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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형 (왕충) : 논리의 저울 논형, 있는 그대로를 논한다

동방박사님 2021. 12. 1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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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붓과 올곧은 비판 정신으로
시대의 모순에 맞선 역작 『논형』 국내 첫 완역!

2천 년 전의 고전에서 현대의 합리주의와 실증주의를 읽는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100선 시리즈. ‘논형(論衡)’은 ‘평론의 저울’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 왕충은 『논형』을 저울로 삼아 세상의 시비와 진위에 대한 표준을 가늠하고자 했다. 자그마치 30여 년에 걸친 지난한 작업이었으며, 분량도 20여 만 자에 이른다. 속된 유가 및 제자백가의 주장에 대한 긍정과 반박은 물론, 인간의 수명과 생사, 귀신의 실체, 서적의 산일, 자연과 천체, 숙명론 등 정치, 사회, 문화의 제반 문제에 대해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논리의 저울, 논형
왕충에 대해|저울처럼 공평하고 거울처럼 깨끗하게
제1 봉우(逢遇) 우연히 만나다
제2 누해(累害) 거듭되는 재앙
제3 명록(命祿) 명과 복록
제4 기수(氣壽) 기에 따른 수명
제5 행우(幸偶) 행운
제6 명의(命義) 명의 의미
제7 무형(無形) 신체와 수명의 관계
제8 솔성(率性) 본성을 이끌다
제9 길험(吉驗) 상서로운 조짐
제10 우회(偶會) 우연히 만나다
제11 골상(骨相) 골격에 나타난 인상
제12 초품(初稟) 처음 받다
제13 본성(本性) 선악의 본성
제14 물세(物勢) 만물의 기세
제15 기괴(奇怪) 괴상하고 기이하다
제16 서허(書虛) 서적에 나타난 허구를 밝히다
제17 변허(變虛) 이변의 허구를 밝히다
제18 이허(異虛) 이변의 허구를 밝히다
제19 감허(感虛) 감응의 허구를 밝히다
제20 복허(福虛) 복의 허구를 밝히다
제21 화허(禍虛) 화의 허구를 밝히다
제22 용허(龍虛) 용의 허구를 밝히다
제23 뇌허(雷虛) 뇌성의 허구를 밝히다
제24 도허(道虛) 도술의 허구를 밝히다
제25 어증(語增) 표현의 과장
제26 유증(儒增) 유가 서적에 나타난 과장 표현
제27 예증(藝增) 오경에 나타난 과장 표현
제28 문공(問孔) 공자에게 묻다
제29 비한(非韓) 한비자의 논리를 비판하다
제30 자맹(刺孟) 맹자를 꾸짖다
제31 담천(談天) 하늘을 논하다
제32 설일(說日) 해를 논하다
제33 답녕(答?) 영인의 실체를 밝히다
제34 정재(程材) 관리의 자질을 측정하다
제35 양지(量知) 지식을 측정하다
제36 사단(謝短) 유생과 문리의 단점을 설명하다
제37 효력(效力) 지력을 고찰하다
제38 별통(?通) 통인을 식별하다
제39 초기(超奇) 탁월함을 뛰어넘다
제40 상류(狀留) 나아가지 못하다
제41 한온(寒?) 추위와 더위
제42 견고(譴告) 꾸짖고 훈계하다
제43 변동(變動) 변하여 감동시키다
제44 초치(招致) 불러서 이르게 하다
제45 명우(明雩) 기우제의 의미를 밝히다
제46 순고(順鼓) 북소리에 순응하다
제47 난룡(亂龍) 토룡을 설치하는 까닭을 밝히다
제48 조호(遭虎) 호랑이를 만나다
제49 상충(商蟲) 충해의 원인을 밝히다
제50 강서(講瑞) 상서로운 동물에 대해 밝히다
제51 지서(指瑞) 상서로운 조짐을 말하다
제52 시응(是應) 조짐을 바로잡다
제53 치기(治期) 다스리기에 알맞은 시기
제54 자연(自然) 무위한 자연
제55 감류(感類) 사물에 감응하다
제56 제세(齊世) 세대를 분별하다
제57 선한(宣漢) 한나라를 밝히다
제58 회국(恢國) 광대한 한나라
제59 험부(驗符) 상서로운 조짐을 증명하다
제60 수송(須頌) 마땅히 칭송해야 한다
제61 일문(佚文) 문장을 잃어버리다
제62 논사(論死) 죽음을 논하다
제63 사위(死僞) 죽음에 대한 잘못된 생각
제64 기요(紀妖) 요기에 대해 쓰다
제65 정귀(訂鬼) 귀신에 대한 평론
제66 언독(言毒) 헐뜯는 말의 해독
제67 박장(薄葬) 검소한 장례
제68 사휘(四諱) 세속의 네 가지 금기 사항
제69 난시(?時) 금기일의 터무니없음을 밝히다
제70 기일(譏日) 금기일의 터무니없음을 밝히다
제71 복서(卜筮) 거북점과 시초점
제72 변수(辨?) 동티를 밝히다
제73 난세(難歲) 태세신의 금기를 힐난하다
제74 힐술(詰術) 주택의 길흉을 살피는 방법을 힐난하다
제75 해제(解除) 재앙을 제거하다
제76 사의(祀義) 제사의 의의
제77 제의(祭意) 제사의 의미
제78 실지(實知) 지식의 근원을 밝히다
제79 지실(知實) 지식의 실제
제80 정현(定賢) 현인의 표준을 확정하다
제81 정설(正說) 올바른 주장
제82 서해(書解) 서적의 이해
제83 안서(案書) 여러 서적을 대조하다
제84 대작(對作) 본서의 저작 목적을 밝히다
제85 자기(自紀) 진실만을 기록하다
 

저자 소개

저 : 왕충 (王充)
 
후한 광무제 때 태어나 활동한 철학가이자 논설가다. 70여 년의 일생 동안 미미한 벼슬에 머물렀지만 날카로운 문장으로 세상의 잘못된 풍조를 질책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왕충은 견식이 천박한 유생들이 지나치게 서적의 장구에만 매달려 그 참뜻을 잃고 있다고 여겼고, 세상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진리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다양하고 엄청난 분량의 독서를 통해 깊이 사색하기를 즐겼으며, 제아무리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문장일지라도 반드시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되었는지를 먼저 살폈다. 나중에는 스스로 세상과의 교유를 끊고 은거해 오직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대표적 저서로 『논형』 85편이 전해진다. 『논형』은 모두 20여 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에만 무려 30여 년이 걸린 역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비핍(備乏)>·<금주(禁酒)>, ≪기속절의(譏俗節義)≫ 12편, ≪정무서(政務書)≫와 ≪양생서(養生書)≫ 16편을 저술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존하지는 않는다.
 
역자 : 성기옥
成基玉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고전 번역과 한시 작법 연구를 통한 한시 창작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에는 『한시 작법과 중국어 낭송』 『중국 고시 감상』, 역서에는 『문심조룡』 『구암집』 『문질빈빈의 벼리』가 있다. 그 밖에 「『논형』 난독 구문에 대한 교감 내용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책 속으로

일반 쇠도 단련을 거쳐 변화시킨다면 명검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하물며 오상의 본성을 지닌 사람은 성현이 아직 그를 단련시키지 않았을 뿐, 본성이 좋지 않은 점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 p.95

말로써 논쟁하는 일과 검과 창으로 싸우는 일의 본질은 같다. 예리한 검과 긴 창을 가지고 손발을 민첩하게 놀리면 승리하지만, 둔한 칼날과 짧은 창을 든 사람이 손발까지 느리면 패할 수밖에 없다. --- p.152

사람들은 거짓투성이 서적을 신용해 성현이 전한 내용은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옳다고 여겨, 언제나 읽고 외운다. 정확한 사실이 담긴 일반 서적과 그들이 신봉하는 엉터리 경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반 서적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 p.162

죽음은 삶에 대한 증거이고 삶은 죽음에 대한 증거다. …… 겨울이 지나면 얼음이 녹듯이 사람도 백 세가 넘으면 죽는다. 사람을 죽지 않게 할 수 있고, 얼음도 녹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술을 익혀 죽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본들 절대로 불가능하다. --- p.295

사람들은 과장해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진실을 부풀려 칭찬할 때는 지나치게 과장하고 악행에 대한 폄하는 죄보다 지나치게 과장한다. 사람들은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해 기이하지 않으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26

성인의 말은 원래 이해하기 어려워서 도리를 곧바로 철저하게 깨닫기 어렵다. 그런데 곧바로 철저하게 깨달을 수 없다면 마땅히 질문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질문해서 그 뜻을 깨달아야 한다. --- p.338

논설은 마땅히 이치에 알맞아야 한다. 마치 화살이 과녁에 적중되는 모습과 같다. 활쏘기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힘으로써 기예를 검증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논설은 문장으로써 빼어남을 증명하는 일이다. 빼어난 문장 실력과 활쏘기 실력은 모두 마음에서 출발하므로 실제로는 같은 것이다. --- p.512

악인일지라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듯이, 정치가 올바르지 못할지라도 국가가 평안하게 지속될 수 있다. 재앙과 이변만으로는 정치의 잘못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상서로운 조짐의 출현이 정치의 훌륭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 p.654

붓놀림이 모여들어 문장을 이루며, 문장에 진정성이 드러나면 후인은 그러한 문장을 보고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어찌 함부로 기록할 수 있겠는가. …… 족적으로 발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듯이, 문장을 읽어보면 그 사람의 정신을 알 수 있다. --- p.749

세상 만물 가운데 알 수 없는 일은 풀리지 않는 매듭과 같다. 예설(倪說)은 매듭 푸는 명인이다. 그가 풀지 못하는 매듭은 없었다. 그러나 원래 풀 수 없는 매듭이라면 예설도 풀지 못할 것이다. 예설이 풀지 못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는 매듭이기 때문이다. --- p.944

지붕에서 비가 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는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정치의 잘못을 아는 자는 민간에 있는 백성이다. 마찬가지로 경서의 잘못을 아는 자는 제자 가운데 있다. --- p.1012

옳고 그름을 논하지는 않고 단지 옛날 서적만 귀하게 여긴다면, 옛사람이 지금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여기는 일과 같다.
--- p.1021

출판사 리뷰

올곧은 비판 정신 하나로 중국 고대 사상사에 우뚝 선 탁월한 이정표

『논형』의 저자 왕충은 한대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다. 전한에서 후한으로 이어지던 왕충의 당시는 시대적 혼란기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세속에는 근거 없는 미신과 속설이 난무했으며, 경서를 읽는 유생과 학자들은 고대의 저술만 추앙하며 성인의 말을 맹신해 조금의 잘못도 없다고 여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왕충은 홀로 당시의 사회적 모순에 용기 있게 맞선 인물이다. 왕충은 한때 주군에서 공조(功曹) 벼슬을 지내기도 했지만, 여러 차례 장관의 잘못을 충간해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그만두었다. 그는 견식이 천박한 유생들이 지나치게 서적의 장구에만 매달려 경전에 담긴 내용의 정수와 참뜻을 잃고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세상과의 교유를 끊고 은거해 집 안의 문과 창문, 벽 곳곳에 붓과 도필(刀筆)을 놓아두고 『논형』을 저작했다. 제자백가의 학설을 포함해, 제국 질서하의 주류 사상과 관습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예리한 붓을 휘둘렀다. 집필에만 자그마치 30여 년이 걸린 외롭고도 지난한 작업이었으며, 그 분량도 20여 만 자에 이른다.

당대를 풍미한 관습적 사고와 편견의 허구를 날렵한 붓끝으로 파헤치고 있는 『논형』은 이렇듯 왕충의 고절한 사고를 통해 얻어진 산물로서, 그 비판 정신의 측면에서 전한시대 사마천(司馬遷)의 역작 『사기(史記)』와 명말 이지(李贄)가 쓴 위대한 금서인 『분서(焚書)』에 비견할 만하다. 또한 『논형』은 유협(劉?)의 『문심조룡(文心雕龍)』에도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문심조룡』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필적하는 육조시대의 문학 이론 비평서로 일컬어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기 언급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논형』이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논형』은 통치자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악한 책’으로 몰려 배포가 금지되었고, 한때 오직 필사본으로만 은밀히 전해져 내려오기도 했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엉터리 문장과 터무니없는 논리에 반대한다!

『논형』은 모두 30권 85편이다. 제목만 전해지는 제44편 「초치」를 제외하면 실제 편 수는 84편이다. 『논형』이 다루는 문제는 정치, 사회, 문화, 역사, 과학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인간의 숙명 문제를 다루는가 하면, 귀신의 실체를 논리적으로 따졌고, 우주만물의 이치를 논하는가 하면, 제가(諸家)의 학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자에 대한 반박으로 익히 알려진 「문공」에서는 주로 『논어』 구절을 예로 들어, 비록 성현의 말과 문장일지라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그 문장 전후에도 서로 모순되는 논리가 많다는 점을 실증했다. 「비한」에서는 법령만 숭상하고 도덕을 경시하는 한비자의 설법에 대해 반론했으며, 「자맹」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맹자를 신랄히 비판하고 있다. 또한 토목공사나 이전, 장례, 제사, 혼례 등에 드러난 민간의 미신이 터무니없음을 밝히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재앙과 이변 현상이 하늘이 내리는 특별한 징조가 아니라 절기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라는 점도 논했다.

『논형』이 다루는 주제는 이처럼 광범하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이치는 단 하나다. 어떠한 주장이든 반드시 그 근거가 합리적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왕충은 이렇듯 『논형』 전편을 통해 시비를 판단하고 변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되풀이하며 강조하고 있다.

정밀한 저울처럼, 오직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논한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100선을 통해 출간된 『논형』은 국내 최초의 완역이다. 원래의 고사가 지나치게 생략된 구절을 비롯해, 인용구의 원문과 해설 차이가 있는 부분, 동일한 인용구일지라도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부분, 인용구의 원문을 보충해 밝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다르게 인용된 부분 등을 대조해 본뜻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충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서 발간된 『논형』 해석서를 총망라해 잘못 전사(轉寫)된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고 별도의 『논형교감(論衡校勘)』으로 발간하는 성과까지 이루어냈다.

왕충은 『논형』의 자서(自敍)에 해당하는 84편 「대작」에서 이 책의 저작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세속의 의혹을 해석하고, 시비를 분간하는 이치를 밝히고, 후진들로 하여금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깨닫게 했다. …… 옳은 일이 도리어 잘못으로 바뀌고, 거짓이 도리어 진실로 변하는 형국을 바로잡기 위해 사실을 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논형』 전편에 걸쳐 공자가 『춘추』를 저작했을 때의 정신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한다. 즉 아무리 작은 선일지라도 칭찬하고, 아무리 작은 악일지라도 비판했으며, 칭찬이나 비난에 과장을 더하지 않은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논형』을 관통하는 정신은 바로 공자가 춘추를 저술했을 때의 정신을 본받고 있다. 정밀한 저울처럼,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평론한다는 정신! 그것이 바로 이 책 『논형』이 숭상하고 있는 유일한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