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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을 읽지 않고, 언론 탄압을 논할 수 없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작가 출신 TBS 노조지부장이 쓴
TBS 해체의 유일한 내부 기록서!
정준희 교수 · 헬마우스 · 김현 의원 강력 추천!
『공장폐쇄 - TBS와 뉴스공장을 위한 변명』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없애기 위해, 방송국 전체를 무너뜨렸다.
단 하나의 프로그램을 지우기 위해, 하나의 방송사를 폐쇄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방송국 ‘폐국’ 시도. 이 책은 TBS 소속 기획작가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몸담았고, 언론노조 역사상 최초의 방송작가 출신 지부장이 직접 써 내려간 기록이다.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TBS 지원 조례 폐지, 예산 전면 차단, 출연기관 해제, 그리고 방송 기능의 사실상 전면 중단까지- 그 모든 과정을 끝까지 버텨낸 내부자의 증언록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정권 초기에 이미 폐지됐지만, TBS에 대한 보복은 끝나지 않았다.
김어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출연제한심사제를 통한 영구 출연 정지, 〈뉴스공장〉의 남은 흔적까지 지우려는 저열한 응징은 방송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됐다.
그 사이 수백 명의 방송인이 무급 상태로 내몰리고, 시사 프로그램은 전면 폐지되었으며, 정치 보복은 제도와 행정을 통해 집행되었다. 이 책은 그 치밀한 해체 과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공장폐쇄』는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TBS라는 이름의 공영방송’, ‘조례 하나로 방송사를 죽이는 방법’, ‘끊긴 예산, 강요된 굴복’, ‘공영방송 해체의 최종장’ 등을 통해 TBS 해체의 기획과 집행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국정감사 - TBS를 둘러싼 정치의 말들’, ‘침묵의 시대, 가장 먼저 말한 사람들’ 편에서는 사태를 둘러싼 외부 시선과 연대를 담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가 이 싸움을 통해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을 남긴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합법’을 가장한 폭력, ‘중립’이라는 침묵, ‘행정’이라는 보복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해체했는지를 추적한 고발서이며, 그 전말을 기록한 유일한 내부 문서다.
책 제목 『공장폐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를 시작으로 공영방송사 전체가 무너진 과정을 상징한다. 윤석열과 오세훈 체제의 언론장악이 얼마나 저열하고 무도했는지, 그들이 왜 김어준을 그렇게까지 두려워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질문에 가장 통렬한 답을 건넬 것이다.
목차
추천의 말
정준희 | 비겁을 딛고 선, 한 인간과 연대하기
임경빈 | 누구도 면책될 수 없는 폐쇄의 시간
김 현 | 누가 공영방송 TBS를 죽였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방송작가의 눈으로 쓴 공영방송 해체의 기록
1장 공장이 폐쇄됐다
그날 우리는 하나의 시대를 잃었다
뉴스공장을 위한 변명
언론이 언론을 배척할때
침묵은 안일했고,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공정성이라는 이름의 방패와 무기
나는 왜 감히 이 위험한 말을 하려는가
2장 TBS라는 이름의 공영방송
TBS는 교통방송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규직 방송작가 1호
공영방송 역사상 가장 대담했던 ‘플랫폼 실험’
〈뉴스공장〉, 변화를 견인한 불씨
미완의 독립 - 실험은 어떻게 칼날이 되었는가
3장 조례 하나로 방송사를 죽이는 방법
조례 폐지라는 칼날
윤석열, 오세훈, 서울시의회의 삼각구조
TBS는 왜 1호 탄압 대상이 되었나?
오만하고 저급한 지방권력의 민낯
지원 조례 폐지와 공공성 해체의 도미노
4장 끊긴 예산, 강요된 굴복
제작비 0에 수렴하다
무너진 편성표, 버텨낸 사람들
“3년 반 뒤에 돌아오겠다”의 후폭풍
방송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다섯 개의 조치
‘TBS 방송정상화 선언’ 그 참회의 기록
법정제재라는 사후 심판대
법정에서 싸운 이유 - 기록으로 남긴 최후의 저항
5장 인용보도, 침묵을 강요당한 언론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 사태
오! 시장이 격노했다!
감사했답니다 - 오세훈의 오리발
그리고 아무말도 없었다
권력의 정당성 위기와 과잉통제 욕망
6장 생존 거래 - 민영화의 시간
아무도 원하지 않던 선언
민영화 구호는 어디에서 왔는가
5개월의 시간을 벌다
민영화 위장술 - 투자자 발굴 용역
폐국이 현실로 다가왔다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 신념과 책임, 그 사이에서
책임 없는 권력 - 무주공산의 방송국
7장 방송 사유화의 명암
어느 날 갑자기 - 무자격자의 등장
공영방송의 문 앞에서 사적인 권력을 세우다
무임금 유노동·해고압박 - 절벽 앞에 선 노동자들
편성권 침해에 맞선 PD들
무너지는 방송국 안에서
8장 공영방송 해체의 최종장
조용한 설계자
행안부는 왜 입장을 바꿨을까
정관개정은 전결사항이 아니다
고립된 방송사, 허락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왜 한 통의 전화를 후회했는가
9장 국정감사_TBS를 둘러싼 정치의 말들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무대 - 행안위 국감장
세금 낭비 프레임 - ‘24억’의 정체
‘나는 안 했다’ 프레임의 기술
“당신의 생각이 전체 의견입니까?”
그들이 진짜로 없애고 싶었던 것
모든 것은 김어준의 혀에서 시작됐다 - 과방위 국감장
“TBS는 누구의 것인가” - 방송의 주권에 대한 질문
‘미친’이란 단어가 국감장에서 나왔다
‘정쟁’이라는 말의 불온함
10장 법을 피한 자, 법을 붙든 자
단 하나의 탈출구가 봉쇄됐다
TBS에 소통령은 필요없다
조직은 어떻게 한 사람에게 포획되는가
결과와 상관없이 기록해야 할 진실
그토록 원하던 공익법인이 되었지만
모래 위에 쌓은 전략의 자가당착
무너진 허상, 남겨진 질문
11장 침묵의 시대, 가장 먼저 말한 사람들
민언련과의 첫만남
시민이 다시 쓴 조례
‘6,461’이란 숫자가 남긴 것
언론아싸 - 우리는 서로를 처음으로 이해했다
언론의 자유를 지킨 건 늘 시민이었다
투쟁, 연대, 동지에 대하여
12장 유령선에 갇힌 사람들
방송을 멈추지 않는이유
떠나가는 동료들, 무너지는 팀워크
무급 이후의 삶
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운다
이것은 TBS만의 싸움이 아니다
13장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들
우리는 정신줄을 놓지 않아야 했다
정치가 통째로 사라졌다
모든 기관이 사정기관이었다
권력은 물리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뉴스공장〉은 편파적이지 않았다
팩트는 목적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어즈&이어즈〉와 디스토피아적 세계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왜 중요한가
내란과 알고리즘
TBS는 충분히 고통받았다
책 속으로
TBS는 그런 지식 소매상들의 무대였다.
진보와 보수, 시민과 전문가, 날것의 언어와 정제된 정보가 공공의 마이크 안에서 충돌하고 소통하던 공간. 나는 그 공간에서 말의 윤리를 고민했고, 그 공간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말의 쓸모와 침묵의 위험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쓴 정직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TBS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방송작가의 눈으로 쓴 공영방송 해체의 기록」 중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사랑받았고, 미움받았으며 무엇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프로그램이 가진 위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뉴스공장〉 은 아주 구체적이고도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영향력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기성 언론이 만들어온 관행과 권위를 정면으로 부수는 형식을 택했다. 그 방식은 때때로 과장됐고, 거칠었다.
--- 「1장 뉴스공장을 위한 변명」 중에서
물론 이 프로그램이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논란을 빚었고, 일부 편향성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언론의 가치는 완벽함이 아니라 다양성에 있다.
〈뉴스공장〉은 그 자체로 존재할 이유가 충분했다. 다원주의적 언론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하나의 관점을 넘어, 기존 언론이 놓친 핵심 기능을 대체해 버린 전례였다.
--- 「1장 뉴스공장을 위한 변명」 중에서
그런데 왜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끊임없이 “TBS=교통방송”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 했을까?
짐작건대 TBS를 단순 교통정보 제공 기관으로 한정하면 우리가 수행해 온 권력의 비판과 감시 기능, 사회 의제 발굴 기능을 ‘월권’이자 ‘편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몰아야만 조례 폐지와 예산 삭감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정당한 정상화”처럼 포장할 수 있었다.
결국 “TBS=교통방송”이라는 프레임은 TBS의 존재 이유를 지우고, 공영방송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왜곡하려는 전략이었다.
--- 「2장 TBS는 교통방송이 아니다」 중에서
〈가디언〉은 TBS 조례 폐지를 ‘언론 자유 제한’의 상징적 사례로 지목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TBS 폐지를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 언론 통제로 해석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그 상징성이 국내에서는 외면당한 채 먼 바다를 건너 외신을 통해서야 겨우 닿았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 「3장 조례 폐지라는 칼날」 중에서
하지만 조례 폐지가 본격화되자, 오세훈은 슬그머니 뒤로 숨었다. “서울시의회 소관”이라며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TBS 해체의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예산 배정과 통제, 인사권 장악, 출연기관 해제까지 TBS 해체 작전의 실질적 총책임자는 오세훈이었다.
그는 서울시의회를 방패막이 삼아 움직였고, 권력의 의지를 행정과 제도를 통해 관철시켰다.
TBS가 무너지기까지, 오세훈은 단 한순간도 ‘관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 「3장 윤석열, 오세훈, 서울시의회의 삼각구조」 중에서
TBS는 이 시기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 심의는 결코 중립적인 윤리 판단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원하는 결론에 따라 작동하는 사후 정당화 도구에 가까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 통로였다. 방심위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고, 그 결과 TBS에 가해진 정치적 압박은 언제나 ‘제도적 절차를 거친 정당한 제재’로 포장됐다.
권력의 개입은 ‘심의’라는 이름의, 중립성을 가장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언론의 자유는 그렇게 외부에서부터 침식되었다.
--- 「4장 법정제재라는 사후 심판대」 중에서
이 사건에서 핵심은 “그 보도가 진실인가?”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발언의 출처가 아닌 그 발언을 ‘인용한 언론’이 제재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언론 통제는 기사 작성자나 취재기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통제 방식은 그보다 한 단계 더 확장된 양상을 띠었다.
이는 정보를 직접 발화하지 않아도, 이를 단지 전달했거나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징계와 제재의 대상이 되었던 과잉 통제의 시대였음을 뜻한다.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언론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화하는 위험한 규범 전환이었다.
--- 「5장 권력의 정당성 위기와 과잉 통제 욕망」 중에서
당시 윤석열 정권은 이른바 ‘1공영 多민영’ 기조를 중심으로 공영언론 구조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었다.
핵심은 단순하다. KBS나 EBS 중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민영화하거나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방향이다.
이 구도는 방송통신위원회 장악, KBS 수신료 분리징수, MBC 압박, YTN 매각 등 일련의 조치들과 맞물려 ‘정권이 통제 가능한 하나의 공영방송’만 남기고 비판적 기능을 가진 방송들은 시장 논리로 해체하겠다는 시도였다.
TBS는 이 전략의 지방 버전이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그 전략을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저 복제했고, 전달했으며, 반복했을 뿐이다.
--- 「6장 민영화 구호는 어디에서 왔는가」 중에서
당시 TBS는 어떤 방식으로도 생존이 허용되지 않는 방송사였다. 지원조례가 폐지되며,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고 국고 지원은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돼 있었으며 상업광고는 허용되어 있지 않았다. 후원 유치를 위한 계좌 개설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정관개정은 좌초되었고, 출연기관 해제는 무리하게 고시되었으며, 방통위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TBS는 제도 밖으로 미끄러졌고, 아무도 우리를 붙잡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방치된 존재였고, 구조적으로 쫓겨난 방송사였으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였다.
--- 「8장 고립된 방송사, 허락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중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건 ‘TBS는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방송이다’는 명제 하나였고, 그 ‘낭비의 상징’으로 김어준의 개런티가 소환된 것이었다.
이것은 단지 김어준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TBS 전체의 존재 이유를 지우려는 시도였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김어준 퇴출’이 아니라, TBS 존립 자체의 정당성을 붕괴시키는 일이었다.
--- 「9장 세금 낭비 프레임 - ‘24억’의 정체」 중에서
정치적 다원주의가 무너진 공간에서,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던 방송. 〈뉴스공장〉이 있었기에, 정권의 전횡에 질문을 던지는 감각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 방송을 없앤 것은 프로그램 하나를 없앤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 안에 존재하던 유일한 질문, 유일한 저항을 지운 것이다.
지금 〈뉴스공장〉이 유튜브에만 존재하는 현실은, 공영방송이 없는 세계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뉴스공장〉은 편파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 미친 세상보다는 훨씬 더 공정했다.
--- 「13장 ‘〈뉴스공장〉은 편파적이지 않았다」 중에서
사회가 기울어졌다면, 언론은 그 기울기를 보여줘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중립으로 포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언론의 본질을 포기하는 일이다. 팩트를 나열한 다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으면 그 공백은 유튜브가 메운다.
기자가 해석하지 않은 세계를 유튜버가 설명하고, 기자가 던지지 않은 질문을 유튜버가 대신 묻는다.
유튜브는 언론의 실패 위에 자란다. 문제는 유튜브가 아니다. 그 자리를 내준 언론이다.
--- 「13장 팩트는 목적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에서
그러나 최소한, 진실이 출발하는 곳은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 책임 있는 언론, 검증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그게 없다면, 모두가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하는 세상에서 진짜 진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게 된다.
총이 내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총을 들게 만드는 믿음, 그 믿음을 만든 정보 - 그것이 내란을 만든다.
그리고 그걸 방어할 수 있는 건 정보에 윤리를 입히는 힘, 그 윤리를 지켜내는 공영미디어의 구조다. 공영언론이 사라질수록 우리는 모두 ‘확신의 방’에 갇힌다. 그곳에선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 「13장 내란과 알고리즘」 중에서
TBS는 언제부터인가, 서로 정반대의 이야기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나는, 김어준을 내쫓고도 결국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방송사. 스스로 영웅을 버리고 몰락한, 자업자득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김어준이라는 ‘악인’을 시민 세금으로 키우고, 막대한 출연료를 퍼주며 편파방송을 일삼은 방송사
폐지되어 마땅하다는, 응징의 이야기. 이 두 이야기는 우리를 점점 현실에서 밀어냈고, 결국 우리는 이야기 밖으로 쫓겨났다.
--- 「에필로그 나는 후회가 없도록 썼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공장폐쇄》는 사건’이다
공영방송 해체의 내막을 고발하는 ‘가장 위험한 내부 증언록’
《공장폐쇄》는 한 권의 책이자 하나의 사건이다. 공영방송이 해체됐고, 아무도 그 전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공장폐쇄』는 그 침묵의 공백을 채운 최초의 내부 증언서다.
2022년, 하나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은 결국 한 방송사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방식으로 집행됐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겨냥한 권력의 집착은 예산 전면 차단, 조례 폐지, 출연기관 해제, 그리고 시사·보도 기능 전면 중단이라는 전례 없는 해체 작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끝까지 목격한, TBS 소속 기획작가이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몸담았던 제작진, 그리고 언론노조 최초의 방송작가 출신 지부장의 기록이다.
그는 방송사 간부도, 기자도, PD도 아니었다. 무너져가는 제작 현장과 언론 탄압에 맞선 거리의 투쟁을 오가며, 방송작가의 눈으로, 노조 대표의 책임으로, 끝내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냈다.
『공장폐쇄』는 단순히 TBS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은 언론을 어떻게 해체하고, 조직은 그 과정을 어떻게 외면했으며, 언론은 그 파괴를 어떻게 방조하거나 침묵했는가.
그리고 내부의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버텨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응답한다.
한국 언론 출판 역사에 이와 같은 책은 없었다.
· 내부자가 실명으로 전 과정을 서술하고
· 구조와 정서를 동시에 통과하며
· 권력과 침묵의 결탁을 고발한 최초의 서사
『공장폐쇄』는 역사서이자 내부고발서이며, 조직비평이자 방송제도 해부서이고, 정치권력의 언론통제를 증언하는 실사(實史)다.
어떤 장은 국정감사 장면극처럼 읽히고,
어떤 페이지는 시민 발언문처럼 울리며,
어떤 문장은 법정 진술서처럼 쌓인다.
이 책은 장르보다 앞서 현실을 먼저 써낸다.
공영방송 해체의 리얼리즘, 그것이 『공장폐쇄』다.
TBS는 언론탄압 1호였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사라졌고, 그 이후를 구체적으로 추적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기억한다. 예산이 끊긴 이후에 벌어진 행정의 모순, 권한을 움켜쥔 이들의 무책임, 그리고 내부 구성원들이 감내했던 침묵과 저항의 시간들. 모두가 말하기를 멈췄을 때, 끝까지 싸우고 견뎌낸 사람들 사이에서 기록은 시작되었다.
이 책은 언론 현장의 모든 제작자들과 그 구조를 고민하는 사람들, 뉴스를 만들고 전하는 사람들, 공영방송을 설계하거나 비평하는 사람들, 언론과 방송을 지망하는 청년들, 그리고 언론의 권력화를 경계하는 시민 모두에게 건넨다.
조직은 어떻게 무너지고, 그 무너짐은 어떻게 침묵 속에 묻히며, 누가 그 진실을 끝내 붙잡는지를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권력이 언론을 폐쇄할 수 있다는 선례, 그리고 그것을 조직 내부가 어떻게 묵인했는지를 처음으로 기술한 책은 『공장폐쇄』가 유일하다. 이 책은 언론인의 필독서이며, 다음 서울시장의 교과서이고, 언론 정상화를 말하는 정치가 반드시 읽어야 할 보고서다. 다시는 이런 책이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 책을 출간한다.
추천평
비겁을 딛고 선, 한 인간과 연대하기. TBS만큼 찬란히 성공했다가 완벽히 절멸된 공영방송이 세상에 또 있을까. 불과 몇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새로운 실험을 위해 함께 했던 사람들을 나는 몹시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걸 삽시간에 무너뜨린 인간들의 잔혹함과 방조자들의 비겁함에 나는 치를 떨었다.
1990년에 개국한 TBS는 독특한 지역 공영방송이었다. 사실 공영방송으로서의 TBS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라는 이름의 독립법인이 된 것이 2020년이니 길게 잡아봐야 고작 5년이다. 그전까지는 ‘교통방송’이라고 불렸고 흔히 말해 ‘시영방송’이었다.
내가 TBS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던 2020년 무렵만 해도 택시를 타면, 잠시 고민하다가 “기사님 ‘교통방송’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2020년에서 2023년까지 딱 3년을 TBS와 일했다. 새로운 종류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였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전공한 언론학의 가치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공영방송 연구자로서,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특별한 사례일 수밖에 없는 이 방송사를 통해 제도실험과 참여관찰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컸다.
자치정부의 직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디어 인력 스스로에 의한 편집권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실천하는 일. 설혹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독립적 미디어 제작은 유지되며, 그 독립성은 시민과의 직접적이고도 끈끈한 결합에 의해 지속되도록 하는 일.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꿈에 그리던 ‘진짜 공영방송’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TBS와 함께했던 그 3년 동안 나는 이 꿈이 하나씩 성사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서울시로부터 ‘지원’은 있되 ‘간섭’은 없었다.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하려 했고, 그것들 중 상당수는 현실이 됐다. 제작진들은 소박하지만 열정과 재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겸손했다. 시민과 연결된 감각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거대 공영방송인 KBS나 MBC 속에 있을 때에는 얻을 수 없었던 이 경험. 큰 땅에 큰 건물 거대한 설비들 속에서는 내가 기껏해야 ‘도구’가 된 느낌이었다면, TBS의 작은 땅 작은 건물 간소한 설비들 안에서 나는 한 ‘주체’로서 시민들의 의지와 대면했다.
큰 회사들이 사주는 푸짐한 밥을 얻어먹을 때보다, 내 지갑을 열어 질박한 술과 안주를 TBS 제작진들에게 사줄 때가 더 기쁘고 행복했다.
이 행복했던 실험은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시장이 바뀌자 ‘간섭’을 하되 ‘지원’은 없는 시스템으로 뒤집혔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지닌 편향성이었다.
나름 이름값을 가진 공영방송 연구자로서 내가 말했다.
각자의 주관으로 판단한 편향성 여부로 방송사 하나를 날리는 만행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라고. 편향성을 감히 ‘그들’이 재단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고작해야 예산 규모 400억 원에 불과한 ‘시민방송’의 목줄을 무려 그 1000배가 넘는 45조 원 예산의 서울시가 쥐고 흔든다는 건 파렴치한 일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시가 돈을 못 주겠다면 직접 나서서 후원을 하겠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도, 시민 후원은 받아 쓸 수 없게 하고, 광고 등의 독자적인 재원 창구는 막아 놓고는, 지원 조례 폐지를 통해 밥줄을 끊었다. 시쳇말로,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막장 드라마 대사가 현실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TBS는 거의 모든 이들에 의해 버림받았다.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들먹이던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는 공공자산을 자기 정파의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편향성’이 더 문제인가 아니면 의견과 평가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방송 프로그램의 ‘편향성 시비’가 더 문제인가?
이 뻔한 질문에 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나는 저 뻔뻔한 자들의 명백한 악의보다도 짐짓 정의롭고 공정한 척하는 자들의 냉소적 방조가 더 무서웠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들이밀던 편향성 잣대를 그들 스스로에게 적용했을 때, 그들의 명예와 밥줄은 온전할 수 있을까? 이 뻔한 질문에도 그들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한 즐겁고 아름다웠던 ‘시민의 방송’이라는 실험이 잔혹하게 바스러졌다.
송지연 작가가 이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나는 그의 우직함과 공의로움에 매번 놀란다. 무서웠을 텐데, 괴로웠을 텐데, 분노보다 더 힘든 배신감을 딛고 어떻게 그 자리에 아직까지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TBS 회의실에서 만났던 그는 최초로 정규직 전환을 이뤘던 베테랑 작가였고, TBS 복도에서 마주쳤을 땐 노조위원장이 되어 있었으며, TBS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 장과 거리에서 만났을 땐 투사로 변해 있었다.
모든 이들이 등을 돌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TBS가 버려져 있는 동안, 그는 단 한 번의 물러섬도 없이 호소했고 싸웠다.
그 어느 언론학자보다도 명징한 언어로 TBS의 문제를 규정하고 증언해낸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자신의 심장을 꾹꾹 눌러 하나하나의 글자로 바꿔냈음을 보았다.
아무도 기억하려하지 않는 그 처참한 사건들은 이렇게 절절한 피의 기록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 TBS는 어떻게 되는 건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직원들도, 그 싸움을 여기까지 끌고 온 송지연 작가 스스로도 감히 무언가를 예상하거나 기대할 수 없을 테다.
잠시 중단되었던 ‘시민의 방송’의 꿈을 이어가려 한들 옛 친구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설혹 새로운 실험이 전개될 수 있다고 하여도, 또 새로운 폭군이 등장하여 더 처절히 짓밟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 잘난 현업자들의 비겁함과 언필칭 전문가들의 거드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텐데?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겠다. TBS의 남은 구성원들이 어떤 꿈을 꾸건,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지건 송지연 작가만큼은 여전히 우직하고 공의로울 것이다.
이런 비릿함을 참고 견뎌낸 이라면 그 어떤 흉포함 앞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송지연 작가와 함께 멋지고 발랄한 ‘시민 지향의 프로그램’을 언제고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게 이 바닥을 사는 사람들의 자존심이자 기쁨이니까.
- 정준희 (한양대 미디어학과 겸임교수)
누구도 면책될 수 없는 폐쇄의 시간
TBS는 좀 이상한 방송사였다. 서울시민들에게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2010년대 후반에 이 방송사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시사 프로그램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심지어 국회 방송통신 담당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조차도 ‘교통방송’이라고 일종의 멸칭으로 불렀지만, 지표는 그런 압력을 쉽게 뚫었다.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수년간 감히 엄두가 안 나는 독보적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이었고, 나중에는 〈신장식의 신장개업〉까지 더해 라디오 전체 청취율 1·2위를 동시에 보유한 회사가 됐다. 그런데도 TBS는 바로 그 압도적인 프로그램들 때문에 무시받고, 탄압당했다.
나는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의 첫 코너인 ‘뉴스브리핑’에 1년 4개월간 출연했다.
오후 시사 프로그램 1위였는데도, 스튜디오 앞 대기실에는 늘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담당 PD나 작가와 자투리 시간에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였다.
그때 TBS의 분위기,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던 사람들의 표정, 서로에게 전해지던 긴장. 『공장폐쇄』는 바로 그 공기를 문장으로 옮긴 책이다.
정권이 방송을 없애면 기자는 그걸 ‘뉴스’라고 쓰고, 평론가는 ‘현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게 바로 ‘삶’이었다. 기사는 ‘폐지’ 이후 며칠간 쏟아지고 곧 조용해지지만, 삶은 폐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무너진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 『공장폐쇄』는 그 삶의 무너짐을, 방송작가의 언어로 서술한 책이다. 방송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공기와 감정, 기록과 책임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송지연과 나는 방송작가 시절부터 서로를 알고 있던 ‘작가 동료’였다.
내가 JTBC 〈뉴스룸〉에서 작가로 일하던 시절, 저자도 같은 시기, 같은 언어를 다뤘던 시사 프로그램 작가였다.
또한 우리는 방송작가 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함께 참여했던 ‘조합원 동지’이기도 했다.
따라서 저자 송지연이 살아냈던 그 시기를 함께 공유한 사이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책이 왜 쓰여져야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송지연은,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뉴스가 어떻게 포착되고 만들어지는지, 또 어떤 뉴스를 골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직업적으로 숙련된 사람이 시사 방송작가이다.
매일 만나는 모든 뉴스를 전부 방송에 담을 수는 없다.
무엇을 내보내고 버릴 것인지 선택하고 책임지는 게 우리 일이다.
그런데 어떤 뉴스는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보도 가치를 넘어서, 본능이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
송지연이 살고 있던 ‘공장’이 무너졌다. 아마도,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공장폐쇄』는 “언론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정리한 기록이자, 삶을 복원하고자 하는 한 노동자의 몸부림이다.
예산으로 방송을 조이는 방식
조례 하나로 언론을 해체하는 수순
내부의 침묵과 외부의 방관이 만들어낸 무력함
이런 내밀한 정보들이 치밀하게 정리돼 있다.
하지만 어떤 문장들은 숨을 멈추게 한다. 푸른 불꽃처럼 담담하게, 저자는 싸우지 못했던 우리들, 침묵했던 우리들을 호명한다.
스스로에게도, 동료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잘나가던 방송사 하나가 한순간에 문 닫게 생겼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었느냐고 힘주어 묻는다.
회피는 빠르지만, 책임은 오래 따라온다.
TBS가 무너질 때, 간판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였던 나도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했느냐고. 송지연은 그 시간을 밖으로 꺼내, 그때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함께 담아낸다.
방송작가 출신 중 이렇게까지 방송환경의 본질적 구조를 짚고, 직접 싸운 사람의 시선으로 끝까지 글을 밀어붙인 경우는 드물다.
어차피 프리랜서 인생, 언젠가 다시 현장에서 마주칠 사람들을 굳이 아프게 찔러봐야 얻을 게 없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장폐쇄』는 끝까지 들어간다. 그 바닥면에 이 문제의 원인이자, 과정이자, 결과가 있다.
『공장폐쇄』는 언론인만을 대상으로 한 격문이 아니다. 지금의 언론이 왜 시민과 멀어졌는지, 왜 진실을 말하길 주저하게 됐는지, 왜 공영방송이 여전히 필요한지를 모든 시민들에게 묻는다.
방송을 좋아했던 사람, 매일 아침 라디오로 하루를 시작하던 청취자, “이 방송 왜 사라졌어요?”라고 물었던 시민들까지- 모두에게 이 책은 하나의 대답이 될 것이다. 『공장폐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이야기한다. 복원을 말하기 위해, 반드시 폐쇄를 기록해둬야 했던 사람이 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TBS 복원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믿고 싶다.
- 임경빈 (활동명 헬마우스, 정치평론가)
TBS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깊은 충격을 받았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한 방송사를 사실상 해체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은 현실이 되었다.
『공장폐쇄』는 이러한 비상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추적한 기록이다. 35년 역사의 지역 공영방송이 어떤 정치적 압력과 제도적 방치 속에서 해체됐는지,
그 과정을 구조적 맥락 속에서 세밀히 되짚는다.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의 글에는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운 긴장과 침묵, 그리고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수많은 사실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TBS는 서울이라는 수도에서 행정과 공공을 연결해온 중요한 공영방송이다.
KBS와 함께 수도권 공론장을 구성해온 양대 축이었고,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언론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런 방송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흔들리고 해체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은, 언론의 자유와 지방자치의 기반이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제22대 국회에 입성한 직후, 서울시의 TBS 지원 조례 폐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가장 먼저 참여했다.
이후 과방위 간사를 맡으며, TBS가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돌이켜보면, 방통위 활동 시절 상업광고 허용과 재정 자립 방안 논의에 보다 힘을 실어주지 못했던 점은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시기 민주당이 서울에서 충분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TBS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이는 구조적 방어선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준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법과 제도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단단히 설계해야 하는지를 일깨운 계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방식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가 정치적 불편함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조례를 폐지하며, 출연기관 지위까지 박탈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지방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도적으로 침해한 사건이다.
그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그에 따른 정치적·제도적 책임 또한 분명히 물어야 한다.
『공장폐쇄』는 그 모든 과정을 증언하는 기록이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왜 침묵했고, 어디서 무너졌으며,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단지 TBS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경계선에 관한 이야기이며, 공영방송을 지키는 일이 곧 공동체를 지키는 일임을 상기시키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분명한 이정표다.
폐쇄된 공장의 문을 다시 여는 일은, 단지 방송국의 재개가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다.
그 일은 정치인만이 아닌, 이 사회를 지키려는 모든 시민의 몫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첫걸음을 함께 내딛게 해줄, 아주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 김 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75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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