또한 그것에 대응해 크로스보더 대출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크로스보더 대출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소위 다기간 거시경제 모델(intertemporal macroeconomic model)에서는 소비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소득에 정확히 맞춰 소비를 하는 것보다 여유 소득을 빌려주거나 혹은 필요한 금액을 빌리는 행위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소득에 부합해 소비함으로써 외부 충격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시킬 수 있고, 또한 그럼으로써 (단순히 현재 소득의 범위 안에서 소비하는 것보다 ― 옮긴이)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상수지적자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경상수지적자는 전쟁과 같은 나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당장 좋은 투자 기회가 국내에 있어서 그를 위한 (자본재 등의 ― 옮긴이) 수입 수요가 늘기 때문일 수도 있는 등의 어쩌면 좋은 기회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당장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국내에서 저축을 늘리는 것보다 외국에서의 저축을 차입함으로써 일단 필요한 부분을 조달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 p.224
케인스 자신이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1941년의 영국 최초의 ‘케인스적’ 예산은 완전고용 상황하에서 발생 가능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전비조달론』에서의 분석에 대한 후속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고용산출」과 부합하도록 수요를 의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미드나 러너 등의 케인스 추종자들은 이후 소위 「수요관리」라는 틀을 개발해 평화 시 정부의 세금이나 지출 결정(재정정책)을 단순히 공공재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맥락에서 볼 수 있도록 했던 것이었다. 러너는 이 새로운 견해를 「기능적 재정」(機能的財政, functional finance)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한센이 주도하던 하버드대학 세미나 그룹 소속 구성원들과 그들의 정부 인맥을 통해 미국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 p. 265~266
대부분의 케인스의 정책적 주장은 현재의 거시경제정책의 틀 안에 이미 편입되어 있다. 재정정책의 황금률은 권력자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영국과 미국의 정부 차입의 장기적 움직임을 상당히 잘 설명하고 있다. 변동환율제와 결부된 「물가안정목표제」는 케인스가 제안했던 바와 거의 동일하며 「저금리정책」을 뒷받침한다. 그가 가장 관심을 보였던 바인 민간투자의 증가 및 지속은 그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달성되었고, 공공투자는 지속적으로 경제에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는 영국 노동당의 2017년 선언에서 나타난 추가적 공공투자를 촉구하는 일종의 사회주의적 제안을 배제하자는 바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란은행의 균형실업률이라는 개념은 케인스가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과 일치한다. 물론 케인스가 생각한 바와 일치한다고 해서 그 개념이 흡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 p.342
출판사 리뷰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 그는 경제 이론과 경제 정책에 있어 위대한 지적 혁명을 촉발시켰다. 이 책은 수학 방정식 등을 최소화하면서, 대학교 학부학생,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기존 강단 경제학자, 공무원 그리고 일반 경제인 등 다양한 계층의 독자 모두가 쉽게 케인스의 경제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케인스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 즉 시장경제에 있어서 불확실성, 균형의 의미, 화폐의 역할, 그리고 유효수요의 원칙을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핵심 개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기존 주류 경제학과 그 안에서의 자칭 케인지언들이 가지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에 비추어 현대 경제에 있어서 다양한 논쟁점들, 즉 고용과 실업의 문제, 재정과 금융 정책, 국제수지 문제 등에 대한 케인스적인 해결 방안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논의들을 역사적 배경(베르사유조약부터 브레턴우즈 체제까지)과 연결시키고, 또한 케인스의 경제 이론이 현재의 유로존 문제에 어떤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비록 수십 년이 지났지만 케인스의 사상은 그 사상적 풍부함이나 복잡성(complexity)을 고려할 때 현대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0년 동안 케인스에 관해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케인스의 핵심 사상 중 「기대」(expectation), 「유동성」(liquidity), 그리고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기존의 앨런 코딩턴(Alan Coddington, 1976)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개략적인 분류 방식과는 상이하다. 이 책은 케인스가 「가격경직성」을 고집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은 신축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으며, 또한 소득(income), 임금 그리고 이자율이 모두 근본적으로 화폐적 현상이라고 인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케인스가 「유동성」을 논의했을 때 토지는 「유동성」을 갖는 반면, 주식은 「유동성」이 오히려 낮다는 일견 패러독스와 같이 여겨질 수 있는 언급에 대해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는 저자의 기존 발표 논문 등을 참고하면 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케인스는 당시 존재했던 「고전학파」 이론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특수한 경우로 포괄하는 좀 더 일반적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케인스 이론이 자신들의 이론에 비해 오히려 특수한 경우라고 강변하는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케인스의 경제사상이 그의 전 삶에 거쳐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남긴 유산이 어떤 것인가를 고찰한다는 면에서 전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방법론은 분석적이다. 즉, 소위 그가 계승했다고 말하는 「고전학파」 이론에서부터 출발해 그의 경제 모델이 점진적으로 발전, 결국 그의『일반이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그의 생애 마지막 시점에 소위 브레턴우즈 체제 협정에 그가 기여했던 바에 암묵적으로 담겨 있는 모델)에 도달하는 모습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적인 모습들은 대부분 이 책의 5장과 6장에 담겨 있다. 단, 그 순서에 있어서 시간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 경제학도와 여타 사회과학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케인스의 「고전학파」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케인스와 「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는 각종 논증은 80년 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인다. 따라서 케인스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케인지언(Keynesian)과의 차이점, 혹은 케인스와 소위 ‘케인스의 불꽃’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포스트 케인지언」과의 차이점 또한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케인스가 생각한 모델과 케인스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바에 한정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7장은 역사적 기록에 대해 좀 더 세밀히 살피고 있으며, 그 이후의 역사적 사실에 끼친 케인스의 영향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그의 사상과 정책 제안이 현대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갖는 타당성을 검토한다.
비록 수십 년이 지났지만 케인스의 사상은 그 사상적 풍부함이나 복잡성(complexity)을 고려할 때 현대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0년 동안 케인스에 관해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케인스의 핵심 사상 중 「기대」(expectation), 「유동성」(liquidity), 그리고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기존의 앨런 코딩턴(Alan Coddington, 1976)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개략적인 분류 방식과는 상이하다. 이 책은 케인스가 「가격경직성」을 고집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은 신축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으며, 또한 소득(income), 임금 그리고 이자율이 모두 근본적으로 화폐적 현상이라고 인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케인스가 「유동성」을 논의했을 때 토지는 「유동성」을 갖는 반면, 주식은 「유동성」이 오히려 낮다는 일견 패러독스와 같이 여겨질 수 있는 언급에 대해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는 저자의 기존 발표 논문 등을 참고하면 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케인스는 당시 존재했던 「고전학파」 이론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특수한 경우로 포괄하는 좀 더 일반적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케인스 이론이 자신들의 이론에 비해 오히려 특수한 경우라고 강변하는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케인스의 경제사상이 그의 전 삶에 거쳐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남긴 유산이 어떤 것인가를 고찰한다는 면에서 전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방법론은 분석적이다. 즉, 소위 그가 계승했다고 말하는 「고전학파」 이론에서부터 출발해 그의 경제 모델이 점진적으로 발전, 결국 그의『일반이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그의 생애 마지막 시점에 소위 브레턴우즈 체제 협정에 그가 기여했던 바에 암묵적으로 담겨 있는 모델)에 도달하는 모습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적인 모습들은 대부분 이 책의 5장과 6장에 담겨 있다. 단, 그 순서에 있어서 시간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 경제학도와 여타 사회과학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케인스의 「고전학파」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케인스와 「고전학파」 경제학을 가르는 각종 논증은 80년 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인다. 따라서 케인스와 케인스 당대의 소위 케인지언(Keynesian)과의 차이점, 혹은 케인스와 소위 ‘케인스의 불꽃’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포스트 케인지언」과의 차이점 또한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케인스가 생각한 모델과 케인스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바에 한정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7장은 역사적 기록에 대해 좀 더 세밀히 살피고 있으며, 그 이후의 역사적 사실에 끼친 케인스의 영향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그의 사상과 정책 제안이 현대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갖는 타당성을 검토한다.
추천평
주류 경제학이 거세해 버린, 그러나 현실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 적실성이 부각되는 케인스의 위대한 통찰들, 다양한 케인지언 분파들의 이론과는 다소간 차이가 있는 케인스의 이론과 그 형성 과정, 케인스 이론이 경제 정책이 미친 영향과 한계, 이 책은 이런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경제학 박사)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경제학 박사)
우리는 케인스가 남긴 유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케인스를 왜곡하고 남용하고 있는 기존의 주류 경제학 교과서와 달리, 이 책은 케인스에 대한 진정한 통찰과 분석으로 독자들을 인도하고 있다.
-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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