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화예술 입문 (독서)/3.박물관

박물관의 정치학

동방박사님 2022. 7. 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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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대 박물관 속에 담긴 정치와 권력의 표상을 밝힌다.

『박물관의 정치학』은 일본이 수용한 근대의 원형을 살피고 그것이 일본에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일본 근대 스펙트럼」 시리즈의 하나로, 표면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박물관의 기능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장치로서의 박물관을 다룬다. 유물과 같은 물건을 수집하고 보여주는, 박물관의 근본적인 기능과 행위는 그 규모와 상관 없이 극히 정치적인 실천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여주는 주체는 일정한 의도와 가치의 조정을 바탕으로 물건을 선정하고, 그 대상을 주체적으로 독해하는 관객 또한 각자 이해의 틀과 기준을 가진다.

이 책에서는 수집에서 전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권력을 체현하는 것임을 밝히고, 구체적인 자료와 해석을 통해 박물관과 정치의 관계를 분석한다. 저자는 1928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본 내에서의 박물관이 안고 있었던 정치적 문제를 주된 고찰 대상으로 삼고, 국가적 상황의 변화와 정책의 움직임에 따라 박물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규정되어 왔는지 알아본다.

목차

서장. 박물관의 ‘정치성’에 대하여

1장. 박물관과 정치 세계
1. 변용하는 정책 과제
2. ‘박물관 정책’의 등장
3. 황실 의례와 박물관 진흥
4. ‘국체명징’ 운동과 박물관

2장. 내셔널리즘의 제전 속에서
1. 기원 2600년과 박물관
2. ‘기원 2600년 축전 계획’
3. 환영의 ‘국사관’

3장. ‘정신성’에서 ‘과학성’으로
1. 과학 정책의 전개와 박물관
2. ‘과학의 사회교육시설’론과 ‘생활의 과학화’ 운동
3. 교육 정책 속의 박물관

4장. 식민지주의와 박물관
1. ‘대동아공영권’ 건설과 식민지 박물관
2. 환영의 ‘대동아박물관’에 관하여
종장. 그리고 전후로

저자 후기
역자 보론. 식민지 조선과 박물관의 정치학
 

저자 소개

저 : 가네코 아쓰시 (Atsushi Kaneko,かねこ あつし,金子 淳)
 
1970년 도쿄 출생이다. 지바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했으며, 도쿄학예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다마시문화진흥재단 학예사, 박물관사연구회 회원으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 「파시즘기의 일본의 박물관 정책」, 「박물관의 '정치성'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역 : 허병식 (許炳植)
 
동국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문학평론가이자,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주요 논저로 「교양소설과 주체 확립의 동력학」, 「식민지 조선과 신라의 심상지리」, 『이태준과 현대소설사』(공저), 『문학지리·한국인의 심상공간』(공저), 『서울, 문학의 도시를 걷다』(공저), 『문학 그 높고 깊은_박범신 문학연구』(공저) 등이 있다.

역자 : 박광현

동국대학교 국문과 조교수다. 주요 논저로 『흔들리는 아이들』(공저), 『역사의 세기』(공저),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묻는다』(역서),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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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박물관은 유물 등의 물건을 수집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개인 수집부터 국가가 보유하는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수집’과 ‘보여주기’를 행하는 행위는, 어떤 일정한 의도하에 가치가 동반되는 이상 그 안에 정치성이 내포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또한 ‘보여주기’의 행위에는 ‘바라보는’ 관객이 개입된다. ‘보기/보여주기’라는 상호 매개적인 시선을 근거로 그 관계 양상은 중층적이다.

일본의 근대 박물관은 이미 정치성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원리적으로도 정치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일본의 대동아박물관의 계획은 대동아공영권의 풍부한 천연 자원을 소개하여 남방 침략을 정당화 시키는 동시에 남방 민족문화의 전시를 통해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부여하려 했던 이데올로기 자체였다. 사회의 다양한 매체 중에서 ‘시각’에 호소하는 것을 그 최대의 특징으로 삼는 박물관이라는 ‘장치’가 이데올로기를 보급하는 수단으로 선택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박물관이라는 하나의 사회적 장치는 사회 시스템 안에 포함되어 그 시대와 다층적으로 결부된 권력관계 안에서 기본적인 성격이 규정되며, 사회 상황을 매개로 해서 변용을 거듭해왔다. 이데올로기는 시대에 대응하여 변화를 거듭하므로 민주주의나 과학적 진리를 표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연구와 교육 또는 보존과 공개라는 ‘전시’에 대한 담론이 아닌, 근대 박물관 자체, 즉 박물관이라는 제도, 혹은 조직을 성립시키고 있는 사상은 무엇이었는지, 사회는 박물관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어떠한 기능을 부여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국사관(國史館)’과 ‘대동아박물관’이라는 두 박물관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두 박물관은 전시 체제하에 국가가 그 위신을 걸고 대규모로 계획했던 것인데, 모두 일본이 패전함으로써 실현되지 못했던 이른바 ‘환영(幻影)의 박물관’이다. 하지만 이 두 박물관 계획이 남긴 유산은 전후의 박물관 건설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오늘의 박물관계에도 그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두 박물관을 독해하기 위한 열쇠로는 ‘정신성’과 ‘과학성’이라는 두 가지의 요소가 있다. 전쟁과 함께 국가는 ‘황국민(皇國民)의 연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은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매개된 ‘정신성’과, 총력전 수행에 필요한 군사력과 직결되는 ‘과학성’이라는 두 가지의 이질적인 요소를 박물관에 요구하였다.

메이지 초기에 근대 박물관이 성립한 이후 박물관이 안고 있던 다양한 정책 과제 또한 총력전 체제가 확립되어감에 따라 점차 ‘정신성’과 ‘과학성’의 양자로 수렴되어 갔는데, 박물관이 지닌 다양성 때문에 양자의 ‘모순’으로서 일면적으로 주제화되기보다 오히려 ‘과학’과 ‘정신’이라는 대립 축을 중심으로 한 배치 관계에 의해서 박물관의 존재 양식이 규정되었다고 파악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인식을 기본적인 틀로 삼으면서 박물관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상(事象)을 통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2009년은 한국 박물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대표 역자인 박광현 교수의 보론 ?식민지 조선과 박물관의 정치학?에서는 한국 박물관의 역사가 식민지 본국의 박물관의 역사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 간의 위계가 작동하는 전시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총독부 권력의 일방적 주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방 토착민들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담긴 정치적 맥락이 결합되었다는 점도 논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보여주기’를 통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근대 박물관 속에 담긴 정치와 권력의 표상을 발견한다!


근대 박물관은 이른바 권력 표상의 공간이었다. 박물관의 기본 기능인 수집과 전시는 일정한 의도 하에 전시물에 대한 가치의 조정을 동반하는 이상, ‘정치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다양한 매체 중 ‘보기/보여주기’라는 장치는 이데올로기를 보급하는 매개로 선택되었던 것이다. 시대에 대응하는 이데올로기가 변용하면서 박물관의 정치학도 민주주의나 과학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일본에서는 특히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기도 했다.
근대 일본에서 박물관이라는 제도를 성립시킨 사상은 무엇이고, 그 사회는 박물관에 어떤 기능을 부여했으며 또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그런 의문에 대한 열쇠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매개된 ‘정신성’과 총력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군사력과 직결된 ‘과학성’이라는 두 가지의 이질적 요소를 박물관에 요구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일본 정신’과 ‘과학’이 결합된 공간으로서의 일본의 근대 박물관이 구상되어온 과정의 해석을 통해 그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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